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
제2화 - 우연히 우리는 아버지가 같을 뿐이죠.
제2화
우연히 우리는 아버지가 같을 뿐이죠.
1979.12.02 방송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는 1979년 12월 1일부터 1979년 12월 31일까지 제31화에 걸쳐 방송되었다.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

고려야구 제공입니다.

언제인가 우리가 처음 만난 밤. 쓸쓸한 겨울 거리에 눈 송이 처럼 흩어지는 낯선 얼굴.

밀려오는 그리움이여. 지난 가을 당신은 낙엽을 태우던 불꽃이더니, 이제는

한줄기 바람되어 흘러가는가.

사랑을 그 누가 아프다 하리. 우리마음 깊은 숲속에서 길고 긴 어두움을 흐느끼는 겨울바람이여.

김경란 극본 이규상 연출 두번째.


서영훈..

아니, 누구냐?

아. 아니에요 어머니. 잠깐 나갔다 오겠어요.

별로 중요한 사람은 아닌거 같으니까. 내가 얘기를 들어보겠어요.

들어오라고 해라. 어쨌든.

아니에요.

(음악)

누구라고 했죠?

서영훈이라고 그랬습니다.

날 본적 있어요?

없습니다.

나도 당신을 본 적이 없습니다.

내겐 동생이 없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있겠죠.

제 게도 아버지가 있습니다.

우연히 우리는 아버지가 같을 뿐이죠.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 서영훈이란 이름.

이제 확실히 듣게 될 겁니다.

(차소리와 발소리)

흠..

이제 오세요? 아버지?

음. 왜 나와있냐? 친구라도 왔니? 들어가지 않고. 음?

아니.

안녕하십니까?

아니, 너!

아버지.

(음악)

언니?

네.

다했는데, 좀 봐주세요.

어머. 수미씨 금방 느는데? 꽃에 대한 감각이 있나봐?

아이~ 있는데로 막 꽂은 걸요.

조금 살펴볼까?

꽃꽃이에서 중요한건 선과 공백을 살리는일 에요. 하나의 선을 살리기 위해서 이 탐스런 가지들을

대담하게 생략시키는 거에요.

그래서 여백을 살리는 거죠. 그 일을 위해선 가위질을 잘 해야 해요.

가위질은 꽃에 대한 우리의 의지에요.

꽃에 사람의 의지를 가함으로써 더 지구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거죠. 이 가지들을 좀 정리해봐요.

네.

항상 삼각형을 잊지 말아요. 공간에 삼각형을 구성하는거에요.

여러분 안녕~?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아이, 미스윤. 바빠?

아뇨.

아. 한달후에 꽃꽃이 전시회를 하게 됐어요.

어머. 정말 잘 됐네요. 축하해요.

하하. 그래서 미스 윤이 많이 도와줘야겠어.

물론이에요. 선생님.

아유. 바쁘게 됐어. 아주. 장소도 물색해야 겠고, 전시회의 성격도 정해야 겠고,

무엇보다도 좋은 작품이 필요해. 미스 윤도 다섯 작품 쯤 구성해 봐요.

그래주시겠어요?

아유. 물론. 미스 윤 실력이야 내가 아는 걸.

하하. 고맙습니다.

언니. 이거 다했어요.

그래요? 어디 볼까?

(음악)

오래 기다렸어?

아니. 앉아.

뭘 드시겠습니까?

술 마실테야?

응. 술 좀 줘.

알겠습니다.

아유, 피곤해. 사람을 대한 다는 건 참 부담스런 일이야. 지훈씨?

응?

무슨일 있었나봐?

여기 가져왔습니다.

얼음은 언제라도 아름다워. 자 마셔.

어젯밤에 한 녀석이 찾아왔어. 아니, 날아들었다고 할까? 불나방 처럼.

누가?

서영훈이란 놈이었어.

서영훈?

응.

사촌 동생쯤 되는 모양이지?

흠. 이복동생.

뭐라고?

흠. 술 병이리줘.

자세히 얘기해봐.

흐흐흐. 하지만, 아버지는 있겠지요? 내게도 아버지가 있습니다.

우연히도 우리는 아버지가 같을 뿐이지요. 흐흐.

그 사람이 그러더란 말이야?

응.

그런데?

마침 아버지가 오셨지. 무척 놀라시더군. 충격이었어. 20년이 넘게 우리를 속인거야. 특히 엄마를.

굉장하구나.

고작 그런 표현이니?

지독하다.

맞아. 지독해. 지독한 사람들이야.

그 사람의 엄마는?

모르겠어. 입을 안 열어 녀석은. 기분 나쁜 놈이야. 마치 유령처럼 창백하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지금 집안은.

어머니 절에 가셨어 새벽에.

그 사람은?

집에 있어.

집에 있겠다는 거야?

응.

왜?

왜 겠어.

흐음. 글쎄?

파괴야.

파괴?

우리집을 파괴하려는 거야.

우리집의 안락과 행복이 사실은 허위와 기만이었다는 녀석은 보여주겠다는 거겠지.

사실 그렇잖아. 게다가 20년이야. 한 여자를 20년이 넘게 숨겨 놓는다는 건 단순히 허위와

기만만은 아니야. 그 여자에게는 진실하다는..

그만해둬, 아직은 확실치가 않아. 내가 철저히 조사 해볼 생각이야. 어쨌든, 난 두렵다.

왜?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을지.

아버지도 한 인간이야.

아니, 내게 아버지는 그저 한 인간이 아니었어. 완벽한 인간이었어. 나의 인생은 아버지를 기초로 해서 계획되었다.

하지만, 완벽한 인간이란 없어. 있다 손 치더라도 나는 징그러울꺼 같아.

술좀 더 시키자.

그만 마셔.

아니야 마셔야 겠어.

괴로워?

흠..

너무 괴로워 하는거 같아. 그 사실을 조금 객관화 시키면 안돼?

사실 지훈씨의 고통은 아니잖아.

녀석이 우리집으로 기어든 것과 같은거야.

난 괴로워 해야해. 우리집이거든. 내가 지켜야 하는 우리집이야.

알았어. 알았어. 어쨌든 잘해봐. 어쩌면 전 보다 더 좋아질 지도 몰라.

결코 더 좋아지지는 않을거야.

(음악)

흠..

아버지.

응?

기다렸어요.

흠.

가세.

네.

(차소리)

아버지.

그래.

아버지와 둘이서만 얘기하고 싶었어요. 그 녀석이 정말 내 동생입니까?

그래.

녀석의 어머니는 요.

죄송해요. 아버지. 묻지 않을 수가 없어요.

20여년을 계속 만나셨나요? 20년간을 계속 어머니와 저를 속이셨나요.

결과적으로는 그런거와 마찬가지가 됐다. 너한테 할말이 없어.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얘기 하시는 편이 좋았어요.

이해하라고 말하지 않겠다. 그러니 더이상 따지지도 말자.

아버지.

문제는 해결이야. 지나간 일에 길게 구애될 시간이 없다.

너도 이제 그 쯤은 알겠지.

좋습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우선, 네 어머니를 데리고 와야겠다. 니가 그 일을 해라.

알았어요.

(음악)

실례합니다.

뭡니까?

지배인을 만나보고 싶은데.

지배인을 왜 찾으쇼?

취직을 할까 해서 그럽니다. 종업원을 구한다기에.

에이. 젠장. 지금 지배인 없으니, 담에 오시요.

언제 올까요?

뭐에요?

어이, 이사람 여기 취직하겠다고 왔는데?

어. 그래요..? 잠깐 앉아요.

채직씨. 여기 커피 둘.

(음악)

김보연, 유민석, 박일, 김규식, 오세홍, 이기전, 안경진, 정경애, 장광,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석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얼굴
김경란 극본 이규상 연출 두번째로 고려야구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8.12.01)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