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롯데삼강 제공입니다.
(광고)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스물두 번째.
(음악)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바쁜가?
- 아닙니다.
- 왜 그렇게 창가에 서있어? 골치가 아픈 게로군.
- 아닙니다.
- 이 사람아. 서 사장.
- 네.
- 자넨 너무 독선적이고 솔직하지가 못해?!
- 아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회장님.
- 계획하고 있는 게 있으면은 상의를 할 수가 없나?!
- 계획하고 있는 건 없습니다.
- 정말인가?
- 네.
- 난 말야, 이제야 비로소 느꼈지만 자네의 장인은 아니야!
- 아니, 회장님!!
- 그래, 그냥 회장이지. 적당히, 적당한 자리에서 적당히 눈가림이나 해달라고
초청된 고용 회장에서 불과하단 말야!
- 왜 이제서야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 왜냐구?! 지금까지는 그럴 기회가 없었어!
- 오해십니다. 전 지금 그런 데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없습니다.
- 시간이 필요한 얘기가 아니야. 자넨 이 회사 어떻게 하려고 생각하나? 계획이 있나?
- 공장 매각 건 말씀이로군요.
- 그래, 자넨 공장을 매각키로 내게 분명히 약정을 했잖아. 왜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그걸 또 뒤집나?!
- 사정이 생겨서입니다. 회장님.
- 사정은 무슨 사정!! 밝혀봐!!
- 그건 아직 구체적인 것이 아닙니다.
- 좋아, 알아서 잘해보라구. 나도 이젠 지쳤으니까!
(음악)
(종이 만지는 소리)
- 자, 어떻습니까? 부탁하신 서진그룹의 종합 카탈로그인데 뭘 보실려고 이걸 구해달라고 그러셨죠?
- 일부러 가지고 오셔서 고마워요. 이 기자님.
- 아하하, 고마울 거 있습니까. 나야 노상 이 앞으로 다니는 처지고 차 한 잔 얻어마실 겸
자청해서 들어온 입장인데.
- 어, 카탈로그는 이것밖엔 없나요?
- 글쎄요. 뭐, 이런 건 종류가 많은 건 아닙니다만. 대체 뭐하실 속셈이세요?
- 말씀드릴게요. 아, 제가 보려고 한 건 여기예요. 이 첫 페이지.
- 아니, 이건!!
- 왜요?!
- 서 사장의 사진이 필요했단 말입니까?
- 네.
- 왜요?
- 모르세요?!
- 아, 이 그림의 모델은 그럼 서 사장이었나요?
- 네, 모델을 직접 눈앞에 두지 않고 그릴려니 힘이 들어요.
- 그런 줄은 까맣게 몰랐는데요?
- 힘이 드는 건 둘째구요. 스케치도 잘 안 돼요. 얼굴 윤곽도 잘 안 떠오르는 걸요.
- 서 사장이 이걸 압니까?
- 아니요. 이건 나 혼자만의 작업이에요.
- 정말 그 사람 얼굴에 흥미를 느끼시는군요.
- 네, 그럼 안 되나요?
(음악)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부르셨습니까, 부사장님.
- 응. 어, 앉으라구.
- 네, 음.
- 좀 알아봤나?
- 네, 알아는 봤는데... 별로...
- 소득이 없었어?
- 네.
- 그 사람, 자네한테 거짓말 할 사람이 아니잖아.
- 네, 사장 차 운전사라고 해서 제가 추천했었습니다.
- 음, 그러면 자네 은공은 아직 기억하고 있을 텐데?
- 그렇긴 합니다만 자긴 차를 몰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 으흠... 그렇다면 사장은 그날 밤 혼자서 어디를 갔었단 말인가. 차바퀴에 흙을 잔뜩 묻힌 채.
- 알 수가 없습니다.
- 미스터린데...
-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최근 들어 이틀 밤이나 자취를 감추었단 말이야...
- 첫 번짼 어느 호텔에서 혼자 잤다지 않습니까?!
- 아, 글쎄. 그건 자기변명인데... 이번엔 그 변명마저 않잖아. 뭐 때문인지...
- 그런데 부사장님, 뭣 때문에 그런 데 흥미를 느끼십니까?
- 흥미? 아하하하하... 아, 그야 흥미를 느껴야 할 필요가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닌가?
- 무슨 필요 말인가요?
- 차차 알려지겠지...
(음악)
(발자국 소리)
- 오늘은 밤늦게까지 근무를 하셨나 봐요?
- 네, 지나다보니까 화실이 불이 밝혀져 있길래.
- 그때 막 나가려던 참이었어요. 저, 이젠 가보세요. 기자님. 전 저기서 차를 타면 돼요.
- 조금만 더 걷죠. 뭐, 거진 다 온 셈이니까.
- 어디서 술 한 잔 하셨어요?
- 아니요. 왜, 술을 한 것처럼 보입니까?
- 아하하, 그런 건 아니지만 표정이 좀 이상하게 보여요.
- 아무렇지 않은데요. 뭘 잘못 느끼신 거로군요.
- 음, 뭘요?
- 뭔가 미스 오는 나한테서 질문이 나오기를 기다리시는 거 아닙니까?
- 글쎄요. 무슨 질문이든 간에 전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아요.
- 그래요?
- 이 기자님이 저에게 뭔가 얘기하실 게 있는 거 같애요? 그래서 일부러
오신 거 아니에요? 그렇죠?
- 글쎄요.
- 음, 얘기하기 좋은 장소는 아니지만 괜찮아요.
- 기분이 비교적 가벼워 보이는군요.
- 저는 언제나 그렇게 보이길 원해요. 쓸데없는 가식으로 보이고 싶진 않으니까요.
- 직장에도 여직원은 많은 편이니까 여자의 종류도 약간은 분간할 줄 압니다만.
- 무슨 얘긴데요?
- 난 미스 오한테 몇 가지 요구할 조건이 있습니다.
- 조건이라니 무슨 말씀이세요?
- 일반적인 겁니다.
- 뭔데요?
- 미스 오는 지금 감정의 낭비를 하고 있어요.
- 저를 위해서예요? 아니면 다른 사람 말인가요?
- 물론 다른 사람.
- 누구예요?
- 서 사장.
- 어떻게 그런 얘길 하세요...?
- 틀립니까?
- 맞는다곤 못해요.
- 그래주기를 바랍니다. 청컨대.
- 그렇지 않다면 어쩌실 거예요?
- 백년을 같이 얘기해도 그런 감정이 통하지 않는 여자가 많습니다만 불행히도 전
미스 오를 만난 지 몇 번 되지 않아서 그런 기분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 정확히 얘기해주세요.
- 미스 오.
- 네.
- 나이트클럽에서 돌아가려는 미스 오를 불러가지고 서 사장과 얘기를 더 나누어보라고 했던
그날 밤의 일은 내 유치한 미스였어요.
- 미스가 아니에요. 전 분명히 제 이성이었어요.
- 난 단순하게도 젊은 사람들의 순수한 우정을 나누어 주자는 생각이었단 말입니다.
- 그런데 이제 와서 왜 그게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세요?
- 그때 그 일에 대한 책임을 난 지려는 겁니다. 미스 오, 아직 그때의 그런 기분이 남아 있다면
지금 버려주시오. 이 자리에서 지금.
- 음... 알 수 없어요.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 이윤 한가지요. 미스 오는 서 사장의 얼굴을 그리려는 게 아니라 그의 마음을 그리고
싶어 하기 때문이오.
- 그러면 안 되나요?
- 안 됩니다. 그건 절대로!!
(음악)
- (전화 음성)서 사장은 아직 안 들어왔나?
- 네.
- (전화 음성)몇 시야, 이거 늦잖아.
- 모르겠어요. 관심 없어요.
- (전화 음성)그리고 그거 계약 했지?
- 끝냈어요.
- (전화 음성)등기부 이름은 누구 앞으로 했지?
- 제 앞으로요.
- (전화 음성)잘했다.
(대문 여닫는 소리)
- 아, 잠깐. 아버지, 그이가 들어오는 모양이에요. 제가 끊겠어요.
- (전화 음성)그래, 끊거든 내일 얘기하기로 하고.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아직 안 잤어?
- 네, 안 잤어요. 잠들어 있기를 바라셨어요?
- 사실을 말하자면 그렇소. 난 집에 오면 조용해지기를 바라니까.
- 그렇다면 안 들어오시면 될 거 아니에요? 변명하실 필요도 없으니까요.
- 당신은 어디서 자고 왔는지 묻지도 않았잖았어?!
- 그래요. 그런 걸 묻는다는 게 유치하니까요.
(음악)
박웅, 유민석, 김정미, 안경진, 오세홍, 설영범, 김환진.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주제가 작사 작곡 서유석.
노래 서유석, 김형균과 메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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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인생극장.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스물두 번째로 롯데삼강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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