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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 제23화 난 몰락하고 있는 사람이야
달려오는 사람들
제23화 난 몰락하고 있는 사람이야
1980.03.23 방송
(음악)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롯데삼강 제공입니다.

(광고)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스물세 번째.

(음악)

- 여보.

- 얘기 더 하고 싶지 않아요. 가서 자겠어요.

- 이봐!

- 왜 그러세요?

- 얘기할 게 있어.

- 피곤해요. 밤도 깊었구요.

- 그래도 들어야 돼!!

- 뭐예요?!

- 당신과 결혼한 지 4년이야.

- 그런데요?

- 난 어떤 일이 있더래도 가정을 파괴할 만한 짓은 삼가하려고 노력해왔어.

- 그런데 이젠 그게 안 된다는 얘긴가요?!

- 당신은! 그런데... 일부러 그것을 재촉하는 것 같아.

-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뭘 어떻게 했다구요?!

- 우린 결코 좋은 부부는 아니었지. 당신은 체질적으로 고통이랑 고난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오.

- 그래요! 난 허영과 사치에 익숙해진 여자예요.

- 내가 사업 때문에 거의 가정을 등한시해온 건 사실이오. 나야 어떻게 되든 당신은 가정을 지키고

있으라는 독선적 사고방식뿐이었으니까.

- 왜 이제서야 새삼스럽게 마음 약한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 난 두렵기 때문이야.

- 뭐가요?

- 회사의 위기가 우리 가정의 위기와 겹쳐 있기 때문이야.

- 어떻게 그걸 단정하시는 거예요?

- 내 자신이 위험해져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야!

- 협박하시는 거예요?!

- 협박? 협박이라고?!

- 그래요!

- 이거 봐! 결국 당신은 내 말을 못 알아듣는군.

- 그래요! 난 회사 일에나 가정이나 이미 당신을 믿고 있지 않아요!

- 그래! 당신은 몰락한 사업가의 종말이 얼마나 초라하다는 걸 잘 알고 있어. 그것이 가장 두려워서

단지 그것때문에 당신은 가정의 희생을 달갑게 방관하자는 것이야!!

- 그래요. 잘 보셨어요. 어떤 경우에도 전 비참해지는 건 싫으니까요!

- 자존심! 그 값비싼 자존심! 좋아, 그것이 얼마나 값비싼 것인지 지켜보겠어!

(음악)

(비상 전화벨 소리)

- (전화 음성)사장님, 오지연 씨라는 분한테 전환데요.

- 돌려줘.

- (전화 음성)네. 말씀하세요.

(전화 수화기 소리)

- 여보세요.

- (전화 음성)사장님, 저예요.

- 어. 잘 있었소. 미스 오?

- (전화 음성)네, 사장님. 별일 없으세요?

- 응, 별일은. 아, 미스 오. 감기 기운 있던데 괜찮아?

- (전화 음성)네, 괜찮아요. 저 회사일이 걱정돼서 전화했어요.

- 무슨 일?

- (전화 음성)공장 사고 때문에...

- 음, 시청과 노동청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어.

- (전화 음성)그럼 공장일은 중단이네요.

- 그렇소.

- (전화 음성)그럼 어떡해요?

- 괜찮아, 어떻게 되겠지. 염려해줘 정말 고맙소.

- (전화 음성)사장님, 저 용건이 있어요.

- 말해 봐요.

- (전화 음성)뵙고 싶어요.

- 미스 오.

- (전화 음성)네?

- 부담스럽지 않소? 나하고 만나는 게.

- (전화 음성)아니에요.

- 난 몰락하고 있는 사람이야. 몸두... 마음두.

- 괜찮아요. 뵙고 싶어요.

(음악)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응, 앉아요. 미스 리.

- 네.

- 얘기할 게 있다고?

- 네. 저...

- 말해봐, 괜찮아.

- 전번에 회장님과 사모님 지시를 받고 계속 사장님한테 오는 전화를 체크했었는데요.

- 미심쩍은 일이 있지?

- 네... 제가 비서실에 근무한 뒤로 여자 분이 개인적으로 사장님을 찾는 일은 한 번도 없었어요.

- 그런데?

- 똑같은 음성의 여자 전화가 몇 번 왔었구요. 오늘은 사장님과 통화를 조금 길게...

- 그 여자 이름을 기억하나?

- 네, 오지연이라고 이름을 밝혔어요.

- 오지연?

- 지금 서 사장 있나?

- 공장에 가셨어요.

- 뭐하는 여잔지 전혀 짐작이 안 가?

- 네.

- 통화내용도 못 들었어?

- 네.

- 분명히 사적인 일 같앴어?

- 네, 그런 것 같아요.

- 이름을 알려드리니까 금방 사장님께서 통화하셨으니까요. 요즘은 특히 외부전화는 거의

잘 안 받으시는데.

- 알았어, 됐어요. 나가봐.

- 네.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저 미스 리가 니 개인적으로 알아내라고 했지?

- 네. 친구 동생이라 비서실에 넣어둔 거예요.

- 흠, 뭔가 미심쩍긴 한데 서 사장이 저런 일에 보기보담 너무 순진해서...

- 뭐가 순진해요?! 그 사람 요즘 뭔가 이상해요!

(음악)

(음악)

- 늦어서 미안하오.

- 어디 다른 데 들렀다 오세요?

- 그렇소. 회의를 2번, 3번씩.

- 밖엔 운전사가 기다리는 거예요?

- 아니야, 그냥 보냈어. 누가 기다리고 있다는 건 홀가분하지 못하니까.

- 저녁은 그럼?

- 아직. 어, 참. 식사할까?

- 아, 아니에요. 금방 가봐야돼요. 댁에 가셔서 식사하세요.

- 바쁜 일 있나?

- 사장님, 안색이 안 좋으세요.

- 아, 평상대로지. 아니, 내 얼굴을 왜 그렇게 찬찬히 보는 거야?

- 왜 보면 안 되나요? 우우훗.

- 아하하하.

- 웃으시니 기뻐요.

- 허허, 그런가? 나도 모르게 웃었군.

- 아하, 평상시엔 사장님 표정, 웃음이 나올 것 같지 않게 보여요.

- 우울한 표정은 좋은 게 못되는데. 난 거울을 잘 보지 않으니까 내가 얼마나 우울해 있는지

잘 알지 못해요.

- 차 드세요. 다 식어요.

- 아, 듭시다.

- 응? 아니, 미스 오. 오늘 좀 이상하군.

- 사장님, 고개를 오른쪽으로 조금만 돌려주세요.

- 오른쪽? 아, 자. 그런데 대체 뭘 하는 거지?

- 저, 참 이상해요.

- 뭐가 말인가?

- 혼자 있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사장님 모습이 떠오르지 않아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 음, 난 평범한 얼굴인데.

- 아니에요. 이상해요. 전 아직 그래본 일이 없어요. 가볍게 스쳐간 사람도 얼굴 모습은 곧 기억해내는데

사장님은 그게 안 돼요.

- 우린 서로 어둠 속에서 목소리만으로 만난 때문일까?

- 모르겠어요.

- 우린 아무래도...

- 사장님, 괴로워하지 마세요.

- 내가 괴로워한다고? 내가 왜? 무엇 때문에?

- 그럼 절 만난 뒤로 줄곧 편안하세요?

- 생각해본 일 없어.

- 현실이에요. 현실을 피하지 않고 대처해야 해요.

- 미스 오.

- 네.

- 난 두려워하고 있는 게 아니야.

- 무엇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지 어렴풋이 생각해보고 있는 거요. 그 시련의 물결 속에

내가 미스 오의 손을 잡아 끌어들인다면 난 비겁한 인간이 되겠지. 난 그게 무서울 뿐이야.

- 아, 사장님. 절 밖에까지 데려다 주세요. 더 얘기할 수 없어요. 얘길 더 하면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아요.

- 그럼 미스오는 생각나지 않는 나의 얼굴 모습 때문에, 그 때문에 날 만나자고 한 건가?

- 네, 됐어요. 아, 이젠 혼자 있어도 사장님 얼굴을 잊지 않을 것 같애요.

아, 저 먼저 가겠어요.

- 미스 오.

(음악)

(발자국 소리)

- 사장님.

- 어, 어?

- 접니다.

- 아니, 김 기사?!

- 아, 왜 여기 서 있나?

- 사장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왜? 날 감시하러?

- 아닙니다. 혼자 계시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 그뿐인가?

- 네, 믿어주십쇼 .사장님.

- 그래, 혼자 좀 걷고 싶었는데 나 먼저... 혼자 뛰어간 여자 봤겠지?

- 네, 봤습니다.

- 자넨 처음부터 나와 같이 만났었으니까 잘 알겠지?

- 네, 사장님. 하지만 제가 말씀드릴 일은 아닙니다만 조금 주의하시는 게...

- 왜?

- 뭘 캐보려는 분들이 있습니다.

- 내버려둬. 난 변명하고 싶지 않으니까.

(음악)

박웅, 유민석, 김정미, 안경진, 이기전, 유해무, 전기병.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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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극장.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스물세 번째로 롯데삼강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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