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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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
제29화 - 어째서 널 빼앗게 하느냔 말이야
제29화
어째서 널 빼앗게 하느냔 말이야
1979.12.29 방송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는 1979년 12월 1일부터 1979년 12월 31일까지 제31화에 걸쳐 방송되었다.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얼굴

고려야구 제공입니다.

『 언제인가 우리가 처음 만난 밤은. 쓸쓸한 겨울 거리에 눈 송이 처럼 흩어지는 낯선 얼굴.

밀려오는 그리움이여. 지난 가을 당신은 낙엽을 태우는 불꽃이더니, 이제는 한줄기 바람되어 흘러가는가.

사랑을 그 누가 아프다 하리. 우리 마음 깊은 숲속에서 길고 긴 어두움을 흐느끼는 겨울 바람이여.』

김경란 극본 이규상 연출 스물 아홉번째.


(문 여닫는 소리)

- 안녕하세요.

- 오, 미스터 서. 왠일이야?

- 혜수. 어디갔습니까?

- 안왔어. 어젯밤에 갑자기 전화가 왔잖아. 여길 그만두겠다고.

- 그만 둬요?

- 그래. 아휴, 난 미칠지경이야. 한창 바쁠 때 말이야. 미스 윤이 그런사람이 아닌데.

- 그럼 어딜?

- 왜? 집에 없어?

- 아, 전화 좀 써도 돼죠?

- 응. 어서 써.

(전화거는 소리)

- 네.

- 지훈입니다.

- 아, 왠일이세요?

- 어디갔습니까? 혜수.

- 몰라요. 난.

- 어디갔어요?

- 집에 없어요? 아, 지금은 출근했겠네요.

- 나오세요.

- 아, 글쎄. 난 모른다니까요.

- 나오십시오. 가빈으로. 지금 당장.

(전화 끊는 소리)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어서오십시오. 아, 수미씨. 손님오셨다.

- 어, 손님? 누구?

- 남자.

- 어.

(발소리)

- 하하하. 춘식씨 장난치지마. 안녕.

- 흠.

- 커피마시겠어요?

- 네.

- 춘식씨 커피 하나 줘.

- 어유, 무슨 얼굴이 그래요?

- 어때요?

- 먹을 거 뺏긴 심술 꾸러기 같아요.

- 아직 그 정도로 여유가 있어 보입니까?

- 흠. 지금 다시 보니까 뭔가에 쫒기고 있는 거 같은데요?

- 아니요. 쫒고 있는 중이죠.

- 비슷하다는 거에요. 답답하다는 의미에서. 하아. 왜 이렇게 답답한지 모르겠어요.

- 담배 펴요. 답답하면.

- 발뺌하려고 하지 마세요. 대체 무슨 일이 생기고 있는 거에요?

- 아, 이봐. 여기 술!

- 소리지르지 마세요. 양쪽 귀 다 멀쩡하니까.

- (이봐, 혜수. 대체 뭘 하고 있는거야. 그런 모습을 하고서.)

- (꽃을 꽂고 있어.)

- (꽃을 꽂고 있어?) 꽃을 꽂고 있어!

- 지훈씨.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에요?

- 하하하하. 혜순 꽃을 꽂고 있답니다.

- 영훈씨는 서울에 오지 않나요? 이젠?

- 영훈이. 영훈 그 이름은 내 앞에서 입 밖에 내지 마십시오.

- 왜요?

- 죽여버릴지도 모르니까.

- 수미. 술.

- 응. 거기 놔.

(술 내려 놓는 소리)

- 드세요.

- (술 마시는 소리) 하아.

- (틀렸어요. 형.)

- (뭐?)

-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게 당신 계산의 한계에요.)

- (뭐라고?)

-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운명이니 네 놈의 속셈이니 다 집어치우자. 사랑은 그렇게 복잡한게 아니다.

난 단지 혜수를 사랑해. 그러니 모든 걸 접어 버리자!)

- 집어치워!

(내려치는 소리)

- 어머! 왜 이러세요?

- 흐흐흐흐. 놀랐어요? 수미씨.

- 네.

- 흐흐흐흐. 간이 몹시 작은 모양이군요. 콩알만 해요?

- 아이, 지훈씨 간 은요.

- 우리 아버지. 아버지 빌딩만 하죠.

- 아유, 꽤 부어있는 간 인데요?

- 미쳐있는 거지요.

(문 여는 소리)

- 어서오십시오.

- 경주씨, 여깁니다. 수미씨 잠깐만.

- 그러세요.

- 어디갔습니까. 혜수.

- 지훈씨.

- 모른다고 말할 필요 없어요. 경주씨 마음을 압니다. 사실을 가르켜 주고 싶죠?

- 그건 내 마음이지 혜수 마음이 아니에요.

- 어쨌든 만나야 합니다.

- 지훈씨. 나도 생각을 많이 했어요. 혜수는 지훈씨를 못 견딜거에요.

- 지금 혜수가 견딜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 그러니까 내버려 두세요.

- 그러니까 만나야 합니다. 어디갔습니까. 경주씨, 나 화나게 만들지 마십시오. 그러지 않아도 난

대단히 화가 나 있으니까요.

- 바다에 갔어요. 비.

- 집으로 돌아가세요.

(발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음악)

(파도소리)

- (이리 주세요.)

- (뭐를 요?)

- (당신의 손을. 울었어요?)

- (아, 아니요.)

- (울었다고 말해요. 괜찮아요.)

- (울었어요.)

- (돌아가요. 돌아가서 기다려요. 내가 가겠어요.)

- (난 지훈씨를 사랑해요.)

- (빨리 말하지 말아요. 천천히 다시 한 번 말해봐요. 난 오랫동안 불행했고, 패배하면서 살아왔어요.

하지만 이젠 이기면서 살아갈 겁니다.)

- (우린 안돼요. 우린 안돼요.)

(파도소리)

- (난 당신을 버려요.)

- (영훈씨.)

- (모습이 보여. 숨은. 춥지 않게 살아요.)

- (영훈씨. 영원히.)

- 하아.

(문 두드리는 소리)

- 이제 일어나셨수?

- 네.

- 아침 드셔야지.

- 아니요. 아, 네. 지금 바다에 나가보려고요.

- 하하하. 내 차려 놓으리다.

- 네.

(파도소리)

- 혜수?

- 왔어.

- 응. 뭐하고 있어.

- 파도소리 듣고 있어.

- 내 발자국 소리는 못 듣고?

- 그런 거 듣지 않아. 돌아가 줘.

- 물론 돌아간다.

- 안녕.

- 혜수. 날 봐. 우리 함께 돌아가는 거야.

- 왜?

- 돌아가야 하니까.

- 후후. 내가 알아.

- 뭘?

- 지훈씨가 나를 결코 받아 들일 수 없다는 걸.

- 혜수.

- 받아 들인다면 그걸 허위라는 걸.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내 스스로 절대로 지훈씨에게 갈 수 없다는 거야.

- 내 얘길 들어. 물론 난 널 팽개쳐 버리고 싶어. 깨끗이 잊어 버리고 싶어.

- 그렇게 해. 지훈씨. 날 비켜서 지나가.

- 내가 초라해 보이지 않아? 이 서지훈. 서지훈이.

- 서지훈.

- 그래, 서지훈. 내가 뭘 잘못했지? 난 이 세상에 튼튼하게 태어나서 그렇게 발을 붙였어. 그리고 내게

주어진 삶을 살았어. 최선을 다했어. 모든 건 내게 확실하고 자연스러웠어. 널 만나 사랑을 하고, 너와 함께

새롭고 밝은 인생을 살고 싶었어. 근데 뭐가 잘못된거야. 도대체.

- 지훈씨.

- 어째서 널 빼앗게 하느냔 말이야. 너와 더불어 밝은 미래를.

- 미안해 지훈씨.

- 미안? 흐흐. 미안하다고?

- 다시 밝은 미래로 돌아가. 조금만 돌아서 가면 돼. 그 길 밖에는 없어.

- 그렇게 쉽게 얘기 하지 마라.

- 쉽지 않아. 지훈씨. 지훈씨가 이러면 난 견딜수가 없어.

- 아니, 함께 가는 거야. 그 길 밖에 없어. 함께 불행하게 살아.

- 왜.

- 사랑하니까.

- 그것 뿐이야? 그것 뿐이야?

- 뭐라고?

- 아니잖아. 이제와서 돌아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든거잖아. 그게 더 중요한거야. 그토록 사랑했는데,

그런 일로 깨끗이 거둘 수 없단 명분 때문에 어두운 미래를 보상하자는 거잖아. 서지훈. 서지훈 때문에.

-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마.

- 감추지 마. 감출 거 없어. 지훈씨 돌아가. 돌아가.

(음악)

김보연, 유민석, 박 일, 오세홍, 유근옥, 안경진, 정경애, 장 광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석

인생극장 김경란 극본 거리마다 낯선 얼굴 이규상 연출 스물 아홉번째로 고려야구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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