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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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 제22화 고용 회장에서 불과하단 말야!
달려오는 사람들
제22화 고용 회장에서 불과하단 말야!
1980.03.22 방송
(음악)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롯데삼강 제공입니다.

(광고)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스물두 번째.

(음악)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바쁜가?

- 아닙니다.

- 왜 그렇게 창가에 서있어? 골치가 아픈 게로군.

- 아닙니다.

- 이 사람아. 서 사장.

- 네.

- 자넨 너무 독선적이고 솔직하지가 못해?!

- 아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회장님.

- 계획하고 있는 게 있으면은 상의를 할 수가 없나?!

- 계획하고 있는 건 없습니다.

- 정말인가?

- 네.

- 난 말야, 이제야 비로소 느꼈지만 자네의 장인은 아니야!

- 아니, 회장님!!

- 그래, 그냥 회장이지. 적당히, 적당한 자리에서 적당히 눈가림이나 해달라고

초청된 고용 회장에서 불과하단 말야!

- 왜 이제서야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 왜냐구?! 지금까지는 그럴 기회가 없었어!

- 오해십니다. 전 지금 그런 데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없습니다.

- 시간이 필요한 얘기가 아니야. 자넨 이 회사 어떻게 하려고 생각하나? 계획이 있나?

- 공장 매각 건 말씀이로군요.

- 그래, 자넨 공장을 매각키로 내게 분명히 약정을 했잖아. 왜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그걸 또 뒤집나?!

- 사정이 생겨서입니다. 회장님.

- 사정은 무슨 사정!! 밝혀봐!!

- 그건 아직 구체적인 것이 아닙니다.

- 좋아, 알아서 잘해보라구. 나도 이젠 지쳤으니까!

(음악)

(종이 만지는 소리)

- 자, 어떻습니까? 부탁하신 서진그룹의 종합 카탈로그인데 뭘 보실려고 이걸 구해달라고 그러셨죠?

- 일부러 가지고 오셔서 고마워요. 이 기자님.

- 아하하, 고마울 거 있습니까. 나야 노상 이 앞으로 다니는 처지고 차 한 잔 얻어마실 겸

자청해서 들어온 입장인데.

- 어, 카탈로그는 이것밖엔 없나요?

- 글쎄요. 뭐, 이런 건 종류가 많은 건 아닙니다만. 대체 뭐하실 속셈이세요?

- 말씀드릴게요. 아, 제가 보려고 한 건 여기예요. 이 첫 페이지.

- 아니, 이건!!

- 왜요?!

- 서 사장의 사진이 필요했단 말입니까?

- 네.

- 왜요?

- 모르세요?!

- 아, 이 그림의 모델은 그럼 서 사장이었나요?

- 네, 모델을 직접 눈앞에 두지 않고 그릴려니 힘이 들어요.

- 그런 줄은 까맣게 몰랐는데요?

- 힘이 드는 건 둘째구요. 스케치도 잘 안 돼요. 얼굴 윤곽도 잘 안 떠오르는 걸요.

- 서 사장이 이걸 압니까?

- 아니요. 이건 나 혼자만의 작업이에요.

- 정말 그 사람 얼굴에 흥미를 느끼시는군요.

- 네, 그럼 안 되나요?

(음악)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부르셨습니까, 부사장님.

- 응. 어, 앉으라구.

- 네, 음.

- 좀 알아봤나?

- 네, 알아는 봤는데... 별로...

- 소득이 없었어?

- 네.

- 그 사람, 자네한테 거짓말 할 사람이 아니잖아.

- 네, 사장 차 운전사라고 해서 제가 추천했었습니다.

- 음, 그러면 자네 은공은 아직 기억하고 있을 텐데?

- 그렇긴 합니다만 자긴 차를 몰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 으흠... 그렇다면 사장은 그날 밤 혼자서 어디를 갔었단 말인가. 차바퀴에 흙을 잔뜩 묻힌 채.

- 알 수가 없습니다.

- 미스터린데...

-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최근 들어 이틀 밤이나 자취를 감추었단 말이야...

- 첫 번짼 어느 호텔에서 혼자 잤다지 않습니까?!

- 아, 글쎄. 그건 자기변명인데... 이번엔 그 변명마저 않잖아. 뭐 때문인지...

- 그런데 부사장님, 뭣 때문에 그런 데 흥미를 느끼십니까?

- 흥미? 아하하하하... 아, 그야 흥미를 느껴야 할 필요가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닌가?

- 무슨 필요 말인가요?

- 차차 알려지겠지...

(음악)

(발자국 소리)

- 오늘은 밤늦게까지 근무를 하셨나 봐요?

- 네, 지나다보니까 화실이 불이 밝혀져 있길래.

- 그때 막 나가려던 참이었어요. 저, 이젠 가보세요. 기자님. 전 저기서 차를 타면 돼요.

- 조금만 더 걷죠. 뭐, 거진 다 온 셈이니까.

- 어디서 술 한 잔 하셨어요?

- 아니요. 왜, 술을 한 것처럼 보입니까?

- 아하하, 그런 건 아니지만 표정이 좀 이상하게 보여요.

- 아무렇지 않은데요. 뭘 잘못 느끼신 거로군요.

- 음, 뭘요?

- 뭔가 미스 오는 나한테서 질문이 나오기를 기다리시는 거 아닙니까?

- 글쎄요. 무슨 질문이든 간에 전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아요.

- 그래요?

- 이 기자님이 저에게 뭔가 얘기하실 게 있는 거 같애요? 그래서 일부러

오신 거 아니에요? 그렇죠?

- 글쎄요.

- 음, 얘기하기 좋은 장소는 아니지만 괜찮아요.

- 기분이 비교적 가벼워 보이는군요.

- 저는 언제나 그렇게 보이길 원해요. 쓸데없는 가식으로 보이고 싶진 않으니까요.

- 직장에도 여직원은 많은 편이니까 여자의 종류도 약간은 분간할 줄 압니다만.

- 무슨 얘긴데요?

- 난 미스 오한테 몇 가지 요구할 조건이 있습니다.

- 조건이라니 무슨 말씀이세요?

- 일반적인 겁니다.

- 뭔데요?

- 미스 오는 지금 감정의 낭비를 하고 있어요.

- 저를 위해서예요? 아니면 다른 사람 말인가요?

- 물론 다른 사람.

- 누구예요?

- 서 사장.

- 어떻게 그런 얘길 하세요...?

- 틀립니까?

- 맞는다곤 못해요.

- 그래주기를 바랍니다. 청컨대.

- 그렇지 않다면 어쩌실 거예요?

- 백년을 같이 얘기해도 그런 감정이 통하지 않는 여자가 많습니다만 불행히도 전

미스 오를 만난 지 몇 번 되지 않아서 그런 기분을 느끼고 말았습니다.

- 정확히 얘기해주세요.

- 미스 오.

- 네.

- 나이트클럽에서 돌아가려는 미스 오를 불러가지고 서 사장과 얘기를 더 나누어보라고 했던

그날 밤의 일은 내 유치한 미스였어요.

- 미스가 아니에요. 전 분명히 제 이성이었어요.

- 난 단순하게도 젊은 사람들의 순수한 우정을 나누어 주자는 생각이었단 말입니다.

- 그런데 이제 와서 왜 그게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세요?

- 그때 그 일에 대한 책임을 난 지려는 겁니다. 미스 오, 아직 그때의 그런 기분이 남아 있다면

지금 버려주시오. 이 자리에서 지금.

- 음... 알 수 없어요.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 이윤 한가지요. 미스 오는 서 사장의 얼굴을 그리려는 게 아니라 그의 마음을 그리고

싶어 하기 때문이오.

- 그러면 안 되나요?

- 안 됩니다. 그건 절대로!!

(음악)

- (전화 음성)서 사장은 아직 안 들어왔나?

- 네.

- (전화 음성)몇 시야, 이거 늦잖아.

- 모르겠어요. 관심 없어요.

- (전화 음성)그리고 그거 계약 했지?

- 끝냈어요.

- (전화 음성)등기부 이름은 누구 앞으로 했지?

- 제 앞으로요.

- (전화 음성)잘했다.

(대문 여닫는 소리)

- 아, 잠깐. 아버지, 그이가 들어오는 모양이에요. 제가 끊겠어요.

- (전화 음성)그래, 끊거든 내일 얘기하기로 하고.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아직 안 잤어?

- 네, 안 잤어요. 잠들어 있기를 바라셨어요?

- 사실을 말하자면 그렇소. 난 집에 오면 조용해지기를 바라니까.

- 그렇다면 안 들어오시면 될 거 아니에요? 변명하실 필요도 없으니까요.

- 당신은 어디서 자고 왔는지 묻지도 않았잖았어?!

- 그래요. 그런 걸 묻는다는 게 유치하니까요.

(음악)

박웅, 유민석, 김정미, 안경진, 오세홍, 설영범, 김환진.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주제가 작사 작곡 서유석.

노래 서유석, 김형균과 메아리 .

(광고)

(음악)

인생극장.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스물두 번째로 롯데삼강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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