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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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 제24화 이 바다를 그린 그림이…
달려오는 사람들
제24화 이 바다를 그린 그림이…
1980.03.24 방송
(음악)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롯데삼강 제공입니다.

(광고)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스물네 번째.

(음악)

(전화벨 소리 및 전화 수화기 드는 소리)

- 네, 비서실입니다. 사장님은 외출중이십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발자국 소리)

- 이봐, 미스터 오. 사장 오늘 스케줄 어떻게 되나?

- 네, 은행에 가셔야 합니다. 약속이 돼있습니다.

- 은행? 은행에 간들 뾰족한 결론이 없잖아. 재무부 쪽에서 브레이크를 걸고 있는데.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어, 서 사장 은행에 간다고?

- 네.

- 그 은행에 300을 빚지고 있는데 거기서 더 내놓으려고 그러겠어?

- 단자회사엔 500이 빚입니다.

- 그렇지만 융자서류를 넣은 지가 벌써 언제야?

- 은행에서 조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 무슨 조건?

- 그 은행 관리 기업체 하나를 인수해달라는 겁니다.

- 미쳤군! 지금 우리 회사도 허덕허덕 하는 판국에 그따위 골칫덩어리 같은 회사를

하나 더 늘리겠다구?!

- 그동안 저도 도저히 불가능한 발상이라서 누구에게 입 밖에도 꺼내지도 않았습니다만.

- 그 인수해가라는 데가 어디야?

- 신화피혁입니다.

- 망한 지 5년도 더 된 회사 아닌가?

- 그렇습니다. 자본금도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부실기업 중에서도 부실기업입니다.

조업률도 40% 미만입니다.

- 아니, 세상에 그런 줄 뻔히 알면서도 은행 융자 몇 푼 때문에 그런 걸 떠 맡으려고 해?!

- 그런 편법 아니고서는 은행 융자는 이젠 불가능합니다. 오늘 가서 최종적으로 한 번 더 협의해보겠습니다.

- 공장 매각의 지름길은 놔두고 혹을 떼려다가 하나 더 붙이는 방법을 택하는군.

(음악)

(쇠문 여닫는 소리)

- 어서 오세요.

- 안녕.

- 네, 이 기자님.

- 혼자 있군. 오늘은 이 화실이 한가하군.

- 항상 한가할 때 오시니까 그렇잖아요?

- 아니야, 오늘은 더 그런 것 같은데?

- 가만 있자. 아하, 그러고 보니 저기 있던 그 초상화 캔버스도

없어지고. 그러니까 더 한가하게 보였군.

- 하하, 네. 정말 그런가 봐요. 그렇지만 당분간 더 한가해질 거예요.

- 당분간 더 한가해지다니, 왜?

- 모르세요?

- 뭘 말이야?

- 어머, 시치미를 떼셔?!

- 시치미를 떼다니, 뭘 말이야?

- 모르세요? 정말?

- 이런 답답할 데가 있나. 무슨 얘길 하는 거야, 지금?

- 그럼 언니가 연락을 안 하셨어요?

- 무슨 연락?

- 어머머, 언니도 이상하시네?

- 언니 어디 가셨지? 또 몸이 안 좋으시나?

- 아이 참!

(음악)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아, 은행장님.

- 어, 서 사장.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회의가 많아서.

- 바쁘신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서진무역 요즘 수출 상태는 어떻습니까?

- 순조롭습니다.

- 거짓말 말아요. 건축자재 수출금지가 몇 개월짼데 순조롭단 말입니까?

- 아니, 그럼 순조롭지 않다고 얘기해야 됩니까?

- 아하하, 서 사장. 좋소. 어디 요즘 실정을 까놓고 한번 들어봅시다.

- 건축자재가 묶이긴 했지만 아직 수출 목표를 수정하진 않았습니다.

- 그건 잘 알고 있어요. 서진은 전체 수출고의 70%가 건축자재였는데

그것이 묶여버린 지금에도 수출 목표를 수정하지 않으니 그 비결이 뭡니까?

- 잡화류나 전자제품으로는 수출 실적을 올릴 수가 없고 중화학제품을 개발하려 합니다.

- 으흠, 그거 좋은 아이디어요.

- 하지만 그건 물건이 없어 선수금을 줘야 하니까 자금이 막대하게 필요합니다.

- 얼마나?

- 1억불 실적을 올리자면 500억이 필요합니다.

- 당신네 회사에 공장 건설만도 300억이 들어갔고 단자회사에도 차익금이 500이라는데

아, 어떡하려고 500을 더 빚지겠단 말이오?!

- 어렵습니까.

- 같은 얘기를 되풀이하는데 전번에 얘기했던 우리의 조건, 재고해 보셨습니까?

- 네, 그 용건입니다. 그 도산한 신화피혁을 우리가 인수하겠습니다.

- 그래요? 아니, 자신이 있으신가요?

- 지금에 와서 물러날 순 없지 않습니까?

- 음, 그렇다면 조건이 하나 더 있는데.

- 하나... 더라뇨?

- 작은 전자회사가 마땅한 게 있는데.

- 아니, 그걸 하나 더 인수해가란 말입니까?

- 그렇소.

- 아, 전번하고는 얘기다 다르지 않습니까?!

- 너무 기간이 지났지 않습니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요.

- 으흠...

(음악)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으흠... 가만있자... 이 방에서 뭔가 본 것 같았는데. 옳지, 여기 있구만.

음, 이 바다를 그린 그림이...

(발자국 소리 및 전화기 버튼 누르는 소리)

- (전화 음성)네.

- 미스 리, 이 방에 잠깐 들어와 봐. 사장실이야.

- (전화 음성)네.

- 분명히 이거 같은데...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부르셨어요, 회장님?

- 어, 이걸 보라구. 미스 리. 이 그림말이야. 여기 붙은 지 얼마 안 되지?

- 네, 날짜는 생각 안 나지만.

- 그런데 말이야. 이 그림에, 여기 작가 이니셜을 좀 봐. 내가 얼핏 생각나서 보러

들어온 건데. 여기 읽어보라고.

- 연 자 아니에요?

- 그래. 흐려 써놓았지만은 분명히 연 자야.

- 네, 연이 확실한데요?

- 그 서 사장한테 전화가 자주 온다는 여자 이름이 뭐였지?

- 오지연.

- 그래, 공통점이 있어. 끝 자가 연이란 말이야.

- 그러고 보니까...

- 좀 짚이는 게 있나?

- 언젠가 비서실에 한 번 온 일도 있어요.

- 그래?

- 하지만 그림 때문에 단순한 전화가 아니었을까요?

- 글쎄... 가봐.

- 네.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내 직감으론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음악)

(차소리)

- 『전 어른에서 갑자기 어린애로 바뀌어 진 것 같은 느낌이에요.

며칠 전만 해도 전 가장 이성이 명확한 여자처럼, 가장 현실적이고

살아가는 데 자신이 있는 여자처럼 생각했어요. 그런데 웬일일까요?

어떤 날, 거리에서 일어났던 작은 사건 이후, 난 차츰 자신이 약해져

가는 걸 깨달았어요. 인생이 어떤 시기에 있어선 이성이라거나 냉정한 분별력 따위가

통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전 그것이 가장 두렵고 슬프답니다.』

(차 달리는 소리 및 차 경적 소리)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음...

- 『대학을 졸업하고 성숙한 한 여자가 이렇게 방황의 시각을 갖는다는 게 참 우습군요.

그렇지만 전 점점 자신이 두려워지는 걸 어떻게 할 수 없었어요. 이건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여행이 아니라 제 자신으로부터의 도피예요. 이 기자님, 당분간 뵐 수 없을 거예요. 이 편지

읽으신 다음에 버려주세요. 이런 글이 남는다는 것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아요.

왜 이런 변명을 남기고 떠나는지 저도 모르겠군요.』

(종이 넘기는 소리)

- 이경우 기자! 이봐, 이경우 기자!

- 아, 네!

- 거 무슨 편지야? 뭘 그렇게 정신없이 읽고 있나?

- 아, 아닙니다.

- 연애편지야?

- 아닙니다.

(종이 꾸기는 소리)

- 꾸겨버리긴, 사람. 이거 봐, 서진에 또 문제가 생겼어.

- 뭡니까?

(음악)

박웅, 유민석, 김규식, 안경진, 오세홍, 이기전, 양미학, 신성호, 전기병.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주제가 작사 작곡 서유석.

노래 서유석, 김형균과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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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극장.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스물네 번째로 롯데삼강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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