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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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바람때문이야
바람때문이야 - 제1화 스물 한 살 민지영의 이력서
바람때문이야
제1화 스물 한 살 민지영의 이력서
1979.04.01 방송
인생극장 바람때문이야는 정하연 극본 이규상 연출로 1979년 4월1일 제1화를 시작으로 1979년 4월 30일 제28화 마지막회 방송되었다.
극본 정하연 연출 이규상

만길씨 뭔가 크게 착각하고 계셔. 어째서 착각이냐. 도대체 이 몸이 생선가게 좌판위에 놓인 도미나 고등어가 아닌 이상 손님의 손가락질 한 번에 내장을 드러내놓고 돈까스 잘라먹듯 할 순 없다 그거지. 다시 말해서 만길이 너 우리가 어렸을 때 논바닥에서 미꾸라지나 개구리를 잡아서 구워 먹고 삶아 먹고 하는 식으로 세상이 호락호락 하다고 생각하다간, 아니 서울 바닥이 천진난만하다고 생각하다간 큰 코 다친다 그 말이야. 나도 그래 세상사는 요령 쯤 어느 만큼 터특하셨고, 그러나 부산 남포동에서 우리가 처음 만났을때 처럼 하늘 보고 바다보고 두꺼비 파리잡아 먹는 식으로 내가 넘어갈 꺼라고 계속 생각하고 계시다면 그게 바로 만길이 너의 착각이라는 내 주장이셔!

- 변했구나 지영이 니.
- 변해?
- 변했제? 꼴도 변했고. 화장술도 변했고 마 사투리도 안 쓰고.
- 헤헤. 처음 서울 와선 사투리를 안 쓸려고 길을 잃어 먹어도 물어보지 않았어. 한 번은 시청앞에서 덕수궁이 어딘겨. 했다가 수상한 사람으로 몰릴 뻔 했거든? 그래. 잘 덴 구했어?
- 몬 구했다.
- 한심하시군.
- 잘 데가 없겠노? 뭐 아무대나 자빠져 자믄 되는 기지. 근데 니 뭐하노?
- 흐흠. 나.
- 꼬라지를 보니께 머 대층 짐작인 간다만도.
- 돈 좀 줘?
- 돈? 나도 있다.
- 그럼 또 만나. 만나지면.
- 그래 가그라. 언제고 또 만나겠제.

만길이. 그래 만길일 만난 거야. 부산에서 헤어진지 일년 반. 난 만길일 서울에서 다시 만났어.

- 하하. 바보같지? 나 설쳐대는 폼.
- 정신차려 이 기집애야. 덤벙대다가 내 꼴 되지 말고.
- 언니꼴? 어떤 게 언니꼴이지?
- 늙고 병든 개처럼 구박이나 받다가 죽기 싫으면은 돈 돈 벌어 돈.
- 아하. 언니 노래가락이 또 시작되는 구나.
- 연애하지 말고 무드잡지 말고 신세한탄 하지 말고 열심히 돈 돈 벌어라 돈.
- 그런 언니는?
- 그러니까 하는 얘기지.
- 언닌 바담풍해도 난 바담풍하면 안된단 말이지?
- 담배있니? 안돼지 넌. 야 누구 담배있으면 한 가치 던져라.

- 미쓰 리!
- 어느 미쓰 리?
- 또 끼네 저 음식찌꺼기 저.
- 저 아저씨 좀 봐.
- 27번.
- 언니. 담배 한 갑 얻어다 줄께~

- 나 혼자에요?
- 한 사람이야.
- 취미도 별나시군.
- 뭐?
- 이런데 혼자 오는 손님도 있나?
- 빨리 따라 와.

(똑똑똑)
- 실례합니다. 사장님.
- 흠. 출세시켜 주는 구만.
- 우리집 마스코틉니다.
- 처음 뵙겠습니다.
- 그럼 처음 뵙지 이게 두번째냐?
- 하하하. 취하셨군요.
- 이 집에서 취한 사람한테 술 안파냐?
- 하하. 재미보십시요.

- 앉어. 보고 섰지만 말고. 거기말고 내 앞에.
- 어디요?
- 우리 마주보고 앉아서 피차에 얼굴 좀 관찰해 보자.
- 좋죠.
- 국적을 밝혀 대포쏘기 전에.
- 미쓰 리에요. 27번이구요.
- 무슨 리야?
- 이지영이에요.
- 그거 진짜 이름이야?
- 호적초본 갖고 다녀야 하나요?
- 뭐야? 하하하하.
- 사장님?
- 난 사장 아니야.
- 선생님?
- 선생은 더욱 아니고.
- 아저씨.
- 왜?
- 술 드시라구요.
- 드셔야지. 어딜 가려고?
- 딴 아가씨 불러다 드릴께요.
- 앉아. 폭력쓰기 전에.
- 아저씨
- 앉아서 술 따라.
- 아저씨. 정신차리세요. 아저씨. 뺨떼기 서너번 맞기 전에요.

- 지영아!
- 흥. 벼락이나 맞아라.

- 안 자니?
- 자.
- 왜 안 자니?
- 잔다니까.
- 그 사람이지?
- 말시키지 마.
- 지겹게도 따라다니는군. 담배 어딨더라? 어디다 뒀니? 불 좀 킨다.
- 꺼.
- 왜 그래?
- 끄란 말야 불. 불 꺼. 불 끄란 말이야. 불.
- 못난 년. 울었구나.
- 그래. 울었어.
- 그래. 울어라. 울어.
- 나 말이야. 엄마 생각나서 운거야. 윤상도 그 자식때문에 운 게 아니야. 엄마 때문에 울었어. 우리 엄마. 차거운 땅 속에 혼자서 누워있는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생각나서 운거야. 언니. 나도 담배 하나 줘.
- 담배 마저 배우면 끝나는 거야.
- 난 안 끝나. 난 말이지 언니... 민자 언니. 난 결심하게 있다구. 돈. 언니 나 돈 벌거야. 오늘 낮에 로타리에서 만길이 만났어.
- 만길이
- 세상 천지가 다 변해도 그 자식은 안 변할거야.
- 만길이가 그 녀석 이름이니?
- 담배나 줘.
- 자.
- 콜록.. 콜록...

나요. 나쁜애 아니에요. 천방지축도 아니구요. 첫째 만길이 만난거 이게 불쾌하고 미치겠는 거에요. 또 하나 새로 옮긴 신촌 일터에까지 윤상도 그 사람이 찾아오고 이게 다 오늘 날 괴상하게 만든 원인들이죠. 옛날 얘기 좀 할까요? 아주 먼 옛날 얘기는 아니고. 스물 한 살 민지영의 이력서. 어저께까지 미쓰 윤이였구요. 오늘부터는 미쓰 리로 통하고요. 세 달전에도 미쓰 리로 통하던 민지영. 내 이력서 라구요.

부산에서 시외버스를 타로 울산쪽으로 가다가 중간 쯤이 내 고향이에요.


- 누부야! 누부야! 누부야 뭐하노?
- 기도한다. 어머니 살려 달라꼬.
- 어무이 죽는데이. 퍼뜩 가 보자.
- 뭐라꼬?
- 어머이가 누부 찾는다. 퍼뜩 가 보자.
- 가래가 끓나? 가래가 끓으면 죽는다카데.
- 퍼뜩 가 보자. 누부야. 퍼뜩!
- 가자이~

- 어머이에. 많이 아프나? 어머이~
- 와 그라노 어머이~


김영식, 유민석, 나병옥, 안경진, 육은옥, 이기전, 장광,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지영 설렁탕집에 취직


(입력일 : 200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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