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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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
제13화 - 이상한 두 형제와 언니, 그리고 나
제13화
이상한 두 형제와 언니, 그리고 나
1979.12.13 방송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는 1979년 12월 1일부터 1979년 12월 31일까지 제31화에 걸쳐 방송되었다.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얼굴

고려야구 제공입니다.

『 언제인가 우리가 처음 만난 밤은. 쓸쓸한 겨울 거리에 눈 송이 처럼 흩어지는 낯선 얼굴.

밀려오는 그리움이여. 지난 가을 당신은 낙엽을 태우는 불꽃이더니, 이제는 한줄기 바람되어 흘러가는가.

사랑을 그 누가 아프다 하리. 우리마음 깊은 숲속에서 길고 긴 어두움을 흐느끼는 겨울 바람이여.』

김경란 극본 이규상 연출 열 세번째.



- 이상한 날씨에요. 비가 오기엔 너무 춥고, 눈이 오기엔 너무 음침해요.

- 비가 왔으면 좋겠어. 소나기 처럼.

- 너무 추울거에요.

- 춥더라도 왠지 끈끈이가 온 몸이 뭍어 있는거 같애. 씻어버릴 수만 있다면 좋겠어.

- 서지훈씨를 아세요?

- 응?

- 어떤 사이에요. 애인? 어제 가게에 들렸었어요. 영훈씨를 찾으러요. 영훈씨의 형이라고 그러더군요.

- 맞아, 영훈씨 형이야.

- 그럼 내가 소개하기 전에 이미 서로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되나요?

- 응.

- 하핫. 우습군요. 근데, 왜 모른 척 했어요? 밤새도록 생각을 했어요. 그 이상한 두 형제와 혜수언니, 그리

고 나.

- 언젠가 수미와 얘기를 하고 싶었어. 이리 와서 앉아.

- 괜찮아요. 이렇게 서 있는게 훨씬 편해요. 언니, 왜 모른 척 했어요?

- 허.. 사실, 잘 알지 못했으니까. 두번째 만나는 거 였고, 또 거기서 만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서로 너무 당황했다고나 할까?

- 그 남자 좋은 남자 같더군요. 그래요?

- 글쎄. 좋은 남자 일거야.

- 자신만만하고, 또 그 만큼 능력도 힘도 있는거 같아요. 그런 남자는 첨 봤어요.

- 남자로서는 완벽해.

- 그런데, 그 남자를 언니하고 연결 시킨다는게 왠지 어색해요. 내 육감은 늘 틀리긴 하지만요.

- 가끔씩 그 남자가 두려운 데가 있어. 아직도 얼굴이 익숙치가 않아. 2년이나 되가는데도.

- 그래요. 내 일감 찾고, 아니에요. 언니, 영훈이가 미치게 사랑하는 여자가 있어요. 가끔씩 그 열기가 전

해져 와요. 숨이 막힐 것 처럼. 그는 어떤 사랑을 하기에 그렇게 괴로워 하는지 모르겠어요. 언닌 알아요?

- 하아. 몰라. 알 수가 없잖아?

- 언니?

- 응?

- 언닌 솔직하지가 않아요. 흠. 오늘 그냥 가겠어요. 꽃은 모레와서 꽂아도 돼죠?

- 하아. 그래요. 모레와요.

- 날 우습게 생각하죠?

- 수미.

- 창피해요. 내가 영훈이 한테 데롱데롱 매달리는 게. 또 언니한테 그걸 다 말했다는 것도.

- 수미씨. 우리 이러지마, 알지? 나 수미를 좋아해. 무척 아끼고 있어.

- 그래요. 언니. 나도 언니를 좋아했어요. 안녕.

(문 여닫는 소리)

- 하아..

(발 소리)

(전화 거는 소리)

- 여보세요.

- 네.

- 혜수.

- 왠일이야.

- 좀 만나요. 이리로 와, 기다릴께요.

- 알았어.

(수화기 내려놓는 소리)

(음악)

- 아이, 수미는 여기서 살 작정이야? 공부안해?

- 새삼스럽게 왜그래.

- 이상하다구! 전엔 하루나와서 DJ봐주고 오빠한테 요구가 얼마나 많았어? 오빠가 이상하다고 그래.

- 무슨 소리를 듣고 싶어?

- 제가 뭘 압니까?

- 그럼 입 다물고 있어. 어! 어서오세요.

- 실례합니다.

- 어이, 실례할 것 없어요. 앉으세요.

- 아니,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 뭔데요?

- 여기, 서영훈이라는 사람 일하고 있나요?

- 네. 누구죠?

- 어디있어요?

- 어디? 어이. 춘식씨. 주방에서 영훈이 좀 불러.

- 어이. 그래. 이봐! 영훈아. 좀 나와 볼래?

- 왜요? 지금 바빠요.

- 손님 오셨다. 여자.

- 알았어요.

- 어우, 오빠.

- 아니. 선희야. 아니, 여기 왠일이니? 자, 저리가서 앉자. 흠.. 어, 너 점심 먹었니?

- 아니. 먹고 싶지 않아.

- 아, 수미씨, 뭣 좀 만들어다 줄테야?

- 동생이야?

- 응. 자, 선희야 앉자. 아니, 어떻게 알고 왔어? 여긴.

- 아줌마 심부름으로 왔어요.

- 어. 안녕하시니?

- 편찮으세요.

- 어디가?

- 모르겠어. 자리에 누워서 일어나질 못해요.

- 그래?

- 오빠. 돌아가요. 아줌마가 꼭 데리고 오라고 그랬어.

- 흐흠. 그래 갈께.

- 어저께, 서지훈이라는 사람이 찾아 왔었어요.

- 서지훈?

- 응.

- 아줌마가 여길 오신다는 걸 내가 간신히 말리고 다녀오는 길이야.

- 그 사람 뭐라든?

- 예의바르고 정중했어요. 하지만, 아줌마가 질려버리게 단호했고. 어쨌든 얼른 가요. 병원으로 모셔야 할

련지도 몰라.

- 알았다. 어! 너 점심이나 들고 가자. 응?

- 어유, 난 괜찮아.

- 선희. 고맙다. 이렇게 오느라 직장에도 못 나갔겠구나.

- 아유, 오빤.

- 여깄어요. 우선 따뜻한 스프부터 들어요.

(그릇 부딪치는 소리)

- 아유, 괜찮은데.

- 먹고 있어. 저, 선희? 나 잠깐 다녀올게.

- 어딜?

- 금방오겠어. 얘 좀 잘 봐죠.

(음악)

(문 여닫는 소리)

- 혜수씨.

- 어, 영훈씨.

- 어젠 괜찮았어요?

- 하아, 네.

- 나 지금 인천으로 가요.

- 결국 가는거에요?

- 아뇨. 돌아올 거에요. 어머니가 편찮으시대요.

- 어머나, 어디가요?

- 원래 약하시죠. 게다가 요즘 계속 신경을 쓰시고, 충격도 받고.

- 무슨 충격?

- 지훈형이 갔었나봐요.

- 세상에.

- 후훗. 흐흐흐. 내가 혜수라면 그런 남자는 절대로 안 놓치겠습니다.

- 영훈씨. 그런식으로 노여워 하면 안되요. 무서워요.

- 아니요. 이건 감탄 입니다. 같은 남자로서, 가 보겠어요.

- 어머니, 잘 돌봐드리세요.

- 네.

- 연락주세요. 여기 쭉 있을테니까요.

- 그럴께요.

- 아참! 꽃을 좀 가져가요. 어머니께 제가 전하고 싶어요.

(부스럭 거리는 소리)

- 자, 건강을 빈다고 전해주세요.

- 고맙습니다. 어머닌 나으실꺼에요.

- 어서 가보세요.

- 자, 그럼.

- 저, 돈은 있어요?

- 후훗. 있어요.

- 갑니다.

- 안녕.

- 흠.

(발소리)

- 혜수씨.

- 네?

- 너무 괴로워 하지 말아요. 괴로워 하지 말아요.

- 하지만, 괴로운 걸요.

- 그렇게 괴로워 하면 당신의 향기는 너무 진해져서 내가 질식할 거 같아요.

- 하아. 알았어요.

- 친구도 만나고, 영화도 보러 다니고 그래요. 그렇게 꽃 처럼 앉아 있지 말고.

- 영훈씨.

(발소리)

- 헉. 허.. 난 힘을 낼 꺼에요.

- 우린 안돼요.

- 알겠어요.

- 당신은 내게 새로운 삶을 의미해. 난 지금껏 불행하고, 패배하면서 살아왔지만은 이젠 이기면서 살아갈

겁니다.

- 이거, 놔요. 놓으세요. 지훈씨의 차 소리에요.

- 그가 오기로 했어요?

- 내가 오라고 했어요.

(음악)

김보연, 유민석, 박 일, 오세홍, 안경진, 전기병,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석

인생극장 김경란 극본 거리마다 낯선 얼굴 이규상 연출

열 세번째로 고려야구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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