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 제26화 내가 손을 들어 신호하면 그 순간…
달려오는 사람들
제26화 내가 손을 들어 신호하면 그 순간…
1980.03.26 방송
(음악)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롯데삼강 제공입니다.

(광고)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스물여섯 번째.

(음악)

- 얘, 밤이 늦었는데 자렴.

(파도 소리)

- 엄만 먼저 주무세요. 난 이 책 좀 더 보고요.

- 너 그런데 혹시 무슨 일 있어서 내려온 건 아니지?

- 아니에요. 왜 그걸 자꾸 물으세요?

- 아니, 때도 아닌데 갑자기 내려오니 그렇지.

- 나, 오는 거 싫어요, 엄마?

- 얘는, 미쳤니? 우리 두 식구밖에 없는데 어미 따로, 자식 따로. 그게 좋아?

- 그러니까 내려왔잖아.

- 넌 그 화실 때문에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는데 그게 궁금해서 그러는 거 아니냐.

- 화실 지키는 애가 있잖아요. 그리고 내가 없어도 당분간은 별 지장이 없어요.

- 그럼 언제 올라가련?

- 아,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 그게 무슨 말이냐?! 애들도 아닌데.

- 엄마.

- 그래.

- 혼자 있다는 게 갑자기 무서워졌어요. 그래서 내려온 것뿐이에요.

- 왜?

- 아...

- 무슨 좋지 않은 일이 있은 거로구나, 너.

- 아니에요. 그런 걱정은 마세요. 좋지 않은 일이 될까봐 그게 두려워서 내려온 거예요.

- 난 무슨 일인지 당최 알 수가 없구나. 좌우간 어미 곁에 와줘서 고맙다. 자거라.

- 엄마.

- 왜?

- 지금 바닷물이 들어와요? 빠지는 거예요?

- 밀물이야, 소리를 들으면 모르겠니?

- 으응. 잘 자요. 엄마.

(파도 소리)

(음악)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어, 들어와요. 정 상무.

- 네.

-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부사장님.

- 정 상무, 지금 상태는 어때?

- 전혀 예측할 수 없습니다. 구걸하다시피 해서 각 은행에 손을 벌리고 있는데-.

- 어느 한쪽만 손을 들어도 끝이라는 말인가?

- 네.

- 어음은 계속 들어오고 있나?

- 그렇습니다. 몇 억씩, 매일 돌아오니 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 바닥난 회사에서 웬 어음을 그렇게 발행했지?

- 운영을 마비시킬 순 없지 않습니까? 최근의 일로는 기념행사 때 발행한 어음도 있습니다.

- 음, 그러니까 그 기념행사도 위기를 더 가중시킨 결과밖에 안 되겠군.

- 그렇습니다.

- 정 상무.

- 네.

- 상황은 내가 예견했던 대로 될 거야.

- 그렇습니까?

- 자네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 시기는 언제쯤이 됩니까?

- 시기? 으흐흐흐흠... 내가 손을 들어 신호하면 그 순간이 곧 서진그룹의 마지막 순간이지.

- 어떻게 말입니까?

- 아, 물론 정 상무 자네 역할도 비중이 컸어. 아니야, 비중 정도가 아니라 절대적이었어.

-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못 알아듣겠는데요.

- 아, 그것보다도 서진철강과 새로 짓고 있는 공장에 대해서 자넨 좀 더 머리를 써줘.

다른 방계기업과 자넨 곧 무관한 입장이 될 거니까 말이야.

- 자신 있으십니까? 부사장님.

- 이미 서진은 외환관리법, 탈세 걸리게 돼있어. 게다가 또 하나 결정적인 것은... 자네야.

- 저라뇨?

- 사장은 회사공금을 빼돌렸단 말이야. 부인 명의로 10억!

- 그걸 이용하실 셈입니까?!

- 이용해야지, 아암. 그건 절대적인 거야.

- 그렇지만 그럴 경우 저도...

- 상관없어! 사선의 원칙 같은 건 이 경우에 해당이 되지 않아. 문제는 최고경영인 한 사람에

집중되기 마련이니까.

(음악)

- 어딜 가신다더니 안 가셨네요?

- 어, 갈까 했는데 너무 성급한 판단인 거 같다.

- 그럼 아버지의 생각이 잘못되셨다는 말인가요?

- 그래. 서 사장이 뒤에 감추어둔 여자가 한 사람 있을 거라는 심증은 가지마는

그 오지연이라는 여자화가라는 확증은 없어.

- 그 외에는 의심해볼 만한 데가 없잖아요.

- 그건 그래. 그러나 서 사장은 말이다. 상당히 용의주도한 편이거든.

- 그렇지도 않아요. 용의주도한 사람이 회사 꼴을 이렇게 만들겠어요?!

- 얘.

- 네.

- 난 너와 생각이 좀 다르다.

- 뭐가요?

- 난 만약 회사가 도산할 경우, 어쩌면 너의 가정도 도산할지 모른다는 염려를 해왔어.

- 그런 건 아버지가 걱정하실 일이 못돼요.

- 왜? 난 너의 아비야. 같은 남자로서 난 그런 예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 어떻게 되든 난 각오를 하고 있어요.

- 너희 부부가 비정상이라는 건 결혼 직후 드러났지. 아마 서 사장이 사업 때문에 골몰하지

않았더라면 진즉 너의 가정은 파탄이 왔을 거야.

- 그래, 그 책임이 모두 나한테 있다는 건가요?!

- 그건 아니다. 남자에게도 그 결정적 원인이 있으니까.

- 그 여자가 누군지 그걸 우선 밝혀야 돼요!

- 난 말이다. 서 사장의 속셈을 알고 싶단 말이야.

- 무슨... 속셈이... 또 있단 말이에요?!

- 있을 수 있어. 우리가 뒤늦게 부동산을 확보해두었는데 서 사장도 여태 그런 데 착안하지 않을 리가 없지.

- 뭐예요?!

- 더구나 배후에 여자가 있다고 할 때 그 확률은 더욱 커지지 않겠니? 난 그 증거를 확인하고 싶은 거야.

- 설마...?!

- 서 사장은 그래서 우리 몰래, 좀 더 일찍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를 제외하고서 말이야.

- 그럴 가능이 있을까요?

- 있지.

- 평소에 너와 나에 대한 태도를 미루어볼 때, 그럴 수가 충분히 있다.

(음악)

(전화벨 소리 및 전화 수화기 드는 소리)

- 네, 비서실입니다. 안 계십니다. 네네.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회장님 계시나?

- 외출하셨습니다.

- 행선지는?

- 밝히지 않으셨는데요.

- 부사장은?

- 역시 외출하셨습니다.

- 어디에?!

- 각 은행이라고만 밝히셨습니다.

- 경리 상무 있나 봐.

- 안 계세요. 부사장님하고 같이 나가셨습니다.

- 그래? 기획실장이나 관리 상무는?

- 모두 외출보고가 들어와 있는데요.

- 그래? 모두 나가고 없어? 나 혼자뿐인가. 공장조사는 아직 다른 소식이 없지?

- 네, 그대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예요.

- 흐흠, 난 그럼 가볼 데가 없군. 아무나 오는 대로 연락해줘.

- 네.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매일 오시던 사모님이 오늘은 안 오시는군. 에휴... 회사가 시시각각으로 텅 비는 것 같애.

- 그래요.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 어떻게 돌아가긴, 곧 잘되겠지 뭐.

(음악)

(파도 소리)

- 고모!

- 응, 학교 갔다 왔니?

- 응, 지금 오는 길이야.

- 먹을 거 줄까? 자, 과자 먹어봐.

- 고모 먹어. 오늘은 그림 많이 그렸어?

- 어? 이게 뭐야?

- 왜?

- 이건 사람 얼굴 아니야?

- 그래. 왜?

- 이상하다...

- 뭐가 이상하니?

- 바다 그림 그리는 줄 알았더니 사람 얼굴을 그리네.

- 으흠, 그러면 안 되니?

- 그래도 돼? 바다를 보고 있으면서 다른 그림을 그리면 이상하잖아.

- 으흐흠, 얘도 참. 그림을 그럴 수도 있어.

- 그래? 그런데 이 사람 누구야? 남잔데. 그렇지?!

- 그래, 으흠.

- 누구야?

- 음... 고모가 그림 그리고 싶은 사람.

- 이히힛, 우리 선생님 같다.

- 아하하하, 선생님이 이렇게 생기셨어?!

- 음, 그런 것 같애.

- 어허하하하하.

- 얘, 지연아! 얘.

- 할머니 오셔, 고모.

- 으응?

- 얘, 손님 오셨다.

- 네에?!

(음악)

박웅, 유민석, 김정미, 안경진, 설영범, 유근옥, 김환진, 이기전, 전기병, 홍경화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주제가 작사 작곡 서유석. 노래 서유석, 김형균과 메아리입니다.

(광고)

(음악)

인생극장.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스물여섯 번째로

롯데삼강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12.20)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