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롯데삼강 제공입니다.
김남 극본. 이규상 연출. 달려오는 사람들. 열두 번째.
(음악)
(발자국 소리)
- 아니, 사장님!
- 아, 잘 잤소? 내 방문 좀 열어요.
- 이렇게 일찍 나오신다는 연락을 못 받았는데요.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 아, 괜찮소. 수위실은 당직이 몇 사람씩이지?
- 둘씩입니다.
- 여기서 잠을 자는 데 별 지장은 없소?
- 예, 괜찮습니다. 사장님.
- 지금 출근한 사람은 아무도 없지?
- 예, 아직 7시도 안 됐는데요.
(잠긴 문 여는 소리)
- 됐습니다. 사장님. 들어가시죠.
- 아, 고맙소.
- 저... 비서실 직원들 연락해서 빨리 나오라고 할까요?
- 아아, 관둬요. 그래도 정상일과 때처럼 해요.
(음악)
(전화벨 소리)
- (전화 음성)차 준비됐나?
- 네, 대기시켰습니다. 사장님.
- (전화 음성)회장님 출근하셨어?
- 아직 안 하셨습니다.
- 회장님 나오실 시간이 넘었는데?
(문 여닫는 소리)
- 나 말이야, 공장에 다녀올 테니까 회장님 오시거든 그렇게 말씀 드려.
- 제가 수행할까요?
- 아, 관둬.
- 아, 저... 사장님.
- 왜?
- 아이, 넥타이가 삐뚤어지셨어요.
- 그래?
- 그리고 머리도 한 번 빗으시는 게 좋겠어요.
- 아, 저... 여기 빗.
- 그런가? 음, 과연 별로 좋지 않군. 어때, 이제 됐어?
- 네.
- 고마워.
- 다녀오십쇼, 사장님.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사장님 오늘 아침에 좀 이상하시지 않아요?
- 글쎄, 이렇게 우리보다 먼저 나오신 적은 없었는데.
-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거 아니에요?
(음악)
(발자국 소리)
- 사장님, 어젯밤 제가 모시지 못해 죄송합니다.
- 자네 탓이 아니야.
(차문 여닫는 소리 및 차 시동 거는 소리)
- 어디로 가십니까?
- 공장.
- 네.
- 응? 아니, 왜 그래? 가지 않고?
- 사장님, 저기 누가 부르는데요.
- 누구야?
- 서 사장.
- 아니, 자네...?! 이 경우 아닌가?
(차문 여닫는 소리)
- 아니, 아침 일찍 여긴 웬일인가?
- 서 사장을 만나러. 좀 늦었더라면 오늘도 허탕을 칠 뻔했군.
- 자네가 한 번 왔다갔다는 얘기는 들었어.
- 피곤해 보이는군.
- 나 지금 공장에 가는 길인데?
- 크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공장 구경 좀 시켜 주겠나?
- 기자의 자격으로서 말인가?
- 아니야. 자네의 옛 동창생 자격으로.
- 음, 타게.
- 고맙네.
(차문 여닫는 소리)
(음악)
(문 두드리는 소리)
- 뭐예요?
(문 여닫는 소리)
- 저, 사모님. 회장님께서 오셨는데요.
- 나야, 아침은 먹었니?
- 웬일이세요?
- 회사에 나가는 길이지. 아직 연락 없니?
- 아버지, 나 며칠 바람 좀 쏘이고 오겠어요.
- 무슨 말이야?
- 일본에 며칠 다녀오겠단 말이에요.
- 서 사장 지금 어디 있니?
- 공장에요.
- 언제 연락 왔어?
- 본인이 연락한 거 아니에요. 비서실에서 전화 왔어요.
- 쯧쯧쯧쯧, 실없는 녀석 같으니라구.
- 이제 그걸 아셨어요?
- 이제라니?
- 전 이때까지 불평 한 번 하지 않은 채 눌러 참으며 살아왔어요.
- 그래, 너희들의 성격차이는 이미 잘 알고 있다.
- 그렇게 간단하게 단정할 만한 게 아니에요. 그 사람은 날 인격적으로 경멸하며 살아왔단 말이에요.
- 어떻게 말이냐?
- 우리는 마음이 통하는 부부가 아니란 말이에요.
- 부부간에는 누구나 모두가 그런 느낌이 있기 마련이야.
- 아니에요! 결혼 전에도 아버지만 아니었더라면 난 저 사람을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 그런 얘기는 꺼내는 게 아니야!
- 아버지는 어젯밤 일이 분하지도 않으세요?! 명색이 회장이고 장인인데 여러 사람들 있는 데서
그렇게 불손하게 나올 수 있어요?!
- 아, 그야 서 사장은 그때 취해 있지 않았어?
- 취한 게 아니에요! 평소의 감정이 그대로 노출되었을 뿐이에요! 아버지와 나한테 대한 그 사람의 본질이었어요!
- 음,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야. 난 말이다. 너희 부부간의 일이 걱정되는 게 아니야.
- 그럼 뭐가 더 걱정이세요.
- 회사가 위기에 처해 있는 이럴 때에 서 사장이 리드를 잘해나가야 되는데 그렇게 쉽게 좌절할 줄 몰랐단 말이야.
- 그인 체질적으로 틀렸어요. 그렇게 단순하고 학생 같은 방식으론 사업이 안 돼요.
- 그래서 말인데 당분간이라도 서 사장을 자극시키지 않는 게 좋아. 해볼 수 있는 데까진 그대로 둬.
- 그렇다고 뭐가 달라질 거 같애요?!
- 나 역시 괘씸하게 생각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마는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야. 너 역시 마찬가지고.
- 아... 알았어요.
(음악)
(발자국 소리)
- 어때? 볼 건 대충 봤는데 좀 앉지.
- 그래.
- 굉장한 시설이로군. 공장 공정이 지금 몇 프로나 되나?
- 60프로.
- 그래? 내 눈에는 완공 직전으로 보이는데 역시 비전문가라 보이는 게 없군.
- 자, 담배.
- 응.
(라이터 켜는 소리)
- 아... 서 사장, 졸업 이후로 이렇게 같이 앉아보긴 처음이로군.
- 아, 미안하네.
- 그런데 자네 말야, 왜 그렇게 표정이 우울하게 변했나?
- 내가?
- 모르고 있었군. 그런 표정은 하루 이틀 사이에 생긴 표정은 아니야. 일이 힘에 부치나?
- 음... 어젯밤 어떤 사람도 같은 질문을 하더군.
(음악)
- 처음 볼 때 놀랐어요.
- 왜요?
- 개인전 준비 때문에 며칠씩 밤샘을 하는 경우가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너무 피곤해서
문뜩 거울을 보면 내가 다른 사람같이 보여져요.
- 어떻게요?
- 피곤하면 지치죠? 지치면 또 외롭게 돼요. 그게 오래되면 그런 색깔이 얼굴에 자리를 잡게 되구요.
- 그래, 내 얼굴이 그렇단 말인가?
- 음, 그래요. 내 얼굴에 가끔 나타났던 그런 빛깔이 사장님 얼굴에 있는 걸 보고 가슴이 섬칫했어요.
- 그림 그리는 사람들의 오버센스요.
- 그렇지 않아요. 거울을 보세요? 지금도 그래요.
- 그래서 돌아가려다 다시 와주었소?
- 네. 그런 눈빛을 가진 사람들은 두렵지 않으니까요. 으훗, 그리고 그런 표정을 좋아한답니다. 됐죠? 후후.
- 하하하하하하하, 하하하, 하하하.
- 아니, 서 사장. 왜 웃지?
- 아아아, 아니야. 무슨 생각을 깜박...
- 무슨 생각인데?
- 아, 아무것도 아니야.
- 평화로워 보이는군.
- 뭐가?
- 공장 전경. 서영진 사장.
- 응?
- 경영이 위기라고 들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해서 자신이 있나?
- 자네가 신문기자의 자격으로서 묻는다면 물론 자신 있지.
- 동창생의 자격으로서 묻는다면?
- 대답할 수 없네.
(음악)
박웅, 유민석, 김정미, 오세홍, 이기전, 안경진, 정경애, 유해무, 서지원, 전기병.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주제가 작사 작곡 서유석.
노래 서유석, 김형균과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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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인생극장.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열두 번째로 롯데삼강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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