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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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
제16화 - 넌 지훈씨를 벗어날 수 없어
제16화
넌 지훈씨를 벗어날 수 없어
1979.12.16 방송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는 1979년 12월 1일부터 1979년 12월 31일까지 제31화에 걸쳐 방송되었다.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얼굴

고려야구 제공입니다.

『 언제인가 우리가 처음 만난 밤은. 쓸쓸한 겨울 거리에 눈 송이 처럼 흩어지는 낯선 얼굴.

밀려오는 그리움이여. 지난 가을 당신은 낙엽을 태우는 불꽃이더니, 이제는 한줄기 바람되어 흘러가는가.

사랑을 그 누가 아프다 하리. 우리마음 깊은 숲속에서 길고 긴 어두움을 흐느끼는 겨울 바람이여.』

김경란 극본 이규상 연출 열여섯 번째.



- 미스 윤, 퇴근 안할 테야?

- 아니요. 조금 더 있겠어요.

- 그래? 차 한잔 같이 마시려고 했는데. 전시회 얘기도 구체적으로 할 겸 말이야.

- 아이, 어떠하죠? 전화를 기다리고 있어요.

- 미스터 서?

- 네.

- 왜. 무슨 일이 있어?

- 아니요.

- 근데, 오늘 종일 미스 윤 안색이 나빠. 신경이 예민해 진거 같고.

- 제가 좀 신경질이었죠? 최이사에게.

- 그래. 그 분 나이만 들었지. 어린애야. 너무 귀하게만 살아서. 흐흠. 미스 윤이 참아야 해.

- 죄송했어요.

- 아니야. 자, 그럼 갈께.

- 내일도 나오실 꺼죠?

- 그럼. 이젠 바빠. 본격적으로 작품을 구상해야지.

- 그럼 들어가세요.

- 응. 그럼 내일 봐.

(발 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 하아.

(책장 넘기는 소리)

-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 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 없이 괴로움 속에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 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다.

따르르릉 (전화벨소리)

- 여보세요?

- 나에요. 뭐하고 있어요?

- 기다렸어요. 그리고 시를 읽었어요.

- 하하. 무슨 시를 요?

- 후훗.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 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데 있다.

하하. 어때요?

- 혼자에요?

- 네. 어머니는?

- 하하. 괜찮아요. 몇 해전에 수술을 했었는데, 그게 재발할 뻔 했대요.

- 어머머, 큰일 날 뻔 했군요.

- 이제 됐어요. 보고 싶어요.

- 나도요.

- 몇 일내에 올라가겠어요.

- 거기 있어요. 난, 만나고 싶지 않아요.

- 만나지 못하면은 볼 수 없어요.

- 끊어요.

- 혜수씨.

- 전화요금 많이 나가요. 하하.

- 후훗. 내일 가겠어요.

- 어머니 곁에 계세요.

- 가겠어요. 기다려요. 기다려요.

(전화 끊는 소리)

(음악)

- 아, 네 서지훈 입니다.

- 저, 수미에요. 아시겠어요?

- 어, 왠일이세요? 수미씨가?

- 하하하. 오늘은 제 술친구 좀 돼주시겠어요?

- 아하. 이거 대뜸 빚쟁이가 되는 군요. 아유~ 어제 이거 너무 마셔서 지금에야 일어났어요.

- 나오세요.

- 아. 네 그러죠.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어서오세요.

- 수미씨 어딨어요?

- 네. 저. 저쪽 입니다.

- 아.

(발소리)

- 안녕하세요.

- 앉으세요.

- 으. 담배연기가 가득 찼군요.

- 담배 싫어하세요?

- 즐기진 않습니다. 연기가 싫어서요.

- 난 연기가 좋아서 피워요. 불 좀 켜줘요.

- 음.

(담배불 붙이는 소리)

- 왜 담배를 펴요? 여자 몸엔 치명적이라던데.

- 하아.

- 담배가 즐거워요?

- 고통스러워요.

- 아, 근데 왜 먹어요?

- 속이는 거죠.

- 흐음. 속인다?

-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담배라는 좀 견디기 쉬운 고통으로 바꾸어 버리는 거에요.

- 견딜 수 없는 고통이라?

- 영훈씨 집 약도 좀 그려줘요.

- 네?

- 여기 메모지 있어요. 볼펜 있지요? 그려주세요.

- 왜요?

- 대답해야 해요? 그래야 이해한다는 뜻은 아니겠죠?

- 종이 이리줘요.

- 여기.

(종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

- 흠.

- 고마워요.

- 아니요. 사람이란 서로 도우며 살아야 하는 거죠.

(음악)

- 여기, 경주야.

(발소리)

- 얘, 니가 왠일로 전화를 다하니?

- 후훗,

- 응?

- 차 시켜.

- 응. 나 커피줘요. 몇 달만이니 이게.

- 미안해. 연락못해서

- 하긴, 나도 마찬가지지 뭐.

- 바빴지?

- 응. 졸업논문 때문에 애먹었어 얘.

- 졸업하면 뭐 할꺼야?

- 시험봐야지 뭐.

- 무슨?

- 순위고사.

- 결정했어? 교사되기로?

- 응. 근데, 아주 어려워졌어. 서울시험엔 모두들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떨어져.

- 넌 될꺼야 그래도.

- 모르지. 나 어쩌면 지방으로 갈지도 몰라. 근데, 넌 어떻게 지내니? 지훈씨 잘 있고? 왜? 무슨일이 있어?

- 글쎄.

- 니네 결혼할 때 되지 않았니?

- 경주야.

- 응.

- 어떻게야 할지 모르겠어.

- 왜? 다른 여자 생겼어?

- 흐흐흐.

- 아이, 무슨 웃음이 그러니?

- 그럴수 있는 남자지? 지훈씨. 쉽게 다른 여자 사귈수 있겠지?

- 그렇겠지 뭐. 넌 안그러니?

- 헤어질꺼 같애.

- 뭐?

- 놀래는 척 하지마.

- 그래도. 넌 그럴수 없을 텐데. 이유가 뭐야?

- 이건 확실해. 사람은 사랑을 하면서 살아야 돼.

- 사랑하지 않니?

- 지훈씨와 있으면 사랑할 필요가 없어져. 그냥 그 사람 곁에 있으면 돼. 아주 상식적인 여자가 되어서.

- 이상한 논리구나.

- 지훈씨 옆에선 난 사랑을 중요하다고 생각치 않아. 그저 내 생활에 도구가 되어버려. 안락과 허영을 만족

시켜주는.

- 얘.

- 후훗. 사랑을 말이야 진흙더미에 올려 놓고 발로 짓밟는거 같애.

- 왜 그러니 너. 다 그렇게 살아 사람들.

- 모르겠어. 여하튼. 헤어져야겠어.

- 너, 다른 남자 생겼니?

- 뭐?

- 그러지 않고는 지훈씨를 벗어날 생각을 못해.

- 경주야, 내가 그런 여자야? 난 결국은 그 정도 밖에는 안되지?

- 맞아, 그래.

- 흠. 왜 사람이 이렇지? 왜 이렇게 유치하지?

- 어쨌든, 네가 괴로워 하는건 알겠는데 아마 안될꺼야.

- 뭐가?

- 내 생각엔 넌 지훈씨를 벗어날 수 없어.

(음악)

- 흠.

- 오빠 뭐해?

- 어, 미음 좀 끓인다.

- 아이, 오빤. 날 부르지 않고.

- 하하. 괜찮아 선희. 고생했다. 내일 부턴 회사에 나가.

- 응. 오빠. 이리나와 내가 끓일게.

- 어, 괜찮다니까.

- 아이, 이리 줘. 아유, 이게 뭐야? 계속 저어줘야 되는데.

- 하하. 아니, 탔니?

- 아니야. 오빠?

- 응?

- 서울에 가지마. 아줌마가 너무 쓸쓸해 하셔. 가게도 혼자선 힘드신거 같고, 저, 여기서 공부해서.

- 그만. 선희야.

(벨소리)

- 어? 누구지? 이 밤중에?

- 내가 나갈께.

(발소리)

- 누구세요? 흠.

(문 여닫는 소리)

- 아니, 수미.

(음악)

(음악)

김보연, 유민석, 박 일, 유근옥, 안경진, 정경애, 전기병,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석

인생극장 김경란 극본 거리마다 낯선 얼굴 이규상 연출

열여섯 번째로 고려야구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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