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본 정하연 연출 이규상
- 와 와 때리는교.
- 아직도 모르겠어?
- 모 모르겠어예.
- 넌 맞아도 한참 맞아야 되겠다.
- 아 저 때리지 마이소.
- 참. 이게 영판 쑥맥이군. 너.
- 예?
- 저기 앉어.
- 예.
- 너 이름이 뭐냐.
- 지영입니더.
- 지영이?
- 외할배가 지어준깁니더.
- 경자라고 그래.
- 예?
- 앞으로 누가 니 이름을 물어보면은 경자라고 그래.
- 경자예?
- 성은 뭐야.
- 민 씹니더.
- 앞으론 미스리라고 그래.
- 미스리예.
- 이경자, 알겠냐?
- 와예?
- 그러는거다. 그러는 거니까 이경자라고 그래.
- 아 저 저기.
- 난 민자다.
- 저기 민자 언니예. 한가지 물어볼게 있습니더.
- 뭐.
- 저 여기가 술집이지예?
- 뭐야?
- 저 그랑께.
- 너 또 맞고 싶어?
- 아이 아입니다.
- 그럼 저쪽 구석에 얌전히 쳐박혀서 내가 시키는말 마음속으로 백번만 외워.
- 뭐라꼬예?
- 죽기 아니면 살기다.
- 예?
- 새로왔네?
- 예?
- 어딨었어?
- 집이예.
- 집? 너 순진하게 나온다.
- 참말입니더. 집에서예.
- 어 그러셔? 언니, 얘 신고 받았수?
- 내버려둬.
- 아니, 신고도 안받을거유?
- 내버려 두라니까.
- 어머머머. 왜 핏대유 핏대가.
- 뭐야?
- 기가 막혀서. 찍었어 쟤? 언니가?
- 썩을년. 정신상태가 그 모양 이니까 요 신세지.
- 언닌.
- 나야 어차피 썩어 문들어진 신세고.
- 안됐구랴.
- 고맙다. 걱정해줘서.
- 야, 5번하고 12번 나와.
- 넘버씨. 내가 다시 서울행 기차를 타야겠어?
- 타든지 말든지.
- 옛정.
- 옛정이 뭐.
- 옛정을 생각해서 사람 괄세 그만하라구. 테이블에 안 넣어 줄거면은 나오지 말라고 하든지.
- 누가 니 더러 나와달라고 사정하드나.
- 하하하하하. 나쁜 자식. 경자야, 경자 너 내꼴 똑똑히 봐둬. 똑똑히 봐두고 정신 차리라고. 알겠어? 정신차리고 돈, 돈벌어. 돈.
- 지영아.
- 만길씨.
- 나오라.
- 집에 가능교?
- 퍼뜩.
- 예.
- 들어가.
- 어딜예.
- 들어가라카이.
- 싫습니다.
- 너.
- 엄마야.
- 울고 짜고 악쓰면 알제? 니 나하고 못 사는기라. 알겠제. 엉? 니도 쫓겨나고 내도 이 집에서 쫓겨나는기라. 그라믄 니꼴 다시는 안본데이. 자자자 들어가그라. 자아.
- 왜그러고 섰소. 앉아요. 이런데 처음 나왔소?
- 예.
- 그런거 같구나.
- 아저씨. 도로 나가면 안되겠습니까.
- 맘대로 해요.
- 아, 죄송합니다.
- 가만.
- 예?
- 혹시 영도다리 기억 못하겠소?
- 영도다리요?
- 맞아. 며칠전에 만났었지. 영도다리에서. 여기서 만나다니. 아니 이게 어떻게 된거요.
- 아입니다.
- 지영이라고 했던가. 이름이.
- 아입니다. 지는 지영이가 아닙니다. 지는예 민 아니 이경자라예.
- 내가 사람을 잘못봤나.
- 기분 나쁜일이 있어서 나갈라카는 깁니다. 오해 마이소.
- 음.
- 실례합니더. 죄송합니다. 아저씨.
- 무릎꿇어. 무릎 못 꿇나 니.
- 싫다.
- 뭐라꼬?
- 싫다 안카나.
- 아니, 반항이가 니?
- 싫다.
- 니 반말 다했나?
- 인간 같지 않은거 와 반말 못하나. 니는 강아지 새끼 한테도 존대말 쓰나?
- 아니 이게.
- 와 때리노.
- 그래도 이게. 이 손 놓그라.
- 나가 니한테 와 맞노.
- 니 죽고 싶나. 으이?
- 이 세상에 죽고 싶은 사람이 어딨나. 살고 싶은게 내도 살아있는기라. 안그러면 벌써 바닷물에 퐁당 뛰어 들어가 죽어버렸제. 그란데 와 안죽는지 아나? 어무이하고 약속한거 때문이지. 동생들 키우고 아버지도 찾고 그래갖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라. 그런데 니는 뭐꼬. 나쁜자식 아니가. 니 날 팔아먹었제? 니는 인간도 아니고 개다. 아니 니는 개도 아니다. 니는 풀이다. 니는 풀도 아니다. 니는 돌멩인기라. 돌멩이도 좋은 돌멩이가 아니고 썩은 돌인기라. 그란데 내가 와 니한테 맞노. 니를 때려 죽여도 시원찮은데 와 니한테 맞노.
- 흠. 흐흐흐흐....
- 와 웃나. 내말이 우습게 들리나.
- 고거 귀엽네. 좋다. 마 안때리마.
- 맞지도 않을끼다.
- 좋다. 말도 트고 지내자.
- 존대말도 안할끼다
- 좋다. 좋다. 니 하고싶은데로 하그라. 하지만도.
- 하지만도 뭐꼬.
- 니 나하고 이거 하나만 약속하제이?
- 약속?
- 우리는.
- 우리가 아닌기라.
- 그래. 그래. 니캉 나캉은 인제 곧 결혼식 올리고 살아야 할게 아니겠나.
- 뭐라꼬.
- 내는 마음속으로 그래 작정하고 있었는기라.
- 니 참말이고. 만길씨.
- 하모하모. 그라니께 마 조그만 가게하나 얻을 때 까지만 맞벌이 하자 그 말 아니가.
- 니 참말이고.
- 아니 니 속고만 살았나.
- 니 참말이고. 참말이제?
- 아니 와 또 짜노 짜긴.
- 만길씨요. 미안합니더. 내는 그것도 모르고 앙탈을 부렸제. 사과 합니더. 아이 내는 와그랬노. 내가 미쳤제. 사과합니더 만길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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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자가용 타고 폼나게 살끼라. ◀ ▶ 제4화 이게 올바르게 사는거란 말인가? (입력일 : 2007.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