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본 정하연, 연출 이규상 세번째.
- 와이라는교. 모른다카이.
- 아니 니 까마귀 고기를 먹었노. 와 말길을 못 알아듣노.
- 아이 주인 아저씨한테 혼난다 안카요. 들어가 봐야 합니도.
- 치웠버리라 안카나. 내사 좋은 직장 얻어 줄게.
- 싫습니다.
- 아니 와.
- 나는 내 분수에 맞게 살아갈끼라.
- 지영아, 니는 이쁘다. 직사게 안 이쁘나. 그란데 와 고생하노.
- 그게 뭔 말인교?
- 이쁘게 생겨갖고 설렁탕 그릇이나 나르는게 이게 말이 안돼는기라. 미쳤제. 와 깍두기 국물을 치마에 묻히나 말이다. 자 따라오그라.
- 우떻노? 전망 좋제?
- 하이 바다가 보이네. 배도 보이고.
- 문 활짝 열그라. 바람이 시원하게 들어올끼다.
- 여기가 어딘교?
- 영도섬 아이가.
- 영도섬이라예.
- 지금사 비록 판잣집에 세들어 살지만도 두고 보그라. 일년만 지나면은 내도 자가용 타고 댕길끼라.
- 자가용이라예?
- 탄다. 내도 탄다. 자가용 타고 폼나게 살끼라.
- 보소 만길씨.
- 만길씨가 뭐꼬. 만길이라 해 삐리라.
- 그건 허황된 꿈입니더.
- 아니 뭔 꿈?
- 엉덩이에 뿔난 송아집니더. 만길씨 주제에 자가용이 뭔기요.
- 아니, 니 날 깔보나?
- 현실이 안그렇습니꼬.
- 현실? 니 깡통이고마.
- 뭐라예?
- 요령만 있으면 돈은 쉽게 벌리는기라. 선배하나가 있는기라. 이치가 뭐해서 돈버는줄 아나. 처음엔 화장실 당번이었지. 그래갖고 돈모아갖고 웨이터 안했나. 서비스가 기가 막혔지. 단골이 늘어나니께 지금은 자가용타고 수금 다니는기라. 일년 반 걸렸데이. 내는 그걸 일년으로 줄일 참이데이.
- 그게 무슨 소린교. 나는 모르겠네.
- 내만 믿으라. 된다. 우리도 잘 살수 있데이. 두고보라.
- 우리요.
- 지영아, 이 가시나야.
- 오메 오메 와이라는교.
- 니는 보물단지라. 내는 광복동에서 니를 봤을 때 앞길에 마 탁 티어 버린기라.
- 이거 놔. 놔.
- 지영아.
- 어무이, 죄송합니더. 우째 이래 됐는지 모르겠네예. 내는 모르겠네예. 하지만 너무 걱정 마이소. 아부지도 찾고 동생들도 내가 잘 키울낍니다. 그라고예 만길씨도 나쁜사람 같진 않아예. 하는짓은 그래 거칠어도 나쁜사람 같진 안아예. 내가 잡아줄깁니다. 허황된 꿈 버리고 이 세상 착실하게 살아가게 내가 만들낍니다. 그란데, 그란데 와 이리 눈물이 쏟아지는지 모르겠네예. 자꾸만 눈물이 쏟아지는지 모르겠어예.
- 보소. 잡니꼬.
- 으음.
- 눈 좀 떠보소. 앞으로 어찌 살지 이야기 서로 맞춰봐야 할게 아닌교. 계획을 세워갖고 알차게 살아야 안되겠습니꼬. 현실적으로 너무 높게 생각을 하고 살면 사람은 불행해집니더. 우리 아부지 보소. 희망이 컷능기라예. 그래갖고 시골에서 못살고 내빼버렸는기라예. 보소, 만길씨. 송충이 솔잎 먹고 살아가듯이 우리도 현실적으로 살아야 하는 깁니더.
- 이거 입어 보그라.
- 그게 뭔교?
- 옷 아니가. 원피스다.
- 어디서 났는교.
- 아 샀제.
- 얼마 주고예?
- 삼만원 주고 산기라.
- 사 삼만원이라예?
- 아니 와 놀라나?
- 삼만원이면 만길씨 미쳤는기라예. 삼만원씩 주고 왜 이 옷을 사오는교.
- 아 니 입으라꼬.
- 물러오소.
- 아니 와?
- 내는 안 입습니더. 쌀 한가마니를 우찌 몸에다 붙이고 다닙니꼬,
- 쌀 한가마니?
- 삼만원이면 쌀 한가마니도 넘지예.
- 멍충이 같은 소리 그만하고 퍼뜩 입어 보그라.
- 싫습니더.
- 입으라카면 입으라.
- 와 화를 내는교.
- 입으라카니 이놈의 가시나 확.
- 아니.
- 아 퍼뜩.
- 알았십니더.
- 여기가 어딘교?
- 마 차차 알게 될끼라.
- 뭐하는 집인교. 술집 아닌교.
- 닥치고 있그라. 아이고, 아이고 마 형님 나오시는교.
- 오야. 누고?
- 아하 저 아래 말씀드린.
- 그래?
- 어떻습니까.
- 이쁘고만.
- 맘에 드십니꼬?
- 오늘부터 일 보그라.
- 아유 고맙습니더 형님요.
- 가겠십니더.
- 아니 야야야. 니 미쳤나. 어딜 가노.
- 만길씨.
- 와?
- 가만 본께 나쁜 사람이네요. 갑니다.
- 아니 니 맞고 싶나.
- 노소.
- 니 참말로 이라면 맞는데이.
- 때리소. 차라리 때리소.
- 야, 야 지영아. 내 말 좀 들어보그라.
- 나하곤 상관 없는 사람입니다. 만길씨.
- 보그라. 내는 이러고 싶어서 이러겠나. 니하고 나하고 본떼 있게 살아보자카는 소리 아이가. 둘이 마음을 합쳐갖고 생활 터전을 잡아보자 그말이다. 내말 이해 안되나?
- 안되니더.
- 따라오라.
- 나쁜사람 입니더. 만길씬 나쁜사람 입니더.
- 여기 앉아 있그라.
- 어무이요. 만길씬 나쁜사람 입니다.
- 시끄러워. 시끄럽다니까.
- 네?
- 초저녁부터 왜 청승맞게 짜고 육갑이냐고.
- 누구십니꼬.
- 그 쪽에 앉어. 화투장이 헷갈려 정신 없으니까.
- 으흐흑...
- 시끄럽다니까. 이 기집애야. 야. 너 일로 와봐.
- 와예?
- 일어나서 내 앞으로 와봐.
- 예.
- 아프니?
- 예. 아픕니더.
- 액땜이다.
- 액땜이예?
- 한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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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지영 설렁탕집에 취직하다 ◀ ▶ 제4화 이런데 처음 나왔소? (입력일 : 2007.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