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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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
제5화 - 너무 불행한 부부 였으니까.
제5화
너무 불행한 부부 였으니까.
1979.12.05 방송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는 1979년 12월 1일부터 1979년 12월 31일까지 제31화에 걸쳐 방송되었다.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얼굴

고려야구 제공입니다.

언제인가 우리가 처음 만난 밤은. 쓸쓸한 겨울 거리에 눈 송이 처럼 흩어지는 낯선 얼굴.

밀려오는 그리움이여. 지난 가을 당신은 낙엽을 태우는 불꽃이더니, 이제는 한줄기 바람되어 흘러가는가.

사랑을 그 누가 아프다 하리. 우리마음 깊은 숲속에서 길고 긴 어두움을 흐느끼는 겨울 바람이여.

김경란 극본 이규상 연출 다섯번째.



(벨소리)

지훈이냐?

(문 열리는 소리)

네. 아버지.

어서 오너라. 춥구나.

(문 닫는 소리)

왜 뜰에 나와 계세요? 스님이 전화 하셨죠?

그래. 어머닌?

들어가세요. 아버지.

오냐.

(발소리)

영옥아 차 좀 가져와라.

네.

아버지.

그래.

어머닌 알고 계셨답니다. 다른 여자가 있는지. 느끼고 계셨던거죠. 아주 지쳐버리셨습니다.

언제 오신다든?

한번 절로 오시랍니다.

알았다.

왜 그러셨어요.

여깄어요. 커피.

응. 그래. 놔두고 어서 들어가거라.

네.

이해 못하겠습니다. 전.

마시거라. 추운데.

(담배불 붙이는 소리)

후..

난 우리집이 가장 행복한 집안인 줄 알았어요. 내 마음에 불편한게 하나도 없었으니까요.

그러실 수 있는거에요? 다른 여자와 아이까지 낳으면서도 그렇게 하실수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지훈아. 우린 부모로서는 부족하고 싶지 않았다.

네?

너무 불행한 부부 였으니까. 생각나니? 네 어머니 부동산과 아파트 투기하던거. 그뿐이 아니야.

네 어머니는 지금도 나보다 돈이 더 많아.

그건 아버지 돈이에요.

아니야. 어머니는 민활하고 의욕적인 사업가야. 난 그걸 묵인했어.

묵인.

행복한 남편이었더라면 아내의 사업을 묵인할 수 없는거야.

왜 행복하지 않으셨어요?

나는 돈 많고 똑똑한 여자를 원하지 않았어. 따뜻한 아내가 필요했다.

어머니와 결혼하신 건 아버지에요. 어머님은 처음부터 돈이 많은... 아버지.

어쨌든..

아니, 어머니가 필요하셨던 거에요. 어머니의 돈이, 그래서 돈이 많아 지니까 어머니가 필요 없어졌던 거에요.

사랑하고 싶어도, 네 어머니는 그걸 이해 못했어. 끝까지 돈으로만 대결하려고 했다.

그럼, 어떻하실 거에요. 이제. 어머니는 이혼하시려고 작정하고 계세요. 그러나 그건 안돼요.

알았다. 흐음. 내가 가보마.

올라가 보겠어요.

식사 안하니?

식사요? 아버지 전 지금.. 하아. 아니에요. 그래요 이따 하겠어요.

(음악)

어서와요. 굉장히 춥지?

네. 언니 와우~ 귀가 떨어져 버릴거 같아요.

이리와서 불 쬐.

하아. 네. 좀 늦었죠?

응. 다들 하고 갔어. 수미씬 안 오나보다 했지.

하하, 오늘은 무슨 꽃이에요?

응. 동백하고 카네이션이야.

카네이션. 또요?

으응. 그게 쉽거든. 초보자는 그걸 거쳐야 해.

하지만 전 카네이션이 제일 싫어요.

왜?

너무 화사하고 향기가 없어요. 백치미는 질색이거든요?

하하. 백치미? 생동감이 없다는 뜻?

네.

하하. 그래도 한달은 꽂아야지.

그래요? 하하.

손 다 녹았어?

네. 시작할게요.

꽃이 무섭지 않아? 수미는?

아니요? 왜요?

후후. 아직 몰라서 그래. 좀 있으면 무서워져.

그럴 거에요. 언제나 무지의 상태가 편해요.

꽃의 의미를 찾게 되는 건 참 두려워.

남자도 그래요.

남자?

네. 언닌 남자가 안 무서워요?

글쎄. 아직은.

사랑해 보지 않으셨어요?

수미는?

몰라요. 하지만 무서워 지는 남자가 하나 생겼어요.

누군데?

웨이터에요.

웨이터?

네. 우리 오빠네 가게서 일하는 남잔데, 하아.

아이. 그렇게 마구 잘라버리면 뭘로 주지를 세울 테야. 키가 너무 낮아지잖아.

어머. 수다에 너무 정신이 팔렸어요. 좀 얌전해 지려고 꽃꽃이를 시작했는데, 큰일이에요. 난.

근데, 어째서 그 남자가 무서워?

노래를 가지고 다니거든요.

노래?

뜨겁고 흐느끼는 것 같은 노래를 말이에요.

후훗. 노래를 잘 하는 모양이지?

음치에요. 아직껏 콧노래 소리조차 한번 못 들었는 걸요?

근데, 어째서 그럴까?

노래가 따라다니는 거에요. 그 사람의 뒤를 말이에요.

수미가 그렇게 의미를 붙인거 아니야?

흐음, 원래 의미라는게 그런거 아니에요? 아이, 됐어요? 언니? 제1 주지 0도에서 15도, 담은 비스

듬이 세우고, 이건 누이고, 여기다가 분홍색을 꽂고..

술집을 해? 오빠가?

네.

함께 갈까?

어머, 그래요. 언니.

술 잘 마시세요?

아니, 하지만 가끔은 마시고 싶어져.

하하. 나도 언니하고 오래 얘기 하고 싶었어요. 얼른 꽂아 버릴게요.

아니, 천천히 해. 지금은 꽃에 전력하도록 해.

(음악)

어서오십시오.

하하. 나야.

어? 아이. 그냥 집에 간다더니?

어. 술좀 마시러 왔어. 언니. 저쪽 밀실로 가요.

응.

여기 앉아 계세요. 음악 좀 바꾸고 올게요.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요.

응. 그래.

내가 없으면 우리집 음악은 형편 없거든요. 하하.

(음악변경)

흠.

뭘 드시겠습니까?

어머 어머. 왠일로... 하아. 여기서 일해요?

네.

술 좀 마시러 왔어요.

어~ 주문 받으러 왔어?

어.

제법 빨라 졌는데? 우리 꽃꽃이 선생님이야. 언니, 뭐 드실래요?

아무거나.

맥주 마셔요. 세 병하고 안주 좀 갔다줘.

저 사람이었어?

네. 노래를 데리고 다니는 거 같지 않아요? 그 대신 술병과 접시는 형편없이 어설프게 날라요.

언제부터 여기서 일했어?

으음. 한 사흘 됐어요.

어떻게 여기서 일하게 됐을까?

그렇게 느끼죠? 언니도. 하아~ 근데 정체를 모르겠어요. 말을 통 안하니까요.

왜 일한데?

술을 마실려고 일한데요. 응. 여기다 놔.

지금 술집 바빠?

아니요. 요샌 손님이 없어요. 주말에나 흥청거리지.

그럼 함께 술마셔.

아아~ 그게 좋겠어요. 영훈씨 앉아.

괜찮겠어?

어이, 물론.

흐음. 그럼.

우리 꽃꽃이 선생님이야. 저쪽 플라타너스 큰 거 하나 서있지? 그 옆에 꽃꽃이 연구소가 있거든, 인사해.

안녕하십니까.

네. 자, 한잔 드세요.

(술 따르는 소리)

영훈씨는 무슨 꽃을 좋아해?

후훗. 하늘에 피어 있는 꽃.

하늘에 피어 있는 꽃?

별.

후훗. 느는구나. 안그래요?

빛나는 꽃이니까. 그 꽃이 가장 아름다울 거야.

그건 꽂을 수가 없잖아요. 안그래요? 하하하.

어. 수미?

어?

오빠한테서 전화왔어.

응. 알았어, 잠깐 실례해요.

왜 여기 있어요?

직업입니다.

아버님을 괴롭히는 거 아니에요?

흐음.

그러지 말아요. 그러면 영훈씨도 괴로워요.

그런 소린 듣고 싶지 않아요.

네?

괴로움은 여태껏 내 체온처럼 자연스러웠어요.

(음악)

어두움이 서서히 그의 얼굴에 스며들었다. 그것은 깊이 모를 심연처럼 어두웠고, 카인의 얼굴처럼 강했다.

이 낯선에의...

(음악)

김보연, 유민석, 박 일, 김규식, 오세홍, 안경진, 장춘순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석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

김경란 극본 이규상 연출 다섯번째로 고려야구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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