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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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 제7화 두 분 사이가 좀 이상한데?
달려오는 사람들
제7화 두 분 사이가 좀 이상한데?
1980.03.07 방송
(음악)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롯데삼강 제공입니다.

(광고)

김남 극본. 이규상 연출. 달려오는 사람들. 일곱 번째.

(음악)

- 어서 오세요.

- 네, 가만 있자... 그런데 오 선생은 아직 안 나오셨나?

- 저, 여깄어요.

- 아, 안녕하십니까?

- 어머나, 이 기자님.

- 오, 하하하. 성을 다 기억해주시고 고맙습니다. 영광인데요?

- 그렇게 미련한 머리는 아니에요.

- 미련해가지고 그림이 됩니까? 컴퓨터보다도 더 예민하고 섬세한 감각이 있어야 될 건데.

- 공치사하지 마세요. 오늘도 한가하시네요?

- 하하, 그렇게 보이십니까?

- 음, 한가한 장소에서만 봬니까요.

- 아니, 이 치열한 예술의 세계가 한가한 겁니까?

- 치열한 건 저 혼자의 문제예요.

- 으흠, 너 같은 구경꾼이 뭘 아느냐.

- 아하하하, 그런 건 아니에요. 보아하니 그림을 사시려고 온 것도 안 같구요.

- 네, 미리 말씀 드리자면 그렇습니다.

- 또 그렇다고 해서 진심으로 그림을 보려고 온 것도 안 같아요.

- 완전히 머릿속을 까뒤집고 보시는군요.

- 하하하, 기분 나빠 하지 마세요. 그게 더 마음 편하고 좋아요.

- 아, 나도 언제 이런 데 와서 빨간 딱지를 하나씩 부쳐보나...

- 아이, 모두 사려고 오는 사람들만 있으면 이런 작품전 할 필요도 없죠, 뭐. 안 그래요?

- 말씀의 장단이 또 바뀌는군요. 아하하하하하.

- 하하하하하.

- 아, 아, 이 화분 참 좋다. 누가 보냈나? 서진그룹 사장 서영진? 아니, 서 사장이.

- 왜 놀라세요?

- 여기 그 사람 왔다갔나요?

- 아니요, 사람 편에 그냥 보내왔어요.

- 그날 우물쭈물하시더니 사실은 잘 아는 사이였군요.

- 아유, 몰라요.

- 거짓말 마세요.

- 아, 정말이에요. 한 번밖에 본 일이 없어요.

- 그런데 이렇게 큰 화분을?

- 그분 그림을 좋아하나 보죠?

- 좋아하다마다요. 사실은 고등학교 때 그 친구 미술반이었습니다.

- 그래요?

- 엉뚱하게 빗나갔지만 고등학교 때 화가가 되겠다고 한 적도 있으니까요. 근데 두 분 사이가 좀 이상한데?

(음악)

- 어서 오세요, 사모님.

- 사장님 계셔?

- 아니요, 중앙청에 가셨어요.

- 오, 회장님은?

- 계세요.

(문 여닫는 소리)

- 사모님이 요즘 회사 출근을 너무 자주하시는데?

- 그런 것 같애요.

- 그런 것 같다니? 그게 무슨 표현이야, 하루도 안 거르고 어쩔 땐 하루에도 두세 번씩인데.

- 일이 있으니까 그런 거 아니에요?

- 물론 그렇겠지, 그렇지만 말야. 부인이 저렇게 자주 내왕하는 거.

- 보기에 안 좋아요?

- 글쎄... 보기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까?

- 아, 엄연히 우리 회사 이사의 한 사람 아니에요?

- 그거야 개인 회사는 어디 안 그런 데 있나? 할머니도 이사고, 돌 지난 애도 이사고, 다 그럴걸.

- 아하하, 월급쟁이가 그런 데 신경쓰지 마세요.

- 나도 내 회사니까. 그런데 여자가 저렇게 설치고 다니는 회사치고-.

- 뭐예요?

- 잘되는 데 못 봤어.

(음악)

- 그래? 그 친구가 그런 소릴 했어?

- 그 경리 상무 바꿔치울 수 없어요?

- 음, 무슨 명목으로... 일개 평사원도 아닌데 명목이 있어야 하지 않니.

- 너무 비협조적이잖아요. 지까짓 게 뭔데...

- 서 사장과 이 회사 창립동지 아니냐?

- 그러니까 건방져서 틀렸단 말이에요. 창립동지건 뭐건 지금 고용인 아니에요?

- 이 회산 틀려먹은 자들이 우글우글하다.

- 왜 그걸 가만두는 거예요?!

- 서 사장이 우유부단한 탓이지. 나이 어린 탓에 매정하지 못하고 말하자면, 아직 인간적이란 말야.

경영주는 인간적이 있는 반면, 그와 똑같이 비정한 면이 있어야 돼.

- 아버지가 경리 상무를 불러 직접 지시해주세요.

- 난 안 돼.

- 왜요? 회장이 뭐하는 자린데요?

- 그런 말 하지 않는 자리야. 난 애초부터 대내문제는 노터치하기로 약정이 돼있잖니.

- 그럼 그냥 알고만 계시겠단 말이에요?!

- 그래, 그건 여차하면은 책임이 뒤따르는 문제 아니냐. 책임 있는 일은 서 사장이 해야 돼.

- 아버지는 그럼 파티나 다니고 손님접대만 하시겠단 말이에요?!

- 안 그러면 말야, 회사 경영을 통채로 넘겨주든지.

(음악)

(사람들 웅성거리는 소리 및 발자국 소리)

- 정 상무님.

- 오, 이 기자.

- 여전히 바쁘시군.

- 이놈의 경리 담당은 말야 결재서류가 하루 오백 장이야. 이해 하겠어?

- 뭐가 그리 많나?

- 돈 들어오고 나가는 게 몽땅 여기서 빠지거든.

- 잘 돌아가는군.

- 뭐가?

- 밖에선 이러쿵저러쿵 소리가 많지만 들어와보면 열심히 일들 하고 있으니 말야.

- 회사가 다 그렇고 그런 거지. 사장은 만나 봤나?

- 없어. 어디 갔나?

- 공장 쪽일걸?

- 공장엔 뭐하러 날마다 쫓아가지? 그 공장 때문에 회사가 이 야단 아닌가?

- 왜?

- 너무 힘에 부치는 걸 착공했어. 사운을 걸고 시작했는데 돈줄이 잘 안 풀리니

공장 건설은 지지부진이고 또 공장이 완공되야 회사가 숨통이 터질 건데 말야.

- 예측을 못했나?

- 계산 상으로는 오케이였지.

- 현실을 알 수가 있나. 국내 경제, 국제 경제는 예측을 못했어.

- 그래서 비관적이란 말인가?

- 허덕허덕하는 판인데 뭐 어떻게 되겠지.

- 전망 있군.

- 아, 맨손으로 시작했는데 맨손이야 안 남겠어?

(음악)

(문 소리)

- 아, 이제 오세요? 늦으셨군요.

- 일찍 들어왔소?

- 저도 온 지 얼마 안 돼요.

- 당신도 무척 바쁘군.

- 어디서 오세요?

- 공장에서.

- 지금까지요? 당신... 어디서 술 하셨어요?

- 공장 인부들이 술을 한잔씩 하더군.

- 아니, 그래서 거기 어울려서 막걸리를 한잔씩 하셨단 말이에요?

- 그렇소.

- 아, 당신 다됐군요. 그런 체통머리 없는 사장이 어딨어요?!

- 왜, 잘못한 건가?

- 체면과 품위가 있어야 하잖아요?!

- 체면, 체통?! 하... 여보. 호텔에서 글라스에 위스키를 담아 마셔야만 체면인가?

당신도 당장 내일 공장에 한번 나가봐. 그 사람이 어떻게 땀을 흘리고 어떻게 일을 해나가는지.

가서 똑똑히 한 번 보란 말야!

- 뭐예요? 당신 지금 취하셨어요? 하아, 그럼 당신이 직접 기름장갑을 끼고 며칠 일해보시지 그러세요?

- 그래, 내가 조금만 더 기분이 안정된다면 그러고 싶소.

- 기업경영은 그런 게 아니에요. 책을 좀 읽어보세요.

- 관둬요. 그런 것으로 다투고 싶지 않느니까.

- 아... 속상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에요. 좀 건드리지 말아요.

- 그러지, 피곤해. 가서 자야겠어. 애긴 자나?

- 그래요.

- 애기 잘 키워.

- 무슨 말씀이에요?

- 건강하고 착하게 잘 기르란 말야.

- 걱정 마세요.

- 이제 보니 당신, 옷도 안 갈아입고 술까지 한잔 하셨군. 얼굴 색깔이 붉은 걸 보니까.

- 모임이 있었어요.

- 그래서 마셨나? 호텔에서.

- 네, 왜요? 그게 나빠요?

- 좋지.

- 비꼬지 마세요. 난 당신의 아내로서 사회생활을 하는 거예요.

- 내 아내로서?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렇다면 고맙소.

- 아, 자겠어요.

- 이봐.

- 애한테 술냄새를 풍기지 마라. 애 옆에 가지 말란 말야! 당신한테선 향수냄새밖에 나는 게 없어.

당신한테선 엄마냄새가 나지 않는단 말야!

(음악)

박웅, 유민석, 김정미, 오세홍, 이기전, 김환진, 안경진, 양미학, 전기병.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주제가 작사 작곡 서유석.

노래 서유석, 김형균과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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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인생극장.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일곱 번째로 롯데삼강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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