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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 제21화 철강이 빠져버린다면 서진은 사실…
달려오는 사람들
제21화 철강이 빠져버린다면 서진은 사실…
1980.03.21 방송
(음악)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롯데삼강 제공입니다.

(광고)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스물한 번째.

(음악)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부사장님!

- 아니, 왜 그리 급히 사람을 몰아붙이는 거야?!

- 야단났습니다.

- 야단이라니?! 아, 이 사람아. 뭐가 야단이란 말인가?!

- 사장이 철강회사와 공장을 매각키로 결심을 한 모양입니다.

- 어? 뭣이?! 언제 말이야!

- 얼마 되지 않습니다.

- 아니, 서 사장 그 친구 왜 그렇게 생각이 급변했지?!

- 모르겠습니다.

- 아, 그렇다면 문제는 심각하군. 철강을 매각해 버린다면은 서진그룹이 소생할 가망이 있나?

- 적자회사 한두 군데만 더 처분해버린다면 무역과 봉제, 건설 정도를 키울 순 있겠죠.

- 무역과... 봉제, 건설이라... 그러나 그렇게 되면은 서진은 그룹이 아니라 완전히 중소기업쯤으로

떨어질 거 아닌가?

- 그렇습니다. 적어도 재벌경영인 소리는 못 듣게 됩니다.

- 아... 철강을 매각한다... 그걸 다른 사람의 손에 넘겨준다...

- 철강이 빠져버린다면 서진은 사실...

- 막아야겠군. 안 되겠어.

- 어떻게 말입니까?

- 서진그룹이 함께 도산돼야 그 중에서 철강은 내 손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 자신이 계십니까?

- 자신 정도가 아니야. 난 그 일 때문에 비밀리에 여러 군데 접촉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오는 길이야. 흠, 충분히 승산이 있어.

- 그렇다면 지금 미리 매각을 해버리면 계획은 불가능해지지 않습니까?

- 그래, 수포로 돌아간단 말이야. 막아야 해, 막아야 해, 일단!

(음악)

(종이 만지는 소리)

- 자, 사모님. 이로써 완전히 수속을 끝났습니다. 예상외로 자금이 쉽게 융통이 됐군요.

- 수고하셨어요. 그동안.

- 아하, 뭐 수고랄 게 있습니까. 사모님.

- 내 일처럼 그렇게 잘 돌봐주신 덕분이에요.

- 아하하하하하하, 사실 학생 시절부터 사모님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사업상으로까지

발전할 줄은 몰랐습니다. 여하튼 보기보다도 훨씬 배울 점이 많으신데 놀랐습니다.

- 아, 무슨 과분의 말씀이세요. 앞으로도 잘 좀 도와주세요. 친구의 친척이시니 저도 훨씬 마음이 놓여요.

- 아하하, 사모님 일이라면 뭐 언제든지 발 벗고 나설 각오가 돼있습니다.

- 아하하, 고마워요. 저도 최 선생님 같은 분이라면 안심하고 일을 맡기겠어요.

- 하여튼 사장님은 여러 가지 면에서 행복하십니다.

- 뭐가요?

- 이렇게 미인 사모님을 얻으신 것이 하나이고, 매사에 스케일 크신 것도 또 그렇지 않습니까?

- 그이 얘기는 꺼내지 마세요.

- 어유, 왜 그러십니까? 아, 말다툼이라도 하신 겁니까?

- 아, 그동안 수고 많으셨는데 오늘은 제가 한턱 쓰겠어요. 어디로 가실까요?

- 어이구?! 어이구! 영광입니다!

- 우선 나가시죠!

(음악)

- 아... 의외로군요. 대부분 찬성인데 부사장께선 공장매각에 반대를 하신다니.

- 물론 지금 당면하고 있는 고충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만 그러나 이깟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사업을 포기한대서야 말이 됩니까.

- 사업을 포기하다니요?!

- 포기하는 거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가장 중요한 걸 팔아 넘겨버리고 별 쓸모없는 기업

몇 개만 남겨보겠다는 건 실질적으로 기업을 포기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 나도 그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오. 그렇기 때문에 오늘까지 전체를 살려보고자 참고 이겨내 온 것

아닙니까. 그러나 이젠-.

- 더 참아낼 수 없단 말입니까?!

- 그렇소, 한계에 다 왔다고 판단했소.

- 혹시 이번에 일어난 그 공장사고 때문에 심경의 변화를 가져온 거 아닙니까?

- 물론 그 때문에 충격도 받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 음, 그렇다면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 난 처음에 기업에 대한 판단을 조금 잘못한 게 사실이오. 하나를 설립해서 10년쯤 이윤을 모았다가

그걸로 다시 새로운 기업을 하나 늘리고 해온 게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 성장사였지 않습니까?

- 그렇습니다.

- 그런데 나는 이미 그러한 방식은 옛날 일이라고 생각해온 거요. 그런 방식으로 기업을 했다간

백년쯤 지나야 제 궤도에 오르게 된다-.

- 하지만 늦어도 가장 안정적인 방식이었죠.

- 거기에 도전해보고 싶었소. 한꺼번에, 힘이 부치지만 열 개의 기업을 한꺼번에 설립해서

한꺼번에 똑같이 일으켜 세워보려는 모험을 강행한 거요.

- 아직 실패한 건 아닙니다. 사장님.

- 아니, 실패했소. 그래서 완전히 모든 것이 무너져버리기 전에 몇 개의 기업이나마 건져보려는 거요.

- 그러한 이유 때문에 철강과 공장을 매각하시겠다면 좀 더 기다려 보십쇼.

- 어떠한 근거에서 그런 얘길 하시는 겁니까?

- 지금 모 처엘 다녀오는 길인데 설비자금이나 시설자금으로서 거액이 터질 전망입니다.

- 자신 있습니까?

- 물론, 확실한 근거가 있습니다. 매각 건은 취소하시고 조금만 더 기다려보십쇼.

(음악)

(전화벨 소리)

- 네, 화실입니다. 언닌 아직 안 나오셨는데요. 감기예요. 네, 어제부터요.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어디라고 전해드릴까요? 네.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쇠문 여닫는 소리)

- 어머, 언니.

- 응. 별일 없었니?

- 네, 그런데 몸은 어떠세요? 괜찮아요?

- 아, 그래. 어젠 열이 갑자기 솟구쳤는데 이젠 괜찮은 것 같다.

- 아이, 하루쯤 더 쉬지 않고. 아참, 방금 어디서 전화가 왔었어요.

- 누군데?

- 모르겠어요. 남자분인데 누구시냐니까 그냥 알았다면서 전화를 끊었어요.

- 이경우 기자 아니야?

- 아니에요, 그분 음성은 잘 아는데요. 뭐.

- 그럼 누굴까?

- 음... 그 음성이 말이에요.

(쇠문 여닫는 소리)

- 어... 어! 환자가 나오셨군.

- 아하하, 어서 오세요.

- 이 기자님.

- 심심하셨던 모양이로군요. 감기에 다 걸리시고.

- 네. 그랬어요.

- 이렇게 쉽게 나으실 줄은 몰랐는데?

- 전 쉽게 걸리고 쉽게 낫는 성격이에요.

- 감정적인 성품이니까 행여 사랑 같은 건 그렇게 하지 마세요.

- 네?

- 하하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 이 기자님, 어제도 들리셨어요.

- 개점생이 하나 늘어 반갑군요.

- 아니, 출석부에 벌써 올라갔습니까? 아하하하하. 아니, 근데 이건 못 보던 건데.

뭡니까? 스케친데.

- 네, 크게 아프지도 않으면서 누워 있자니 심심해서요.

- 그리다 만 누구의 얼굴 스케친데... 설마, 납니까?

- 나중에 다 그려 넣은 뒤에 보세요.

- 이 정도로선 아직 누군지 분간할 수가 없는데.

- 아무도 아니에요.

(음악)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늦었는데 어디 갔다 오는 거냐.

- 네, 볼일 때문에요.

- 서 사장, 오늘 만났니?

- 못 만났어요.

- 그래?

- 아무 얘기도 없든?

- 묻지도 않았어요. 관심도 없구요.

- 아... 너희 부부는 문제가 있어. 문제가. 내가 잘못 짝을 지어줬는지 모르겠다.

- 아버진 정략적으로 나를 결혼시키신 거 아니에요?

- 뭐?! 정략적?

- 그이 회사가 그땐 시시했지만 몇 년 내로 곧 그룹이 되리라는 걸 알고 계셨잖아요.

- 어허, 못하는 소리가 없군. 관두자. 그걸 가지고 여기서 아비와 딸이 다툴 때가 아니다.

- 아, 저도 그래요.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이에요?

- 뭘 말이냐?

- 공장을 매각키로 했다던데 왜 또 금방 뒤집었어요?

- 모르겠다. 글쎄, 내 말을 듣나 싶더니 금방 다시 마음이 변해버린 것 같으니까.

- 알 수 없는 분이로군요. 그럼 대체 어쩌자는 거예요?

- 알 수 없지. 대체 누구의 말을 듣고서 그러는 건지...

(음악)

박웅, 유민석, 김정미, 오세홍, 설영범, 김환진, 안경진, 양미학, 장광.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주제가 작사 작곡 서유석.

노래 서유석, 김형균과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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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극장.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스물한 번째로 롯데삼강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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