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생극장. 달려오는 사람들. 롯데삼강 제공입니다.
김남 극본. 이규상 연출. 달려오는 사람들. 다섯 번째.
(음악)
(차 멈추는 소리 및 차문 여닫는 소리)
- 사장님, 그럼.
- 아, 그래. 들어가게.
(발자국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아, 이제 들어오세요. 사장님.
- 아, 네. 집사람은?
- 안에 계세요.
(문 여닫는 소리)
- 아니, 여보. 아, 왜 이리 일찍 들어오세요?
- 왜?
- 어디서 오시는 거예요?
- 회사에서.
- 아이, 참. 정신이 그렇게 없으셔서 어떡해요.
- 음, 뭘 말야?
- 비서들이 오늘 스케줄도 안 일러줘요?
- 호텔 파티 말인가?
- 네, 아시잖아요. 아시면서 뭐 하러 집엔 들어오세요.
- 아... 피곤하오.
- 아니? 그럼 안 가시겠단 말이에요?
- 안 되겠어.
- 당신 참 너무하세요.
- 회장님하고 부사장이 갈 거요.
- 난 그럼 언제나 아버지와 부사장을 동반하란 말이에요?!
- 난 파티형 인간이 못 돼.
- 그러니까 오늘은 참석하시라고 그랬잖아요. 쿠웨이트에서 온 중요한 손님이라면서요?
- 모르겠소.
- 아버님이 초청하셨다고 해서 당신은 상관 않겠단 말이에요?
- 말하고 싶지 않아.
- 똑똑히 얘기하세요. 뭘 숨기세요!
- 그래, 얘기하지. 그 쿠웨이트에서 데려온 친구, 난 기대하는 게 별로 없어.
- 그럼 아버지가 괜히 혼자 좋아서 초청하셨단 거예요?
- 아버진 회장으로 계시면서 연간 수십 명 외국 사람들을 초청해왔지만 결실된 건 아무도 없었어.
어중이떠중이 공짜관광객들만 초청하셨단 말야.
- 회장의 위치는 상업적으로만 처세하는 곳이 아니에요!
- 알고 있어. 그러니 내키지 않는 날 억지로 끌고 가려 하지 말아요.
- 알았어요. 아, 난 당신의 성격을 이해할 수 없어요!
- 흠, 당신이나 아버지, 부사장은 그런 데 가서 움직이는 게 체질에 맞겠지만 난 그게 아니야.
각자 자기 좋은 일을 합시다.
- 그래요!! 당신은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보고 있어요!
(문 여닫는 소리)
(음악)
- 그래, 서 사장은 집에 있다구?
- 네.
- 쯧쯧쯧쯧, 그 친구 조금씩 얼굴을 넓혀야 할 때도 됐는데.
- 너무 비사교적이에요.
- 글쎄, 내가 보기엔 연구실 학자 타입이야. 학자...
- 아버지도 안 계셨으면 이 회사 이미 끝장났을 거예요.
- 그런데 그러한 점이 또 묘하게 장점이란 말야.
- 뭐가요?
- 지금까지 흔히 알려진 사장 타입과는 정반대이니 말야. 술 먹고, 정치하고
사교하고... 그런 것과는 아예 거리가 머니... 아하하하하.
- 깨끗한 사장이란 건가요?
- 그래. 신비스럽고 학구적이고 순수하다는 평이 있지.
- 일시적이에요.
- 뭐가 말이냐?
- 그렇지도 않아요. 너무 야심이 많고 냉정해요. 항상 뭘 숨기고 있는 것 같아요.
- 너완 요즘 어떠냐?
- 그저 그래요.
- 며칠 전 누가 그러던데 서 사장 바지는 몇 달째 한 번도 다려 입지 않은 것 같더라고 말야.
- 누가 그래요?
- 글쎄. 그런 건 니가 신경을 좀 써라.
- 그런 덴 관심이 없는 사람이잖아요. 오히려 귀찮아 하구요.
- 그건 그렇지.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아주머니.
- 네, 사장님.
- 앤 아직도 잡니까?
- 네, 한참 있어야 깨어날 거예요. 낮에 일광욕을 좀 시켰더니.
- 돌 지난 지 두 달이죠?
- 네.
- 애를 잘 길러주세요.
- 아하하, 네. 걱정 마세요.
- 저, 그리고-.
- 참, 오늘은 일찍 들어오셨는데 저녁은 어쩌셨어요?
- 안 먹었지만 생각이 없어요.
- 아유, 그래도 조금은 드셔야죠.
- 관두세요. 저 관두고 술이나 한 잔 갖다 주세요. 한 잔만.
- 네.
(음악)
(술 따르는 소리)
- 자, 여러분. 쿠웨이트에서 오신 닥터 알리를 위해서 건배를 합시다.
- 고맙습니다. 서진그룹과 회장님, 그리고 사장님 내외분. 임직원 여러분의 건강을 빕니다.
- 닥터 알리, 우리 서진그룹을 항상 위해서 힘써주신 데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 오우, 감사, 감사합니다. 미세스 서, 미모의 부인을 다시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 아하하하, 다시 오신 걸 환영해요. 닥터 알리. 하하하하하.
- 언제 뵈어두 아름다우십니다. 하하하하하하하.
- 하하하하하하하.
(음악)
- 아버지, 경리 상무는 안 왔나요?
- 경리 상무? 왔을 건대. 그 친구 마시고 노는 덴 빠질 위인이 아니지. 음, 저기 저쪽에 있군.
(발자국 소리)
- 어, 오셨어요?
- 아, 네. 사모님.
- 잠깐만.
- 네.
- 어때요? 제가 얘기했던 거 말이에요.
- 네, 저...
- 곤란하단 말이에요?
- 사모님, 사실 저도 최선을 다해보고 있습니다만 계약금 정도라면 몰라도 그 액수 전체는...
- 어려운가요?
- 죄송합니다. 사모님.
- 좋아요.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죠.
(음악)
(문 두드리는 소리)
- 네.
(문 여닫는 소리)
- 안 자고 뭘 하니?
- 아하하, 네. 곧 잘 거예요.
- 준비는 다 됐지?
- 네, 내일 오전에 그림을 걸구요.
- 그럼 그림은 따로 걸고 테이프 끊는 시간은 따로 저녁 5시냐?
- 네, 첫 번째 개인전이라 자신이 없어요. 엄마.
- 으음, 자신이 없긴! 내가 보기엔 좋기만 하던데. 이 안내장 봐. 그림들 오죽 좋으냐.
- 아이, 엄마라 봐주시니까 그렇지.
- 테이프 끊는 덴 누구누구 오니?
- 친구들, 선생님들. 그렇죠. 뭐.
- 으으으응, 쯧쯧, 시집갈 나인데 진짜는 안 오니?
- 아하하하.
- 좀 굵직굵직하게.
- 아이, 뭐. 국회의원이나 사장 그런 사람들만 와야겠어요?
- 아, 두루두루 많이 오면 좋지.
- 하하하, 아, 참. 엄마, 서진그룹의 사장 알지?
- 응? 내가 알긴 어떻게 알아?!
- 젊은 사장이라고 신문 같은 데 자주 나잖아. 나이 서른에.
- 오호, 그래그래. 얘긴 들었다.
- 난 재벌 사장이라고 해서 어마어마한 줄 알았더니 아무것도 아니더라?
- 무슨 소리야?
- 사장 같지도 않고 그냥 보통 지나다니는 사람이야.
- 아, 그럼 다 같은 사람이지. 뭐 다른 거 있겠어?
- 인상도 참 좋잖아.
- 무슨 소리야? 너... 그 사람을 만났었니?
- 아하하하하, 아니야. 그럴 일이 조금 있었어. 아이, 물감을 찾으러 가야 할 텐데. 참.
(음악)
(전화벨 소리 및 전화수화기 드는 소리)
- 네. 비서실입니다. 사장님은 회의 중이신데요. 네, 다시 연락 주십쇼.
(문 여닫는 소리)
- 이거 봐. 회의 시작했나?
- 아닙니다. 회의실에 모두들 모여 계시는데.
- 사장은?
- 아직 안 나오셨습니다.
- 집에서?
- 네.
(문 여닫는 소리)
- 아, 저기 오십니다.
(발자국 소리)
- 안녕하십니까.
- 음, 늦었군.
- 네.
- 회의 끝나고 나 좀 볼까?
- 네, 알았습니다.
(음악)
박웅, 유민석, 김정미, 이근욱, 유근옥, 김환진, 이기전, 안경진, 정경애, 유해무.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주제가 작사 작곡 서유석.
노래 서유석, 김형균과 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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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인생극장. 김남 극본. 달려오는 사람들. 이규상 연출, 다섯 번째로 롯데삼강 제공이었습니다.
(음악)
(입력일 : 2010.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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