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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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
제24화 - 어머니가 위독해요
제24화
어머니가 위독해요
1979.12.24 방송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는 1979년 12월 1일부터 1979년 12월 31일까지 제31화에 걸쳐 방송되었다.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얼굴

고려야구 제공입니다.

『 언제인가 우리가 처음 만난 밤은. 쓸쓸한 겨울 거리에 눈 송이 처럼 흩어지는 낯선 얼굴. 밀려오는 그리움이여. 지난 가을 당신은 낙엽을 태우는 불꽃이더니, 이제는 한줄기 바람되어 흘러가는가. 사랑을 그 누가 아프다 하리. 우리 마음 깊은 숲속에서 길고 긴 어두움을 흐느끼는 겨울 바람이여.』

김경란 극본 이규상 연출 스물 네번째.


(사람들 웅얼소리)

- 하하하하하, 아니 이거 자네 지훈이 아닌가?

- 어휴, 어서오세요. 황박사님. 안녕하셨어요?

- 자네 많이 컸군. 음.

- 하하하 네, 박사님은 여전히 젊으신데요? 하하하하. 저 아버지?

- 오, 그래.

- 황박사님 오셨어요.

- 이거, 이야 이거 어서오게. 에. 하하하 오랫만이야.

- 하하하, 아니 이 사람아. 그래, 아무리 바빠도 전화 한통 못해? 하하.

- 헤헤헤.

- 미안하네. 하지만 자네도 마찬가지일세. 응?

- 하하하하, 아 그건 그래. 아니 근데 아주머니는?

- 한참 부인들끼리 모였어. 자 이리 오게. 내 사업 친구들을 소개하지.

- 아, 그래.

- 아, 혜수 아니 뭐해?

- 어, 쥬스 좀 갖다 드리는거야. 어머님 드리러.

- 하하, 힘들지?

- 아니야.

- 아니, 막내 이모?

- 하하, 아이고 얘 늦어서 미안하다 응. 엄마 어디 계시니?

- 자자, 안에 계세요. 오시느라고 힘드셨지요?

- 아이고 말도 마. 강원도에는 폭설이 내려서 버스가 곧 게 걸음이야, 게 걸음.

- 아, 네. 하하.

- 그래, 어떻게 준비 했니?

- 네, 저 큰 이모 작은 이모가 다 했어요. 자 들어가세요? 이모.

- 응, 그래. 손님들이 많구나.

- 하하하, 아기는 잘 커요?

- 응. 심술꾸러기, 잠 꾸러기 울보야. 하하.

- 하하하, 왜 데리고 오지 않고요?

- 아니 얘, 꽃이 아주 이쁘다. 엄마가 꽂꽂이 배우셨니?

- 아이, 아니에요.

- 지훈씨, 엄마가 오라셔.

- 어.

- 아니 저 이모, 저 혜수에요. 저 꽃을 꽂은.

- 오, 그래.

- 안녕하세요? 막내 이모 말씀은 많이 들었어요?

- 아휴, 반가워요. 애인이니? 지훈아.

- 하하하, 네. 저 혜수? 우리 이모한테 잘 보여야돼. 발언권이 크거든. 하하하 그렇지 이모? 하하하.

- 아휴, 괜히 아양 떨지마.

- 어머, 언니?

- 어, 왔니? 아이 뭐하러 힘들게 왔니?

- 아휴, 미안하오. 도와주지 못해서. 아휴, 태일이 그 녀석이 얼마나 애를 먹이던지.

- 하하 됐다, 됐어. 얘? 이제 식사를 드시도록 해야겠다. 저 너도 어서 코트 벗고 거들어라.

- 응, 언니.

- 지훈아, 남자분들 모시고 식당으로 안내해라.

- 네, 엄마.

- 아버지?

- 하하하.

- 음. 그래.

- 식사 준비 되었답니다.

- 오, 그래. 알았다. 자 그러면 식당으로 자리를 옮깁시다.

- 아, 이거 며칠 굶고 올걸 그랬네 그래.

- 안 굶어도 자넨 대 식가가 아닌가? 하하하.

- 하하하, 자자자 가지.

- 가지.

(전화벨 울리는 소리)

- 아, 저 제가 받겠어요. 여보세요?

- 영훈이에요.

- 무슨 일이니?

- 아버지를 바꿔 주십시요.

- 지금은 전화를 받을수가 없어.

- 형님, 부탁이에요. 아버지를 바꿔주세요.

- 이봐, 우리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 제발 방해하지마.

(전화기 내려 놓는 소리)

- 지훈씨 무슨 전화야?

- 어어, 아니야. 저 가지?

- 부인.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 아휴, 감사합니다. 자 많이들 드세요.

- 아휴, 이거 아주 진수성찬이구려.

- 헤헤헤.

- 저, 아버지?

- 오, 그래. 하하. 제 아내 생일 초대에 이렇게 많이들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 하하하하.

- 30년 가까이 함께 살면서 곧 잘 잊어버리던 날이었는데, 나이 들고보니 이런 날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군요.

- 하하하하하, 아 그거야 하지만은 자네도 사모님도 점점 젊어지시는거 같은데 뭘 그래?

- 하하하.

- 아니 음식 앞에 놓고 계속 사설들만 늘어놓을건가? 자네들.

- 히히히히히.

- 어서 드십시다.

- 네, 어서들 드세요.

- 자 그럼, 사모님의 생신을 축하하는 뜻에서 건배합시다.

- 감사합니다.

(잔 부딪치는 소리)

- 자, 건배?

- 건배.

- 하하하.

(전화벨 울리는 소리)

- 아, 저 제가 받겠어요.

- 여보세요?

- 영훈입니다.

- 영훈씨?

- 아 저, 이리줘.

- 어.

- 대체 왜 이러는거야?

- 부탁이에요, 아버지를 바꿔주세요.

- 대체 이유가 뭐야?

- 어머니가 위독해요, 위독합니다.

- 끝나면은 가시게하지. 지금은 자리를 빠져 나올 수가 없어.

- 지금 당장 오셔야해요. 절대로 지금 오셔야합니다.

- 두시간 즈음이면 끝나, 그 때 말씀 드리겠어. 전화 걸지마 이제.

- 곁에 있다면 널 당장 죽이고 싶다. 아무튼 아버지는 오셔야 돼. 우리 어머니가 지금 위독하시단말야. 우리 어머니가 찾아.

- 이 자리를 깨뜨릴 수가 없어. 두시간 후에 말씀 드리겠다.

- 지금 당장 말씀 해놔. 내 아버지에게 지금 당장.

- 흠.

(전화 끊는 소리)

- 지훈씨, 대체 무슨 일이야?

- 아휴, 아무것도 아니야.

- 아하, 혜수 너도 저녁 먹어라? 응?

- 무슨 일이야? 대체.

- 저 가봐야돼.

- 영옥이?

- 네, 언니?

- 정 기사 어디있어?

- 글쎄요, 자기 방에 있겠지요 뭐. 운전 기사들끼리 모여서 한판 벌어졌을거에요.

- 알았어.

(발소리)

- 저, 정기사님?

- 아, 왜 그러세요?

- 잠깐 나오세요.

- 아 아니, 왜 그래요? 막 기분 좀 내려는데.

- 나오세요.

- 아, 젠장.

(문 닫는 소리)

- 무슨 일이요?

(차문 여는 소리)

- 타세요.

- 아니, 어디를 가게요?

- 가는거에요. 인천으로.

- 인천이요?

- 알겠어요? 그 집으로 가는거에요.

- 이건 사장님 차입니다. 내 멋대로 굴릴 수가 없어요.

- 가요.

- 아, 젠장.

- 어서요.

- 좋습니다. 갑시다.

(차 출발하는 소리)

- 조금 더 빨리 가주세요.

- 최고 속력이에요.

- 우선 집으로 가세요. 가서 병원을 알아봐야겠어요.

- 그 분이 위독하다고 합니까?

- 모르겠어요. 단지 그런 기분이 들어요. 왜 이렇게 가슴이 뛰는건지 미칠 지경이에요.

(음악)

- 아니, 무슨 전화냐?

-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친구 녀석이 뭘 좀 물어보더군요.

- 음, 그래? 자, 너도 어서 들거라.

- 아, 네.

- 어우, 그나저나 세상에. 이거 집 한채 값은 되겠수?

- 아휴 정말 굉장한데요. 송 여사는 정말 복 많은 여자에요. 생일날 척 이런거 선물 받고.

- 호호호. 아휴, 아니에요. 다 늙어서 보석이 무슨 소용이에요.

- 아이 아이, 괜히 시치미 떼시고.

- 내가 한번 걸어봐도 되겠수?

- 오, 그래라. 이리줘, 내가 걸어줄께.

- 어머니가 먼저 걸어보세요, 제가 걸어드릴께요.

- 오, 그래. 아 역시 지훈이가 효자구나.

- 하하하, 얼마나 든든해요? 이런 믿음직한 아들을 두고.

- 저 이렇게 이렇게 고개를 좀 숙이세요.

- 어.

- 어, 됐어요.

- 우와, 눈이 부시구나.

- 아름다워요, 엄마.

- 지훈아.

(음악)

- 엄마?

- 영훈아?

- 조금만 기다려요. 아버지. 보세요? 오셨어요, 아버지가 오셨어요.

(문 여는 소리)

- 아니, 헤수?

- 영훈씨.

(음악)

김보연, 유민석, 박 일, 김규식, 이근욱, 김 민, 권희덕, 양미학, 유해무, 신성호, 장춘순, 이효숙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석

인생극장 김경란 극본 거리마다 낯선 얼굴 이규상 연출

스물 네번째로 고려야구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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