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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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 제29화 회사를 기어코 망쳐버린 내 무능력…
달려오는 사람들
제29화 회사를 기어코 망쳐버린 내 무능력…
1980.03.29 방송
(음악)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롯데삼강 제공입니다.

(광고)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스물아홉 번째.

(음악)

(전화벨 소리)

(전화 수화기 드는 소리)

- 아, 여보세요?

- (전화 음성)난데, 서 사장 들어왔나?

- 아직... 안 오셨는데요.

- (전화 음성)어디 갔어?

- 모르겠어요.

- (전화 음성)연락도 없고?

- 네.

- (전화 음성)그럼 어미는 있나?

- 아니요. 안 들어오셨어요.

- (전화 음성)뭐야? 어딜 갔는데?

- 소식이 없으세요.

- (전화 음성)아하, 아니, 이 사람들이 지금 몇 신데 이 모양들이야! 세상이 끝난 건 아니잖아!

다른 데선 무슨 연락들이 있나?

- 전화만 빗발치듯이 몰려와요.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어요.

- (전화 음성)알았어요. 들어오는 대로 즉각 연락하라고 해요!

- 누구... 말씀인가요?

- (전화 음성)아무나!! 또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단 말이야!

(음악)

- 아... 크...아...

- 저, 선생님. 이제 고만 드시지요. 시간이 늦어서 돌아가야겠는데요?

- 돌아가다니, 벌써 간단 말입니까?

- 아이, 벌써가 아니라 11시도 넘었어요. 자, 손님도 너무 취하신 것 같습니다. 일어서세요.

- 그, 그래요... 크... 아...

- 아유, 원. 저런저런. 아까부터 고만 드시라고 그러니까.

- 괜찮아요. 염려 마세요.

- 아, 하루 벌어 하루 먹는 포장마찬데 더 팔았으면 저도 좋겠습니다만.

- 됐어요, 됐어. 귀찮게 주정할 생각은 없어요.

- 댁이 어느 쪽이신지... 차라도 잡아 드릴까요?

- 댁, 댁, 댁이라... ! 음아하하하하하하... 이봐요. 주인.

- 예.

- 아직도 불이 밝혀져 있는 저 빌딩들을 좀 봐요.

- 예, 그렇구만요.

- 저 사람들은 집에 가지 않고 지금까지 뭣들 하고 있을까?

- 일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일이 바빠 놓으니까.

- 일... 그래, 일들을 하겠지. 일을 하러... 저, 주인 돈 여기...

- 아, 아니, 예. 감사합니다.

- 어서 집에 돌아가요. 그리고 오늘밤 푹 쉬고 내일 다시 일하러 나오쇼.

- 예예.

- 안녕히 가시오, 주인.

- 예, 저, 손님. 어느 쪽으로 가세요?

- 어느... 쪽이냐구요?

(발자국 소리)

- 반드시... 반드시!

- 음, 쯧쯧쯧쯧. 젊은 양반이 심정이 잔뜩 괴로운 모양이로군. 쯧쯧쯧쯧.

(음악)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누구요?

- 나야.

- 어? 아니, 사장님!

- 이거 수위실이 너무 어둡군.

- 웬일이십니까? 이렇게 밤늦게?!

- 갈 데가 생각나지 않아서 말이요. 다시 여길 찾아 왔는데.

- 사장님, 여기 앉으세요. 제가 운전사한테 연락을 해드리겠습니다.

- 아아... 아니, 아니야. 이봐요.

- 예.

- 부탁이 하나 있소.

- 말씀하십쇼. 사장님.

- 아무한테도 연락하지 말고 날 오늘밤 내 방에서 좀 있게 해줘. 할 수 있소?

- 예. 하지만 사장님 방은 밤이 되면 추울 건데요.

- 아... 그까짓 거 상관없어. 저... 문 좀 열어줘요.

- 예, 그러시면-.

- 날 좀 부축해줘요.

- 예, 바짝 기대세요.

- 이, 미안하오. 정말.

- 별 말씀을. 술을 많이 드셨군요.

- 술을 먹은 게 아니라 회사를 기어코 망쳐버린 내 무능력 말이오.

(철문 여닫는 소리)

- 어쩌시겠습니까? 최선을 다하다가 이렇게 된 것을.

(발자국 소리)

- 고맙소. 그렇게 얘길 해주니. 만약 말이야. 이 회사 마지막 문을 닫아 버린다면 생활대책이 어떻게 서 있습니까?

- 그런 건 걱정 마십쇼. 포장마차라도 하죠, 뭐.

- 그래요? 포장마차? 나 지금 포장마차 집에서 혼자 한 잔 하고 오는 길인데-.

- 어어어엇! 층계를 조심하세요!

- 어이이잇... 여기가 몇 층이지?

- 안 되겠습니다. 사장님, 저한테 업히세요. 업고 갈게요.
- 아이, 날?

- 예.

- 저, 걱정 마시고. 자자짜자잣! 으으, 예! 됐습니다!

- 아하하하하!

- 보기 보담 가벼우시군요. 사장님.

- 그래? 그렇소. 몸무게를 달아보지 않은 지가 오래됐으니.

- 자, 오늘밤은 더 이상 고민하지 마시고 그냥 주무세요.

- 내일은-?

- 닥치면 또 해결됩니다.

(발자국 소리)

- 이상해.

- 예?! 아, 뭐가 말씀입니까?

- 나만을 위하고, 회사만을 위해서 살아온 것처럼 보이는데 그, 회사간부들 말이오.

- 그분들이 뭐 어쨌나요?

- 그 사람들보다도 수위실 같은 데 와야 더 진실한 정을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오.

난 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음악)

(발자국 소리)

- 여기예요. 아버지.

- 아니, 너. 어디 있다가 아침에야 연락을 해온 거냐?

- 친구 집에서 잤어요.

- 친구 집이라고?! 야 좀 앉자. 아.

- 어젯밤 집에 들어가야 찾는 사람 때문에 앉아 배기지도 못할 건데 뭐 하러 들어간단 말이에요. 애 아빠도 안 들어왔잖아요.

- 그걸 어떻게 아니?

- 밤늦게 전화해 봤어요.

- 회사는 결단이 나고, 내외간은 모두 집을 나가 있고. 서로 한마디 상의나

위로도 없이 말이다.

- 새삼스럽게 상의는 이제 와서 무슨 상의예요.

- 새삼스럽다니!

- 이제 와서 그런 말씀 우스워요. 따지고 보면 아버지 책임도 커요.

- 뭐야?

- 아버지는 아버지의 자리를 적당히 유지하기 위해서 나를 그이와 결혼시켰고 또 우리 부부의 불편했던 관계도 그냥 묵인해오신 거 아니에요?

- 어허, 이 큰일 날 소릴 하는구나! 너 기껏 아비에게 한다는 얘기가 그 정도냐?

- 그렇지 않으면 뭐예요? 아버지가 회사 일에 도움을 주신 게 뭐 있어요? 회사 일보다도

아버지 개인 일에 힘쓰셨고 회사 돈으로 아버지 허세 부리는 데 더 신경을 쓰셨잖아요?

아, 게다가 또 부동산을 빼돌리려하는 건 아버지가 절 충동질 시키신 거구요?!

- 아니, 너?! 누가 듣지 않니?

- 이제 들으면 뭐해요. 회사는 끝장이 났는데.

- 그래, 하긴 그렇다. 들어도 상관없어. 오늘이나 내일쯤, 아무리 늦어도 며칠 내로 신문에 나고 말 테니까.

- 네?

- 그것 때문에 어제부터 널 찾았단 말이야.

- 뭔데요?!

- 경찰에서 조사가 시작될 것 같다.

- 뭐라구요?!

- 누군가가 이 일을 검찰에 투서했어.

- 누가? 누구가요?!

- 알 수 없다.

- 아... 그럼 어떻게 되죠?

- 공금횡령과 똑같은 거지. 흠... 그러니 말이다. 일단 수사가 시작될 건 확실한 건데 그 부동산의 명의는 니 거고 니가 앞에 나서서 일을 한 만큼

서 사장이나 나와 관련을 시키면은 더 사건이 복잡해진다.

- 알겠어요. 어떠한 경우에도 아버지는 명예를 지키고 싶단 거죠?

- 그렇다.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사장 안에 계시오?

- 네, 말씀 드릴게요. 잠깐만요.

- 아니요. 실례하겠소.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서 사장.

- 오? 자네.

- 뭘 하고 있나?

- 내 방을 정리하고 있네.

- 그것보다 말일세. 연락들 안 받았어?

- 무슨 연락?

- 국내외 각 신문사에서 오늘 아침에 합동으로 여기 몰려올 거라는 거 말이야.

- 오? 그거 말인가?

- 알고 있었군.

-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더군. 난 본래 기자인터뷰는 잘 응하지 않았네만.

- 이 마당에 구질구질한 그 질문들을 모조리 받아보고 싶단 말인가. 그래서 어릿광대처럼

구경거리가 되고 싶단 말인가?!

-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겠나?

- 제만사하고 며칠간 만 어디로 가 있게. 난 신문기자니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네만. 자네같이 이런 상황에서 기자인터뷰는 절대적으로 불리해.

- 피하란 말이군.

- 피해. 얼른! 곧 몰려들 올 테니까.

- 해보겠네. 처음이자 마지막인 이 실패한 인생의 고백을 그 사람들한테 해보겠어!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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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인생극장.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스물아홉 번째로 롯데삼강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1.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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