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롯데삼강 제공입니다.
(광고)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서른한 번째로 마지막회.
(음악)
- 뭐예요?! 왜 때리는 거예요?!
- 이 어리석은 여자!!
- 뭐라구요?! 나보다 당신이 더 어리석은 사람이에요!!
- 그래. 당신의 안목으론, 당신의 사고방식으론 난 어리석은 사람이야!
아니, 누가 보더라도 난 어리석어!
- 왜 나를 탓해요?! 당신이 해놓은 게 뭐 있냔 말이에요?!
회사에서, 이 집에서 떠난다면 내일 아침부터 당신은 어떤 방법으로 살아가시겠어요?!
- 그래! 그 때문에 나와 우리 가정을 위해 당신은 그런 짓을 했단 말인가?!
- 솔직히 말하죠. 당신만을 위해서는 아니에요! 나를 위해서예요!!
- 그래, 그렇다고 합시다. 하지만 난 그전부터 생각을 해왔어. 이 기업이 도산한다면
난 기꺼이 우리 수위실의 수위 노인과 같이 맨손으로 돌아가리라, 맨손이 되어 다시 한 번
일어나고 말리라!
- 감상적인 얘기 마세요. 당신 나이는 서른이 넘었어요!
- 감상적인 얘기 아니야, 기업인으로서 멸망한 날 당신은 인간적으로서도 멸망시키고 말았어.
- 왜요?! 내가 부동산을 빼돌려 놓았다고 해서요?!
- 기업은 망해도 기업주는 살아남는다! 난 그 말을 증오해왔어! 배가 가라앉은 뒤 살아남은 선장이란 없었어.
- 왜 없어요?!! 많이 있어요!!
- 전쟁에서도 말인가?! 자기 배와 부하를 잃고 살아남은 선장이 있었나?!
- 그런 얘기 할 시간이 없어요! 며칠 피했다 오겠어요.
지금 당장 불려 다니고 조사를 받기 시작한다면 난 자살해버리든지 미쳐버릴 거예요! 흐윽!
-떠나시오.
-파산한 건 당신뿐이 아니란 걸 아세요. 나도 더 심해요!!
(음악)
(발자국 소리)
- 사장님?
- 아니, 미스 오?
- 사장님이 댁에서 나오시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사모님, 아까 떠나셨죠?
그분이세요?!
- 그렇소...
- 사장님?
- 왜 그래, 미스 오?
- 지금...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 모르겠소. 하지만, 자, 차에 올라요.
(차 문 여닫는 소리 및 차 달리는 소리)
- 미스 오.
- 네?
- 왜 오늘 아침 갑자기 돌아왔지?
- 사장님이 걱정이 돼서요.
- 내가?! 아하하하...
- 회사에서도 봤어요. 벌떼처럼 기자들이 에워싸고 있는데 사장님은 혼자셨어요.
아무도 곁에 없었어요.
- 일부러 그렇게 시킨 거야.
- 거짓말 마세요. 구경하는 직원 몇 명뿐이었어요. 그것이 사장님 회사의 직원들이었나요?
- 그 사람들 탓을 하지 말아요. 이젠 내 부하직원들이 아니야.
- 사장님, 그래요. 다 잊어버리세요. 그 사람들 생각하지 말아요.
- 미스 오, 어젯밤에 오지 않기를 잘했어.
- 왜요? 어젯밤 절 만났더라면 어쩌실 뻔했어요?
- 위험한 생각을 했었소.
- 어떻게요?
- 도피, 절박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런 도피.
(차 멈추는 소리)
- 왜, 왜 차를 세우세요, 사장님?!
- 내려요. 미스 오.
- 네?
- 혼자 가고 싶은 데가 있어. 미스 오, 내려.
- 안 돼요! 같이 가겠어요.
- 내리라니까. 미스 오. 여기까지 같이 왔으면 우린 됐어. 더 이상 갈 수 없어.
명령이야, 미스 오.
- 사장님!
- 제발 어서...!
- 같이 가기 싫으시다면 내리겠어요.
- 고마워... 미스 오.
(차문 여닫는 소리)
- 미스 오, 잘 가요. 안녕히...
- 사장님.
(차 달리는 소리)
- 사장님!
(음악)
(라디오 켜는 소리)
- (라디오 음성)관련 정보 일체를 압수당한 서진그룹은 어음부도가 이틀 사이에
300억 이상 연쇄 발생함에 따라 재기불능의 상태이며 탈세와 공금유출 등 회사 중역진들의
연관심증을 굳히고 본격수사에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라디오 끄는 소리)
- 아...
(음악)
- 아하하하하... 이것이 내 젊음의 보답이란 말인가. 난 이것을 위해 오늘까지
노력을 해가며 살아왔단 말인가?! 달리자...! 달려야 한다!!!
(음악)
(차 급정거하며 부딪치는 소리)
(음악)
(발자국 소리)
- 어떻습니까? 박사님.
- 네, 생각보단 상태가 양호합니다.
- 생명에는 결코 지장이 없겠죠?
- 안심하십쇼.
- 고맙습니다.
- 기적일 겁니다. 일백이 넘는 시속으로 질주하다가 일어난 추락사곤데 이 정도로 그치다니요.
- 하늘이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준 것이 아닐까요? 저... 환자와 얘기할 수 있습니까?
- 간단히 부탁합니다.
- 네.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
- 아버지!!
- 응? 아니, 너?!
- 어떻게 됐어요?! 방송 듣고 알았어요!! 아아...
- 안심해라. 위험하진 않으니까.
(흐느껴 우는 소리)
- 들어가자.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여보...!!
- 오...
- 저예요, 여보!!
- 당신... 돌아왔군...
(흐느껴 우는 소리)
- 당신, 뭐예요?!! 왜 그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하셨어요?!
- 얘, 이제 정신 차린 사람한테 야단을 치면 어떡하니...
(흐느껴 우는 소리)
- 아니에요!! 야단을 쳐야 해요!! 전 이분의 아내예요!! 흐흐흐흑!!!
- 당신...
(문 여닫는 소리)
- 사장님.
- 서 사장.
- 오... 두 사람...
- 밖에서 의사한테 얘기는 다 들었어. 정말 다행이네.
- 이런 꼴을 보여서 미안해. 난... 난 말일세.
- 여보, 지나간 일은 걱정 말아요. 잊어버리세요. 제가 이젠 나설게요.
당당히 조사를 받고 처리할 건 처리하고 정리를 해내겠어요.
- 아... 당신이...?
- 아버지, 이번엔 절 좀 도와주세요. 이제 전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 물론, 물론이다.
- 사모님, 그처럼 용기를 보여주시니 정말 고마워요.
- 누구신지...?
- 화가 오지연 씹니다.
- 아...?! 오지연 씨...
- 아니, 그럼 미스 오?
- 내가 고난에 처했을 때, 어떤 의미에선 내게 가장 많은 용기를 주었던 사람들이야. 아...
- 죄송해요. 여보.
- 하지만 당신이 돌아와 주어 기뻐요.
- 우린 다음에 다시 오죠. 환자가 좀 쉬어야 할 테고.
- 와주셔서 고마워요...
- 사장님.
- 잘 가요. 미스 오.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이 기자님, 어쩐지 눈물이 나오려고 해요.
- 괜찮아요. 미스 오, 이것이 우리들의 젊은 날이니까. 자!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나갑시다!!
바깥 거리로!!
(발자국 소리)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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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인생극장.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서른한 번째, 마지막회로
롯데삼강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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