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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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 제11화 집에는 가고 싶지 않은 밤이니까
달려오는 사람들
제11화 집에는 가고 싶지 않은 밤이니까
1980.03.11 방송
(음악)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롯데삼강 제공입니다.

김남 극본. 이규상 연출. 달려오는 사람들. 열한 번째.

(음악)

(시계종 울리는 소리 및 전화벨 소리)

- 아... 네.

- (전화 음성)어, 난데 서 사장 들어왔니?

- 아... 안 들어왔어요.

- (전화 음성)11시 반 아니냐, 통금시간 다 됐잖아.

- 모르겠어요.

- (전화 음성)그럼 어디 연락해볼 데도 없어?

- 그 사람 회사 직원들 집엔 안 갔을 거 아니에요?! 회사 행사장에서

피해 나가버린 사람인데. 그러면 알아볼 데가 없어요.

- (전화 음성)없다니, 무슨 말이야?

- 집을 찾아갈 만한 사람이 없단 말이에요! 친구가 없는 사람이잖아요!

- (전화 음성)친척들 집에.

- 그런데도 갈 만한 데가 없어요.

- (전화 음성)그럼 말야, 이거 혹시 무슨 사고가 생긴 거 아닐까?

- 사고는 무슨 사고예요! 그 사람이 어린앤가요?!

- (전화 음성)글쎄, 그렇긴 하지마는 꽤나 알려진 사람인데 밤늦게 혼자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 걸 본다면 말야.

- 이름은 다소 알려졌어도 얼굴까진 유명인이 아니에요. 자기가 뭐 탤런튼가요?!

걱정 말고 들어가세요. 저도 자겠어요.

(전화기 내려놓는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 뭐예요?

- 목욕 준비 해놨는데요.

- 필요 없어요.

- 그럼 애를 데려올까요?

- 오늘밤은 아줌마가 좀 데리고 자요.

(음악)

- 여기 잘 오시는 집이에요?

- 아니, 처음인데.

- 오늘 기분이 좀 안 좋으신가 봐요.

- 아니야, 아니야. 숙녀한테서 저녁을 대접 받았으니 답례를 하는 게 예의 아니오?

- 으으흥, 과분해요. 저녁식사 한 끼뿐인데 이런 나이트클럽에까지. 여긴 생각보다 분위기가

훨씬 좋아요.

- 흠, 그렇군요.

- 그런데, 사장님.

- 네?

- 본래 술을 좋아하시나 봐요.

- 왜요?

- 오늘 저녁 술을 여러 잔 드셨어요.

- 흠, 그랬습니까. 음, 그렇지만 취하진 않았으니까 염려 마시오.

- 어머, 아.

- 왜 그러세요?

- 시간이 벌써...

- 가야 할 시간입니까?

- 네, 너무 늦었어요.

- 미스 오.

- 네?

- 겁이 많은 편인가요?

- 겁? 으흠, 아니요.

- 그렇다면 앉으시오.

- 왜요?

- 사장 따위 그런 인식으로 날 보지 말아요.

- 뭘... 바라세요?

- 우리가 오늘밤 이 자리에서 밤새워 얘기하는 것.

- 무슨 얘기요?

- 사람과 사람의 얘기.

- 사람들의 얘기를 좀 들읍시다.

- 안 돼요. 전 가겠어요. 사장님.

- 흠, 가시겠다면 미안합니다. 쓸데없는 얘기를 너무 많이 지껄여서.

- 사장님은 여기 그대로 계실 거예요?

- 어차피 집에는 가고 싶지 않은 밤이니까. 자, 더 늦기 전에 어서.

- 네, 사장님. 그럼 안녕히.

- 오늘 저녁 고마웠습니다. 또 만날 수 있기 바랍니다.

(발자국 소리)

- 미스 오.

- 어머, 어머, 이 기자님. 아니, 여기서.

- 네, 누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누군데요?

- 서 사장.

- 어머, 뒤를 밟았군요.

- 네, 줄곧.

- 어디서부터요?

- 회사 기념파티가 열리고 있었는데 서 사장은 참석치 않고 몰래 혼자 빠져 나갔습니다.

- 그래요? 왜요?

- 글쎄요, 그건 개인의 문제니까.

- 용건이 있으신가 본데 왜 그럼 안 만나세요?

- 혼자 되길 기다렸는데 줄곧 두 분이어서요.

- 흐흠, 감시당하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

- 감시요? 으흐하하하하, 이런 감시는 처음입니다.

- 지금 가셔서 만나세요. 이 클럽은 철야영업인가 봐요.

- 국내 제1급의 호텔이니까. 서 사장은 그럼 오늘밤 여기 있겠답니까?

- 네.

- 그렇다면 내가 가봤자 한마디의 얘기도 안 할 거예요.

- 왜요?

- 지금 저 사람, 자기의 세계를 만들고 있는 것 같은데. 오늘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말이에요.

그 세계에 다른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까?

- 회사에... 무슨 일이 있어요?

- 느끼지 못하셨나요?

- 아, 그런 얘기는 전혀...

- 쓸쓸해 보이는군요.

- 누가요?

- 저기 저 어둠 속에 혼자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는 젊은 사업가.

- 아이, 왜 그렇게 절 보세요?

- 저 사람이 사장이었고 나는 기자라는 위치 때문에 그동안 뭔가 적대감도 사실 가졌었지만

지금 저 곁으로 갈 용기가 안 납니다. 미스 오.

- 네.

- 저 사람 곁으로 가서 얘기상대나 해주세요. 결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 왜 그런 부탁을 하세요?

- 가끔씩 인간은 그런 도움이 필요한 법입니다.

- 아...

(음악)

- 사장님.

- 어? 미스 오! 안 돌아갔군.

- 아, 네.

- 난 고등학교 땐 화가가 되려 한 적 있었소.

- 알고 있어요.

- 대학은 물리과를 나왔는데 교수가 되려 했었단 말입니다.

- 그런데요?

- 서태진, 이 바보 같은 자식! 대학을 졸업하면서 난 욕망의 늪으로 빠지기 시작했소.

미스 오, 내 얘기 들어요?

- 네. 들어요.

- 성공한 사장, 젊은 파이어니어, 무서운 젊은 아이, 으흐흐흐흐... 새로운 물결, 기적의 드라마.

(술 따르는 소리)

- 사장님, 술 더 드시면 저 갈 거예요.

- 음, 그럼 술 더 안 들 테니 내 옆에 앉아 있겠소.

- 네.

- 성공이란 용어 좋아합니까?

-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 왜?

- 성공은 실패와 같은 회전축이에요. 그런 분명한 궤도에는 끼기 싫어요.

- 그럼 우리 바다 얘기, 그림 얘기나 할까요? 미스 오, 난 4년 동안 한 번도 취해본 일이 없는데...

아하, 오늘은 취했군요.

- 더 취하시면 안 돼요.

- 그래... 더 취하면 안 되지. 그랬다간 내 가슴속에 고이고 엉긴 이 더러운 추억들이 모두

쏟아져 나올 테니까.

- 제 어린 시절 얘기를 해드릴게요. 중학교 때 얘기 말이에요. 전 바닷가에서 자랐지만

수영은 못해요. 그래서 바다를 보기만 하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파도 소리 및 갈매기 우는 소리)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어머나, 사모님. 여기서 뭘 하세요? 혼자.

- 상관 말아요. 들어가요.

- 아유, 안 주무셨나 보군요. 지금이라도 좀 주무세요. 곧 날이 샐 건데.

사장님... 여태 안 들어오셨나... 봐요.

- 들어가라는데 왜 그렇게 잔말이 많아요!!

- 네, 그럼.

(문 여닫는 소리)

- 아...

(음악)

(발자국 소리)

- 아...

- 아하

- 음하하,

- 아하하하하하, 피곤하시죠?

- 아, 약간.

- 이젠 헤어져야죠?

- 그래야죠? 하룻밤 좀 어디로 도망했다고 해서 내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

- 흐흐흐흥, 밤새면서 그렇게 얘기해본 건 처음이에요. 아하하.

- 제가 실수나 안 했는지.

- 영국 신사처럼 너무나 완벽하셨어요. 으흥.

- 새벽이 오는 거리, 하하하, 좋군요.

- 사장님.

- 네.

- 용기를 잃지 말고 난관을 이겨 나가세요. 믿어요.

- 고맙소.

- 아, 그럼, 안녕히.

(음악)

(광고)

(음악)

인생극장. 인생극장.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열한 번째로 롯데삼강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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