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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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
제8화 - 난 지훈씨 집안이 마음에 안들어
제8화
난 지훈씨 집안이 마음에 안들어
1979.12.08 방송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는 1979년 12월 1일부터 1979년 12월 31일까지 제31화에 걸쳐 방송되었다.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얼굴

고려야구 제공입니다.

언제인가 우리가 처음 만난 밤은. 쓸쓸한 겨울 거리에 눈 송이 처럼 흩어지는 낯선 얼굴.

밀려오는 그리움이여. 지난 가을 당신은 낙엽을 태우는 불꽃이더니, 이제는 한줄기 바람되어 흘러가는가.

사랑을 그 누가 아프다 하리. 우리마음 깊은 숲속에서 길고 긴 어두움을 흐느끼는 겨울 바람이여.

김경란 극본 이규상 연출 여덟번째.




타!

난 안갈테야.

타!

어머머..

(차 문 닫는소리)

지훈씨, 난 안가. 아버지에게 갈 명분이 내게는 없어.

없어?

응.

좋아.

어딜 가는거야?

가만히 있어.

(음악)

그 동안 내가 너무 바빴어. 늘 혜수만 생각하면서도 혜수의 심경의 변화에는 무심했어.

아니, 일부로 라도 흘려버리고 싶었지. 하지만 이제 알겠어. 이건 좀 심각하다는 걸 말이야.

흠. 바람이 몹시 불어 밖엔.

혜수.

지훈씨, 나 잠시 혼자 있고 싶어. 하늘이 잿빛으로 내려 앉고,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은

왜 이렇게 익숙할까? 마치 엄마 품처럼 아늑해.

그건 바라보기 때문이야. 여기는 따뜻하거든. 밖에 나가서 저 바람을 맞아봐. 추울 뿐이야.

그럴지도 몰라.

그래서 따뜻함은 결국 필요한 거야.

하지만 그건 이 다음의 일이야. 내가 늙어졌을 때. 아직까지는 바람을 사랑하고 싶어.

혜수.

내 영혼을 지켜 나가고 싶어. 추우면 추운데로, 아프면 아픈데로, 외로우면 외로운데로

시간이 지났어. 벌써 넌 결혼해서 정착할 나이야.

지훈씨. 난 역시 지훈씨와 결혼하지 않겠어.

뭐?

그래. 아직은.. 아직은 이란 단서는 붙여둘께.

좋아. 이유가 뭐야?

나는 역시 나 대로의 인생을 살기로 했어. 결혼때문에 내 인생을 비하 시킬수 없어.

비하? 그게 무슨 뜻이야?

단지 한 남자에게 시집가기 위해서 23년의 내 생활 모두를 부끄러워하고 괴로워 한다는 건 끔찍스러워.

가난이라던지 학업중단..

그런건 극복해야 해. 극복 할 수 있어. 단지 네가 극복하려 들지 않는 것 뿐이야.

그럴지도 몰라. 그러나 난 지훈씨 집안이 마음에 안들어. 아니, 돈에는 원래 알레르기야.

내가 가난하게 살았으니까.

그것 뿐이야?

아니 내가 대체 그 집에 들어가서 무슨 일을 하지? 1년에 10번씩의 제사, 숱한 친척들의 뒷치닥거리

그런거. 나를 인정하지도 않고, 단지 비웃을 뿐 일 사람들을 위해 내가 그렇게 해야 해? 왜?

넌 지금 핵심을 피하고 있어.

(물 따르는 소리)

하아. 넌 지금 망각하고 있는 거야. 결혼이라는 것에 본질을. 사실은 결혼이 그런 일이라는 걸

아무런 이유나 보람없이 그 남자의 일이 자신의 몫이 된다는 걸 잊고 있어.

하아. 왜 일까? 그 핵심을 혜수는 피하고 있어. 결국 사랑의 문제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있어야 된다는 명분은 사랑에만 있어. 결국 혜수는 그 명분을.. 이봐..

이봐.. 날 사랑하지 않아? 응?

모르겠어.

혜수.

놔줘 지훈씨. 이러지마.

대답해. 사랑하지 않아?

아직은.. 사랑해. 하지만 알고 싶어졌어. 그 사랑이 나의 운명인지.

운명이야. 운명이야.

지훈씨.

네가 이렇게 사랑스러워 내가 이렇게 견딜수 없는데 그게 어째서 운명이 아니야. 응?

지훈씨.

혜수..

(음악)

어이~ 여기 맥주 좀 가져와.

네. 갑니다.

야~ 오늘은 제법 흥청 거리는데? 오래간만에 DJ노릇 좀 할까?

아. 과일 두 접시 만들어요.

과일 둘 그래라 좀.

아하하하.

과일 둘.

수고해 영훈씨.

저희 가빈을 찾아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주말이면 여러분을 찾아 뵙는 가빈의 DJ 정수미

입니다. 아이 신청곡 들어와 있는데요. 요즘 팝송계를 휩쓰는 노래인데요. 우리 젊은이의

가슴을 뜨겁게 태워지는 도나 서머. 핫 스탑.

(음악)

뭘 드시겠습니까?

어 맥주 5병하고..

아이~ 너무 많아.

괜찮아. 내가 다 마실 테니까. 자긴 구경만 하라고. 안주는 뭐로 할테야?

음..응 사라다가 좋아.

응. 사라다 하나.

감사합니다.

사라다 하나 시키세요. 형.

얘가 아주 버릇 됐구나. 사라다 하나.

후훗.

영훈씨?

어?

바빠요?

네.. 잠깐 저 쪽으로 앉아 계세요.

네.

아. 술 마시겠어요?

커피는 안돼요?

후훗. 만들어다 줄께요. 앉아 있어요.

네~ 다음 신청곡 당신을 처음 만나는 순간 나는 사랑을 예감했습니다 라는 노래. 사랑이야.

(음악)

(사람들 떠드는 소리)

커피 여기 있어요.

고마워요.

울었어요?

아.. 아니요.

울었다고 그래요. 괜찮아요.

후훗. 울었어요. 왜냐고 묻지 않아요?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은 눈물이 나오죠. 아. 저 지금 바빠요. 마시고 돌아가요. 내가 갈께요.

(음악)

어..

눈이 오는 군요.

눈이?

조금씩.

후훗.

싸락눈이에요.

어디 봐요. 정말 싸락눈이군요.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요.

꽃을 꽂고 있었어요?

흐음. 네.

아름답군요. 아.. 이 나무?

까치 밥이라고 해요.

하아. 이 주홍색 열매를 까치가 먹나보죠?

네. 그런가 봐요. 아니, 그냥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나봐요.

이런 고운 열매를 먹으니, 상서로운 짐승인가보죠? 꽃 한송이 뽑아도 돼요?

네.

하아..향기롭군요. 꽃을 보면은 생각나는 구절이 있어요. 우리 어머니가 들려주시던 성경 구절이죠.

모든 육신은 풀과 같고, 그의 열매는 불의 꽃이다. 모두 사라져 버린다는 얘기죠.

사랑도 증오도 생명도..

아니요. 아름답다는 얘기에요. 꽃은 아름다우니까요.

하아. 이런 기분 알아요? 표효하고 싶은.. 하핫. 이리 주세요.

뭐를 요?

당신의 손을..

그의 입술이 눈송이 처럼 차갑게 내 손 위에 내려 앉았다. 눈송이는 녹아서 꽃 잎이 되었다.

내 육친속에. 피어나는 꽃.

(음악)

김보연, 유민석, 박 일, 오세홍, 김한진, 안경진, 전기병,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석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

김경란 극본 이규상 연출 여덟번째로 고려야구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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