극본 정하연, 연출 이규상.
- 하룻밤 경찰서에서 새웠어. 아침인데 형사 아저씨가 날 부르더군. 윤선생님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어.
- 앉으시오. 만길이라는 사람이 고소를 취하했소.
- 그것 보세요. 우린 죄가 없어요.
- 죄가 없는게 아니요.
- 정말 이에요 아저씨. 윤선생님하곤.
- 하여간 고소를 취하했으니까 내가 알 바 아니오.
- 만길씬 어떻게 되나요?
- 그 사람은 입건됐소.
- 그럼, 그 아주머니가 고소를 취하하지 않았나요?
- 공갈 협박죄는 친고죄가 아니오. 그건 형사상의 문제지.
- 만길씬 그 부인 한테서 강제로 돈을 얻어낸게 아니에요. 주는 돈을 받았을 뿐이에요.
- 그건 조살 해보면 알겠지.
- 아저씨, 정말 만길씬 죄가 없어요. 내말을 믿어 주세요. 만길인 배운것도 없고 무식하지만은 좋은 사람이에요. 보세요. 죄 없는 사람 고생 할까봐 고소를 취하했잖아요? 윤선생님하고 저를 고소한것도 모두 그 부인의 꾀임에 속은거라구요. 뒤늦게 그걸 깨달을 거에요.
- 하여간 재수 좋은줄 알고 나가시오.
- 아무리 애원해도 형사아저씬 내 말을 못 알아 듣는거야. 윤선생님은 입 꽉 다물고 한마디도 안하더군. 우린 밖으로 나왔어.
- 그 친구가 안됐구만.
- 왜 한마디도 안하는거에요. 아저씬 만길이가 아무 죄없는 거 알잖아요.
- 거기선 말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어.
- 아주머니한테 얘기 좀 해주세요. 만길이 같은 사람 감옥에 보내서 무슨 소용이 있어요. 아저씨만 집에 돌아가면 모든일이 해결 되는거 아니에요? 말씀해 주세요 아저씨.
- 그 친구를 사랑하고 있구만.
- 아저씬 사랑밖에 모르세요? 사랑이 그렇게 중요해요? 그까짓 사랑 없어두요 만길이 하고 나하곤 잘 살거에요.
- 난 집에 돌아가지 않을거야.
- 왜요?
- 지영이 한테 대한 조그만 속죄의 의미도 되겠지. 하지만 지영일 귀찮게 하진 않겠어. 하여간 난 집에는 안들어가. 사랑도 없이 같이 살 수 가 없어.
- 또 그 놈의 사랑. 참 뒤늦게 철이 나셨군요.
- 그래. 이제야 겨우 사는데 철이 난 모양이야. 이 모두 지영이 덕분이지.
- 그러고보니 안됐더군. 윤선생님 완전히 풀이 죽었지 뭐야.
- 어디로 갈건가 지영인.
- 만길이 면회하러요.
- 그 친구 만나거든 내가 미안해 하더라고 전해줘.
- 그런 말 안해도 돼요. 만길씬요 아저씨 원망하지 않을거에요. 나처럼요.
- 행복해질거야. 지영이와 그 친군.
- 고마워요.
- 면회를 시켜주데. 만길인 만길이 답게 히죽히죽 웃고 있었어.
- 많이 먹어. 이런 때 일수록 많이 먹고 기운 차려야지.
- 아, 마 배부르다.
- 더먹어. 허기져서 힘 빠지면 마음도 약해지는거야. 만길이 지면 안돼. 그래야 솔잎이 데리고 고향에 가서 우리도 오붓하게 살지.
- 니, 날 기다릴끼가?
- 기다려야지.
- 마 참말이가?
- 난 기다릴거야. 니가 평생 감옥살일 한다고 해도 난 널 기다릴거야.
- 마 삼삼하데이.
- 뭐라고?
- 마 기분이 좋구마. 마 난 고소를 취소하면 니 날 버리고 그 사람하고 마 내빼버릴줄 알았는데.
- 솔잎인 어떡하고.
- 맞제? 마 솔잎이 내 딸이제? 아이고 마 이제 살았네. 니 참말로 나 용서해 주는거지.
- 내가 윤선생 아주머니 만나서 다시한번 사정해볼께. 자기도 사람이면 없는 죄를 끝까지 뒤집어 씌우진 못할거야.
- 관두그라.
- 뭐?
- 마 만날필요 없는기라.
- 왜.
- 마 그런 인간한테 사정하고 빌게 없는기라. 마 드럽게 빌긴 와 비노.
- 빌어야지.
- 빌지 말그라. 마 니 말대로 평생을 콩밥먹어도 니한테 빌게 하고 싶진 안데이. 마 알았제? 마 하늘이 두쪽나도 빌지 말그레이.
- 알았어. 안 빌게.
- 니 약속 어기면 안된데이. 보레이. 마 내는 홀몸이 아니데이. 마 지영이 니 묵여살려야지 마 솔잎이 키워야지 마 가장인기라. 마 그런데 그런 여자한테 빌어 갖고는 체면이 말이 아니데이. 마 알겠나.
- 알았다구.
- 그라믄 가 보그라.
- 만길이 너, 날 감격 시켰어.
- 그러나 만길일 그냥 내버려 둘수는 없었어.
- 왜 날 찾아왔죠?
- 빌러요.
- 빌어? 아가씨가 나한테?
- 네.
- 아하하.
- 아주머니, 빌게요. 만길씨하고 나하곤 평생을 같이 살기로 약속을 한 사이에요. 그런데 호적에 빨간줄이 가보세요. 그런다고 못 살건 아니지만 아주머니가 아량을 조금만 보이시면 우린 행복해 질텐데 좀 도와주세요.
- 법대로 하면은 그만이죠.
- 아주머니, 빈다니까요.
- 법정에 가서 빌어요. 나한테 빌거 없어요.
- 정말 너무하시네요.
- 아가씨도 본성을 드러내는군. 만길이라는 사람도 그랬어. 처음에는 양순한척 비굴하게 나오다가 이쪽에서 냉정하게 나가니까 향스럽게 덤벼들기 시작했지. 당신같은 인간들은 그러니까 동정의 여지가 없는거야.
- 이제야 알겠어요.
- 뭘.
- 만길씨가 왜 아주머니 같은 여자한텐 빌어서 안된다고 했는지. 차라리요 나무나 돌멩이 앞에 엎드려서 비는게 낫겠어요.
- 잘 생각했군.
- 차 값은 제가 내고 나가겠어요.
- 잘했다. 말하는거 보니까 만길이 그 녀석 제법인데.
- 그래도 그 여자가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어. 잘못은 자기 남편이 저질렀는데 화풀이는 애꿎은 사람한테 하고 있잖아?
- 그러니까 사람은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려 살아야 하는거다.
- 우린 잘 살거야.
- 그래. 잘 살아야지. 참, 고아원에서 연락이 왔더라.
- 뭐라고?
- 입양 계획을 취소했으니까 언제든지 원할 때 솔잎일 데리고 가라고 하더라.
- 그래?
- 시간 끌거 없이 지금 당장 가서 데리고 와라. 시골 데리고 가기 전까지는 내가 키워 줄테니까. 아니, 나하고 같이가자. 일어서.
- 언니, 고마워.
- 잘 생각했습니다.
- 나는 솔잎이가 여기서 살게 돼서 무엇보다 기쁩니다.
-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장선생님.
- 참, 입양 수속을 밟으셔야 할겁니다. 여기 규칙이 그래놔서.
- 아 저 입양 수속은 필요 없어요.
- 솔잎인, 죄송합니다 원장선생님. 솔잎인 제 딸이에요.
- 아 아니 뭐라구요?
- 죄송합니다. 제가 키울수가 없어서 남을 시켜서 여기다 맡긴거에요.
- 그랬었군요.
- 부끄럽습니다.
- 사정이 있었겠지요. 지금이라도 잘못을 깨닫고 그 앨 키우기로 하셨다니 다행입니다.
- 그럼 오늘 솔잎이 데려가도 되는거에요?
- 네. 그러십시오. 뭐 규칙에 어긋나지만 그까짓 규칙이야 고치면 되는거고 말입니다. 하하하하.
- 고맙습니다 원장선생님.
- 지영아, 솔잎이 좀 봐라. 아니 어떻게 된 애가 낯도 안 가리는구나.
- 이모인줄 아나보지.
- 그러게 말이야.
- 잘 됐습니다. 정말 잘 됐군요.
- 용서가 될까요? 솔잎일 내가 낳은 자식이라고 말했다고 해서 죄없이 죽어간 내 아이가요. 날 용서해 줄까요? 안되겠죠? 평생 솔잎이 한테 대신 속죄를 해도 말이죠.
안경진, 김영식, 유민석, 나병옥, 설영범, 유명숙, 유해무,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제25화 세사람 모두 덫에 걸린 꼴이지 ◀ ▶ 제27화 걱정 안해. 너 잡초잖아 (입력일 : 2007.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