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본 정하연 연출 이규상
- 아니, 아 밥 안 먹고 뭐하노?
- 가계부 안 적는겨?
- 가.. 가계부?
- 사람이란 계획성이 있어야 하는 깁니더. 이래 적어 놓으면 규모가 생기는 겁니더.
- 밥이나 묵그라.
- 만길씨. 저금통장 좀 내 보소.
- 왜?
- 저금통장에.
- 밥이나 묵으라 카이.
- 와 화를 냅니꺼?
- 반찬이 이게 뭐꼬? 아 꽁치 한마리도 없이 이게 뭐하고 먹나?
- 철도 없데이. 만길씨 묵고 싶은거 다 묵고 입고 싶은거 다 사입고 언제 저금하면서 독립하는교.
- 아이, 보그라 가시나야. 와 사노. 사는 목적이 뭐꼬?
- 그것도 말인교? 사람답게 살자하는게 아닌겨?
- 아이 그라니까 우찌 사는게 사람답게 사는기고? 아. 잘 묵고 잘 입고 그리 사는게 사람답게 사는 거 아니겄나? 아. 편안하게 놀고 먹는게 이상적인기라.
- 그라믄은 짐승이랑 다를게 뭐가 있는교. 돼지 보소. 하는 일 없이 꿀꿀 대고 묵고 자고 하니께 결국에 가면 고기값밖에 못 하는 기라예.
- 요즘 세상엔 고깃값만 해도 과분한 기라.
- 철도 없구마. 참말로 만길씨 그 생각 좀 뜯어 고치소.
- 니 참말로 밥 안 묵을끼가?
- 저금 통장이나 내 노소.
- 아이. 참말로.
- 맞춰볼 게 있어서 안 그라요.
- 나. 나중에 펴줄께.
- 와 그라는교? 만길씨 구린데가 있는교?
- 생사람 잡지 말그라. 아 구리다카이 사람 니 뭘로 보나. 밥이나 묵으라.
- 구역질 나서 안 그라요.
- 아니. 뭐라꼬?
- 입덧이라카데에.
- 뭐 뭐라켓노 니?
- 병원에 갔었슴니더.
- 아니 그라믄 니 아가 섰나?
- 그렇다 카데에.
- 아이구야 니.
- 그랑께 저금통장 내 보소.
- 반년동안 벌어들인거 꼬박꼬박 저금했응께 돈 백만원 안 넘겠는겨. 아도 태어나고 할낀게 계획을 세워야제. 직장도 옮겨야 할끼고.
- 니. 니 농담하는기가? 참말로 아가 섰나?
- 만길씨. 만길씨 아부지 된다카는데 기쁘지도 않은교?
- 기뻐? 미친소리 하지 말그라.
- 뭐라에?
- 내가
- 만길씨!
- 아. 우리 처지에 아가 뭔 소용이고?
- 벼락 맞제.
- 우째 그리 생각이 없는지 모르겠구마.
- 그런 말이 입에서 술술 나오는교? 니 아가 누구안데?
- 그걸 내가 우찌 아노?
- 엄~마야!
- 아 내가 머리가 탱탱 비었나? 아 내를 봉으로 아나 니?
- 만길씨. 만길씨 내하고 한 약속 거짓말이었는교? 내캉 결혼한다 안 했는교? 구멍가게 차릴 만큼만 술집나가고 발 끊자 안 했는교?
- 그라니께 하는 소리제. 졸도 뭣도 없는 주제에. 아만 나면 뭔 소용이고?
- 그런데 누구 안지 모른다카는 말은 뭔 소린교?
- 아. 사실이 안 그렇나?
- 이 아는 만길씨 압니더. 하늘을 두고 맹세 합니더. 만길씨 압니더. 참말로 만길씨 압니더. 내사 마 나쁜짓 했으면 당장 이 자리서 벼락을 맞을끼라 에.
- 알았다! 알았다 안카나. 병원 가그라.
- 만길씨!
- 안 가믄 니 내가 죽이쁘릴끼다. 팍 죽이쁘릴끼다.
어머에. 이게 우찌 된깁니꺼? 마른하늘에 천둥 오네에. 우찌 된깁니꺼. 어무이요. - 엠병할. 하루종일 흙 사리만 떨어지는 군. 경자야! 경자야.
- 에.
- 넌 또 왜 부어있니?
- 아이. 아입니더.
- 아직도 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리둥절 하냐?
- 아이. 아입니더.
- 너. 요즘 수상하드라.
- 뭐가에?
- 자주 토하던데?
- 지가에?
- 너 뭐 생긴거 아니야?
- 그런 말씀 마이소! 못 마시는 술 마시고 그런 겁니더.
- 내 눈은 못 속여. 10년동안 봐 온게 그런 꼴이야. 애 섰지 너? 아니야?
- 흑.
- 미친 년.
- 언니에. 지는 우찌 해야 좋은지 모르겠습니더.
- 맹꽁이 같이.
- 만길씨가요. 병원가라캅니더.
- 그럼 어떡할꺼야? 날꺼냐구.
- 나아 야지에.
- 나아? 나서. 나서 어떻할려구.
- 키워야지에.
- 키워? 하하하하. 참. 기가 막혀서.
- 내는 날 껍니더. 나서 훌륭하게 키울낍니더.
- 넋 빠진 소리 그만 하고 병원 가.
- 혼자가지 무서우면은 내가 같이 가 주마.
- 싫습니더. 내는 날 껍니더.
- 야! 7번! 니 내좀 보제.
- 와에?
- 따라오그라.
- 명보씨가 와 화를 내지에?
- 대그라!
- 뭘에?
- 가시나 니. 고운 말로 할때 대그라.
- 지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에.
- 야! 만길이 우데 갔노?
- 만길씨에?
- 우데 도망갔노 말이다.
- 지는 모르겠으에.
- 몰라? 어저께 여기서 나가서 헤어졌으네.
- 니 와그라노? 만길이하고 살는거 다 알고 있데이.
- 어젠 집에 안 들어 왔어에. 지하고 좀 싸웠어에.
- 이것들이 참말로. 니 좀 맞아야 겠나?
- 만길씨가 우찌 됐는디에?
- 이놈아가 수금한 돈 입금 안하고 행방을 감췄는기라.
- 뭐랄에?
- 자그만치 백만이 넘는다.
- 그럴리가 없는데에.
- 참말로 니도 만길이 우데 있는지 모르나?
- 예. 지는 몰라에.
- 그라믄 할 수 없제.
- 무슨 사정이 있을깁니다. 만길씨 그런 나쁜 사람이 아니라에.
- 시끄럽다 가시나야. 니가 대신 갚아라.
- 대신 갚다니에?
- 만길이가 수금해 갖고 도망친 돈 니가 갚으라 말이다.
- 어모.
- 니 도망치믄 알제? 그 돈 다 갚기 전엔 이 집에서 못 나간다. 알았제? 대답하그라.
- 알았심니더. 흑흑.
- 미친년. 그러게 내가 뭐래? 만길이 그 자식 조심하라고 했지?
- 믿어지지가 않습니더. 나는 에.
- 피 눈물 흘려 번 돈을 왜 그 놈한테 맡겨.
- 꼬박꼬박 저금한다 안했는교.
- 내가 나쁘지. 내가 그 자식 속셈을 빤히 들여다 보고 있었는데...
- 무슨 말 못한 사정이 있을낍니더. 만길씨 그래 나쁜 사람은 아닙니더.
- 듣기 싫어. 그만 울라니까.
- 언니에. 돈은 문제가 아입니더. 만길씨가 내 돈 모두 갖고 갔어도 그건 문제가 아닙니더. 명보씨 말대로 만길씨가 갖고 간 돈 다 갚어야 한데도 그건 문제가 이닙니더. 이 얼라를 어짭니꺼. 여기 여기서 우리 얼라가 무럭무럭 크고 있는 기라에. 이 얼라를 어쩌란 말입니꺼. 이 얼라는....
- 그 다리는 올라가지 않는 다리에요.
- 어머?
- 잊어버렸나 그걸?
- 아저씨!
- 아까부터 보고 있었는데 모르고 있었나?
- 언제 오셨습니까?
- 한 반년 됐나? 많이 변했구만.
- 아저씨에.
- 부산에 출장을 왔지. 혹시 아직 그 술집에 나가나 하고 찾아갔더니 아직 있다고 하더구만. 저녁때 가서 만나야 겠다 했는데 여기서 만났구만.
- 영도다리를 보고 있었으에. 저 다리가 하늘 위로 번쩍 올라가믄 아저씨 그 사람이 돌아올낍니더. 꼭 돌아올낍니더.
*제6화는 파일로 유실로 인하여 서비스가 불가능합니다. 죄송합니다.
제5화 이게 올바르게 사는거란 말인가? ◀ ▶ 제8화 앞으론 제발 지를 찾지 마세예 (입력일 : 2007.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