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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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
제10화 - 난 집안이 필요해요
제10화
난 집안이 필요해요
1979.12.10 방송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는 1979년 12월 1일부터 1979년 12월 31일까지 제31화에 걸쳐 방송되었다.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얼굴

고려야구 제공입니다.

『 언제인가 우리가 처음 만난 밤은. 쓸쓸한 겨울 거리에 눈 송이 처럼 흩어지는 낯선 얼굴.

밀려오는 그리움이여. 지난 가을 당신은 낙엽을 태우는 불꽃이더니, 이제는 한줄기 바람되어 흘러가는가.

사랑을 그 누가 아프다 하리. 우리마음 깊은 숲속에서 길고 긴 어두움을 흐느끼는 겨울 바람이여.

김경란 극본 이규상 연출 열 번째. 』



(풍경소리)

-눈이 그대로 쌓여 있군요. 어머니.

-산 속이라 그런 모양이다.

-서울엔 다 녹아 버렸어요.

-사람이 많이 다니니까.

-여기가 편해요?

-그래.

-편하기야 하겠어요. 엄마 고향은 서울인데, 아버지께 말씀 드렸어요.

-결정했니?

-네. 전 엄마랑 살겠어요.

-고맙다. 집을 구하도록 하자.

-하지만 엄마. 그걸 아시죠?

-뭘.

-난 집안이 필요해요.

-돈은 내게도 있다.

-돈이 아니라..

-그럼. 회사 말이냐? 내 돈으로 회사를 만들면 돼.

-어머니. 아시잖아요. 내 기반이 무엇인지를..

-글쎄.

-아버지에요.

-지훈아.

-어머니, 난 어머니의 꿈이고 야망이었어요. 그렇죠? 나도 그래요. 나도 야망이 있어요. 그리고 그걸

성취시켜 나갈 힘과 능력은 아버지에게서 배울 수 밖에 없어요. 난 겨우 시작했어요.

-지훈아. 하지만 엄만, 네가 필요해.

-지훈이도 엄마가 필요해요. 함께 있어요.

-그럼, 넌..

-아니요, 전 결코 아버지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 분의 아들인 걸요. 어머니, 그리고 저 결혼하겠습니다.

-뭐라고? 너 정신 있는 얘냐?

-해야겠어요.

-누구와.

-혜수. 난 그 여자가 필요해요. 결혼 하겠어요.

-지훈아.

-여기서 흔들리고 더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가 없어요. 어머니, 돌아가요.

-음..

(음악)

-아이~ 춘식씨. 문 닫는게 어때?

-글쎄.

-닫자. 이젠 손님 끊겼어.

-하지만, 10시까진 있어봐야 하는거 아니야?

-아이~ 그런게 어딨어. 오빠한텐 내가 얘기 할께. 영훈씨? 가자.

-가긴 어딜 가. 뒷정리 해야지.

-아이~ 할게 뭐 있다고 그래. 춘식씨가 좀 해.

-왜 내가 하니?

-그럼 그냥 나 둬.

-정말 이럴꺼야?

-응. 영훈씨. 가.

-응. 낼 봅시다. 형.

-안녕~

-이야~ 쟤들 봐라.

-어휴~ 추워. 나 팔 좀 잡아도 돼?

-응.

-이봐 영훈씨.

-응?

-어깨 좀 잡아 줄 수 없어? 휠씬 따뜻할 텐데.

-후훗. 내게서 따뜻함을 기대하나?

-36.5도 아니야? 영훈씨 체온.

-아니,

-그럼?

-영하야.

-후훗. 글쎄.

-심장이 얼어 있거든.

-늘?

-아니.

-그럼.

-내 마음에 따라 변해.

-어떤 마음?

-선했다가 악했다가 강했다가 약했다가. 사랑했다가 증오했다가..

-훗. 변온 동물이구나. 그래서 수미한테는 영하란 말이지? 다시 말하면 영훈씨 체온이 영상으로 오르는

여자가 있다는 뜻?

-응.

-그게 영훈씨를 그렇게 우울하게 만들어?

-아니.

-그럼 뭐가?

-여기서 타니?

-어. 응. 여기서 타. 영훈씨는?

-건너야 돼.

-어. 저 차야. 갈께~ 영훈씨?

-어?

-난 자신있어. 두고봐. 어서 건너가서 타. 안녕~

(음악)

(전화벨 소리)

-네, 은하입니다.

-어. 나야. 아직 퇴근 안했군.

-응.

-여기 집이야.

-으응. 절에는 잘 갔다 왔어?

-어.

-어떻게 됐어?

-잘 됐어. 돌아 오셨어.

-그래? 역시 솜씨가 좋군.

-어쨌든, 우리 문제가 쉽게 풀리게 생겼어.

-우리 문제라니?

-결혼.

-내일 만나. 만나서 얘기해.

-오케이~ 우리 둘 사이 의견만 남았어. 이젠. 그리고 마지막 하나.

-하나?

-응. 영훈이 말이야.

-영훈?

-해결해야지. 낼 인천으로 가겠어. 그 놈 있으면 왠지 우리의 결혼도 어두울 거 같아. 자 그럼 내일 보자.

낼 두시쯤 연락할께.

-하아..

(전화기 내려 놓는 소리)

(음악)

-혜수씨.

(발소리)

-어머. 지금 문을 닫으려고..

-도와 드릴께요..

-아뇨. 잠깐 들어와요. 아직 시간 있으니까요.

-으음.

(문 여닫는 소리)

앉아요.

-아~ 난로가 아주 따뜻하군요.

-형님한테서 전화가 왔었어요.

-형님? 하아~ 흐흐흐.

-어머니가 오셨대요.

-그래요? 그럴줄 알았어요. 하고자 하는 걸 모든 할수 있는 사람이죠. 서지훈.

-무서운 사람이에요.

-아마 혜수씨 하고도 결혼 하겠죠?

-왜 그집에 있어요? 꼭 그 집에 있어야 돼요?

-어렸을 적 생각이 나는 군요. 국민학교 때, 전화 있는 사람 손들어. 냉장고 있는 사람 손들어. 그런거

조사하는 일이 있었죠. 맨 마지막에 눈을 감고, 아버지 안계신 사람 손들어. 난 손을 들어야 했어요.

천천히. 아주 무거워진 팔을 들어올리며 난 속으로 악을 쓰곤 했죠. 하지만 우리 아버진 사장이야. 흐흐

우습지 않아요?

-그 아픔을 갚는거에요?

-운명이라는 거 믿으세요?

-믿어요. 내가 대학교를 그만둬야만 했을 때, 그걸 믿었어요.

-난 그런 생각이 들어요. 까짓거 아버지가 뭐냐, 이제와서 무슨 상관이냐. 난 다 컸고, 나 대로의 인생을

살 수도 있다. 또 그러고 싶어요.

-그게 좋아요.

-흐흐.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왜요? 왜 자신을 학대 하세요?

-학대..?

-그들을 괴롭힐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파멸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들을 이길 수 있다고 믿어요?

-하아.

-내가 보기엔, 괴로운 건 영훈씨 쪽이에요. 그들은 결코 진실로 괴로워 하지 않아요.

-압니다. 하지만 그들도 조금은 괴로워요.

-영훈씨가 더 못견디고 있잖아요. 지금.

-가겠습니다.

-영훈씨.

-네.

-부탁해요. 난 영훈씨에게 할 말은 모두 했어요. 이제 만날 일이 없어진거 같아요.

-무슨 뜻입니까?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요. 안녕.

-흐음.

(발소리)

(문 여닫는 소리)

『 그는 갔다. 가는 것은 언제나 이렇게 쉬운가. 나는 그를 보내고, 하나의 아픔을 품었다.

바다속에 굴 하나가 이웃 굴에게 말했다. `내 몸속에 아주 아픈 것이 하나 들어 있어. 무겁고 둥근 것인데,

난 고민이야.` 다른 굴은 우쭐하게 대답했다. `난 하늘과 바다의 찬양에 돌려야지. 내겐 아픈데가 없거든

난 안팎으로 건강하고 온전해요.` 하아.. 영훈은 내 가슴에 아픔으로 와서 어느날 진주가 되어 찬연히 빛

날 것인가. 』

(음악)

김보연, 유민석, 박 일,오세홍, 권희덕, 안경진,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석

김경란 극본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 , 이규상 연출 열 번째로 고려야구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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