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얼굴
고려야구 제공입니다.
『 언제인가 우리가 처음 만난 밤은. 쓸쓸한 겨울 거리에 눈 송이 처럼 흩어지는 낯선 얼굴.
밀려오는 그리움이여. 지난 가을 당신은 낙엽을 태우는 불꽃이더니, 이제는 한줄기 바람되어 흘러가는가.
사랑을 그 누가 아프다 하리. 우리마음 깊은 숲속에서 길고 긴 어두움을 흐느끼는 겨울 바람이여.』
김경란 극본 이규상 연출 열 두번째.
(문소리)
- 아. 어서오세요. 저쪽으로 앉으세요. 뭐 드실까요?
- 아. 잠깐 앉으세요.
- 에?
- 커피 둘 시키고 잠깐 앉아요.
- 하핫. 뭘 착각하고 계신거 아니에요?
- 흐흐흐. 아가씨 눈엔 내가 착각 같은 거 하고 있을 놈으로 보여요?
- 흥. 춘식씨. 여기 커피하나. 후훗.. 무슨 일이에요?
- 여기 서영훈이란 사람있죠?
- 서영훈? 어.. 영훈씨 성이 서씨던가?
- 난. 서지훈 입니다.
- 서지훈..? 그럼 형님..
- 네. 지금 어딨습니까?
- 어유. 모르겠어요.
- 모르다니?
- 그냥 나가버렸어요. 나 오늘 쉰다 그러고요.
- 흐흐. 그렇게 내버려 둡니까?
- 어차피 일은 없으니까요. 방학중이라 손님이 없어요.
- 그럼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는 말이군요.
- 네.
(발소리)
- 어. 여기다 둬.
(찻잔 내려 놓는소리)
- 일은 잘 합니까?
- 서툴죠 뭐. 왜 이런데서 일하려고 그래요? 영훈씨?
- 하.. 집안이 좀 복잡합니다.
- 그만두게 하시려고 오셨어요?
- 아. 글쎄요. 이 근처에 왔다가 잠시 들렀어요.
- 이상하군요.
- 뭐가요?
- 전혀 형제 같지가 않아요.
- 왜요?
- 너무 달라요. 거기다가 형제끼리 정 같은것도 느껴지지 않고요.
- 후.. 사실 그래요.
- 하긴. 성격이 그렇게 다르면 가까워지기 어렵겠죠?
- 가봐야 겠습니다.
- 저.. 부자죠? 댁이.
- 그래보여요?
- 동생을 아끼세요. 그게 보기 좋아요.
- 아! 내가 여기 왔었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문소리)
- 어머~! 영훈씨가 왔네? 영훈씨~
- 아니!
- 형님 오셨어.
- 어.
- 잠깐 들렸다. 어디갔다 왔니?
- 어떻게 아셨어요.
- 응. 우연히. 혜수 직장이 이 근처거든.
- 어머.. 혜수?
- 수미.. 여기 술 좀..
- 으응..
- 아..아니 됐어.
- 난 가봐야 해. 혜수 만나러 왔었다.
- 가겠어요?
- 응. 있다 보자. 오늘 고마웠어요. 수미씨.
- 네. 안녕히 가세요.
(문소리)
- 어디갔다 왔어?
- 어. 미안해.
- 얼굴이 언거 같다. 먼데 갔었어? 그 여자하고? 흠. 그래. 그만 둬. 그건 그렇고, 형이 혜수 언니하고
애인사이야? 어후, 너무 놀랬어.
- 손님오셨어. 나 가볼께.
- 영훈씨.
- 그만해. 나 피곤해.
- 에이~ 춘식씨. 나 간다. 시간되면 문 닫아.
(발소리 및 문 여닫는 소리)
(음악)
(문소리)
- 누구세요?
- 나야.
- 어. 지훈씨.
- 어디 갔다 왔어? 지금 들어온 모양이군.
- 후.. 잠깐 친구 만나고 왔어. 어떻게 왔어?
- 잠깐이 아닌거 같은데. 얼굴이 얼어 있어.
- 어디든 갔다 올 수 있는거 아니야?
- 누구와?
- 친구라고 했잖아.
- 혜수에게 남자친구가 있는 줄 몰랐군. 누구야. 응? 너.. 너..
- 영훈씨와 함께 갔었어.
- 뭐라고?
- 할 얘기가 있어서.
- 무슨 얘기.
- 그만해.
- 하아. 기가 막히는 군. 대체 너희 둘이 만날 이유가 뭐가 있지?
- 그럼 된 거 아니야? 별로 중요한 얘기는 아니었어.
- 하. 이해를 못하겠어. 하하흐흐흐. 역시 형수하고 시동생은 사이가 좋은 건가? 하하하하.
- 그만해. 지훈씨. 난 퇴근하겠어.
- 이봐. 무슨 일이었어?
- 놔.
- 만난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돼. 둘이서 왜 만났느냐 말이야. 녀석은 위험해. 알겠어?
- 알았어. 숨도 못 쉬겠어. 나 좀 나 줘.
- 녀석이 찾아왔어?
- 아니.
- 그럼.
- 길에서 만났어. 가까이 있잖아.
- 그럼 알고 있었어? 그 술집을..
- 수미가 나한테 꽃꽃이를 배워. 몇 번 차마시러 갔었어.
- 그럼. 왜 내게 말하지 않았어.
- 말할 필요가 있는거야? 말하지 않아도 지훈씨 마음만 먹으면 알아 낼텐데.
- 가자.. 데려다 줄께. 외투입어.
(음악)
- 엄마.
- 응. 이제 오니?
- 응.
- 그래. 저녁은?
- 생각 없어. 이제 문 닫아요.
- 으응. 아직 손님이 있다. 참.. 아까 서군한테서 전화가 왔었어.
- 그래요?
- 담배 한 갑 주세요.
- 아유. 네. 여깄어요.
- 고급 필터 없어요?
- 아유.. 여깄군요. 감사합니다.
- 뭐라고 그래요?
- 집에 허락을 받았다고 하더라.
- 네?
- 나를 한번 뵙자고 하신다더라. 그 댁에서.
- 아냐, 엄마.
- 응?
- 아냐, 난 결혼 안해. 엄마. 그 집 사람들 만나고 그러지 마. 나 들어가.
- 아니, 얘 혜수야?
(음악)
- 아버지 오셨어요?
- 아직 안 오셨어.
- 바쁘신 모양이죠. 연말이니까.
- 저녁 먹었니?
- 네. 어머니는 요?
- 먹었다.
- 내일 혜수 데려오겠어요. 내가 먼저 그 댁에 가서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고..
- 알았다. 나 들어간다.
- 어..
- 정말 저녁은 먹었니?
- 네.
- 영옥아?
- 네.
- 오빠 뜨거운 차 좀 갔다 드려라.
- 아..
- 너.. 얼굴이 나빠 보인다.
- 엄마.
- 응?
- 엄마가 내게 하시듯이 아버지에게 하시면 아버진 세상에서 젤 행복한 남자일 거에요.
- 아버지가.. 네가 나에게 하듯이 내게 하신다면 말이다.
- 하하. 들어가세요.
- 오빠. 여기있어요.
- 응. 놔두고 들어가 쉬어라.
- 아직 사장님 안들어 오셨는데..
- 내가 여기 있겠어.
- 그러실래요? 고마워요 오빠.
- 흠..
(음악)
(문벨소리)
- 누구세요.
- 접니다.
- 흠..
(문 여닫는 소리)
- 잠깐.. 오늘 혜수를 만났다더니..
- 네.
- 왜?
- 무슨 대답을 원하세요?
- 솔직한 대답을 원하지.
- 보고 싶어서 내가 찾아갔습니다.
- 찾아가서..
- 얘길 했죠.
- 무슨.. 무슨 말이 너희들에게 필요해.
- 형과 결혼할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 뭐라고?
- 후훗.. 난 이렇게 묻고 싶었어요. 사실은. 형을 사랑합니까? 진실로 사랑해요?
- 뭐..라고? 이.. 자식이!
(치는 소리)
(음악)
김보연, 유민석, 박 일, 권희덕, 유명숙, 안경진, 심성호, 장춘순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석
인생극장 김경란 극본 거리마다 낯선 얼굴 이규상 연출 열 두번째로 고려야구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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