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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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
제19화 - 여자가 말을 안들어요.
제19화
여자가 말을 안들어요.
1979.12.19 방송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는 1979년 12월 1일부터 1979년 12월 31일까지 제31화에 걸쳐 방송되었다.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얼굴

고려야구 제공입니다.

『 언제인가 우리가 처음 만난 밤은. 쓸쓸한 겨울 거리에 눈 송이 처럼 흩어지는 낯선 얼굴.

밀려오는 그리움이여. 지난 가을 당신은 낙엽을 태우는 불꽃이더니, 이제는 한줄기 바람되어 흘러가는가.

사랑을 그 누가 아프다 하리. 우리마음 깊은 숲속에서 길고 긴 어두움을 흐느끼는 겨울 바람이여.』

김경란 극본 이규상 연출 열 아홉번째.



(바람소리)

- 춥지 않아요. 엄마?

- 아니, 괜찮다.

- 흠. 얼굴 빛이 안 좋아요. 며칠 더 쉬실껄 그랬어요.

- 쉬면 쉴 수록 더 아프기만 해.

- 후훗, 이리 열쇠 주세요. 제가 열께요. 흠.

(문 여는 소리)

- 자, 어서 들어가세요.

(문 여닫는 소리)

- 그래. 아유, 오래간만에 오니까 반갑구나.

- 아, 추운데요. 석유 난로 켤 까요?

- 며칠 새, 먼지가 가득 앉았다. 저, 청소부터 해야 겠다. 원 이렇게 먼지 앉은 물건을 어떻게 파니.

- 하하. 제가 할께요. 앉아 계세요.

- 원, 사내녀석이.

- 하하. 아니 왜요?

- 니가 좀 쉬어야 겠다. 거 왜 잠도 못자니 요새.

- 엄마, 이거 석유가 없어요. 가서 사와야 겠는데요?

- 오, 그래라. 석유집이 먼데. 괜찮겠니?

- 천천히 하세요.

- 얘.

- 네?

- 너, 무슨 걱정 거리가 있니?

- 하아, 없어요.

- 니말대로 우리 다 잊자구나.

- 다 잊을 수가 없어요. 갔다 올게요.

(발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음악)

- 아버지, 나가세요?

- 어, 그래.

- 함께가요.

- 음. 어디가니.

- 도중에서 내리면 돼요.

- 그래? 어서 타거라.

- 예.

(차 타는 소리와 차 운행 소리)

- 아버지?

- 응?

- 일주일 후가 어머니 생신이세요.

- 어? 오. 그렇구나.

- 잊고 계셨어요?

- 너도 결혼해 봐라, 이 녀석아. 그런건 잊는게 자연스럽다.

- 하하하.

- 하하하.

- 저, 그래서 생각했는데요. 생일 파티를 성대하게 열도록 해요.

- 음.

- 친척들도 다 부르고요. 저 아버지 어머니 친구들도 모두 초대해서요. 요즘 헛소문이 나도는 모양이에요.

- 헛소문이라니?

- 뭐 말이 많은 동네니까요.

- 그래, 성대하게 열도록 하자. 뭐 이것저것 네가 신경 좀 쓰려무나.

- 하하. 네. 그리고 아버지?

- 응?

- 멋있는 선물을 준비하세요. 왜 있잖아요? 귀한 보석이라던지, 뭐 그런거 말이에요.

- 오냐, 그게 좋겠구나.

- 어머니, 요새 괜찮으세요?

- 후후후, 글쎄 워낙 장작개비 같은 여자라서 말이야.

- 하하하.

- 하하하.

- 하하. 아버지도 하하.

- 아이, 근데 넌. 그렇게 조르던 결혼을 미루겠다고 말했다며?

- 네. 엄마가 말씀 하시던가요?

- 그래. 왜그러냐?

- 하하. 여자가 말을 안들어요.

- 아니, 왜?

- 하하, 모르겠어요.

- 거참, 대단한 여자구나. 니말을 안듣다니. 니가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니냐?

- 글쎄, 그런 모양이에요. 하하하.

- 얘. 이런 말이 있다. 접시랑 여자는 던지면 깨지는 법이야.

- 명태랑 여자는 때려야 맛이고요? 하하하.

- 하하하하하.

- 아아, 저, 차 세워요.

(차 세우는 소리)

- 그럼 다녀오세요. 아버지.

- 어, 그래.

(음악)

- 미스 윤?

- 네.

- 요즘 작품 좀 생각하고 있어?

- 하하, 못하겠어요. 통.

- 왜?

- 이것저것 복잡한 일이 있어서.

- 그런거 같얘. 불안해 보여.

- 이제 괜찮아 지고 있어요.

- 그럼 생각 좀 해봐. 아, 그리고 꽃시장엘 좀 다녀와야겠어.

- 왜요. 선생님?

- 응. 내가 아는 분 딸이 결혼을 하는데, 식장에 꽃을 좀 꽂아 달래.

- 그래요? 그럼. 무슨 꽃을 살까요?

- 적당히 사. 한 바퀴 둘러보고. 좀 환하고 부드러운 소재가 좋겠지?

- 알았어요. 그럼 지금 다녀올게요.

- 그러겠어?

- 네.

- 그럼 다녀와.

- 네.

(발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수미씨.

- 아, 오셨어요?

- 네. 뭐하세요?

- 후후, 뜨게질이요.

- 엥? 뜨게질도 할 줄 알아요?

- 왜요? 못할 거 같아요?

- 하하. 아니요. 하긴 뭐 말괄량이들이 그런걸 더 잘한 다더군요.

- 하하하. 말괄량인가? 나에 대한 선입견이 아주 나쁜데요? 하긴, 이거라도 안하고 있으면 자꾸 술마시게

되서 억지로 붙들고 있는거에요. 아, 커피 드실래요?

- 아, 예.

- 춘식씨, 여기 커피.

- 그래.

- 뭐 뜨는 겁니까?

- 아니에요.

- 남자 스웨터 같은데요?

- 검은색이라 그렇게 보이는 거에요. 내꺼에요.

- 인천에 갔었어요?

- 네.

- 잘 있습니까.

- 누구요?

- 아프다고 했잖아요.

- 네. 좀 많이 편찮은신거 같았어요.

- 영훈인.

- 그저 그래요.

- 괜찮았어요?

- 괜찮지 않았어요. 왜 그렇게 보세요?

- 아니에요.

- 혜수씬 잘 있어요?

- 하아, 그저 그렇죠.

- 나 꽃꽃이 그만 뒀어요.

- 아니, 왜요?

- 놀랬어요. 혜수언니한테.

- 아니, 왜요?

- 지훈씨.

- 네.

- 하아, 아니에요. 난 상관없는 일이니까.

- 하. 아이, 뭐에요?

(잔 내려 놓는 소리와 발소리)

- 커피나 마시세요. 나 이거 계속 뜨겠어요.

- 영훈이가 수미씨를 사랑합니까?

- 사랑이요? 하하 나보고 사랑하지 말라고 그러던데요?

- 그래요?

- 사랑하는 여자가 있으니까. 그 사람들 왜 그러는지 몰라요.

- 그 사람들?

- 이젠 방해하지 마세요. 나 호스티스 아니에요.

- 가겠어요. 또 들리죠.

- 어딜 가세요?

- 혜수에게.

(음악)

(전화벨 소리 및 수화기 드는 소리)

- 네. 은하입니다.

- 혜수씨 좀 바꿔 주십시오.

- 지금 미스 윤이 없는데요? 어디시죠?

- 아. 그럼 말을 전해 주시죠.

- 그러죠.

- 오늘 밤 10시에 서울역 앞으로 나오라고.. 부탁합니다.

- 아, 누구라고 전할 까요?

- 그렇게 말하면 압니다.

(전화 끊는 소리)

- 오늘 밤 10시에?

(수화기 내려 놓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 안녕하세요. 이 선생님.

- 하하. 지훈씨 왠일이세요.

- 혜수 어디갔습니까?

- 응. 꽃시장엘 갔는데.

- 언제쯤 옵니까?

- 한 시간 쯤 있으면 올거야.

- 음. 그래요? 이런데 남자가 있으면 이상하겠죠?

- 아, 괜찮아. 뭐 어때? 후훗.

- 요 앞 다방에 있겠어요. 오면 좀 보내주십시오.

- 그러겠어요?

- 오, 꽃꽃이 전시회를 하세요?

- 음.

- 가서 보겠습니다.

- 그래, 미스 윤 작품도 몇 개 전시될 테니까.

- 전, 혜수가 그걸 그만 뒀으면 좋겠는 걸요. 꽃 속에 앉아 있는 걸 보면 청승스러워요.

- 너무 고와 보여서 그런거 아니야? 하하하.

- 하하하하하.

- 그런가 보죠. 전 가보겠습니다. 좀 바빠도 보내주십시오.

- 응. 안녕.

(음악)

- 선생님, 다녀왔어요.

- 아, 수고했어. 춥지? 자, 불쬐

- 아니에요. 역시 분홍 카네이션이 젤 무난한 거 같아서 겨울이라 화사한 꽃이 드물어요.

- 음. 구성만 잘하면 돼. 아, 저기 요 앞 다방에 지훈씨 와 있어.

- 그래요?

- 가 봐.

- 네. 아이, 근무중인데.

- 어색한 소리하지 말고. 지훈씬 역시 언제 봐도 기분 좋은 남자야.

- 후후. 좋은 남자에요.

- 어, 그리고.

- 네?

- 전화가 왔었어.

- 전화?

- 오늘 밤 10시에 서울역 앞으로 나오라고 그러던데?

- 누구..?

- 그렇게만 말하면 안다고 그러던데? 누구야?

-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음악)

김보연, 유민석, 박 일, 김규식, 김 민, 오세홍, 안경진, 정경애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석

인생극장 김경란 극본 거리마다 낯선 얼굴 이규상 연출

열 아홉번째로 고려야구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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