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 제13화 허수아비였지. 저 애송이들 밑에서…
달려오는 사람들
제13화 허수아비였지. 저 애송이들 밑에서…
1980.03.13 방송
(음악)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롯데삼강 제공입니다.

김남 극본. 이규상 연출. 달려오는 사람들. 열세 번째.

(음악)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오, 정 상무. 앉아요.

- 부사장님, 사장 만나셨습니까?

- 아니야, 은행 쪽에 간 거 아니야?

- 다른 얘기 못 들으셨습니까?

- 무슨 얘기? 일이 터졌나? 마침내.

- 아직입니다. 금주 자금 사정이 최악입니다만 사정이 약간...

- 무슨 얘기야?

- 작년 말부터 요청이 온 50억이 어쩌면 금주에 나올 것 같다는데요.

- 뭐어?!

- 너무 오래 걸려서 어려울 것으로 봤는데 어떻게 일이 터진 것 같습니다.

- 그래? 음...

- 그 자금만 풀려도 숨통은 트일 것 같습니다만.

- 정확한가?

- 네. 비교적 정통한 소식통입니다.

- 그러면 여기서 서진그룹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단 말인가?

- 일이 제대로만 풀린다면 그렇게 되겠죠.

- 음... 일이 생각과는 정반대로 움직이는데.

- 왜 그러십니까?

- 엊그제 행사 때 말이야. 사장이 참석도 하지 않고 하룻밤 행방불명된 거 잘 알지?

- 물론입니다.

- 그 때문에 참석자들의 여론이 좋지 않았다 그 말이야. 뭔가 심각한 일이 있었단 증거 아니겠어?

- 네, 그 점은 저도 좀 이상합니다만.

- 그러면 문제점이 안팎으로 깔려 있는 처지에 50억을 지원해줄 수가 없잖아.

- 하지만 왜 그게 안 될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

- 이것 봐. 정 상무.

- 네.

- 자네와 나는 이미 한 배에 타고 있는 입장이야.

- 잘 압니다.

- 내가 이 위기에 처해 있는 회사를 위해 왜 그간 손가락 하나 쓰지 않았든가 그 이유를 말해줄까?

- 부사장님.

- 아니야. 자넨 잘 알 거야. 내가 이 회사에 명색이 종합부사장이랍시고 부임해 와서 말야. 일한 게 뭐 있나?

- 그거야 부사장님 탓이 아니지 않습니까? 경영에 참여를 시키지 않으니 어떻게 일을 하실 수가 있단 말입니까?

- 허수아비였지. 허수아비 부사장. 의자나 지키고, 손님 접대나 하고. 흐흠, 저 애송이들 밑에서 내가 말야.

- 그 점에 있어선 사장의 경영방침이 너무 독선적이었습니다.

- 나를 얕봐선 안 되는데 저 애송이 놈들.

- 부사장님, 고정하십쇼.

- 내가 뭘 그동안 노려왔는지 이제 말해주지. 난 의자만 지키는 부사장이 아니고 일을 하는 사장이 되고 싶었단 말야.

- 부사장님.

- 서진은 망해야 해. 그것밖엔 나에게 기회가 없어!!

(음악)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어서 오세요.

- 아, 미스 오는?

- 식사하러 가셨어요.

- 오, 이렇게 늦게 점심을?!

- 네.

- 전시회 오늘까진가?

- 네, 저녁 때 그림을 뗄 거예요.

- 점심 잡수러 간 장소가 어디지?

- 이 앞에 작은 경양식 집이 있잖아요?

- 알았어, 고마워요.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음악)

(그릇 움직이는 소리)

- 어딜 그렇게 두리번거리세요?

- 아, 여기 계셨군.

- 아하하, 눈이 안 좋으세요? 전 아까부터 한참 보고 있었는데.

- 아니, 갑자기 어둑한 데로 들어오니 뭐가 잘 보입니까? 더구나 이렇게

구석 자리에 앉아 있으니.

- 웬일이세요?

- 웬일은요, 지나가다 들렸죠.

- 으흠, 일부러 오신 거 아니구요?!

- 으흐흐하하하하, 미스 오하고 얘기하면 수식어가 필요 없어 좋아요. 네, 일부러 왔습니다.

- 점심은 물론 드셨죠?

- 물론, 시시한 인생이지만 끼니는 잊어먹지 않으니까요.

- 그럼 차나 한 잔 드세요. 커피?

- 네.

- 여기 커피 한 잔 더 주세요.

- 네.

- 어제 오실 줄 알았어요.

- 왜요?

- 궁금하셨을 거 아니에요?! 서 사장과 내가 나이트클럽에서 밤샘을 했는데.

- 상황은 겉보기완 다르니까요.

- 아하하, 그래서 궁금하신 점이 하나도 없단 말이에요?!

- 그렇다고 해서 어제 쫓아와서 막 물어본다는 건 통속적 아닙니까?

- 그럼 복도에서 나더러 심각히 얘기하실 때완 다르군요.

- 어째서 말입니까?

- 돌아가지 말고 저 지처 있는 남자와 오늘밤 얘기를 나눠주시오, 하하, 그땐 감동적이었어요.

- 왜요?

- 우정의 슬픔 같은 걸 느꼈으니까요.

- 그래서 그날 다시 서 사장한테 갔었나요?

- 오해 마세요. 그건 아니에요.

- 그럼 뭡니까?

- 얘기할 수 없어요. 설명할 수가 없어요.

- 새벽까지 몇 시간 동안 무슨 얘길 나누셨소?

- 통속적인 흥미를 보이지 말아요. 한 남자의 얘기를 들어줬어요.

- 얘길 많이 하던가요?

- 훗, 춤도 출 줄 모르는 서투른 사람이었어요. 아시겠어요?

- 그래요?

- 대학 때 그런 경험이 더러 있어요. 모닥불 피워놓고 그 곁에 몇 명이 앉아서 밤새 얘기를 나누던

경험 말이에요.

- 그런 기분이었나요?

- 네, 그런 느낌. 그러다 새벽이 오면 문뜩 슬퍼지죠.

- 미스 오 기분이 개운해지진 않으셨군.

- 아, 전 그런 남자를 본 일이 없어요.

- 동정이오? 한 야심만만했던 젊은이의 고독을 엿보고 나서.

-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았어요.

(음악)

(문 여닫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아, 들어왔군.

- 네.

- 괜찮나?

- 뭐가 말입니까?

- 아니야, 이제 기분이 좀 안정되는가 해서 말이야.

- 네, 괜찮습니다. 그날 추태를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말이야 그런 실수를 또 해선 안 돼.

- 네.

- 기업체의 리더라는 건 개인감정을 노출시켜선 자격이 없는 거란 말이야.

- 알겠습니다.

- 물론 나이가 아직 젊고 처음 부딪치는 역경이기 때문에 그런 미스가 나오긴 하겠지마는

그 후에 오는 영향을 생각해야지.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기 전에 그런 일은 금물이야.

- 네.

- 그날 어디서 잤나?

- 그냥 좀 취해서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 어딘데?

- 생각 안 납니다.

- 애한텐 좀 타일러 놨지만 설득을 시키라구. 알았나?

- 네.

(음악)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 아, 이경우 기자.

- 아, 네.

- 서진그룹 기사 어떻게 됐어?

- 네, 그게...

- 서 사장 만나봤어?

- 네, 공장까지 같이 가보기도 했습니다만.

- 그럼 기사를 써야 할 게 아닌가? 기사! 아, 누가 친구 만나러 다니라고 월급 주는 줄 알아?!

- 네, 월급이 뭔지 잘 압니다만.

- 기삿거리가 없단 말이야?!

- 떠돌아다니는 루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요?

- 그래?

- 지금 판단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쇼.

- 얼마나?!

- 네, 그건-.

- 동창생을 취재해오라고 한 내가 잘못이지. 에휴, 빌어먹을.

(음악)

(차 멈추는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아유, 이제 오세요? 사장님.

(발자국 소리)

- 네.

- 사장님, 그럼 안녕히 주무십쇼.

- 그래. 오늘 수고했어. 잘 가게.

- 네.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차 떠나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쇠문 여닫는 소리)

- 사장님, 저녁은...?

- 안 먹었소.

- 네, 그럼 식당으로...

- 집사람은?

- 주무세요.

- 잠?

- 몸이 좀 아프신가 봐요.

- 그래요? 음...

(음악)

박웅, 유민석, 김규식, 오세홍, 설영범, 김환진, 안경진, 정경애, 양미학, 유해무, 홍경화.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주제가 작사 작곡 서유석. 노래 서유석, 김형균과 메아리.

(광고)

(음악)

인생극장.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열세 번째로 롯데삼강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9.27)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