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극장 봄비 아가씨 고려야구 제공입니다. 유고상 극본 이규상 연출 스물 다섯번 째.
-오래 기다렸니?
-아니, 지금 막 왔어.
-차 들어. 이봐, 여기 커피 둘!
-단골 다방이니?
-며칠 안됐어.
-지난번 고마웠어.
-인사가 빠르다.
-일찍 하고 싶었지만 자기 행방을 알 수가 있어야지. 자기 찾으러 경마장엘 한 번 나가 봤었어. 근데 없더라. 경마장 졸업했니?
-자금 좀 대 줄래?
-우리엄마 있잖아? 결혼 준비 자금이 필요하다면 얼른 내 줄텐데 뭐?
-야 니가 장모님하고 딱 붙어 있는데 그게 돼니?
-자기 지금 뭐라 그랬어?
-장모님?
-그래.
-허..자기 정말 뻔뻔하다.
-뻔뻔하긴 마찬가지야.
-듣기 싫어. 날 보자고 한 용건은 뭐니?
-점심 사고 싶어서.
-나한테? 허, 참 어쩐 일이지? 점심 한 끼에 또 복선 깔린거 아냐?
-옛날에 풍월때는 그랬지. 근데 요즘 사정이 좀 달라졌다.
-어떻게 달라졌니?
-나 월급쟁이 됐다.
-흠 웃겨 정말.
-그렇게 나올줄 알았다. 나 니네 아버지 회사에 취직했다.
-뭐?
-농담 아니야. 전화 해봐.
-어머 얘좀 봐 정말...
-신기하지, 내가?
-너 정말 취직한거야?
-야 어제가 월급날인데 늦게 들어왔다고 열흘 치 밖에 안주더라. 자, 봐. 월급. 나 한푼도 안꺼냈어.
-이걸 왜 나한테 주니?
-그냥 너한테 주고 싶더라. 앞으론 매달 그럴꺼야.
-어머...
-대신 너 나 용돈 꼬박꼬박 줘야한다.
-몰라.
-흠흐흐흐 니가 다 부끄러워 할 줄도 아니?
-몰라.
-아무튼 나가자.
-웬일이니? 니가 우리집엘 다 찾아오고?
-실업자가 갈데 있니?
-아이, 뭐 좋은일 있어?
-그렇게 보이니?
-음 밝아 보여.
-에유 언제는 어두웠고?
-오늘은 더 밝아 보여.
-나 오늘 무지무지하게 감격한 날이야. 흐흣 자, 봐.
-뭐니 이게? 월급봉투 아니야?
-맞어.
-그런데?
-잘봐. 누구건가.
-배상태? 아니 이거 그 사람거야?
-배상태가 또 있는줄 아니?
-취직했데?
-음. 첫 월급이라며 몽땅 내게 가져온 거야.
-어머 그래?
-앞으론 날 보고 매달 월급봉투 받으러 나오래. 그리고 용돈은 날 보고 달래. 후훗 게 좀 웃기는 애지? 그렇지?
-고맙다. 정란아. 넌 이제 방황이 끝난거야. 널 보면 알 수 있어. 넌 지금 이 월급봉투를 나한테 자랑하고 싶은거야. 아무튼 고맙다. 이제 넌 니 갈 길을 찾은거야.
-얘는...뭘 그렇게 물끄러미 쳐다보니?
-음..훗 축하해.
-뭘 축하해?
-이 월급봉투?
-하하하
-어머 기집애 웃기는?
-넌 왜 웃니?
-하하하
-우리가 왜 웃었지?
-몰라. 하...난 참 맹꽁이야.
-미스터 배. 그 사람 됐다 정말.
-난 말이야. 그 사람이 월급봉투를 주는데 정말 가슴이 뭉클하더라. 취직 턱을 낸다며 설렁탕을 사주는데 괜히 목이 매잖아. 땀을 흘리면서 열심히 설렁탕 국물을 마시고 있는 그 사람이 왜 그렇게 좋아 보이던지. 눈물이 다 났잖아...그게 아마 여자의 행복인 모양이지?
-후훗 그 월급봉투 잘 모셔.
-아이 정말이야. 액자를 만들어 걸어두고 싶은 심정이야. 그리고 맨날 나 자신을 돌이켜보고 싶어.
-부럽다. 니가
-아이 기집애 부럽기는...후훗
-(따르릉)
-여보세요?
-접니다. 동식이. 지금 바쁘세요?
-아니요?
-잠깐 만나뵙고 싶습니다.
-지금이요?
-네
-서울역 앞 동심다방에 있습니다.
-아이 지금 친구가 와 있는데요.
-아무튼 나오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알겠어요.
-누구?
-음 동식 씨.
-만나제?
-음.
-그 사람 널 사랑하나 보더라.
-아이, 그럴리가 있어?
-아니야, 틀림없어. 내가 보기엔 널 위해서 종이라도 될 사람이더라.
-동식 씬 영민이 친구야.
-하지만 영민인 떠났어. 떠난 사람 다시 생각한다는건 괴로운 일이야.
-음. 그러탐 넌 내가 동식 씨 하고 결혼이라도 하길 바라는 거니?
-순수 하잖아?
-하..그 사람은 순수해. 하지만 난 순수하지 못해.
-난 말이야. 니가 알다시피 굉장히 깍쟁이야. 그러고 순수하지도 못해. 그런 나도 말이야 어린 애기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 한 없이 순수해 지거든? 내말 알아듣겠어?
-아무튼 난 지금 날 모르겠어.
-아 나가자 어디서 만나기로 했니? 나 나가는 길에 같이 나가자.
-전 오늘 안나오실 줄 알았습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아, 아닙니다. 오늘 못 뵈면 2, 3일 못뵐거 같아 오실 때까지 기다릴 작정이었습니다.
-어딜 가시는데요?
-네 어딜 좀 갔다 오기로 했어요. 가기 전에 주영 씨하고 좀 의논드릴 일이 있어서요.
-무슨 의논이요?
-제가 말입니다.
-네
-제가 무슨 얘기를 해도 오해는 안하시겠죠?
-아이, 무슨 말씀을 하시려구요?
-영민이 문제 말입니다.
-무..무슨 문제요?
-영민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주영 씨의 솔직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어떻게 생각을 하다뇨?
-아직도 영민이를 사랑하고 계십니까? 왜 대답이 없으십니까? 전 그 대답을 듣고 싶은겁니다. 영민이를 사랑하고 계십니까?
-동식 씨.
-말씀해 주십시오. 저한테는 굉장히 중요한 일입니다. 주영 씨 한마디에 모든게 달려있습니다.
-좋아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사랑하고 있다 그 말씀이죠?
-사랑하는것 하고 좋아하는것 하고는 달라요.
-그럼 사랑하는건 아니죠?
-왜 그렇게 어리석은 질문을 하세요?
-그게 어리석은 겁니까? 전 말입니다. 어젯밤 한 잠도 못자고 생각한 말입니다. 솔직한 주영 씨의 마음을 알고 싶은겁니다. 영민이와 결혼을 하실겁니까?
-결혼이요? 하..영민이는 저를 떠난지 오래됐어요.
-알겠습니다. 그만 하면은 충분히 알만합니다. 저 그럼 2, 3일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동식 씨.
-네?
-어딜 가시는 거에요?
-그건 주영 씨가 알바 없습니다. 그럼 나중에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어, 또 오셨군요?
-네 오빤 어디 갔나요?
-요즘 조합 일이 굉장히 바빠요.
-바쁜건 참 좋은 일이죠.
-지난번에 오셨을때 섭섭하셨죠?
-네 조금은 섭섭했지만 이젠 괜찮아요.
-안에 들어가 기다리세요.
-아 아닙니다. 여기 바깥 공기가 참 좋습니다. 오빤 요즘 조합 일 말고 또 바쁜 일 없습니까?
-목장 일이죠 뭐.
-이만한 목장을 할려면 굉장히 돈이 많아야죠?
-동식이 오빠도 해보시게요?
-아이고, 내가 이런걸 어떻게 해요?
-왜요? 잘 하실거 같은데요.
-아니에요. 난 게을러서 못합니다.
-요즘 오빠한테서 뭐 딴거 발견하지 못했어요?
-뭘요?
-왜 있잖아요. 혼자 뭘 깊히 생각한다던가 하는 일 말이에요.
-오빤 늘 혼자 있는걸요. 그래서 생각도 많은 모양이에요. 아니 오빠가 오네요.
-(부르르릉)
-야 임마! 니가 웬일로 또 내려왔니, 어!
-나 너하고 진지하게 얘기할게 있어 왔어.
-하하하 자식, 심각한 표정 쓰지마.
-손정아 김정미 박은수 설영범 전경애 신성호 음악 김홍철 효과 신제훈 장준구 기술 이원섭 주제가 작곡 정민섭 노래 박지영
-인생극장 유고상 극본 봄비 아가씨 이규상 연출 스물 다섯번째로 고려야구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8.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