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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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바람때문이야
바람때문이야 - 제21화 니 아부질 찾았는기라
바람때문이야
제21화 니 아부질 찾았는기라
1979.04.21 방송
인생극장 바람때문이야는 정하연 극본 이규상 연출로 1979년 4월1일 제1화를 시작으로 1979년 4월 30일 제28화 마지막회 방송되었다.
극본 정하연, 연출 이규상

- 괴로운 웃음. 윤상도씨는 괴롭게 웃었어.

- 내가 따라드릴께요.
- 괜찮아.
- 이리 주세요.
- 내가 딴다니까.
- 아이 왜그러세요. 그건 제 직업아니에요. 선생님 손님이구요.
- 지영이.
- 제가 말 잘못했나요?
-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지.
- 무슨 얘긴데요.
- 본의가 아니었어. 그 여자 술수에 내가 걸려든거야.
- 무슨 일이 있었군요. 그 동안 발을 끊으신.
- 으음.
- 난 그래요. 선생님 보고싶었어요.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는데 선생님이 찾아오셔서 반가웠던 거에요. 내가 눈치도 없죠. 눈치도 없이 눈물까지 글썽이며 선생님 입장 난처하게 만들었잖아요?
- 내가 너무 성급했던게야. 그쪽에서 먼저 이혼을 하자고 나왔었지. 지영이 얘길 했었거든. 도장도 찍었고. 근데 놔주질 안는게야.
- 그만하세요. 그런얘긴. 유쾌하지도 못한얘기 자세하게 하실필요 없어요.
- 아직 내 얘기 안끝났어.
- 더이상 듣고 싶지 않아요. 술이나 드세요.
- 고소를 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는게야. 그럼 당장 지영이한테 피해가 돌아가요. 그 여자 그런 일 충분히 할 여자라고. 취직한 데로 따라 다니면서 방해를 하고 내가 아는 사람이라야 모두 하청을 주던 업자들이라구. 근데 나를 돌봐주면 하청을 안 주겠다고 하니까 모두 등을 돌려버리는게야. 지영이, 나 시간 좀 줘. 다 해결하고.
- 아저씨, 뭔가 크게 착가가하고 계시는군요. 나 설득하시려고 애쓰실 필요 없어요. 나는요. 아저씨가 빈털털이라고 해서 좋았던거에요. 아저씨가 사장님이라서 좋아한거 아니에요. 옛날에 아저씨가 울렸다는 그 여자 이름이 지영이라고 해서 감동한것도 아니구요. 난 남의 마음에 못치고 살고 싶지 않아요. 사모님 괴롭히고 싶지도 않구요. 그저 아저씨가 빈털털이라니까 오갈데가 없다고 하니까 그래서 조금 좋아해 드릴려고 했던것 뿐이죠.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저씨가 다시 부자가 되고 싶구요 그저 그렇게 편안히 살고 싶어 한다고 그래서 내가 원망할 것도 없구요. 난 그저 옛날대로만 살면 그만이라구요.
- 날 믿어줘. 내 진심을.
- 아저씨. 아저씨 말을 믿고 자시고 할 것도 없잖아요. 언제고요 다시 빈털털이 되시면 다시 찾아오세요. 전 또 감격해가지고 무조건 아저씨 좋아해 드릴테니까요. 그럼 됐죠?
- 음...
- 고민하지 마세요. 아니 고민하는 척 하지 마세요. 그러지 않아도 난 괜찮아요. 그러니까 어서 그 잔 비우세요. 술 따라 드릴게요.
- 내가 어리석었어. 일을 다 해결하고나서 지영이 한테 오는건데.
- 아하하. 정말 딱하시군요. 다 큰 어른이 머리카락 쥐어 뜯으며 반성하면 어쩌자는거에요. 남이 보면 웃어요. 그러니까 웃으면서 어서 잔이나 받으세요. 자요.

- 그만 마셔.
- 내버려둬. 폼으로 그래보는거니까.
- 그만 마시라면 그만 마셔.
- 언니 걱정마. 나 말이지. 괜히 이래보는거야. 이러지도 않으면 정말 심각해지고 세상 살기 싫어지고 그러니까 괜히 이래보는거라구.
- 기집애. 내가 그래 뭐래. 세상일 조심하라고 그랬잖아.
- 아하하. 어쩜 언니말은 그렇게 딱 들어 맞으우?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좋아하진마. 그런일 당했다고 계속 울고 짜고 하진 않을 테니까. 내가 왜 이러는줄 알우? 마음속에서 그 사람 기억 다 지워버려야지. 그래야 그 사람 생각 다신 안하고 보고싶어 하지도 않고 다시 내 앞에 나타나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지도 않을거고. 그래서 살풀이 하는거니까 안심 단단히 붙들어 매 놓으시라구요.
- 아이고 참. 너무 많이 마셨어.
- 언니, 나 오늘은 취해야 한다구. 취해야 울지. 아까부터 나 목청껏 세상이 떠나가라 울고 싶은데 이놈의 울음이 목구멍에 탁 걸려가지고 터져나오질 않아. 이럼 병돼요. 상사병. 언니. 언니. 언니, 내가 윤선생님 보고 싶다고 상사병 걸려서 정말 미친년처럼 발광하는거 보고싶어? 응? 그럼 안되지. 그러니 병 되지 않게 목청껏 울기라도 해봐야 할거 아니야. 그러니 취해야지. 취하자니 마셔야겠고. 술병 이리내요.
- 마음대로 하렴. 속에서 불이나서 죽든지 살든지 마음대로 해.
- 아하하하. 눈물을 감추려고 하늘을 보니....

- 심각한거 난 질색이야. 왜냐, 세상을 심각하게 보기 시작하면 나같은 여잔 죽을수 밖에 없는거지 뭐.

- 오랜만에 솔잎일 만나러 갔지. 솔잎아 잘있었니? 어머 코 흘리는것 좀 봐. 좀 깨끗이 하고 있어라. 넌 누가 코도 안닦아 주는가 보구나? 이리 와. 이리 와. 내가 코 풀어 줄게. 흥. 흥 해봐. 어서.
- 하하하하. 또 오셨군요.
- 안녕하세요. 솔잎이가 아주 건강해졌어요.
- 예.
- 요샌 밥도 좀 먹고 그러는군요.
- 아주 제법 걷는데요?
- 사람꼴이 됐죠. 여기 처음 올 땐 저 애가 살까 걱정도 됐는데. 어, 참. 아주 좋은 소식이 있어요.
- 뭔데요?
- 잘하면은 솔잎이 한테 양부모가 생길 것 같습니다.
- 그래요?
- 미국에 입양 계획이 있는데 솔잎이도 이번에 보낼까 해요.
- 어머, 솔잎아. 미국가 살게 됐구나. 솔잎이 넌 좋겠다. 원장선생님 그렇죠?
- 하하하.
- 솔잎이 너무 못생기고 그렇잖아요. 여기서 사느니 미국가서 사는게 더 좋을거에요.
- 아무래도 부모가 나타나지 않으니 할 수 없죠. 자, 그럼 놀다가 가세요.
- 네. 솔잎아, 그래. 미국가라. 미국가서 살어. 미국 좋다더라. 좋은 부모 만나서 행복하게.

- 솔잎이하고 헤어지는건 사실 섭섭했지. 만길이한텐 내 딸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아니었거든? 고아원에 처음 찾아가서 그애를 봤을 때 난 그애가 내 분신처럼 느껴졌어. 내가 지워버린 그 애가 솔잎이라고 믿었던거지. 하여간 잘 된 일이지. 솔잎인 미국가서 사는게 좋을거야. 그런 어느날 이었어.

- 아, 지영아.
- 아니.
- 아이고, 내 마 니를 못 만나는 줄 알았데이.
- 왜 또 나타났어.
- 마 미치게 반가운 소식 안있나. 으이? 하하하하.
- 뭐야.
- 니 아부지 보고싶제.
- 아부지?
- 마 아부지 찾을라고 고향 떠났다고 안했나.
- 우리 아부지 만났단 말이야?
- 그래. 니 아부질 찾았는기라.
- 어디서.
- 따라오그라.
- 참말이고, 니.
- 아 참말이제. 그런 거짓말까지 시키겠나. 자 따라오그레이.
- 대그라. 어디서 만났는지.
- 가보면 안다. 따라오그라. 퍼뜩. 아, 퍼뜩.

- 아부지. 아부지가 살아있다는 바람에 만길이를 따라 나섰어.

- 어딜 자꾸 가는거야.
- 이 근천데.
- 시장에서 만났단 말이야?
- 그 뭐꼬. 해장국 먹을라꼬 마 노점에 쭈그리고 앉았는데 누가 옆에 앉는기라. 가만히 보니께네 이 마 어디선가 낯이 많이 안 익드나. 마 그래 보니까 니네 아부진기라.
- 니를 알아보드나. 우리 아부지가.
- 내가 일부러 모른척 했는기라. 니네 아부지 도망칠까봐서.

- 도망을 쳐? 아부지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난 눈에 선했어. 뻔한거 아니야. 그래도 눈물이 솟드라. 참.


제20화 선생님이 측은했어요 제22화 다정하게 부르지 마세요


(입력일 : 200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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