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본 정하연 연출 이규상
- 솔잎아, 나 모르겠니? 아 자니? 저런, 많이 아픈가 보구나. 어디 머리좀 만져보자. 아휴 열이 많구나. 아휴 뭘 먹어야지. 잘 먹지도 않고 그러니까 몸이 약해서 그런거야.
- 으아앙~
- 그래. 그래. 귀찮게 안할게. 깨지 마라. 푹 자. 솔잎아, 아줌마 있잖니 살았으면 꼭 너만한 애가 있었어. 아주 귀여웠을텐데. 그런데 죽었단다. 아줌만 아주 나쁜 사람이야. 그래서 죄를 빌러 여기 오는 거란다. 넌, 내말 이해가 안되겠지? 내 말을 알아 듣지도 못하고. 내가 돌봐줄게.
아줌마가 솔잎이 널 돌봐줄게. 아줌마가 솔잎이 엄마도 돼주고 좋지? 우리 약속하자. 아줌마 솔잎이 엄마하고, 솔잎인 아줌마 딸 되기로. 좋지? 그래. 그래. 자거라. 많이 아프지? 엄마가 물수건 줄까? 기다려.
- 그만 가봐야 겠어요.
- 아하하. 이거 번번히.
- 다음주일에 또 올게요.
- 꼭 와야 합니다.
- 네. 안녕히 계세요. 얘들아 아줌마 간다. 잘들 있어.
- 아니.
- 미스 민. 타요. 내가 데려다 줄게. 타라니까.
- 버스타고 가는게 편해요.
- 고집 피우지 말고.
- 그냥 가세요. 전 버스타고 갈거에요.
- 어서 타라니까.
- 어딜 갔다 오는 길이야.
- 왜, 내 뒤를 따라오셨죠?
- 이 금방에서 지영일 놓쳐 버렸지. 단념하고 돌아갈까 하다가 기다리다 보니까 지금까지 있게 됐어. 집이 이 근처인가?
- 아니요.
- 그럼.
- 친구 만나러 왔었어요.
- 음. 그래? 어느쪽으로 갈거야?
- 무교동이요.
- 무교동?
- 내가 어디로 갈거 같아요. 그럼. 이 시간에요. 어두워지기 시작한 이 시간에요. 내가 갈곳이 어딜거 같애요. 차 세워 주세요. 전 버스타고 가는게 아무래도 편하겠어요.
- 내가 지영이 감정을 건드렸나?
- 아니요.
- 화났구만.
- 화낼 이유가 있어야죠.
- 좋아. 버스 타는게 편하면 여기서 내려요.
- 고마워요.
- 어, 이 방이야. 실례합니다. 아가씨 데려 왔습니다.
- 어. 오냐.
- 5번 아가씨가 이쪽. 22번은 저쪽.
- 실례합니다. 엄마야.
- 22번 미스 최에요.
- 야. 너 이쁘다.
- 하하. 거짓말 부터 시작하기에요?
- 아참 이것봐라. 야, 술 따러. 앞에 아가씬.
- 아이...
- 야 만길아 임마. 왜 갑자기 꿀 먹은 벙어리 됐니?
- 아, 제가 따라 드릴게요. 잔 받으세요.
- 어 어 오냐. 오냐. 아가씬 몇 번 이야?
- 저 5번 이에요.
- 아 거 성 없어?
- 미스 리요.
- 야, 그 넌 들어오자 마자 왜 잔뜩 심통이 나있어? 응? 거 술맛 떨어지게.
- 아, 저 죄송합니다.
- 만길아, 쟤는 말이야. 이거다. 하하하하
- 아, 알았다.
- 알긴 뭘 알아?
- 별 손님 다 있거든요? 있잖아요. 아가씨들 들어오는게 맘에 안들면 곤란 하잖아요? 터놓고 나가라고 하기도 뭣하구요. 그래서 암호를 정하는거에요. 성냥갑을 들었다 놓는다던지 아니면 머리를 슬적 긁는다던지 그럼 퇴자란 뜻이죠. 아니에요?
- 아 요거요거 제법인데? 넌 말이야. 넌 요거다.
- 아하하. 코를 만지면 합격인가요? 응? 하하하.
- 자, 자, 만길아 내 잔 받어.
- 아 아니 저 가만있자. 내 저 화장실 좀 다녀올게.
- 아이 저 안내해 드릴게요.
- 아 괘안타. 앉아 있그라.
- 이쪽 이예요.
- 앉아 있으라 카이.
- 어머. 왜 화가 나셨죠?
- 어. 저 자식은 말이야 저게 특기야.
- 어서 나가세요. 어서요.
- 내놔.
- 뭘.
- 내 돈.
- 미쳤나. 무슨 니돈.
- 니 날 팔아먹었지.
- 가시나가.
- 도망칠 생각 마. 나 악 받쳤어.
- 아 이 가시나가 어딜 잡노.
- 개망신 당하기전에 내 돈 내 놔.
- 하. 기도 안차네.
- 야 이 자식아. 니 명보한테 날 팔아 먹었지. 그 빚 갚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줄 아나. 그건 좋다. 내 돈 저금 했던거 그거라도 내놔라.
- 마 알았다. 마 내 줄게.
- 지금 당장.
- 지금 당장 없다. 내일까지 줄테니께 이거 놔라.
- 널 뭘 믿고.
- 니 참말로 이거 못 놓겠나?
- 못 놔.
- 아니 이 가시나가 참말로.
- 아이 도둑이야!
- 아니 이게.
- 잡아줘요. 도둑이야!
- 미친년. 그 돈 무슨 수로 받을 거라고 매달려.
- 왜 못 받아내?
- 또 걸려들지나 말어.
- 신물이 나는게 난 정없어.
- 정없는데 왜 붙잡고 늘어져?
- 돈 받아야지. 신수가 괜찮아 뵈던데? 그 돈이 어떤 돈이라고.
- 눈가엔 시퍼렇게 멍이 들어가지곤.
- 다음에 만나면 파출소에 넘겨 버릴거야. 돈 못 받으면 감옥살이나 시킬거라구.
- 아직도 철이 덜 들었어. 세상 물정을 그렇게 몰라? 억울한일 당한거 그거 다 일일이 따지고 기억하다 너 미쳐. 미치기 싫으면은 억울한 일 얼른 얼른 잊어버리는거야. 정 억울하면 쌍욕 해주고 침 뱉어 버리고 그리고 돌아서서 웃는거야. 그래야 살어. 안 그러면 너 죽어. 이 미친년아. 내 말 아직도 모르겠어?
- 알았어. 내가 미쳤지. 만길이 그 자식 보는 순간 속에서 불덩어리 같은게 치밀어서. 참으려고 했어. 참을 수도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나오지 뭐야. 치사하게 그것도 정이라고. 정이라고 치사하게. 그래서 악을 썼던거야. 그것도 정이라고 남아서 눈물나는게 억울하고 치사해서 그래서 고래고래 악 쓴 거라구. 그래야 잊어먹지. 잊어 먹어야 살고. 언니, 나 말야 이 세상 원한 갖고 살고 싶지 않아. 원한 갖고 살고싶지 않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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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인생에 달관한 여자 ◀ ▶ 제11화 이러시는게 귀찮게 하는 거에요 (입력일 : 2007.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