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롯데삼강 제공입니다.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열네 번째.
(음악)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언니, 이 그림은 어디로 보내죠?
- 서진실업 사장실로 갈 건데.
- 그분이 언제 오셨어요?
- 어, 아, 그때. 너 없을 때.
- 어머, 자리 비운 적이 거의 없었는데.
- 너 없을 때 잠깐 들리셨어.
- 이리 넣으세요. 같이 배달하고 올게요.
- 음, 아니야. 이건.
- 언니가 직접 가시게요?
- 아니.
- 그럼 그분이 사람 보내실 거예요?
- 글쎄. 으흠, 내가 알아서 할게.
- 아하하, 아이, 그 사장님 나도 한 번 볼걸.
- 왜?
- 유명하잖아요. 청년재벌.
- 호기심이 많구나, 너?! 으흠.
- 아이, 그런 분은 얼마나 좋을까? 그렇죠, 언니?
- 시끄러워.
(문 두드리는 소리)
- 네.
(문 여닫는 소리)
- 아, 어서 오세요.
- 안녕하십니까?
- 오시라고 해서 죄송해요.
- 천만에요. 어차피 약속이 돼있는 거 아닙니까.
- 자, 이 그림이에요.
- 어, 포장이 다 끝났군. 약속은 약속이니까 내가 서 사장한테 직접 전해드리죠. 이거 바다 그림이죠?
- 네.
- 좋은 그림 뺏어가는군.
- 어머, 뺏어가는 게 뭐예요. 엄연히 돈 주고 사가는 건데.
- 내가 돈이 없는 게 한이라 그 말입니다.
- 어머, 하하하. 아니 그런데 거기 정말 가실 일이 있으세요?
- 물론.
- 내가 거기 가는 걸 훼방 놓으려고 그러시는 거 아니에요?
- 아하하하하하, 생각이 너무 스피디해서 질렸습니다. 하긴 그런 의미도 조금 있죠.
- 왜요?
- 한번쯤은 같은 세대로서 그럴 수 있지만 거듭 되는 건...
- 불건전?
- 천만에요. 질투가 나서요.
- 으흠, 가셔서 전해주세요.
- 뭘 말입니까?
- 그럴 기회도 없겠지만 그분을 한번 초상화로 그리고 싶다구요.
- 초상화? 아니, 날 모델로 하는 건 어떻습니까?
- 이 기자님 얼굴은 감동이 없어요.
- 그게 무슨 말씀이죠?
- 느낌이 강렬하지 못하단 말이에요.
- 으하하하하.
- 하하, 농담이에요. 아하하.
(음악)
(발자국 소리)
- 아, 늦었죠. 최 선생님,
- 아이고, 이제 오십니까. 사모님.
- 어, 선글라스를 끼셨군요.
- 아는 사람 눈이 싫어서요.
- 아하하하하, 끼시는 게 훨씬 더 멋있으신데요?
- 일은 어때요?
- 네, 그래서 1차보고를 드릴 셈 연락올린 겁니다.
- 아, 어디 좀 봐요.
(종이 넘기는 소리)
- 부사장, 경리 상무, 그리고 이 또 한 사람. 세 사람만 1차로 뽑았습니다.
- 수고하셨어요.
- 4년 전부터 이 사람들의 재산상황이 다 나와 있습니다. 재산세 액수, 거주지 이동 상황, 등기부 사본.
- 어, 저, 가만있어 봐요.
- 부인 명의로 된 것은 여기 따로 있습니다.
(종이 넘기는 소리)
- 아니, 부사장은 차가 또 따로 있어요?
- 네, 경리 상무도 마찬가집니다. 본인들은 회사 차를 타고 다니지만 부인들 용으로 따로 차를 굴리던데요?
- 아유, 세상에. 아니, 나도 차가 없어 회사 차를 쓰는데.
- 다 그런 거 아닙니까, 일하는 사람 따로, 재미 보는 사람 따로.
- 아니, 그게 뭐가 다 그런 거예요?! 그래야 마땅하단 건가요?
- 아니요, 제 얘기는 그게 아니라-.
(음악)
(종이 넘기는 소리)
- 어, 자금계획서 이것이 전부요? 정 상무.
- 네, 부사장님. 얼른 보십쇼. 회장님이라도 들어오시면 야단납니다.
- 골프 치러 갔을 게요. 흐흠, 그 영감 회사 돌아가는 건 일부러 모른 체 하는 사람이니까.
- 왜 그렇습니까?
- 아, 귀찮으니까 그렇잖아. 골치 아픈 거 손을 댔다가 발목까지 빠지기 십상이니까. 뭐,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 그거야.
- 아... 네.
- 아, 이거 참. 이걸 보니까 심각하군.
- 긴급자금으로 50억이 풀려보았자 얼마 못갑니다.
- 에휴, 이런, 쯧쯧쯧쯧... 아, 이럴 줄 모르고 겁 없이 그렇게 기업을 확장시켰나. 나 참.
몰랐겠지. 욕망의 환상에 사로잡히면 알코올이나 니코틴보다 더 심각한 거야, 아나?
- 압니다.
- 만약 50억이 풀리지 않는다면 언제까지 지탱할 수 있지?
- 사채시장도 이제 바닥이 났고 많이 버티어야 십여 일입니다.
- 십여 일 후면...?
- 부도가 납니다.
- 부도액수가 모두 얼마야?
- 집계할 수가 없습니다.
- 어림잡으면...
- 우리 기업은 자본금 20억에 부채총액은 약...
- 이 천?
- 네.
- 음, 어렵군. 해낼 수 있을 것 같은가?
-아... 글쎄요.
- 염려 말게.
- 네? 그럼 부사장님께서 다른 대책을...
- 이 서진의 핵심은 어딘가?
- 물론 짓고 있는 공장 아닙니까?
- 부도가 나면 기업은 어떻게 되나?
- 방대한 은행부채 때문에 우리 회사 경우는 곧 은행관리로 넘어갑니다.
- 사장은 경영권에서 당연히 손을 떼겠지.
- 네, 그야... 부사장님?!
- 흐흐흠, 내 말의 의미를 알겠나?
- 알겠습니다.
- 우리 서진철강은 사장 다음으로 내가 대주주야.
- 알고 있습니다.
- 난 서진철강을 가지고 한 번 일해 보겠다 그거야. 이따위 자리만 지키고 있는
허수아비 부사장 따윈 어떻게 되도 좋아.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어, 어서 오게.
(발자국 소리)
- 예상외군. 외출하고 없는 줄 알았더니.
- 하하하, 언제나 나가 다니란 법 있나?
- 비가 오기 때문인가?
- 비가 오나?
- 몰랐군. 커튼을 좀 걷어 봐.
(커튼 걷는 소리)
- 아이, 언제부터 오나?
- 한 시간 전쯤. 왜 그러나?
- 음... 많이 오는군. 비가 오면-.
- 공장 짓는 데 차질이 올까봐 그러는군?
- 지대가 좋지 않아. 야적된 장비도 문제가 있고.
- 곧 그치겠지. 자, 이거나 봐.
- 응? 이게 뭔가?
- 바다.
- 응? 아, 이거 그림 아닌가? 미스 오의.
- 그래, 서 사장이 샀다던데.
- 아, 그렇긴 한데 이걸 왜 자네가 갖고 오지?
- 아, 아무것도 아니야. 조금 아는 사람인데 여기 오는 도중에 들렸더니 그게 있더군.
- 오, 그랬어? 고맙네.
- 아는 사람인가?
- 흐흠, 약간.
- 바쁜 사람 오래 얘기하자고 들면 미안하니까 용건만 말하겠네.
- 다른 일이 있나?
- 불명확한 정보가 하나 있어.
- 뭔데?
- 좋진 않은 일이지만 이 회사에 불리한 기밀정보가 누군가에 의해서 뿌려지고 있네.
- 뭐라고...?
- 통계숫자가 정확하다는 거야. 간부급에서 그런 사람이 있는 모양인데. 불리한 사항만 골라잡아서 말이야.
- 어디서 들었나?
- 재무부 쪽.
- 그럴 리가, 동 업계의 모략이겠지.
- 글쎄,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약간은 조심하는 게 좋아.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어서 오세요, 사모님.
- 저... 사장님은 안에 손님하고 계신데요.
- 사장님 만나러 온 게 아니에요. 회장님은?
- 골프장에 가셨습니다.
- 나 회장님 방에 있을 테니까 경리 상무 좀 불러줘요.
- 네.
- 사장님한테 나 와있단 얘긴 필요 없어요.
(음악)
유민석, 김정미, 오세홍, 설영범, 김환진, 안경진, 양미학, 장광, 전기병.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주제가 작사 작곡 서유석.
노래 서유석, 김형균과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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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인생극장.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열네 번째로 롯데삼강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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