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 제20화 서 사장이 껍데기는 껍데기뿐이로군.
달려오는 사람들
제20화 서 사장이 껍데기는 껍데기뿐이로군.
1980.03.20 방송
(음악)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롯데삼강 제공입니다.

(광고)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스무 번째.

(음악)


(전화벨 소리 및 전화 수화기 드는 소리)

- 네.

- (전화 음성)난데 서 사장 아직 연락 없니?

- 있을 게 뭐예요.

- (전화 음성)그럼 하룻밤 꼬박 연락이 없단 말이지?

- 전 기대하고 있지 않아요.

- (전화 음성)이상한 일이로군. 전번에도 이런 일이 한 번 있었는데 말이야.

책임 있는 사람이 아무런 말 한마디 없이 자취를 감추다니 무슨 이상한 기색이라도 없었어?

- 없었어요. 관심도 없구요.

- (전화 음성)관심도 없다니 무슨 얘기냐? 좋아, 어차피 하룻밤 안 들어온 건 사실이니까

들어오는 대로 변명을 듣기로 하자.

- 관두세요. 들어가세요.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하아...

(음악)

- 사장님, 사장님.

- 음... 어?

- 사장님, 새벽이에요. 밖을 보세요.

- 아... 깜박 잠이 들었군. 미스 오는 안 잤나?

- 아니요. 사장님 얘길 듣다가 깜박 먼저 잠들었어요. 죄송해요. 사장님이 윗저고리를

벗어 덮어주신 지도 몰랐어요.

- 기침을 하더군. 머리를 만져보니 열이 있었고. 미안해요. 감기 걸린 사람을

데리고 와서 비가 오는데 차 속에서 밤을 새다니...

- 할 수 없었잖아요. 통행금지가 넘었었는데. 근데 여기가 어디에요?

- 음? 몰라. 그냥 샛길로 들어와서 차를 세웠었는데 어디 시골 같구만.

- 비가 그쳤나 봐요? 아이, 저길 보세요. 해가 떠오르죠?

- 아... 그렇군.

- 우리 차 밖으로 나가봐요. 아, 밤엔 그렇게 비가 퍼붓더니.

(차 문 여닫는 소리)

- 아아... 아, 참 좋아요! 어디 먼 나라에 온 거 같아요.

- 그래, 먼 나라에 온 것 같군. 이젠 돌아갈 수 없을 만큼.

- 왜요? 두어 시간쯤 가면 다시 서울 아니에요? 어젯밤 일 생각나세요?

- 생각나요.

- 으흠, 사장님. 정말 좋으신 분이에요.

- 무슨 뜻이오?

- 아니에요. 자, 이젠 어떡하죠? 사장님.

- 우선 돌아갑시다.

- 사장님, 저 아침 해를 보고 심호흡을 하세요. 조금이라도 뭔가 개운해질 거예요.

- 그럴까?

- 네, 어서요.

- 미스 오.

- 네...

- 차 안에서 미스 오의 잠든 얼굴을 보고 있었소. 오래도록... 난 갑자기 용기가 솟아올랐어.

지금 햇살을 본 것처럼 말이오!

- 정말이세요?

- 정말이야.

- 정말 그러시다면 제가 도움을 드려서 정말 반가워요. 사장님.

- 아... 미스 오, 난! 아... 아니야. 얘기해봐야 소용없소. 돌아갑시다.

(음악)

(문 두드리는 소리)

- 들어와요.

(문 여닫는 소리)

-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 음, 자네 말이야. 사장 차 세차하러 갔다 왔다면서?

- 네.

- 차가 어떻던가?

- 바퀴에 흙탕이 많이 묻어 있어서요.

- 흙이 많이 묻어 있었다?

- 네.

- 음... 그럼 연료는 어떻던가?

- 많이 소모돼 있었습니다.

- 많이 소모됐다니, 구체적으로 얼마쯤?

- 네, 왕복 서너 시간 코스는 될 것 같습니다.

- 자세한 건 안 물어봤나? 행선지 같은 거 말이야.

- 제가 어떻게 그걸 굳이 여쭤볼 수 있습니까? 다만 사장님께서...

- 뭐라고 말했나?

- 간밤에 차를 좀 심하게 굴리셨다고 그러시더군요.

- 음... 알 수가 없군. 도대체 어디를 갔다 왔단 말인가...

- 공장 쪽 아닐까요?

(책상 치는 소리)

- 이 사람아!! 그럼 공장에서 그런 걸 모르겠어?! 차에 그럼 다른 이상은 없었어?

- 네.

- 내가 물었더니 그저 ‘네, 어디 좀 다녀왔습니다.?? 그런 정도란 말야...

- 왜 그러십니까? 차도 사장님도 모두 무사하신데요...

- 자네가 알 거 아니야! 나가봐!

- 네.

- 이봐, 서 사장 지금 뭘 하고 있어?

- 방에 계신 것 같습니다.

- 혼자 말이지?

(음악)

(구두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오, 여기 앉으라고.

(구두 발자국 소리)

- 아...

- 아, 이 사람, 정 상무. 왜 한숨인가, 한숨이?!

- 부사장님도 경리담당을 한번 맡아보십쇼. 나오는 이 한숨밖에 더 됩니까?

- 으흠하하하하, 이 사람아! 잠깐만 더 고생해. 잠깐만.

- 알고 있습니다. 이걸 보십쇼.

(종이 만지작거리는 소리)

- 음, 은행에서 돈이 나왔나?

- 네.

- 음... 이상한 현상의 하나야. 쓰러져가는 서진그룹에

은행에서 끝까지 돈을 밀어 넣어 주다니.

- 내막을 모르십니까?

- 빤한 놈의 것이지. 그까짓 게 내막은 무슨 놈의 내막!

- 하긴 그렇습니다.

- 며칠은 숨통이 좀 돌겠구만.

- 네, 그렇습니다만. 며칠뿐이죠.

- 사장 부인 건 어떻게 했어?

- 오늘 빼돌려주려고 합니다.

- 사장이 알고 있나?

- 모를 겁니다. 공장용 대출과 산하기업체 앞으로 분산시키면

합이 10억쯤 흔적이나 납니까? 우선 눈가림했다가 좀 지나면

사장도 알 겁니다만. 뭐, 나야 시켜서 해주는 거니까.

- 됐어, 됐어, 걱정 마라. 흠, 그 여자가 그러면 그 돈으로 뭘 한다지?

- 빤한 게 아닙니까? 자기 명의로 부동산이나 사두겠죠. 결국은 서 사장 것이 될 테고.

- 그러한 작자들이 자네 겨우 1억짜리 집에서 산다고 뒷조사를 시켜? 망할 자식들.

- 나뿐입니까? 제가 가장 오해를 받고 있긴 하지만 최 상무, 강 상무는 말도 못합니다.

- 어, 그렇나?

- 목장을 사놓고 그런 모양인데요.

- 오... 하! 그러니 서 사장이 껍데기는 껍데기뿐이로군.

(음악)

(쇠문 여닫는 소리)

- 안녕.

- 어서 오세요, 이 기자님.

- 어... 화실 주인께서는 어딜 가셨나?

- 네.

- 어디?

- 몸이 안 좋으세요. 몸이? 어디가?

- 감기에 걸리셨는데요. 그게 도지셨어요.

- 저런, 쯧쯧쯧. 커다란 사람이 감기는. 아, 그럼 오늘 안 나오실 건가?

- 네, 아까 나오셨다가 금방 들어가셨거든요.

- 안됐군. 난 여기 오면 언제나 뵐 수 있는 줄 알았더니. 내 다시 오지.

- 네. 안녕히 가세요.

(쇠문 여닫는 소리)

(음악)

(전화벨 소리 및 전화 수화기 드는 소리)

- 네, 사장님.

- (전화 음성)회장님, 부사장님 모두 어디 계시나?

- 회장님은 방에 계시고 부사장님은 외출하셨습니다.

- (전화 음성)그럼 내가 회장님을 뵙잔다고 해. 아, 아냐, 내가 가겠다고 말이야.

- 네.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 웬일이실까? 사장님이 회장님을 다 찾으시고.

- 글쎄.

- 회장님, 사장님께서 좀 가뵙겠다고 하십니다.

- (전화 음성)알았어, 내 방에 있지.

(전화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및 문 두드리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 사장님, 회장님께서 기다리십니다.

- 알았어.

(발자국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어서 와, 앉지.

- 네.

(발자국 소리)

- 오늘은 공장에 안 갈 건가?

- 공장문젠 다 해결됐습니까?

- 그 정도면 됐지, 서 사장이 직접 책임질 문제는 아니지 않나. 일부신문에서 가십으로서 냈지마는

그건 상관이 없어요. 문제는 그것보다도-.

- 네, 그 문제를 말씀 드리려 합니다.

- 서진철강과 그 공장이 존재하지 않으면 서진그룹은 명목상의 그룹일 뿐이지만

그 철강을 매각하겠습니다.

(음악)

(광고)

인생극장.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스무 번째로 롯데삼강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11.08)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