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본 정하연 연출 이규상
- 언니예. 민자 언니예. 이옷 어떻습니까.
- 너 변했다.
- 어울리는교.
- 좋구나.
- 저 3천원주고 산깁니다.
- 3천원?
- 저 리어카에다 싣고 다니면서 팔데예. 밝은 대낮에 보면 우스워도예. 여긴 불빛이 침침하고 불그레 하니까 3천원 짜린지 모를깁니다.
- 좋겠다.
- 언니예. 언니예. 만길씨하고 내하고는 약속을 했는기라예. 구멍가게 하나 낼 때까지 맞벌이 할 끼라요.
- 만길이?
- 예. 만길씨 하고요.
- 화장실 당번하던 녀석 말이냐?
- 웨이터가 됐다카데요.
- 체.
- 와 코웃음 치는교?
- 돼먹지 못한년.
- 예?
- 이 바닥이 어떤 바닥인데 발 데자마자 연애부터해?
- 그게 무슨 말인교?
- 정신차려 이것아.
- 이것저것 다 뺏기고 버리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 지는 이해가 안되네예.
- 만길이 녀석하고 손 끊으라고.
- 지는 만길씨 사랑합니더.
- 사랑? 하하하하하.
- 만길씨도 지를 사랑하고예.
- 사랑 좋은거지. 세상에서 제일 좋은게 사랑이란 놈이다.
- 맞습니더. 사랑 없이는 못사는 기라예.
- 시끄러워. 사랑? 하하하하하.
- 지영아.
- 경잡니더.
- 그래. 그래. 경자야. 니 내말 잊어먹으면 안된데이. 남자라고 생각하면 안되는기라. 어떤 머슴아가 아니라 마 막대기라고 생각하그라. 막대긴데 그냥 마 내버려두면 돈을 평펑 쏟아대는 막대기다 그래 생각하란 말이다. 알겠제?
- 잘 압니다.
- 자 그러면 명심하고 들어가 보그라.
- 알았습니다.
- 만길씨.
- 아니 와?
- 내하고 한 약속 까먹으면 안됩니더.
- 알았어.
- 엄마야.
- 왜 놀라나 아가씨.
- 또 오셨는교.
- 맞지. 아가씨가 맞지?
- 아닙니더.
- 왜 날 피할려고 하나.
- 피하는게 아니라예.
- 민지영. 그게 아가씨 이름 아닌가?
- 지는 이경잡니더.
- 앉아. 앉아서 얘기 좀 하자구.
- 아저씨. 아이 와 이라십니까. 이래 자주 만나면 어색합니다. 지는요. 아저씨를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갈데 없고 허기져서 쓰러질 판인데 아저씨가 밥 먹여주고 재워주고 안했습니까. 그라고 아저씨 같은 남자 믿지 말고 올바르게 살라고 안하셨습니까.
- 그래서 찾아오는게야.
- 지는 올바르게 살고 있습니다.
- 이게 올바르게 사는거란 말인가?
- 뭐가 어때서예?
- 미스 민. 내가 그날 밤.
- 아이 그 얘기는 그만 하이소예.
- 글쎄 내 얘길 들어보라니까. 난 어려서 무진 고생을 하면서 자랐어. 국민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내손으로 돈을 벌지 않으면 안됐어. 몇 번인가 나쁜길로 들어설뻔도 했어. 하지만 난 잘 견뎌냈어. 고학으로 중학교 고등학교 다 졸업하고 대학까지 들어갔어. 그렇기때문에 난 미스민을 이해할 수 있었던거야. 그래서 보호해 주고 싶었고. 영도다리에서 미스 민을 처음 봤을 때 난 어렸을 때 내 모습이 생각났어. 그런데 이런곳에 나와있다니.
- 아저씨. 지는요. 결심을 한게 있습니다. 제 결심만 좋으면 술집이라고 나쁜게 아닙니다. 여기도 직장이라예. 일하고 일하는 댓가로 돈을 버는 것이라예. 그런데 뭐가 나쁩니까?
- 정말로 순진하구만.
- 아저씨 그라지 말고 여긴 다신오지 마이소. 내 결심이 흔들립니더. 오지 마이소.
- 알았어.
- 실례합니다.
- 앉아. 손님으로서 명령하는게야.
- 명령이요? 지는 남의 명령 안듣습니더.
- 얼마 벌었노?
- 오늘은 한푼도 못 벌었는기라.
- 니 거짓말 하나?
- 거짓말 아니예.
- 딴 테이블 안들어갔나.
- 기분 나빠서 그냥 나와버렸는기라.
- 기분이 나빠?
- 미안합니더.
- 보그라. 내가 뭐라캤나. 인간이 아니라 막대기라고 생각하라 안했나.
- 그래 생각 했는기라.
- 아, 그런데 뭐가 기분나쁘단 말이고.
- 그런일이 있어예.
- 니 명심하그래. 오늘은 내 특별히 봐줄끼라. 하지만도 마 또 이런일이 있으면 마 그 땐 니꼴 안 볼끼라. 알았제?
- 알았어예. 열심히 돈 벌끼라.
- 자 불끄고 그만 자자. 아 불끄라카이 뭐하노?
- 예.
- 엄마야.
- 음. 얘기 좀 할까?
- 참말로 와이라는교. 아저씨.
- 내일이면 난 서울로 올라가요. 오늘밖에 시간이 없어.
- 그게 저하고 무슨 상관 있습니까.
- 미스 민, 내 꼭 할말이 있어요.
- 시간이 없어예. 5시까지 출근 안하면 벌금 물어예.
- 내가 대신 물어줄게.
- 안돼예. 벌금이 문제가 아니라 정신 자세가 중요한 깁니더. 직장 생활을 그리하면 못써예.
- 아이 저, 미스 민.
- 야, 너 일본 참새가 어떻게 우는지 아냐?
- 몰라요. 어떻게 울죠?
- 째끼노 짹짹짹짹. 째끼노 짹짹짹짹.
- 아하하하. 아유 재밌어.
- 근데 넌 처음보는 애다.
- 얜 여기 온지 며칠 안됐어요.
- 오. 야 너 봉잡았다.
- 중고품이 속 편하다는거 모르냐?
- 어. 말씀 잘하셨어요. 하하하하.
- 몇번이라고 했지?
- 7번예. 미스 리 입니더. 서투른점이 많습니더. 이해해 주이소.
- 얘가 왜이러나 이거 술 맛 떨어지게. 술이나 따라.
- 예.
- 야, 너 그 손님 잘 모셔라. 총각이니까.
- 그런 말씀 하시면 안돼예.
- 뭐라고?
- 멀쩡한 사모님 죽으라고 고사 지내느거나 마찬가집니더.
- 음하하하하하하. 고거 재법인데?
- 하하하하하.
- 만길씨.
- 와 먼저 안가고 있노?
- 뭐하러 택시값 배로 들입니까.
- 남의 이목이 안있나. 넘버씨가 눈치채면 쫓겨난데이.
- 보소 만길씨. 이것 좀 보소. 돈 벌기 쉽데예.
- 집어 넣거라.
- 만길씨가 갖고 있어요.
- 아하 집에가서 계산하제. 택시잡게 여기 서있거라. 영동~ 영동 갑시데이. 영동.
- 희망이 보이는기라. 이래 돈이 벌리면 희망이 보이는기라.
- 미스 민.
- 엄마야.
- 나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디로 나왔어.
- 뒷문이 또 있습니더.
- 이 겨우 만났구만. 자, 얘기좀 하지.
- 아이 안됍니다.
- 자꾸 이러면 나 화낼거야.
- 집에 가야 합니더.
- 얘기만 하자니까. 얌전히 얘기만 하는거야.
- 저 놔주이소. 선생님. 이 손.
- 오늘은 안돼.
- 안됍니다. 이손 노소. 안돼는 기라예.
김영식, 유민석, 나병옥, 안경진, 정경애, 김환진, 신성호,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제6화는 파일이 유실되어 서비스가 불가능합니다. 죄송합니다.
제4화 아가씨는 이런데 처음 나왔소? ◀ ▶ 제7화 와 사노. 사는 목적이 뭐꼬? (입력일 : 2007.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