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얼굴
고려야구 제공입니다.
『 언제인가 우리가 처음 만난 밤은. 쓸쓸한 겨울 거리에 눈 송이 처럼 흩어지는 낯선 얼굴.
밀려오는 그리움이여. 지난 가을 당신은 낙엽을 태우는 불꽃이더니, 이제는 한줄기 바람되어 흘러가는가.
사랑을 그 누가 아프다 하리. 우리마음 깊은 숲속에서 길고 긴 어두움을 흐느끼는 겨울 바람이여.
김경란 극본 이규상 연출 열 번째. 』
(풍경소리)
-눈이 그대로 쌓여 있군요. 어머니.
-산 속이라 그런 모양이다.
-서울엔 다 녹아 버렸어요.
-사람이 많이 다니니까.
-여기가 편해요?
-그래.
-편하기야 하겠어요. 엄마 고향은 서울인데, 아버지께 말씀 드렸어요.
-결정했니?
-네. 전 엄마랑 살겠어요.
-고맙다. 집을 구하도록 하자.
-하지만 엄마. 그걸 아시죠?
-뭘.
-난 집안이 필요해요.
-돈은 내게도 있다.
-돈이 아니라..
-그럼. 회사 말이냐? 내 돈으로 회사를 만들면 돼.
-어머니. 아시잖아요. 내 기반이 무엇인지를..
-글쎄.
-아버지에요.
-지훈아.
-어머니, 난 어머니의 꿈이고 야망이었어요. 그렇죠? 나도 그래요. 나도 야망이 있어요. 그리고 그걸
성취시켜 나갈 힘과 능력은 아버지에게서 배울 수 밖에 없어요. 난 겨우 시작했어요.
-지훈아. 하지만 엄만, 네가 필요해.
-지훈이도 엄마가 필요해요. 함께 있어요.
-그럼, 넌..
-아니요, 전 결코 아버지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 분의 아들인 걸요. 어머니, 그리고 저 결혼하겠습니다.
-뭐라고? 너 정신 있는 얘냐?
-해야겠어요.
-누구와.
-혜수. 난 그 여자가 필요해요. 결혼 하겠어요.
-지훈아.
-여기서 흔들리고 더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가 없어요. 어머니, 돌아가요.
-음..
(음악)
-아이~ 춘식씨. 문 닫는게 어때?
-글쎄.
-닫자. 이젠 손님 끊겼어.
-하지만, 10시까진 있어봐야 하는거 아니야?
-아이~ 그런게 어딨어. 오빠한텐 내가 얘기 할께. 영훈씨? 가자.
-가긴 어딜 가. 뒷정리 해야지.
-아이~ 할게 뭐 있다고 그래. 춘식씨가 좀 해.
-왜 내가 하니?
-그럼 그냥 나 둬.
-정말 이럴꺼야?
-응. 영훈씨. 가.
-응. 낼 봅시다. 형.
-안녕~
-이야~ 쟤들 봐라.
-어휴~ 추워. 나 팔 좀 잡아도 돼?
-응.
-이봐 영훈씨.
-응?
-어깨 좀 잡아 줄 수 없어? 휠씬 따뜻할 텐데.
-후훗. 내게서 따뜻함을 기대하나?
-36.5도 아니야? 영훈씨 체온.
-아니,
-그럼?
-영하야.
-후훗. 글쎄.
-심장이 얼어 있거든.
-늘?
-아니.
-그럼.
-내 마음에 따라 변해.
-어떤 마음?
-선했다가 악했다가 강했다가 약했다가. 사랑했다가 증오했다가..
-훗. 변온 동물이구나. 그래서 수미한테는 영하란 말이지? 다시 말하면 영훈씨 체온이 영상으로 오르는
여자가 있다는 뜻?
-응.
-그게 영훈씨를 그렇게 우울하게 만들어?
-아니.
-그럼 뭐가?
-여기서 타니?
-어. 응. 여기서 타. 영훈씨는?
-건너야 돼.
-어. 저 차야. 갈께~ 영훈씨?
-어?
-난 자신있어. 두고봐. 어서 건너가서 타. 안녕~
(음악)
(전화벨 소리)
-네, 은하입니다.
-어. 나야. 아직 퇴근 안했군.
-응.
-여기 집이야.
-으응. 절에는 잘 갔다 왔어?
-어.
-어떻게 됐어?
-잘 됐어. 돌아 오셨어.
-그래? 역시 솜씨가 좋군.
-어쨌든, 우리 문제가 쉽게 풀리게 생겼어.
-우리 문제라니?
-결혼.
-내일 만나. 만나서 얘기해.
-오케이~ 우리 둘 사이 의견만 남았어. 이젠. 그리고 마지막 하나.
-하나?
-응. 영훈이 말이야.
-영훈?
-해결해야지. 낼 인천으로 가겠어. 그 놈 있으면 왠지 우리의 결혼도 어두울 거 같아. 자 그럼 내일 보자.
낼 두시쯤 연락할께.
-하아..
(전화기 내려 놓는 소리)
(음악)
-혜수씨.
(발소리)
-어머. 지금 문을 닫으려고..
-도와 드릴께요..
-아뇨. 잠깐 들어와요. 아직 시간 있으니까요.
-으음.
(문 여닫는 소리)
앉아요.
-아~ 난로가 아주 따뜻하군요.
-형님한테서 전화가 왔었어요.
-형님? 하아~ 흐흐흐.
-어머니가 오셨대요.
-그래요? 그럴줄 알았어요. 하고자 하는 걸 모든 할수 있는 사람이죠. 서지훈.
-무서운 사람이에요.
-아마 혜수씨 하고도 결혼 하겠죠?
-왜 그집에 있어요? 꼭 그 집에 있어야 돼요?
-어렸을 적 생각이 나는 군요. 국민학교 때, 전화 있는 사람 손들어. 냉장고 있는 사람 손들어. 그런거
조사하는 일이 있었죠. 맨 마지막에 눈을 감고, 아버지 안계신 사람 손들어. 난 손을 들어야 했어요.
천천히. 아주 무거워진 팔을 들어올리며 난 속으로 악을 쓰곤 했죠. 하지만 우리 아버진 사장이야. 흐흐
우습지 않아요?
-그 아픔을 갚는거에요?
-운명이라는 거 믿으세요?
-믿어요. 내가 대학교를 그만둬야만 했을 때, 그걸 믿었어요.
-난 그런 생각이 들어요. 까짓거 아버지가 뭐냐, 이제와서 무슨 상관이냐. 난 다 컸고, 나 대로의 인생을
살 수도 있다. 또 그러고 싶어요.
-그게 좋아요.
-흐흐.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왜요? 왜 자신을 학대 하세요?
-학대..?
-그들을 괴롭힐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파멸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들을 이길 수 있다고 믿어요?
-하아.
-내가 보기엔, 괴로운 건 영훈씨 쪽이에요. 그들은 결코 진실로 괴로워 하지 않아요.
-압니다. 하지만 그들도 조금은 괴로워요.
-영훈씨가 더 못견디고 있잖아요. 지금.
-가겠습니다.
-영훈씨.
-네.
-부탁해요. 난 영훈씨에게 할 말은 모두 했어요. 이제 만날 일이 없어진거 같아요.
-무슨 뜻입니까?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요. 안녕.
-흐음.
(발소리)
(문 여닫는 소리)
『 그는 갔다. 가는 것은 언제나 이렇게 쉬운가. 나는 그를 보내고, 하나의 아픔을 품었다.
바다속에 굴 하나가 이웃 굴에게 말했다. `내 몸속에 아주 아픈 것이 하나 들어 있어. 무겁고 둥근 것인데,
난 고민이야.` 다른 굴은 우쭐하게 대답했다. `난 하늘과 바다의 찬양에 돌려야지. 내겐 아픈데가 없거든
난 안팎으로 건강하고 온전해요.` 하아.. 영훈은 내 가슴에 아픔으로 와서 어느날 진주가 되어 찬연히 빛
날 것인가. 』
(음악)
김보연, 유민석, 박 일,오세홍, 권희덕, 안경진,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석
김경란 극본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 , 이규상 연출 열 번째로 고려야구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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