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롯데삼강 제공입니다.
(광고)
김남 극본. 이규상 연출. 달려오는 사람들. 아홉 번째.
(음악)
- 저 현악단 어디서 데려 왔어요?
- 음악대학에서 왔습니다.
- 너무 빈약하잖아요? 5인조로선.
- 오케스트라를 쓸려고 했는데 사장님께서-.
- 이왕 한 번 하는 거 어쨌든 마찬가지 아니에요?!
- 네, 그렇습니다만.
- 사장님은 지금 어디 계세요?
- 어디 휴게실에 계신 모양입니다.
- 아이, 참. 뭘 하는 거야? 지금까지. 내가 좀 가보고 오겠어요.
- 아, 네. 곧 개식 시간입니다.
(음악)
(차 멈추는 소리 및 문 두드리는 소리)
- 누구십니까?
- 네, 저... 사장님 어디 가셨나요?
- 누구신데요?
- 아, 네. 이경우 기자라고 합니다. 사장관 동창인데요.
- 아, 그러십니까?
- 그런데 홀 안에도 안 계시고 물어봐도 잘 모르는 것 같아서요. 혹시 밖으로 나가시지 않았나 해서-.
- 가시면 제가 모시고 가지, 혼자 가시겠습니까.
- 글쎄요, 그런데 어디로 들어갔나?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아니, 여보.
(문 여닫는 소리)
- 뭐야?
- 뭘 하시는 거예요? 아니, 이건...!
- 놔둬.
- 아니, 술을...!
- 오늘 술 먹는 날 아닌가?
- 당신 참 이제 보니 정말 이상한 분이군요. 홀의 손님들은 누구더러 접대하라고 혼자 여기 숨어서
이러시는 거예요?! 당신 본래 술도 안 드시는 분이잖아요?
- 흐흐흥, 본래 그렇지.
- 대체 어쩌자는 거예요?! 이 행사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 망해가는 처지에 그걸 벗어나보려고 끝까지 허장성세를 부릴 수 있는 거야.
끝까지 반대를 했으면 여기 나오지도 않았을 거야.
- 그런데 왜요?! 왜 여기서 그러시는 거예요?!
- 이거 봐.
- 어머나! 아니, 기념사를 그렇게 구겨버리면 뭘 가지고 연단에 올라가시려고 그래요?!
- 연단? 흐흐! 연단이 아니야. 호소하고 애걸하는 자리지!
- 네?!
- 이 기념사 원고를 누가 썼나?
- 모르겠어요. 부사장이 썼겠죠. 총책임자니까.
- 얼간이 같은 자식! 그래놓으니까 관서에서 쫓겨났지.
- 뭐가 잘못됐어요?
- 내가 꼭 나가서 기념사를 해야 하나?
- 겁나세요? 참석자들이 어마어마해서요?
- 어마어마하지. 몇 년 전만 해도 내가 만나리라고는 꿈도 꿀 수 없는 사람들이
수백 명씩 와주었으니까.
- 모두 기다리고 있어요. 나가요.
- 장관, 국회의원, 각국 대사, 기관장, 총장, 은행장! 흐흐흐흐흐...
- 나가시잔 말이에요! 장갑을 끼세요.
- 영부인인 줄 알아?! 당신도 물론 그런 사람들하고 나란히 서서 악수하고 인사 받고
그러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겠지?
- 여보!!
- 당신 행복하고 자랑스럽지?! 이러한 세계가 당신의 이상이었잖아?
- 아... 당신 오늘 술을 몇 잔이나 잡수셨어요?
- 여보, 내 얘길 잘 들어봐. 난 오늘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
- 무슨 말씀이에요?
- 뭔가 해보겠단 말이야.
- 이 자리가 곧 그런 자리 아니에요?
- 그래, 내가 거대한 기업꾼들로 서진그룹을 일으키기 시작했을 때 저 사람들은 모두 날 비웃었지.
그러다 차츰 존경하기 시작했어.
- 그래서요?
- 내가 다시 몰락하면 또 저 사람들은 날 비웃을 거야! 또 내가 몰락하지 않으려면 저 사람들의 힘이 필요해!
- 우리에게 아직 힘이 있는 걸 보여줘야 그들도 힘을 보일 거예요.
- 아니야, 그들은 알 만 한 건 다 알고 있어. 그래서 말인데 난 기념사를 하겠어!
- 저 구겨진 종이를 들고 올라가시겠어요?
- 필요 없어! 직접 말하겠어!
- 내용을 다 외우셨어요?
- 저따위 내용이 아니란 말이야! 젊은 놈답게 탁 터놓고 말하겠어!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은행장님,
동 업계 여러분, 정치인 여러분, 전 지금 몰락 일보 전에 와있습니다!
- 여보!!
- 절 좀 도와주십쇼. 그 부탁을 드리기 위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것입니다. 여러분-.
- 오, 시끄러워요!!
(음악)
- 뭐라구?!
- 아유, 이거 야단났습니다.
- 사장님은 지금 곧 이리로 내려오실 것 같습니다.
- 술을 얼마나 갖다 주었나.
- 위스키 스트레이트로 두 잔입니다.
- 뭐 어째?!
- 아, 네. 속이 안 좋으시다면서 막 오셔서 한 잔 잡숫고 또 골치가 아프시다면서
두통약을 달라기에 아스피린을 찾으셨는데 그리고 또 한 잔을 더...
- 이거 봐, 오비서.
- 네, 회장님.
- 너 정신이 나갔구나. 얼빠진 녀석.
- 아니, 젊은 친구가 그렇게 어리석어 가지고 어떻게 비서실에 근무해왔어!
- 사장 본래 술을 좋아하지 않잖아. 마시지도 않을 뿐더러.
- 지금 휴게실엔 사모님만 혼자 계시나?
- 네.
- 가보자구, 가서 말려야잖아. 일 잘못했다간 오늘 기념행사 개망신 하겠다.
(음악)
- 하하하하하하하하, 왜? 안 될 것 같아? 응? 믿어지지 않느냔 말야.
- 유치하고 감상적이고 비겁한 짓이에요!
- 당신은 사교계에 대해 잘 아니까 근데 그것이 그렇게 유치해?!
(문 여닫는 소리)
- 어찌 된 셈이지?
- 사장님, 진정하십쇼.
- 뭐라고?! 왜들 몰려와서 야단들이야!
- 이분 취했어요. 오늘 큰일 내겠어요!
- 취했나, 서 사장. 자자, 날 봐.
- 난 취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오?! 응?!
- 뭐? 난 니 장인이야.
- 뭐라구요?! 회장님!
- 관두고 나가요. 저인 지금 정신상태가 이상해요!
- 이봐, 미스코리아!! 정신상태가 이상한 건 내가 아니고 너야!! 너와 당신들! 흥!!
배우처럼, 재벌들처럼 차리고 뽐내는 이 꼴들을 좀 보라지!!
- 으잇!!
(따귀 때리는 소리)
- 나가요!!
- 아니, 얘. 어따가 손지검을... ? 넌 나가 있어.
- 으윽.
(문 여닫는 소리)
- 이봐, 머리가 복잡한가.
- 그렇습니다.
- 왜 그래, 크게 취한 것도 아닌데.
- 미안합니다. 먼저 가셔서 행사를 시작하십쇼. 난 좀 앉아 있다가 내려 갈 겁니다.
- 그게 좋겠습니다. 회장님.
- 음... 그럼.
- 아...
(음악)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및 웃음소리)
- 잘해봐, 얘. 좋은 기회 놓쳤잖아.
- 나 같음 어디 다친 덴 없지만 손해배상을 한 천쯤 달래겠어.
- 어머.
- 너무하지 뭐야. 그래, 돈도 도로 반환해버렸는데 겨우 화분 하나야? 아유, 약아빠졌어.
- 관둬, 얘. 나완 상관없는 얘긴걸 뭐. 문 잘 잠갔니?
- 응, 그래. 도둑 들어가지 않을 테니까 걱정 마라.
- 아하하하.
- 피카소 그림도 아닌데 또 누구 하나쯤 들어가면 어때서.
- 어, 아하하하.
- 아하하하하하하하하!
- 모레 저녁에 또 와서 우리가 그림 정리 해줄게.
- 그래, 고맙다. 난 이쪽으로 가야 해.
- 어, 그래? 그럼 모레 올게.
- 음, 고마워. 잘 가.
- 그래, 안녕.
(발자국 소리)
- 어머?!
(음악)
박웅, 유민석, 김정미, 오세홍, 설영범, 이기전, 안경진, 양미학, 유해무, 장춘순, 홍경화.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주제가 작사 작곡 서유석. 노래 서유석,
김형균과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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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인생극장.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아홉 번째로 롯데삼강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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