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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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
제28화 - 지훈씨에게서 도망가야해. 그 사람 미쳤어.
제28화
지훈씨에게서 도망가야해. 그 사람 미쳤어.
1979.12.28 방송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는 1979년 12월 1일부터 1979년 12월 31일까지 제31화에 걸쳐 방송되었다.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얼굴

고려야구 제공입니다.

(광고)

『 언제인가 우리가 처음 만난 밤은. 쓸쓸한 겨울 거리에 눈송이 처럼 흩어지는 낯선 얼굴.

밀려오는 그리움이여. 지난 가을 당신은 낙엽을 태우는 불꽃이더니, 이제는 한줄기 바람되어 흘러가는가.

사랑을 그 누가 아프다 하리. 우리 마음 깊은 숲속에서 길고 긴 어두움을 흐느끼는 겨울 바람이여.』

김경란 극본 이규상 연출 스물 여덟번째.



(초인종소리)

- 누구세요?

- 나야 혜수.

- 기다려.

(문 여는 소리)

- 왠일이니? 이 밤중에. 어서 들어와.

- 응.

(문 닫는 소리)

(발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이리 들어와. 앉아, 춥지?

- 모르겠어. 추운지.

- 어서 내려 앉아, 발 시려워. 저녁 먹었어?

- 돌았어. 돌았어.

- 뭐가 돌아?

- 다들 돌았어. 지훈씨가 미쳤어.

- 뭐? 너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 경주야, 나 갈테야.

- 어딜?

- 어디든. 산이던지 바다던지. 아무튼 서울은 무서워.

- 무슨 일이야? 대체.

- 후후후. 미쳤어. 지훈씨. 하하. 나와 결혼하겠대.

- 그게 뭐가 우습니? 니네 만날 때 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잖아. 2년이야.

- 그렇지? 2년이지? 그 2년을 어떻게 책임져야 하지? 한순간의 불꽃으로 연소해 버린 그 세월들을.경주야. 아무래도 난 가야겠어.

- 왜이래? 어딜가.

- 놔둬.

- 혜수야.

- 놔둬. 지훈씨에게서 도망가야해. 그 사람 미쳤어.

- 왜 미쳤니? 응?

- 나, 다른 남자랑 잤어.

- 뭐?

- 하아. 그래. 얘기해 버리고 나니까 피곤해. 나 좀 자야겠어. 잘테야.

- 그. 그래.

(음악)

- 어머니, 안녕하셨어요?

- 어유, 서군. 왠일인가? 이렇게 늦게.

- 혜수 들어왔어요?

- 아니. 얘가 좀 늦나봐. 오늘 못만났어?

- 이상하군요. 직장에선 퇴근을 했는데, 무슨 연락 없었어요?

- 없었어. 그럼 무슨 사고라도. 아니야. 얘가 요즘 쭉 귀가가 좀 늦었어. 기다려봐. 잠깐 들어와서.

- 아, 아닙니다. 전 돌아가 보겠습니다. 오면 연락하라고 해주십시오. 자, 안녕히 계세요.

(발소리 및 차타고 가는 소리)

- (나쁜 놈.)

(음악)

(발소리)

- 오빠 와?

- 응.

- 아줌마 주무셔.

- 어, 그래. 저녁 드셨니?

- 응. 나랑 함께 드셨어.

- 하아. 고맙다. 선희.

- 아유, 아니야. 아직 그 집에서 일해?

- 응.

- 아줌마가 걱정하셔. 오빠.

- 흠.

- 나도 걱정되고.

- 그래그래. 고맙다. 공부할께. 자, 들어가서 자라.

- 오빠도 들어가. 추워.

- 괜찮아. 잠깐 앉아 있을게.

- 별이 참 많지?

- 그래.

- 겨울 별이 더 반짝 거리는 거 같애. 후후. 나 들어가 오빠.

- 음. 흠.

(음악)

- (영훈씨, 나는 알아요.)

- (응?)

- (나는 알아요. 사랑은 여자가 지켜야 한다는 것을. 당신들이 헛된 야심과 고통과 방황속에 흔들릴 때에도

반딧불처럼 차갑게 반짝이며, 사랑은 여자가 지켜야 한다는 것을.)

- (혜수. 혜수)

(차 급정거 하는 소리 및 차 문 여닫는 소리)

- 왔어요?

- 어딨어, 혜수.

- 돌려드렸는데요.

- 난 돌려받지 않았어.

- 그래요?

- 빌려준 적이 없으니까. 여기 없어?

- 없어요.

- 없어졌어. 넌 정신병자야.

- 형이 정상이라면 난 분명히 그래요.

- 형? 형.

- 그래요. 그런 소리 그만 두죠. 그저 처음부터 완전히 다 잊는 것이 좋았으니까.

- 어쩔 셈이였어?

- 정신병자가 셈 같은거 하면서 일 저지르나?

- 나쁜 놈. 넌 집요하고 철저해! 빼앗을 셈이었지? 내게서 가장 귀중한 것을.

- 빼앗지 않았어요.

- 그럼 뭐야?

- 버립니다. 난.

- 버려? 흐흐. 넌 그렇게 말하고 싶겠지. 혜수를 당신의 운명이라고 그랬지. 그럼 어디 가져봐.

당신의 운명을 상처받고 버려진 운명을 가져봐. 가질수 있어? 없겠지. 그게 네 양심의 한계야.

그렇게 말하고 싶겠지.

- 맞아요. 하나도 틀림없이 내 생각과 일치했습니다. 우린 역시 피가 통하나봐요.

- 두고 봐. 두고 보는 거야. 내가 어떻게 사나. 어떻게 사는 가.

(발소리)

- 형! 틀렸어요.

- 뭐?

-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게 당신 계산의 한계에요.

- 뭐라고?

-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운명이니, 네 놈의 속셈이니 다 집어 치우자. 사랑은 그렇게 복잡한게 아니니까.

난 단지 혜수를 사랑해. 그러니 모든 걸 접어 버리자.

- 이 새끼!

(치는 소리)

- 윽!

- 난 말이야. 사랑이니 뭐니 말할 필요조차 없이 그걸 하고 있어.

- 후.

(발소리 및 차타고 가는 소리)

(음악)

(전화 벨소리)

- 네, 은하입니다.

- 혜수에요. 선생님.

- 오, 미스 윤. 빨리 나와. 전시회장을 정리해야지.

- 죄송해요. 저 거기 그만둬야 겠어요.

- 뭐라고?

- 죄송해요.

- 아, 일단 나와. 나와서 얘기 하자니까? 이러면 안돼. 미스 윤!

- 도저히 나갈 수가 없어요. 전 지금 서울을 떠나야 돼요. 선생님 정말 이렇게 무례하고 싶진 않았어요.

- 알아, 혜수 성격에 이런 일 못한다는 거. 하지만 이해는 이해고, 나 지금 미스 윤이 필요해.

- 서툴지만 경주가 도울 수 있을 거에요. 죄송해요. 끊겠어요.

- 아, 미스 윤! 미스 윤!

(전화 끊는 소리)

- 아유, 참.

(호루라기 소리 및 기차역 방송소리)

(발소리)

- 혜수야.

- 응.

- 차표 끊었어. 10분 후야.

- 고맙다. 경주야.

- 아니야, 내가 함께 가줘야 하는데.

- 아니. 혼자이고 싶어. 시간이 해결해 줄꺼야.

- 그래. 몇 일 후에 내가 갈께.

- 고마워. 그리고 우리 엄마한테 얘기 잘 해줘. 응?

- 응. 알았어.

- 절대로 지훈씨에게 얘기 해선 안돼.

- 그래, 하지만 좋은 방향으로 생각을 정리해.

- 그럴께.

- 들어가.

- 응. 안녕.

- 응. 안녕. 아, 혜수야?

- 응?

- 죽진 마.

- 후후. 걱정 마.

(음악)

(기차소리)

- 후.

- (이 소리를 들으면은 떠난 다는 일이 실감이 나요. 그리고 난 이 소리와 같은 시를 하나 가지고 있어요.

먼 어느 나라로 가자. 예를 들자면은 모로코나 에티오피아 같은 곳. 나의 형제나 친구가 아무도 없는.

될 수 있으면, 전재하는 왕이 있고, 봄 가을이면 인육시장이 장엄히 벌어지는. 그러한 나라에 가.

난 한 마리 노예가 되자.)

- 그래요. 그래요.

(음악)

김보연, 유민석, 박 일, 유근옥, 유명숙, 정경애, 전기병, 음악 이 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석

인생극장 김경란 극본 거리마다 낯선 얼굴 이규상 연출 스물 여덟번째로 고려야구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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