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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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바람때문이야
바람때문이야 - 제17화 윤상도씨 너무 믿지 말라구.
바람때문이야
제17화 윤상도씨 너무 믿지 말라구.
1979.04.17 방송
인생극장 바람때문이야는 정하연 극본 이규상 연출로 1979년 4월1일 제1화를 시작으로 1979년 4월 30일 제28화 마지막회 방송되었다.
극본 정하연, 연출 이규상.

- 빈털털이. 윤상도씨는 빈털털이. 얼마나 좋아? 난 윤선생님이 빈털털이가 돼서 날 찾아온 사실에 감격을 했다구.
- 음.
- 아프세요?
- 내 머릿속엔 지영이 생각 뿐이었어.
- 어딜 헤매고 다니셨어요?
- 모르겠어. 아무데고.
- 사모님이 선생님 찾아 오셨었어요.
- 내 아내가?
- 선생님 걱정 하시던데요.
- 자존심 때문이겠지.
- 무슨 자존심이요?
- 그 여자의 자존심.
- 사모님을 나쁘게 말씀 마세요. 사모님은 선생님 사랑하는것 같았어요.
- 날.
- 집으로 돌아가세요.
- 이젠 끝난게야.
- 부부란 쉽게 갈라서지 못한다고 하던데요?
- 결혼 부터가 잘못 된게야.
- 난 돈과 출세에 눈이 어두워서 그 여잘 택한거고. 그 여잔 자신의 자존심 때문에 날 택한거야. 여지껏 한번도 날 남편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 어떻게 됐든 그건 선생님 자신이 선택한 인생이에요. 그러니 선생님 스스로 책임을 지셔야죠.
- 그래야지. 책임, 그래 져야지.
- 어떻게요?
- 이혼 했다는 얘긴 안하던가?
- 누가요? 사모님이요?
- 그저께 구청에 갔었지. 지영이와의 관계를 알고 이혼하자고 하더구만. 쓰라는데로 서류에다 쓰고 도장까지 찍어줬어. 내 명의로 돼있던 재산도 다 넘겨줬고, 그리곤 정신없이 헤매고 다녔어. 지영이가 보고 싶었지. 하지만 지영이 만날 면목이 없었고. 난 빈털털이야. 수중엔 돈 한푼 없다. 며칠동안 난 아무것도 먹지 못했어. 옛날 생각이 나더구만. 언제나 배가 고파서 현기증을 느끼면 살았었지. 하지만 난 외롭지 않았어. 배고픔도 느끼지 못했어. 지영이, 난 행복했어. 예전에 잊어버렸던 내 모습을 다시 찾은 기분이었어. 귀찮게 하진 않겠어. 아침에 내 여길 나가지. 난 잘 알고 있어. 이 나이에 사회적 지위도 경제적 기반도 다 잃어버린 사내가 얼마나 볼품 없는가를. 내 귀찮게 하진 않겠다고.
- 선생님.
- 아니야. 날 동정할 필요없어. 이건 그래. 내 책임 이니까.
- 당분간 여기 계세요.
- 날 동정할 필요 없다니까.
- 동정이 아니에요. 선생님. 선생님을 동정하는게 아니에요. 여기 계세요. 선생님이 다시 용기를 회복해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때 까지만 제가 도와드릴께요.
- 내가 어떤 인간인지 벌써 잊었나 지영인. 난 헌신적으로 날 도와준 여자를 헌신짝처럼 버렸던 남자야. 지영이도 언젠간 배반할거라고.
- 그래도 좋아요. 전 바라는거 없어요. 지금의 선생님 모습이 보기 좋은것 뿐이에요. 그래서 도와드리고 싶은것 뿐이에요.
- 지영이.
- 한 가지만 약속하세요. 이러지 않으시겠다구요.
- 음.
- 약속 하지요?
- 그래. 약속을 하지.
- 그럼 됐어요. 주무세요. 선생님.

- 집을 옮기겠다구?
- 그래야지
- 섭섭하구나. 헤어지게 돼서.
- 만길이도 그렇고 이 집에 더 있을 수 없잖아?
- 얘, 지영아 너 그나저나 너 정신차려.
- 정신 차리고 있어. 걱정마.
- 도데체.
- 충고할거유? 충고면 그만둬.
- 그래. 관두자. 하지만 한 가지만 얘기하자.
- 뭐야.
- 정신차려.
- 차리고 있다니까.
- 윤상도씨 너무 믿지 말라구.
- 안 믿어.
- 생각해봐라. 지금은 너한테 미쳐서 그사람이 집이고 뭐고 다 버리겠다고 나오지만 시간이 지나봐. 죽었소 하고 집에만 들어가면 당장 돈더미에 올라 앉는데 왜 사서 고생하겠어? 마음 달라진다고.
- 그래도 할 수 없지 뭐.
- 너 배짱한번 두둑하다? 왜 손해날 짓 하냔 말이야.
- 손해? 민자언니 어쩜 그렇게 영리하우?
- 비꼬지마.
- 그렇잖우. 손익계산 그렇게 잘 따지는 양반이. 관둡시다. 언니 약점 찔러서 이로울거 하나 없지. 하지만 내 생각은 그래. 산다는걸 어떻게 손익으로 따지우? 뭐가 손해고 뭐가 이익인지 그걸 어떻게 판단할 수 있어. 안그래? 내 감정에 충실하게 살아갈거라구.
- 그래. 니 인생 니껀데 구워먹든 삶아먹든 마음데로 하라구.
- 언니, 나도 생각이 다 있어. 나 맹꽁이 아니야. 언니가 걱정하는 만큼 어수룩하지 않아.
- 큰소리 치지마. 너 하는짓이 그래. 불안하다구.
- 언니, 윤상도씨는 날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다구. 다른건 몰라. 그것만은 확실하다구 그런데 내가 뭘 더 바래. 그러면 됐잖아? 사랑도 없이 잘도 살아가는데 사랑하는 사람 있는데 왜 못살아. 난 자신 있다구.
- 치, 이제야 실토를 하는구나?
- 잘 될거야. 난 그렇게 믿어. 세상은 자기가 잘 될거라고 믿으면 잘 되게 되있다고. 그렇다고. 세상은 자신이 생각하기 나름인거야. 만사를 우울하게만 생각하면 만사가 다 우울한거지. 하지만 세상을 내가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는데 이놈의 세상이라고 나한테 화를 내진 않을거 아니야?

- 지영아. 놀래지 말그라. 잡아먹지 않을기라.
- 뭐야.
- 니 내가 마 지겹제?
- 아시는군.
- 내는 내 자신이 잘 아는기라. 내는 모든 사람한테 지겨운 놈인기라. 그래. 결단을 내린기라.
- 결단?
- 낸 떠날끼다. 마 어디로 떠나느냐. 마 죽으러 가는건 아니고.
- 죽으러 갔으면 좋겠어.
- 그렇지 않아도 니 악담 덕분에 마 온몸에 두드러기가 다 난기라.
- 그래. 어디로 간다고.
- 내는 이 세계에서 발을 씻기로 했다. 발씻고 참되고 인간답게 살기로 결심한기라.
- 허. 사람 되셨군.
- 지금 당장은 마 내가 어디로 가는지 말해 줄 수가 없다. 아 그러나 자리 잡으면 곧 연락 할끼라.
- 나한테 연락 안해도 되니까 만길씨나 잘살아.
- 그러수가 있나. 마 내가 이래 열심히 살라꼬 애쓰는 이유가 뭔데. 마 지영이 니랑 우리도 우붓하게 살아보고 싶어서 안그러나. 니는 와 그걸 모르노.
- 하하. 그러세요?
- 비웃지 말그라. 뭐 아니 비웃어도 좋다. 지금은 마 실컷 비웃그라. 하지만도 내도 생각이 있고 결심이 있는기라. 내가 인간다워지고 돈도 벌고 그라면 니도 생각이 달라지겄제. 안그렇나. 니가 내하고 천생에 원수진것도 아니고 마 그래도 니는 한 때 내 마누라가 아나었나.
- 하하하.
- 그래. 그래. 지금은 마 실컷 비웃그라. 하지만도 내가 성공한 다음에는 니 국물도 없는기라. 알았제? 그라믄 내는 간다.
- 잘가.
- 고맙데이.
- 만길씨.
- 부르지 말그라. 마 마음 약해진데이.

- 거짓말처럼 만길인 가버렸어. 끈덕지게 내 주위를 맴돌며 사람 애를 먹이더니 훌쩍 사라져 버린거야. 처음엔 믿어지지가 않았어. 저 흉악한 인간이 또 무슨 재주를 넘으려고 저러나 싶었는데 만길인 정말 어디론가 가버린거야. 그래 이제 잘 된 모양이지 싶었지. 이사도 했고 윤상도씨는 윤상도씨데로 조금씩 원기를 회복하고 일자릴 찾아 나섰고. 그래, 나한테도 오랜만에 희망이 생겼던거야.

제16화 그 여잘 만났단 말이야? 제18화 그 사람 돌려 보내세요.


(입력일 : 200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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