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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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바람때문이야
바람때문이야 - 제23화 정말 결혼할 생각이란 말이야?
바람때문이야
제23화 정말 결혼할 생각이란 말이야?
1979.04.24 방송
인생극장 바람때문이야는 정하연 극본 이규상 연출로 1979년 4월1일 제1화를 시작으로 1979년 4월 30일 제28화 마지막회 방송되었다.
극본 정하연, 연출 이규상.

- 무교동 밤 11시, 그런 시간에 그 거리를 뛰어 본 사람은 알거라구. 거기선 인생이 왠통 뒤죽박죽이 돼버리는거야. 노름의 끝장처럼 사람들은 허둥지둥 집으로 집으로.

- 지영이.
- 왜요? 집까지 데려다 주시겠다구요?
- 할 얘기가 있어.
- 얘기해 봤자 밤낮 그 얘기가 그 얘기 아니에요? 어린애 장난도 아니고 왜 그래야돼요.
- 마지막이야. 더이상은 얘기 안하겠어.
- 마지막이요?
- 그래. 마지막 부탁이야.
- 다신 선생님 뵐수 없다는 뜻인가요?
- 그럴지도 모르지.
- 아, 그럼 큰일 났네요. 전 선생님 보고 싶어하는 재미로 사는데요. 좋아요. 내일 만나요.
- 지금 당장 얘기하지 않으면 안돼.

- 참 바보군요. 선생님. 집에 가서 야단 맞을 짓 왜하세요? 내일이요. 그 다방으로 나오세요. 아시죠? 윤상도씨, 참 딱한 양반이야. 왜 몰라. 난 안좋아하나? 목이 메이는건 아저씨, 나도 목이 메인답니다.

- 어저껜 집에 잘 들어가셨어요? 그렇게 취해가지고도 운전 잘하시데요?
- 어. 기사가 없으니까.
- 그런데 어쩌자고 집에 안들어가겠다고 발버둥을 치셨어요?
- 우리 그런 얘긴 그만하지.
- 세상 사람들이 보면요. 선생님하고 저하곤 그저 그렇고 그런 관계에요. 그걸 몰라요?
- 지영이, 이런 말 하는거 면목이 없지만 내 마음은 변한게 없어. 난 여전히 지영이가 필요해.
- 필요해서요.
- 나하고 약속해줘. 무슨일이 있어도.
- 아저씨, 무슨 약속이요. 세끼 손가락 걸고 맹세 할까요?
- 난 장난을 치고 있는게 아니야.
- 그럼 정색하고 얘기할까요? 아저씨, 아저씨같은 분들 때문에 우리같은 여자들이 우는거에요. 앞으로 술집에 가셨을 땐요 술꾼답게 열심히 술이나 마시세요. 그게 차라리 우리같은 여자 편하게 해주는거에요.
- 난 더이상 견딜 수가 없어.
- 뭘요.
- 전 번 일만해도 그렇지. 내가 집으로 다시 들어간건.
- 참 답답하시네요. 그런게 문제가 아니에요. 아저씨가 날 속였다고 해서 화내는것도 아니구요. 내 말은요. 아저씨 일시적인 기분갖고 사람 괴롭히지 말라는거에요.
- 일시적인 기분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 그건 아저씨 사정이지요. 아저씨, 아저씨 나 좋아하세요?
- 지영이.
- 좀 차근차근 생각해보세요. 현실적으로요. 이게 될 법이나 한 소리에요? 아저씨 지금 몇 살이에요. 못 먹어도 서른 몇이죠. 그게 적은 나이에요? 그 나이에 술집 여자한테 미쳐서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다 내팽개치겠다는 말이에요? 그런 어리석은 사람 믿고 누가 자기 인생 맡기겠어요. 그러니 아저씬 할 수 없는 거에요. 그런 위험한 장난 그만 두시구요. 살아오신데로 열심히 사시라구요. 갈게요. 차 잘 마셨어요.

- 하긴 좀 안됐어. 윤상도씨 좋은점도 많았지. 거짓말 잘 못 시키는거 그건 마음에 들었어.

- 실례합니다.
- 에게게.
- 의상 좋구마.
- 웬 일이야?
- 웬 일은?
- 마 술집에 술마시러 왔는데 뭐가 이상하노?
- 아~ 손님?
- 오늘은 그러니께 손님으로 지영일 만나러 왔다 그거다. 마 내 돈은 티가 묻어서 안되나?
- 아! 왜 안돼.
- 멀쑥해 지셨군.
- 마 인간사 세옹지마나 안카나.
- 한 건 하셨어?
- 했제.
- 누구 등을 쳤니?
- 니 등은 안 쳤으니께
- 그러시겠지
- 그만 이죽거리고 술 따르그라.
- 손이 없어?
- 손이야 있제.
- 그럼 따라마셔.
- 내 손쓰고 마실래면 비싼 돈 주고 와 이런데 오나? 집구석에 자빠져서 만고강산 부르면서 마시제.
- 그럼 일찍 집으로 돌아가시던지.
- 돈이 있어야지 집으로 들어가지.
- 여기가 자선사업 하는 덴줄 알아?
- 마 그으믄 안 되나?
- 그어? 뭘 그러?
- 싸인이라하는가 안있나? 마 내도 싸인 좀 해 보자.
- 뭘 믿고 외상을 줘?
- 아 내 마누라가 이 집의 인기 호스테슨데 마 이거 하나 못 긋겠나?
- 에게게게게게
- 입에 쥐가 올랐나? 에게가 뭐꼬?
- 막 나가시겠다 그거군.
- 내도 결심을 바꾼기라. 니 여기 못 나오게 하는 방법은 이 방법 밖에 없는기라.
- 그래. 그어 봐. 난 상관없으니까.
- 앉어! 오늘은 심사가 사나운데 폭력적으로 나갈지도 모른데이.
- 무슨 자격으로.
-또 잊어묵었나. 우린 호적상으로 염연한 부부다 안 카나. 와 사람을 빤히 쳐다보노. 마 내 말이 말 같지 않다 그 말이가?
- 하하하.
- 어이가 없다 그 말이가?
- 아니.
- 그라믄?
- 만길이 귀여워서.
- 귀엽다? 허허허허.
- 말이지. 사람이 그 정도로 굳세게 던적스러울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그런 말이야.
- 마 끈기 한 번 알아 줄만 안 하나. 마 이 끈기 갖고 살아가며는 우리 잘 살수 있는 기라.
- 만길이. 정말 내가 좋아서 이러는 거야?
- 그라믄 뭘 바라고 이러겠나. 마 쎄고 쎈게 가시나 아니가. 아직도 내가 귀엾나?
- 에휴.
- 술 한잔 따라주까?
- 좋아. 마셔보자.
- 흠. 맘 잘 먹었다. 마 술 값 걱정은 말그래이. 마 내도 돈 있는기라. 자 쭉 들그라. 내가 말 안 했제? 나 말다. 마 그 동안 외판원 한기라.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뛰어 다녔제. 마 그래갔고 지사장 신임을 단단히 얻었는기라. 마 내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믿게 됐제. 그래 마 한 건 안 했나.
- 한 건?
- 마 한 몫 잡어 갔고 마 내빼브렀제.
- 뭐?
- 놀랠것 읎다
- 마 지가 내를 잡고 싶어도 자을 재간이 없는기라.
- 도둑질을 했단 말이야?
- 그게 우찌 도둑질이고. 횡령이제.
- 뭐라고?
- 편질 한 장 써 놨제.
- 마 삼년안에 돈을 갚어 줄텐게 마 찾지 말라고.
- 하하하
- 참말이다. 보그라. 아버지랑 모시고 살라카믄 마 한 밑천 있어야 안 되겠나.
- 만길아.
- 와?
- 당장 그 돈 돌려주고 와.
- 돌려주고 오믄?
- 나 너 교도소 들어가 앉아 있는건 못 봐.
- 니 손해날 거 뭐 있노? 이 돈 갖고 살다가 마 들통나면은 니는 니대로 마 신나게 살면 그만 아니가.
- 만길아.
- 히히 히히히...
- 체. 정신 나갔군.
- 아니 내가 걱정되노 니?
- 뭐야?
- 니도 내 걱정을 하긴 하네? 으이? 아이고. 내는 앞뒤로 꽉꽉 맥혔는 줄 알았제. 걱정말그라. 마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마 내한테 돈을 떼멕힐 놈이 있겠노 응?
- 거짓말이었단 말이야 그럼? 하하 하하하.

- 만길이하고?
- 응
- 정말 결혼할 생각이란 말이야?
- 아무튼 솔잎이 아빠 아니야? 솔잎이 미국 보내는 것보다는 낫잖아?
- 말했어? 솔잎이가 딸이라는거?
- 알고 있어. 아니라 했지만 자기 딴엔 다 알아 봤나봐. 어때 내 생각이?
- 글쎄. 그 녀석이 정신을 차렸다는데 왠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 믿고 안 살면 그만이지 뭐. 사는데까지 살다가 뭐 그런거 아니야 언니?

제22화 다정하게 부르지 마세요 제24화 아저씬 날 속였어요.


(입력일 : 200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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