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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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바람때문이야
바람때문이야 - 제2화 지영 설렁탕집에 취직
바람때문이야
제2화 지영 설렁탕집에 취직
1979.04.02 방송
인생극장 바람때문이야는 정하연 극본 이규상 연출로 1979년 4월1일 제1화를 시작으로 1979년 4월 30일 제28화 마지막회 방송되었다.
극본 정하연 연출 이규상

- 어무이에. 많이 아프나. 어디가 아프나.
- 지...지영아.
- 따뜻하제. 어머이에. 숨을 못 쉬겠나?
- 지영아. 어무이 죽는다.
- 죽긴 와 죽노?
- 나는 죽는다. 나 죽거든...
- 하이.. 듣기 싫구마...
- 나 죽거든... 니 아부지 찾아 보그라.
- 아부지 꼴보 비기 싫다.
- 찾아 봐. 동생들 멕여야지.
- 어머이가 살면 안되나. 죽으면 안된다. 어머이 눈 뜨고 나 좀 보소. 어머이~
- 음...
- 어머이! 어머이여! 누부야. 우리 어머이 숨 안 쉰데이. 누부야. 어머이 죽었는갑다. 어머이요~

- 자라.
- 와?
- ..랑 데리고 큰 이모집에 가 살그라.
- 싫다.
- 내 말 들어야지.
- 싫다 안 카나.
- 어머이 말 못 들었나. 아부지 찾아 와야지.
- 어디가서 아버지 찾노. 우리 비기 싫어서 도망쳤는데 찾으면 뭐 할끼고.
- 그래도 찾아야지. 아버지니께.
- 참말로. 누부야. 떠날끼고?
- 그래.
- 어데?
- 부산갈란다.

- 이거 안 올라갑니까?
- 네?
- 다리 말입니다. 올라 갔다 내려 갔다 하는 거 아닙니까?
- 모르겠어에.
- 어렸을 땐데 6·25 났을때 바로 피난을 왔어요. 국민학교도 들어가기 전인데, 그 땐 영덕다리가 배가 지나갈 땐 하늘로 버쩍 올라갔어요. 며칠 배가 지나가고 말입니다. 아이. 아가씨 부산사람 아닙니까?
- 아니에 에.
- 어. 그래요?
- 지도 부산은 처음이라에.
- 난 그것도 모르고. 집에 어디요?
- 썬이네에?
- 썬?
- 아이. 담배요. 거북선이 아니고 썬이라고..
- 아~ 가만있자. 부산까지 온 김에 회라도 먹고 가야 할 게 아닌가. 어데 알아요?
- 횟집이에?
- 아하하... 이거 봐라. 부산이 처음이라고 했지. 자 어디가서 점심이나 먹읍시다.

- 자. 뭐 시켜요.
- 지는 국물있는 걸로 먹겠어에.
- 매운탕?
- 아무거나.
- 아 저. 매운탕 뭐 있소? 도미? 도미매운탕으로 해 주지. 하하.
- 와 웃는기요.
- 이상한 인연이군. 우리.
- 호호호.
- 자. 우리말야 밥 먹구 아무데나 같이 돌아다니는게 어때.
- 좋습니더.
- 오랜만에...
- 네?
- 해방이라. 완전한 해방이지. 해방. 하하하하.

- 들어 와. 어. 괜찮아.
- 여기가 어딥니꺼?
- 방이지. 아저씨 집인겨?
- 이런데 처음 들어와보나?
- 바닥이 푹신푹신 하네에.
- 카페트니까.
- 카.. 예?
- 카페트.
- 만져봐도 되겠습니꺼? 아유. 보들보들하네에. 이게 뭐라에? 카...
- 카페트.

*****

- 그래서?
- 신기했어. 포근하고. 난 방바닥에 엎드려서 볼을 비벼대고 별의별 꿈 다 꾸고 그러다가 그냥 잠이 들어 버렸어.
- 며칠동안 굶었었어..?
- 배고프다 잘 얻어먹고 스팀 잘 나오는 방에 누워서 행복한 공상하고 있자니 잠 잘 오드라. 근데 한참자다 꺠보니 그 사람이 없어.
- 널 내버려두고?
- 메모지 한 장 남겨두고. 돈 몇 천원하구.

밤새도록 정신없이 자고 있는 아가씨 모습을 바라봤어. 술이다 깼소. 허기졌던 내 소년시절이 생각나서. 남의 친절을 믿지 마시오. 특히, 나 같은 남자의 친절. 그래야 시집 잘 가요. 윤.

- 유치하게 나왔군.
- 나 말이지. 어쩌면 그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은 남의 친절인지도 몰라.

*****

- 자야~ 자야~
- 네~
- 가시나 니 정신 어디다 팔아 먹었나?
- 이 설렁탕하고 곰탕도 구분 몬하나?
- 압니더.
- 그란데 와 설렁탕 시킨거 곰탕 갔다 주고 곸탕 시킨거 설렁탕 갔다 주고 그라나.
- 그랬어에?
- 니 그만두그라.
- 아저씨에. 앞으로는 실수 안 할낍니다.
- 그릇이나 깨먹고. 가시나가 와 그리 맹하노. 자 일 보그라.
- 아. 예.
- 깍뚜기 하나 더 주소.
- 네.
- 보소! 보소!
- 에?
- 아이 니. 지영이제?
- 어머야.
- 아이 내 모르겠나? 만길이다.
- 만길씨.
- 아이 언제 부산왔노?
- 깍뚜기 갔고 올께에.

- 여기다.
- 퍼뜩 들어가야 되에.
- 일할 데가 거기밖에 없나? 괘안타. 우리가서 커피 한 잔 하자.
- 안돼에.
- 아하. 되게 겁 많네. 자 가자.
- 안돼에. 주인 아저씨가...
- 아하. 따라오그라.

- 마셔.
- 주인 아저씨가 무서운데...
- 니 얼마 받고 일하노?
- 와에?
- 월급 말이다. 얼마나 받노?
- 아직 안 정했어에.
- 아이. 그것도 안 정하고 일하나.
- 먹여주고 재워주는 것 만도 어딘데에?
- 미쳤구마. 사지가 멀쩡한데 무슨 잘 데 없겠나?
- 그만 들어가 볼랍니다.
- 아이 니 짐 많나?
- 그 식당에 잡혀있는 짐이 있나 말이다.
- 없습니다.
- 아이 뭐 그라믄 잘 됐다. 내랑 같이 가자
- 어딜에?
- 꼬라지를 보니께 마 월급도 안 주게 생겼는 기라. 내 좋은 일자리 구해 주께.
- 싫습니더.
- 니 와 부산 나왔나? 돈벌이 나온거 아이가? 그제? 맞제?
- 아입니다.
- 아이 그라믄?
- 아부지 찾으러 나왔는 기라에.
- 참. 니 아부니 도망쳤제?
- 아무이가 죽었슴니더. 그래...
- 마 하여간 내 따라오그라. 돈벌이도 시켜주고 니 아부지도 찾아 줄께네. 자 나가자.
- 안됩니더.
- 퍼뜩 일어나거라. 퍼뜩
- 안 되는데. 아저씨를 배반하믄 안 되는데.
- 아이 뭐 하노. 퍼뜩 따라 나오그라. 퍼뜩.

김영식, 유민석, 나병옥, 안경진, 육은옥, 이기전, 장광,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제1화 스물 한 살 민지영의 이력서 제3화 자가용 타고 폼나게 살끼라.


(입력일 : 2007.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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