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얼굴
고려야구 제공입니다.
『 언제인가 우리가 처음 만난 밤은. 쓸쓸한 겨울 거리에 눈 송이 처럼 흩어지는 낯선 얼굴.
밀려오는 그리움이여. 지난 가을 당신은 낙엽을 태우는 불꽃이더니, 이제는 한줄기 바람되어 흘러가는가.
사랑을 그 누가 아프다 하리. 우리마음 깊은 숲속에서 길고 긴 어두움을 흐느끼는 겨울 바람이여.』
김경란 극본 이규상 연출 열 여덟번째.
- 엄마.
- 어, 이제오니?
- 네.
- 그 댁에 또 갔었니?
- 아니에요. 뭘 좀 드셨어요?
- 그래, 복숭아 통조림 먹었다. 시원하더라 맛이.
- 시원한 애가 사온거라서 그런가보지요.
- 누구냐? 여기까지 찾아온 아가씨가?
- 친구에요. 엄마?
- 어?
- 우리 이렇게 살아요 그냥.
- 그래.
- 다 잊어버리고 그냥 살아요. 미움같은게 다 뭐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들보고 그들끼리 살라고
그래요. 행복한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기 마련이니까요.
- 넌 네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니?
- 남들이 다 그렇게 생각해주니까요. 남들이 다 그렇게 생각해요.
- 네게 못할짓을 엄마가 했다.
- 엄마에게 못할짓을 제가 하고요, 난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요.
- 그런소리 하지마라, 엄마는 너 때문에 지금껏 그렇게 살았어. 알지않니?
- 알아요, 내가 잘해드릴께요. 하지만 행복도 소질이 있어야 하는 모양이에요.
- 그들 말이에요, 절대로 부숴지지 않는 섬을 가지고 있어요. 깨뜨리고 싶었어요.
- 아버지께로 깨뜨리지 말아야해. 그 분은 우리때문에 많이 괴로워하셨다.
- 행복이 깨어지지 않을 만큼만 그러셨어요, 그건 엄마도 알아야해요.
- 얘, 나 물 한컵좀 다오.
- 아니, 엄마 왜 그러세요?
- 아니다, 어서 물 좀.
(물 따르는 소리)
- 네. 저 여기있어요 엄마.
- 자, 누우세요. 얼굴이 백지창 같아요.
- 괜찮다.
- 으흠.
- 정말 괜찮겠어요?
- 으흠.
- 왜 그래요? 갑갑하세요?
- 엄마 심장이 약한건 너도 알잖니? 곧 나아질꺼다.
- 그들이 말이에요, 엄마를 이렇게 깨지게 했어요. 이제는 나도 그렇게 되려고 해요, 바로 깨져버릴거
같아요. 깨져 버릴께에요.
(음악)
(음악)
- 안녕하세요?
- 아, 어서오십시오.
- 저, 수미씨는?
- 저 쪽에 있어요, 가보세요.
- 커피 좀 부탁할까요?
- 네, 가져가겠습니다.
- 수미?
- 앉으세요.
- 왜 오늘 꽃꽃이 하러 안 왔어? 기다렸는데.
- 이제는 가지 않겠어요. 뭐 알고 싶어서 왔어요?
- 커피 마시러 왔어.
- 영훈씨 만났어요?
- 아니.
- 서울에 왔었어요.
- 알아.
- 어떻게 알아요? 만나보지도 않고.
- 전화가 왔었어.
- 어디로 간대요? 집에?
- 인천으로 간다고 그러던데.
- 언제 온데요?
- 몰라, 안 올 모양이야.
- 오겠지요, 어제 인천에 갔었어요.
- 그래?
- 그 얘기는 안하던가요?
- 했어.
- 하하, 무슨 말이든 다 하는군요. 하지 말기를 원했는데.
- 해야만 했어.
- 커피 가져왔습니다.
- 어, 거기에다 놔.
(커피잔 내려 놓는 소리)
- 해야만 하다니요?
- 무서워하는거 같았어.
- 무서워해요? 뭘요?
- 수미, 왜 그런식으로 얘기했어?
- 하아, 이제야 본론이 나오는군요.
-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마.
- 그래요, 우리
- 꽃꽃이같은거 나 집어치웠어요. 그러니까 이제는 여자끼리 얘기해요.
- 그럴수 있는거라고 생각해요?
- 내가 물어야 할 말이야
- 그들은 형제에요, 그것도 서로 미워하는 형제에요. 혜수씨가 그들 사이에 낀다면 그건 화해 역할일
뿐이에요. 왜 영훈씨한테 접근하세요? 이유가 뭐지요?
- 대답할 필요는 없겠지?
- 대답할 수가 없는거겠지요.
- 그래, 대답할수가 없어.
- 난 언니한테 분명히 말했어요. 영훈씨를 사랑한다고.
- 괴로워했어. 지금도 괴로워.
- 그래요, 내가 형제니 뭐니 하고 떠드는 것도 다 내 욕심때문인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혜수씨? 지훈씨
를 털어버릴수 있어요?
- 없어, 아직은.
- 그럼, 그 얘기로 돌아가요. 진실로 언닐 사랑하고 있어요.
- 그러고 싶어, 그래야 할꺼야 그는 내 첫사랑이었고 너무 커다란 나무로 내 속에 자라고 있었어.
- 돌아가요 난 영훈씨가 필요해요 사랑하고 싶어요.
- 하지만 그런거 알아? 잡초처럼 질기게 내 마음에 뿌리를 내리고 있어. 내가 막을수가 없는 그건, 그
커다란 나무에서 조차 뿌리를 내릴거야.
- 언니
- 잡초처럼 질기게, 나 일어나 수미.
- 하아. 언니, 정말 무서운 여자야
- 수미가 틀렸어. 영훈씨는 다른 미움 때문에 다른 사랑을 방해했던게 아니야. 단지 수미가 그렇게 믿고
싶었을 뿐이야 잘있어.
(음악)
- 엄마, 다녀왔어요.
- 어, 이제오니? 얘, 네 방에 서군 와 있다.
- 지훈씨? 엄마는, 왜 내 방에 들어가게 해요.
- 아휴, 아. 그럼 어떡하니? 이 가게에 서 있으라고 할 수도 없고.
- 들어갈께요.
(발소리 밑 문 여닫는 소리)
- 왔어, 지훈씨?
- 어.
- 오랫만인거 같아, 굉장히.
- 어디갔었니?
- 수미네 가게에 있었어.
- 추워보인다.
- 좀 걸었어.
- 저, 내려와 앉아, 아랫목이 따뜻해.
- 내 방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
- 아늑하고 아기자기하고 좋은데 뭘?
- 어쨌든 싫었어, 그 기분 몰라?
- 모르겠어.
- 이 방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야.
- 허허, 그럼 돼었잖아.
- 이렇게 초라한 방을 그만큼이나 좋아하는게 나야.
- 혜수야, 성냥있니?
- 2년동안이나 나 너무 주눅들었었어. 지훈씨의 부를 감당할 수 없었나봐.
- 그러니까 이제는 그 부를 얻도록 해.
- 아니, 마음 편함을 얻고싶어. 어차피 난 가난하게 살아왔으니까.
- 혜수야, 성냥 좀 가져올래?
- 더 이상 나의 초라를 미워하고 싶지 않아. 그걸 아끼면서 살고싶어.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으니까
그런 사람들과 살테야.
- 그런 사람들?
- 지훈씨, 나 피곤해 가죠.
- 너, 나 화나게 할테야 정말?
- 화내.
- 후. 그만두자, 그러나 이거 하나만 분명히 해두자. 난 네가 내게서 떠나는건 결코 용서치않아. 어떤
이유에서든.
- 왜 이렇게 못 알아들어, 지훈씨?
- 기다릴께, 마음 잡힐거야 혜수는 날 떠나서는 못 살아.
- 그래, 못 살지도 몰라.
- 영훈이에 대해서 가슴이 아팠어?
- 얘, 혜수야?
- 네, 엄마.
(문 여닫는 소리)
- 하하 과일 좀 깎아왔다, 좀 들어요.
- 하아, 어머니 뭘 이런걸 다 가져오세요.
- 아이고, 이거 대접이 소홀해서 어쩌나.
- 아, 아니에요.
- 저, 어머니. - 어.
- 성냥, 하하 아까부터 조르는데 혜수가 말을 안 듣는군요.
- 아이고, 그래 내 가져다 줄께.
- 어, 자 여기 있어요.
- 하하 고맙습니다 어머니.
- 지훈씨 정말.
- 영훈이에 대해서 그렇게 가슴이 아팠어?
- 영훈씨 때문에 지훈씨를 미워했었어.
(음악)
(음악)
인생극장 김경란 극본 거리마다 낯선 얼굴
이규상 연출 열 여덟번째로 고려야구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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