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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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
제27화 - 찾아 보세요. 어머니 맘에 드는 여자.
제27화
찾아 보세요. 어머니 맘에 드는 여자.
1979.12.27 방송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는 1979년 12월 1일부터 1979년 12월 31일까지 제31화에 걸쳐 방송되었다.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얼굴

고려야구 제공입니다.

『 언제인가 우리가 처음 만난 밤은. 쓸쓸한 겨울 거리에 눈 송이 처럼 흩어지는 낯선 얼굴. 밀려오는 그리움이여. 지난 가을 당신은 낙엽을 태우는 불꽃이더니, 이제는 한줄기 바람되어 흘러가는가. 사랑을 그 누가 아프다 하리. 우리 마음 깊은 숲속에서 길고 긴 어두움을 흐느끼는 겨울 바람이여.』

김경란 극본 이규상 연출 스물 일곱번째.

- 얘, 지훈아. 지훈아.

- 어유, 어. 왜 어머니.

- 하하. 아침 안 먹니?

- 아, 못 먹겠어요.

- 아유, 대체 왠 술을 이렇게 마셨니?

- 물 좀 주세요.

- 오, 그래.

(물을 잔에 따르는 소리)

- 여깄다.

- 음. 아.

(물 마시는 소리)

- 아, 됐어요. 나 좀 더 자겠어요.

- 무슨 일 있었니?

- 아뇨.

- 무슨 일이냐.

- 어머니?

- 응?

- 찾아 보세요.

- 아니, 뭘?

- 어머니 맘에 드는 여자요.

- 뭐?

- 빨리요. 착하고 바보 같은 여자를 하나 구해 보세요.

- 미쳤니. 너?

- 왜요. 싫으세요? 엄마가 원하는 여자를 찾아 달라는데.

- 한밤중에 홍두깨구나.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게다.

- 자겠어요. 나.

- 그래. 찾아 보마. 저, 그보다 먼저 아침이나 먹어라. 가지고 올라오마.

-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엄마.

- 뭐가 아니야 또.

- 찾지 마세요. 다른 여잔. 혜수가 있으니까요.

- 네가 아직 술이 덜 깬 모양이다. 실없는 녀석.

(문 여닫는 소리)

- 바보야, 팽개쳐 버리는 거야. 팽개쳐 버리는 거야. 더 생각할 여지가 없어. 하지만 혜수도 그 녀석도 그것을 원해. 팽개쳐 버리는 걸. 그건 해줄 수가 없어. 아니야, 아니야.

(음악)

- (이것만은 알아둬야 해. 혜수는 행복해야 해. 난 혜수를 행복하게 해줄 수가 있어.)

- (한번쯤 물어봐 주세요. 혜수를 그렇게 사랑했니? 아주 부드럽게 인간적인 목소리로 물어보세요.)

- (혜수는 나의 운명이야. 내가 나의 방탕과 무절제를 극복해서 얻었어. 난 혜수를 벗어날 수가 없다고. 혜수는 나의 운명이야.)

(유리 깨지는 소리)

(음악)

- 영훈아.

- 네. 흠.

- 이쪽으로 얼굴을 돌려봐라. 흠. 엄마를 좀 봐.

- 그냥 내버려 둬요. 엄마.

- 왜 그러니? 왜 엄마를 못 봐?

- 하. 엄마 괜찮으시겠어요?

- 뭐가 말이냐.

- 몸 말이에요.

- 괜찮다.

- 선희가 아침 해 놨대요. 갔다 드릴게요.

- 괜찮다.

- 계세요. 그럼. 난 서울에 가겠어요.

- 거긴 뭣 하러 가.

- 가야 해요. 걱정 마세요. 내 일때문에 그래요.

- 그 집엔 가지 말아라.

- 거긴 끝났어요.

- 오늘 오겠니?

- 네.

(음악)

- 미스 윤, 굉장히 피곤해 보여.

- 아니에요.

- 어디 아픈거 아니야?

- 하하. 어서 꽂으세요. 아직 세 작품이나 더 구성하셔야 하잖아요.

- 글쎄 말이야. 아유, 힘이 들어 괜히 시작했나봐.

- 그래도 끝 보다는 시작이 좋아요.

- 난 얼른 끝냈으면 좋겠는 걸? 호호호.

- 호호호호.

(문 여닫는 소리)

- 안녕하세요.

- 호호. 어.

- 어머, 수미.

- 지나다가 들렀어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 응, 어서와.

- 앉아.

- 네.

- 꽃 꽂을 테야?

- 아유, 아니에요. 언제 포기했는데요. 뭐.

- 너무 이르지 않아?

- 그래도 포기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에요.

- 나도 전시회를 포기할 까봐.

- 어머. 호호호.

- 호호호호.

- 잘 지냈어?

- 네. 언니는 요?

- 그저.

- 얼굴이 나빠 보여요.

- 그래?

- 생각 중이에요.

- 뭘?

- 포기할까 말까. 영훈씨는 인천으로 돌아갔어요. 이젠 볼 수가 없게 됐는데도 난 보고 싶어요.

- 자, 수미? 가 있어. 내가 있다가 갈께.

- 그래요. 오세요. 사실은 지금 인천으로 갈까 했는데, 그러지 않는게 좋겠어요. 선생님, 저 가요.

- 어, 또 와 수미.

- 네.

(문 여닫는 소리)

- 하아.

- (내 말을 들어야 해요. 난 아마 빼앗게 될 겁니다. 형에게서 가장 귀한 것을.)

- (뭘 빼앗아요? 그만 둬요. 그런 건.)

- (뭔가 단념한다는 건. 참 힘드는 일이에요. 끊어버린다는 건. 희망을)

- (그걸 가져요. 우리.)

- (난 끊어야 해요. 당신에 대한 나의 희망을. 가요. 난 가요.)

- (가세요. 가요. 가요.)

- 아니, 미스 윤. 왜 그래?

- 음. 아니에요. 잠깐. 죄송해요.

- 얼굴이 백지장같애.

- 신경쓰지 마세요.

- 좀 쉬어. 응?

- 네.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안녕, 춘식씨.

- 어서 와.

- 히히. 반겨줘서 고맙다.

- 반겨 준게 아니야. 놀랜거지.

- 뭘, 놀래?

- 냄새 기차게 맡는다.

- 에이, 뚱딴지 같은 소리 관두고 커피나 한 잔 줘.

- 형, 맥주 두 병 꺼내 주세요. 안주 하나 하고요.

- 어머, 영훈씨 왔어?

- 응.

- 왜?

- 일 하려고.

(병 부딪치는 소리)

- 자, 여깄다.

- 아유, 춘식씨. 춘식씨가 좀 갔다 줘.

- 내가? 오냐.

- 후훗. 앉아.

- 응.

- 어쨌든 와서 반갑다. 변덕쟁이구나 영훈씨. 아이, 말하고 싶은 기분 아니야?

- 응?

- 혼자 있고 싶어?

- 아니야, 아니야.

- 그런 얼굴인데 뭐.

- 그래, 혼자이고 싶다. 철저하게.

- 그럼 왜 여기 왔어?

- 기다리는 거야.

- 뭘?

- 내가 마땅히 치뤄야할 일들. 아니, 형을 기다리고 있어.

- 지훈씨?

- 응.

- 왜?

- 수미야.

- 알았어. 좋아. 기다려. 난 음악이나 틀을 테니까. 이상하다. 갑자기 왜 이렇게 온통 허전해 지는지 모르겠어.

(음악)

(전화벨소리)

- 네. 은하 입니다.

- 나.

- 지훈씨.

- 내 말들어.

- 듣고 싶은 말이 없어요. 끊어요.

- 난 할 말이 있어. 그러니 들어. 다 잊어 버리는 거야.

- 하나도 잊어 버리지 못할 거야. 잊어 버릴 수가 없는 거야.

- 난 잊을 수 있어. 그러니까 너도 잊어. 혜수도.

- 지훈씨. 안 돼.

- 돼.

- 지훈씨가 괴로워.

- 더이상 긴 말은 하지 말자. 결혼해.

- 지훈씨. 제발 이러지 마.

- 내일 만나. 기다려.

- 지훈씨.

(전화 끊는 소리)

- 하아.

(음악)

김보연, 유민석, 박 일, 김 민, 오세홍, 권희덕, 안경진, 정경애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석

인생극장 김경란 극본 거리마다 낯선 얼굴 이규상 연출

스물 일곱번째로 고려야구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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