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봄비 아가씨
제19화 - 난 그런 결혼 찬성 못해요
제19화
난 그런 결혼 찬성 못해요
1980.02.19 방송
인생극장 봄비아가씨는 1980년 2월 1일부터 1980년 2월 29일까지 제29화에 걸쳐 방송되었다.
-인생극장 봄비 아가씨 고려야구 제공입니다. 유고상 극본 이규상 연출 열 아홉번째

-하하하 죄송합니다. 늦어서. 아 헌데 같이 앉아 계셨던 분은?

-아 괜찮아요. 친구에요.

-뭐 중요한 얘기를 하시다 간건 아닙니까?

-아니요, 제 친구도 결혼식이 며칠 안남아서 그 준비 문제로 잠시 얘길 나눴던거예요.

-음. 차 들었어요?

-네 차 시키세요.

-아이 천천히 시키죠. 어떻게 회사 정리는 다 끝냈어요?

-말씀 하신 대로 오늘 사표를 냈어요.

-잘 하셨습니다.

-어떻게 됐어요, 우리 일은?

-약혼식은 일단 이달 말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이달 말로요?

-네 저희 아버님이 내일 갑자기 해외로 나가시게 돼서 잠시 미뤄진것 뿐입니다.

-저 땜에 박선생님 입장이 곤란하게 된거 아니에요?

-아이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저의 직감이죠.

-아무튼 잠시 후에 저희 어머님을 한 번 만나주세요. 어머님이 주영씨를 꼭 좀 뵙자고 하시니까요.

-어디서 만나뵙기로 했는데요?

-영도그릴로 7시에 나오시겠다고 했습니다.

-어머, 시간이 거의 다 됐네요.

-아 그전에 주영씨에게 드릴 말씀이있습니다.

-뭔데요?

-저희 어머님을 만나보시면 아시겠지만 몹시 까다로운 분입니다. 혹시 저희 어머님이 좀 나치다 싶을 정도의 말씀을 하시더라도 이해를 해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왜 불쾌하십니까?

-아니요.

-자, 그럼 일어나실까요?

-어 먼저 나가계세요. 곧 나갈께요.

-그러죠.

-정란아 있다 집으로 연락할께.

-잘 되가는거니?

-뭔가 자꾸 잘못 되가는 느낌이야.

-그래?

-아무튼 있다 연락할께.

-어딜 가는거니 지금?

-시어머님 되실 분이 좀 만나재.

-아버님이 국민학교 교장 선생님이시라구요?

-네?

-네 그래요 어머니.

-어느 국민학교에요?

-저...거기 뭡니까? 저...

-넌 좀 가만히 있거라.

-네

-어느 국민학교죠?

-지금은 놀고 계세요.

-아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국민학교 교장 선생님이였던 것만은 틀림없어요.

-하지만 몇 년전에 정년퇴직을 하셨어요.

-어쨌든 좋아요. 아가씨가 우리 애를 좋아하고 있는거 나로선 말릴 수가 없어요. 현재도 여기저기서 혼처가 수 없이 들어오고 있어요. 전부가 명문집안에 규수들이에요. 헌데 느닷없이 아가씨가 껴든거에요. 하하 우리 집안은 아가씨가 아시다시피 번화한 집안이에요. 아가씨가 감당해 낼 자신이 있을런지, 심히 의심 스럽군요?

-도빈씨가 어떻게 저희 집안을 말씀 드렸는진 몰라도 저희는 재산도 없어요. 그렇다고 명문 집안도 못돼요.

-아, 그만 그만 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더 묻고 있는거에요. 처음 부터 난 우리 애 말은 믿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욱 더 아가씨를 알아본거에요? 그랬더니 역시 내 예감이 들어 맞았어요. 한 마디로 말하자면 아가씨는 우리 애보다는 우리집 재산을 더 좋아했던거에요. 난 그런 결혼 찬성 못해요.

-어, 어머니.

-넌 나가있어!

-아니에요, 제가 나가겠어요.

-잠깐 나 아직 얘기 안 끝났어요.

-나 아가씨한테 불쾌한 인상 심어주고 싶지 않아요. 앉아요 거기.

-어서 말씀하세요.

-얘기는 간단히 끝내겠어요. 자 받아요.

-뭐, 뭐에요 이게?

-정신적인 피해보상이라고 할까요? 작은 내 성의에요.

-뭐, 뭐라구요?

-왜? 100만원이 적어요?

-도빈씨 어머니 정말 훌륭하게 두셨군요.

-아니 주영씨!

-앉아있어! 어딜나가!

-흑흑

-아니 세상에 원 아 그럴수가 있어? 아 사람을 어떻게 보고 그러는거야? 원...

-주영아 오히려 너 한테는 잘된게야.

-잘 되다니! 당신은 분하지도 않아요? 아 세상에 돈이면 다 되는줄 아나! 원...

-돈이 없으니까 우리가 이런 수모를 당하고 있는게 아니겠소?

-아빠...흑흑

-오냐 오냐...다 안다. 니 마음...

-흐흐흑


-네 애비가 변변치 못해서 너 한테가지 시련을 겪게 하는구나.

-아니야 아빠...

-뭐가 어떻게 됐다구?

-얘기 하고 싶지도 않다.

-아우 울지만 말고 얘기좀 해봐! 뭐? 정신적인 피해보상이 어떻게 됐어?

-100만원짜리 수표를 끊어 주더랜다.

-아우 나쁜 인간들!

-얼마나 우리를 얕잡아 봤으면 그랬겠니?

-일어나. 같이 가서 좀 따져야 겠어! 아니 그래 니가 100만원 가치밖에는 안된다는얘기니?

-흐흐흑

-아우 이 병신아! 나가 죽어!

-흐흐흑

-왜들 이러니?

-제발 좀 조용히 좀 해줄 수 없겠니?

-아버진 분하지도 않아요? 아니 세상에 그런 나쁜인간들이 어딨어요?

-그러길래 내가 처음부터 뭐라고 했니?

-계십니까?

-아니, 누구야 저게?

-아유, 주영아 저 사람 왔다. 박부장.

-죄송합니다.

-어서와요.

-뭐야 ! 당신! 당신이 뭔데 내 집에 들어온거야? 이런 뻔뻔스런 인간!

-뭐 땜에 오신거에요?

-주영씨...

-부르지도 마세요. 필요없어요.

-이제 우린 끝난거에요. 돌아가 주세요.

-주영씨 용서 하십쇼.

-용서요? 뭘 잘못하셨죠?

-저희 부모님들...

-훌륭하신 분들이에요. 더는 아무말씀 마시고 돌아가 주세요.

-아직도 절 모르고 계시는군요. 내가 왜 집을 나와 있는지 아십니까? 전 우리 부모를 미워하고 있습니다. 모든것을 돈으로만 해결하는 어머니가 더 싫었습니다. 재벌의 아들이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대학을 나왔다면 믿어지지 않겠죠?

-다 소용없는 얘기에요. 어머님 말씀처럼 난 도빈씨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안녕히 가세요.

-(탁탁탁탁)

-(안녕히 가세요...결코 도빈씨를 미워하진 않겠어요....지난 몇 달 동안 정말 즐거웠어요. 제가 투정도 많이 부렸을 거에요. 그 투정을 묵묵히 받아들이던 도빈씨의 마음...이제는 알겠어요. 이 다음에 우리 다시 만날때는 웃으면서 만나요. 행복하세요.)

-갔니?

-갔어요. 아무말도 없이?

-이제 무슨 말이 더 필요해요?

-아휴...알겠다. 편지나 받아.

-무슨 편지에요?

-너 나가면서 바로 온거다. 이영민이 니 남자친구니?

-네

-꼬마야. 꼬마라고 불러도 괜찮겠지? 어젯밤엔 또 무슨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니? 난 어젯밤에도 자다가 또 눈을 떴단다. 어느날 인가 저 벽 한 모퉁이에는 니가 쪼그리고 앉아 웃고 있더라. 난 반가웠다. 그러나 한순간에 니 모습은 사라지고 나는 또 뜬눈으로 너를 찾아봤단다. 우리가 잘 찾아 다니던 오뎅 집이며, 포장마차며, 다방이며 구석구석 안찾아가본데가 없었단다. 꼬마야. 참 얄밉더라. 어쩌면 넌 날 보고도 한 번도 웃어주질 않니? 정말 보고싶었다. 하지만 언젠가 만나면 웃어 주겠지 뭐. 약혼 소식은 들었다. 넌 잘 살거야. 잘 살아야 돼. 니 결혼식장에 꼭 참석을 해서 꼭 축하를 해줘야 할텐데 지금 형편으론 어떻게 될지 모르겠구나. 그동안 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가기로 결심을 했다. 니가 싫어하던 목장을 난 조그맣게 꾸며 볼거야. 신혼여행길에 틈 있으면 잠깐 들려도 좋아. 이런얘기 널 만나서 들려주고 싶었지만 내 마음이 또 약해질까봐 몇 자 적어 보내는 거다. 너 정말 잘 살아야 됀다.

-인생극장 유고상 극본 봄비 아가씨 이규상 연출 열 아홉번째로 고려야구 제공이였습니다.

(입력일 : 2008.07.21)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