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롯데삼강 제공입니다.
(광고)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서른 번째.
(음악)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 아, 이봐, 미스터 오.
- 네.
- 지금 사장실에 기자들이 몇 명이나 와 있나?
- 한 오십여 명 되는 것 같습니다.
- 방송에서도 온 것 같나?
- 네.
- 카메라를 가지고 텔레비전에서도 왔는데요.
- 서 사장은?
- 안에 계십니다.
- 참으로 유치한 기자회견이로군. 누구누구 참석했나? 사내간부는?
- 아무도 없습니다.
- 없어?!
- 네, 사장님 혼자십니다.
- 음, 이런 의지 없는 사람들이 있나. 부사장도 없어?!
- 네.
- 회장님께선 참석하시겠습니까?
- 내가?
- 네.
- 이 친구야, 거기 내가 가서 텔레비전에 얼굴을 비치란 말인가?!
- 알겠습니다.
- 난 나갈 테니까 오비서가 안에 들어가 봐.
- 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시작하지. 어?
- 아, 서 사장 좀 누가 불러와요. 다 모여 있다고 말이에요.
- 이거 우리 모이게 하고서 없어져버린 거 아니야?!
(문 여닫는 소리)
- 염려 마십쇼.
(발자국 소리)
- 여러분과의 마지막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자자, 조용히 합시다.
- 그러면 몇 마디 서 사장님께 질문을 하겠습니다. 서진그룹은 이로서 끝난 셈입니까?
- 기업에 있어서 부도가 의미하는 것은 그런 의미와 똑같습니다.
- 서진그룹은 지금 부도수표방지법 위반, 외환관리법 위반 외에도 탈세. 그리고 공금을 유출해서 개인부동산을
매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수사당국으로부터 통보나 조사를 받으신 일이 없습니까?
- 기업이라면 당연히 탈세와 외환관리법 위반, 개인부동산 등으로 인한 공금유출혐의를 조사받게 되겠죠.
- 그렇다면 그것들을 모두 부인하시는 겁니까?
- 저는 당연히 이 기업의 최고경영자로서 경찰에 입건될 것입니다. 구속이 될 런지도 모르죠.
그러나 탈세를 하거나 공금을 유출시켰다는 혐의는 결코 저한테 해당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 자신이 있으십니까?
- 물론입니다! 이 무능한 경영인은 오직 정당하게 원칙적인 방법에 의해 이 기업을 움직여왔습니다.
- 기업이 도산하게 된 원인을 어떻게 보십니까?
- 저는요, 이 요인을 외부에 돌리고 싶지 않습니다.
- 그럼 단순히 경영미숙이기 때문이란 말입니까? 기탄없이 얘기해 주십시오. 우리 사회에서는 외부의 작용이
절대적인 경우가 너무 많지 않습니까?
- 그런 변명을 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나타난 게 아닙니다.
- 그럼 하고 싶으신 얘기가 따로 있단 말인가요?
- 기업은 도산해도 기업주는 남는다는 우리사회의 기존관념으로서 저를 평가하지 마십쇼.
- 자신만만하신 것 같은데 에, 서 사장은 회사공금으로서 10억의 부동산을 도피시켜 놓지 않았습니까?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아니, 10억이라니...
- 뭐라구요? 제가 말입니까?
-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해볼까요? 지난 8일-.
- 그만두세요. 당신,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해요?
- 아니, 미스 오?!
- 지금은 기자 여러분의 시간이 아닙니다. 저분은 도산한 기업의 경영인으로서 자기의 얘기를 할 자격이 있어요.
- 그래요! 서 사장의 얘기를 들읍시다!
- 아, 좋아요!
- 그렇게 합시다!
- 그렇게 합시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음악)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응? 누구야?
- 그럴 줄 알았습니다. 멀리 가시지 않고 회사 내 구석진 곳에 계실 줄 알았습니다. 부사장님.
- 당신은 그... 이...
- 이경우라고 합니다! 신문 이름은 잘 아실 거고.
- 어느 신문이오?!
- 잘 아실 건데. 부사장님의 이종조카가 근무하는 신문사.
- 뭐?! 뭐, 뭐야?!
- 왜 놀라십니까?
(서류 꺼내는 소리)
- 이게 뭐야?
- 한번 보십쇼.
(종이 펼치는 소리)
- 음... 아니?! 이건...?!
- 생각나십니까?
- 이건 내, 내가 한 게 아니야!
- 그런가요? 아닌가요? 이 중간 중간 그어놓은 만년필 글씨가 부사장님께 아니란 말입니까?
- 아... 이건...!
- 확인을 받았습니다. 이 글씨는 분명히 부사장님 거라고 말입니다.
- 아... 누구한테서?
- 부사장님께서 가장 신뢰하시는 경리 상무.
- 아니, 그 사람... 아, 이봐요. 이걸 대체 어디서 났소?
-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부사장께서 자기가 재직하고 있는 회사의 기밀서류를 이렇게
한 장씩 빼돌린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 윽... 그 녀석이 말합디까?
- 천만에요! 그 이종조카 책상서랍 맨 아래편에서 오늘 아침 찾아냈습니다. 그 친구는 그동안 이걸
다른 통신사를 통해 은밀히 공개해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서 사장과 기자들 인터뷰 자리에 들어가서
서 사장에게 질문을 퍼붓고 있습니다! 잔인하지 않으십니까? 부사장님.
- 당신이 바라는 건 뭐요?
- 그보다 먼저 물읍시다. 부사장님이 노리는 건 뭡니까? 서 사장을 매장시키고 이 회사를 도산시킨 뒤
부사장이 얻는 건 무엇입니까?
- 아... 그건...아, 말하자면은...
- 서 사장을 경영진에서 쫓아낸 뒤 그 다음 자리에 앉아보겠다는 말인가요?
- 이보시요, 이경우 기자!
- 단념하십시오. 만약 그걸 이 자리에서 확답하지 않는다면 이 더러운 내막을 폭로시켜서
당신을 영원히 회복할 수 없게 매장해버리고 말겠소!
- 자, 우리 얘길 합시다. 얘길. 자, 이봐요.
- 단념할 거요? 단념하지 않을 거요? 그것만 대답을 해요.
- 단념하겠소.
(음악)
(발자국 소리)
- 사장님, 지금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 미스 오, 돌아가요.
- 얘기해주세요.
(발자국 소리)
- 얘기하지. 집에 가는 거요.
- 왜요?
- 내 집사람과 담판할 게 있어.
- 사장님.
- 안 돼, 비켜나요.
- 아.
(차 문 여닫는 소리 및 차 시동 켜고 달리는 소리)
(발자국 소리)
- 미스 오.
- 네.
- 아까 미스 오가 기자회견 장소에 들어가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 신문에서 보고 방송을 들었어요. 그래서 아침에 올라온 거예요.
- 또 뭐라고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 제가 아까 그 기자에게 소리친 거 후회하지 않아요.
- 다른 기자들이 미스 오와 서 사장과의 관계를 묻지 않던가요?
- 물었어요. 누구냐구요.
- 뭐라고 대답하셨는데요?
- 서 사장님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여자 화가라고 얘기했어요. 잘못됐나요?
- 아... 모르겠습니다.
(음악)
- (뉴스 음성)경찰은 부도가 발생함으로써 사실상 도산한 서진그룹에 대해 모종의 확증을 받고
이에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여닫는 소리)
- 이봐.
- 왜 그래요? 경찰에서 사람이 왔었나요?
- 당신 뭘 하고 있어?
- 백을 꾸리고 있어요.
- 뭐 하러?!
- 며칠 간 여길 떠나 있는 수밖에 없잖아요.
- 며칠 간? 좋소. 당신은 떠나 있는 게 좋아. 그런데 이봐. 왜 날 속였지?!
- 뭐가요?
- 나 몰래 돈을 빼내서 다른 짓을 했잖아!! 여보, 당신 그게 무슨 짓이라는 걸 대체 알고나 있는 거야?!
- 알고 있어요. 오늘날 이런 사태에 대비하려던 일이었어요. 보세요! 지금의 결과를.
- 이이익!! 여잇!!
- 아!!
(음악)
박웅, 유민석, 김정미, 안경진, 오세홍, 설영범, 이기전, 장광, 신성호, 서지원.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주제가 작사, 작곡, 노래, 서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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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인생극장.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서른 번째로 롯데삼강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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