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 제16화 철강회사를 팔아넘기라고요?
달려오는 사람들
제16화 철강회사를 팔아넘기라고요?
1980.03.16 방송
(음악)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롯데삼강 제공입니다.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열여섯 번째.

(음악)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혼자 있군.

- 네, 앉으십쇼. 회장님.

- 음... 안색이 안 좋은 거 같은데.

- 별 지장 없습니다. 몸은 아직 건강하니까요.

- 이거 웬 그림이지? 며칠 전엔 없던 거 같은데.

- 네, 좀 아는 사람이 개인전을 했기 때문에.

- 그래? 솜씨가 괜찮군. 이름이 누구지?

- 아직 안 알려진 사람입니다.

- 장래가 유망하군. 어때? 이 그림이 마음에 드나?

- 네.

- 하긴 자네도 학생 땐 그림을 좀 했었다니까, 하하하하.

- 오늘 다른 일 없으십니까?

- 나 지금 누굴 좀 만나고 오는 길이야.

- 누군데요?

- 우리나라의 경제전문가,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 서 사장.

- 네.

- 자넨 학구적인 편이니까 대개 잘 알 거야. 오늘 한국경제의 추세에 대해서

설명과 토론을 좀 벌렸는데 말이야.

- 새삼 다시 설명을 듣기에는 늦었지 않습니까?

- 서 사장은 지금 뭘 기다리고 있나?

- 네?

- 행운이나 기적인가?

- 회장님.

- 들어보게, 내 얘기. 내 얘기가 아니고 그 전문가의 얘기야. 월남 붐에 편승해서 몇 개의

재벌이 탄생했으나 지금 남아 있는 건 2개 정도야. 2개가 남은 대신 50여 개가 도산했어.

- 그러니 어쨌단 말입니까?

- 중동 붐에 편승해서 우리 기업도 탄생했지만 그 붐은 이미 시들었어. 버섯은 고목과

장마가 있어야 성장을 하는데 장마는 그치고 고목도 다 말라버렸단 말이야.

- 그 전문가가 그러던가요?

- 현실을 직시하자 그 말이야. 우리 서진이 도산의 위기에 있다는 걸 애써 부인하려 들지 말어.

- 시인하는 건 아직 빠릅니다. 난 좀 더 최선을 다해보고 싶을 뿐입니다.

- 아니야, 자넨 지금 좌절하고 있어.

- 좌절이 아닙니다. 고통하고 있을 뿐입니다.

-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네.

- 뭡니까?

- 짓고 있는 공장과 철강회사를 매각하게.

- 철강회사를 팔아넘기라고요? 그게 없으면 서진은 뭐가 남는단 말입니까?!

그 공장은 제 필생의 사업이었습니다!

- 그 공장을 시작하면서 우린 근본적으로 위기를 맞이했잖아? 아깝지만 야심을 축소하잔 말이야.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 안 됩니다. 안 돼요!

(음악)

(차 멈추는 소리 및 차 문 여닫는 소리)

(발자국 소리 및 쇠 문 여닫는 소리)

- 어머!

- 안녕하십니까?

- 아, 어서 오세요.

- 사장님 심부름 왔습니다. 어제 지시를 받았는데 못 오고 하루 늦었습니다.

- 네, 와주셔서 고마워요.

- 저 이건 작품료라고 하시던데요.

- 아이, 고맙습니다.

(봉투 열어보는 소리)

- 어머, 너무 많은데.

- 그리고 이건 그냥 사장님의 선물인데요. 어... 아, 여기 진열대 위에 놓으면 좋겠군요.

- 뭔데요? 어... 어머나...! 이뻐요.

- 인형세틉니다. 우리 회사 수출품이에요.

- 사장님이 보내주셨어요?

- 네, 실례가 많았다고 전해주시라던데요?

- 하하, 정말 고마워요.

- 저한테 그러진 마십쇼, 허허.

- 아이, 괜찮아요. 전해주실 거 아니에요? 저 그런데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사장님 방이 넓은 편인가요?

- 사장실 말입니까?

- 네, 회사.

- 상당히 넓은 편이죠. 음... 이 화실보단 조금 적으려나? 아니, 클 거 같은데요?

- 어머나!

- 왜 그러십니까?

- 제 그림을 사장님께서 사주셨거든요? 8호짜리 소품인데 바다그림 말이에요.

- 그래요?

- 아이, 방이 그렇게 크다면 그 그림은 안 돼요. 너무 빈약하거든요.

- 그럼 어떡합니까? 그림을 키울 수도 없는 것인데.

- 아니에요, 방법이 있어요. 그 방에 걸어놓을 만한 크기로 바다그림을 다시 만들어서 드릴게요.

- 그러실 수도 있습니까?

- 그럴 수 있죠, 뭐. 제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에게 좀 더 좋은 걸 보내드리고 싶어요.

- 그럼 지금 가져갈 만한 게 있습니까?

- 음, 아니에요. 제가요. 다시 바닷가로 가서 그려야 해요. 그렇지만 며칠 안 걸릴 거예요.

- 그럼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아, 네. 안녕히 가세요.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어서 오세요, 사모님.

- 사장님 계셔?

- 네. 연락드릴까요? 혼자 계시는데.

- 필요 없어. 회장님은?

- 외출하셨어요?

- 외출?

(전화벨 소리)

- 네, 사장님.

- (전화 음성)공장에 갈 테니까 차를 대기시키도록.

- 네, 알겠습니다. 저, 그리고 사모님이 오셨습니다.

- (전화 음성)뭐?

- 아, 관두라니깐.

(문 여닫는 소리)

- 여보. 나 좀 봅시다.

- 그래요.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두 분이 왜 저러시지?

- 글쎄, 좀 이상하시네요?

(발자국 소리)

- 음, 앉으시오.

- 바빠요. 가봐야겠어요.

- 앉아!

- 왜 그래요?!

- 당신 회사 출입을 삼가 해.

- 뭐라구요?! 왜요? 여기가 제 금지구역인가요?

- 당신이 들락거릴 때 몇 사람이 당신을 보게 될지 생각해봤어?

- 알아요, 그런 식으로 훈계하려들지 말아요. 난 당신에게가 아니라

아버님한테 용건이 있단 말이에요.

- 용건이 있으면 전화를 쓰든지 집에서 만나.

- 그런 것까지 참견하지 말아요. 난 엄연히 이 회사 이사예요.

- 그래! 이사님! 그래서 당연히 고개를 똑바로 들고 모두의 인사를 받으면서

당당히 들어오고 싶단 말이지?!

- 그런 일까지 간섭받고 싶지 않아요. 내 할 일을 당신한테 설명할 수도 없구요.

- 당신 또 그때 그 부동산 브로커를 만나는 건 아니겠지?

- 신경 쓰지 말란 말이에요! 안 만나요!

- 이거 봐! 당신은 당신 혼자로서 이사가 아니야?! 내가 사장이니까 당신은 이사란 말이야!!

그걸 똑똑히 알고 있어! 직원들이 당신 귓등에 대고 뭐라고 할지 그것을 생각해보란 말이야!!

- 태평스럽고 도덕군자 같은 말씀 말아요!! 더 얘기하기도 싫어요!!

(발자국 소리 및 세게 문 여닫는 소리)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언니, 비가 오네요.

- 비?

- 종일 날이 이상하더니 비가 오려고 했나 봐요. 아... 비가 오니까 화실이 쓸쓸하네요.

학생들도 오지 않고.

- 음... 그래. 이런 날 바다에 가면 아름답겠지?

- 왜요?

- 비오는 바다를 한 번 그려보고 싶어.

- 지금 다녀오세요, 그럼.

- 지금?

- 스케치만 해오죠, 뭐.

- 아, 그럴까?

- 저때 거기로 가실 거죠?

- 그래.

- 그럼 다녀오세요.

- 청승맞다고 그러지 않을까? 비가 오는데 여자 혼자서.

- 아하하, 언니가 언제 그런 거 따지셨어요? 개울가에서도 캔버스 받혀놓고

닷새간이나 살으셨으면서.

- 아이, 그래. 그런데 이런 날은 처음이잖아?!

- 언니, 어째서 비오는 바다를 그리려고 하세요?

- 글쎄, 나도 몰라. 갑자기 그런 생각이 떠올랐어.

- 왜요?

- 응, 그냥 갑자기.

(음악)

박웅, 유민석, 김정미, 이기전, 안경진, 양미학, 유해무, 전기병.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주제가 작사 작곡 서유석.

노래 서유석, 김형균과 메아리.

(광고)

(음악)

인생극장.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열여섯 번째로 롯데삼강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10.11)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