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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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
제1화 - 난 결혼은 구걸하고 싶지 않아
제1화
난 결혼은 구걸하고 싶지 않아
1979.12.01 방송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 얼굴는 1979년 12월 1일부터 1979년 12월 31일까지 제31화에 걸쳐 방송되었다.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얼굴

고려야구 제공입니다.

언제인가, 우리가 처음 만난 밤 쓸쓸한 겨울 거리. 눈송이 처럼 흩어지는 낯선 얼굴.

밀려오는 그리움이여, 지난 가을 당신은 낙엽을 태우던 불꽃이더니.

이제는 한줄기 바람이 되어, 흘러가는가.

사랑을 그 누가 아프다하리. 우리마음 깊은 숲 속에서, 길고 긴 어두움을 흐느끼며,

겨울 바람이여.

김경란 극본, 이규상 연출. 첫번째.

(전화벨 소리)

잠깐 실례해요.

네. 은하입니다.

어. 나야.

어~ 아직 시간 안됐는데, 왠일이야?

아직 일거리가 남았어?

응. 지금 막 손님이 오셨어. 끝나면 곧 갈께.

응. 알았어. 빨리와.

응. 안녕.

아휴, 미안해요. 우리 차한잔씩 들면서 이야기 할까요?

아니에요, 바쁘신 모양인데.

아유. 괜찮아요. 물이 끓고 있는데요. 뭐.

어, 그러니까 꽃꽃이는 처음인거죠?

네.

배워두시면 좋아요. 배워둔다기 보다 꽃 하고 이야기 하는 법을 알게 되는거죠.

음. 설탕은 몇개?

아이. 둘이요.

후훗. 흔히 꽃꽃이를 생활의 여유쯤으로 생각하는데, 어. 자 드세요.

네. 고마워요.

내가 생각하기엔, 꽃은 하나의 신비에요. 인생의 여러 신비중에 하나죠.

게다가. 어.. 몇학년이세요?

2학년이에요.

후훗. 졸업할때 쯤이면, 꽃꽃이 사범쯤이 되어 있을 수 있거든요.

하핫. 그런데 회비는요?

여기는 주로 학생들이 많이 오시기 때문에, 다른데 보다 조금 싼편이에요.

한달에 칠천원. 꽃 값은 따로 내고요.

꽃 값은 얼마쯤.

천원에서 이천원 사이.. 후훗.

여름엔 싸고, 요즘엔 좀 비싸요.

알겠어요. 언제 오면 되나요?

월수금 중 어느날에나 오시면 되요.

어. 선생님이 가르치시나요?

하하. 언니라고 하세요. 초보자는 내가 가르쳐요.

일년 이상이 되면, 선생님께서 직접 레슨하시고요.

그럼 다음주 월요일부터 나오도록 하겠어요.

그러시겠어요? 그럼 기다릴께요.

네. 안녕히 계세요. 차 잘마셨어요.

안녕.

(음악)

지훈씨 어머니는 어떤 분이셔?

왜? 긴장이 돼?

후훗. 글쎄.

괜찮아. 어차피 우리 어머니시니까.

어! 다왔군.

(차소리-발소리)

어. 여기야.

생각대로 호화주택이로구나. 으리으리 하다.

자. 들어가지.

잠깐만 지훈씨.

왜그래?

흠. 그만 둬. 우리 역시 그만두는게 좋겠어.

어. 왜 또 그래? 여기까지 와서.

모르겠어. 하여튼 마음이 내키지 않아.

혜수는 내 맘을 알텐데.

알아.

그럼 들어가는거야. 다 잘될테니까. 게다가 말이야.

뭔가를 두려워 하는 것은 혜수답지 않아. 안그래?

두려워 하는게 아냐. 단지 확실하지 않을뿐이야.

아이. 뭐가?

지훈씨와 결혼하고 싶은지.

난 확실해! 지금 당장이라도 하고 싶다고.

후훗. 사실은 그 말이 듣고 싶었어.

하하하하하.

후훗.

자.

(문소리, 발소리, 개 짖는 소리)

쉬! 해리. 조용히 해!

하하. 굉장하구나.

응. 저렇게 짖는게, 사교볼만한 녀석이지.

해볼까? 20분만에 사귀어 볼 자신있어.

너. 참아. 참아줘! 하하하.

어머니.

어, 그래. 이제오니?

네. 인사드려. 우리 어머니셔. 어머니, 혜수에요.

안녕하세요. 처음뵙겠습니다.

하핫. 올라와요.

네.

응. 아버지는요?

늦으시겠다는구나, 연락이 왔다.

그래요? 자 앉아.

응.

얘, 영옥아. 여기 차 좀 내온.

네.

앉아요.

네.

집이 참 아름답고 정갈하네요.

호오. 그래요? 고마워요.

아이. 어머니 말씀 낮추세요. 저한테 쩔쩔매는 여자한테 뭐 그렇게 공손하세요?

하하하.

글쎄다. 누가 쩔쩔매는지 알게 뭐니?

후훗. 어머님이 참 젊으세요.

어. 어때? 미인이시지?

네, 정말.

하하하하.

어. 됐다. 내가 할테니. 어서 상을 차려라.

네. 아줌마.

아니에요. 저 곧 가보겠어요.

아유. 먹고 가. 우리 어머니 음식솜씨 보면 깜짝 놀랄껄?

오늘 메뉴는 뭐에요? 어머니?

지훈아.

아..네?

오늘은 네가 말이 좀 많구나.

어. 하하하. 제가 그랬어요? 어머니? 하하하.

그런데, 아가씬 몇 살이지?

스물 셋이에요.

오. 학교 다닌다고 그랬던가?

저. 어머니.

저, 아니에요. 3학년에 중퇴했어요.

아니, 왜?

스스로 일을 해서 생활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또, 집안도 도와야 했고요.

아. 그랬군.. 그 일이란..

꽃꽃이 강습을 하고 있어요.

꽃꽃이 사범인가?

흠. 네.

오. 좋은 재주를 지녔군. 어. 그럼 아버지께서는 뭐하시기에.

병환중이세요. 어머니가 조그만 가게를 하나 차리고 계시구요.

가게라니?

하하하. 어머니 말씀이 좀 심하신거 같군요.

구멍가게에요. 아이들 과자랑 작은 장난감도 팔고, 두부랑 콩나물도 팔아요.

소주 아이스크림 비누 그런것도 팔고요.

흠..그래. 댁 에선 우리집과의 결혼 의사가 있나요?

아니요. 아직 모르고 계십니다.

그럼. 아가씨 혼자서?

저에게도 없습니다.

아니, 혜수.

그럼. 지훈아. 결혼 의사는 너에게만 있는거 같구나.

우리집에서도 역시 이 결혼에 찬성하지 않는다.

어머니.

그럼 얘기는 여기서 끝내는게 좋겠군.

얘, 영옥아. 식사준비 다 됐니?

예.

자. 함께 가서 들기로 해요.

네. 감사합니다.

(음악)

흠..혜수.

놔 줘..

가만있어. 혜수.

지훈씨 가슴은 참 편안해. 그래서 울 꺼 같아.

놔 줘.나 지금은 울기 싫어.

말해봐.

뭘?

그게 사실이야? 저에게도 없습니다.

불 켜요.

대답해!

불 켜고 얘기해.

대답하라니까! 그런거야? 사랑하는건 나 혼자인거야?

함께 있고 싶어 하는건 나 혼자야?

그럼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거야? 적어도 난 결혼은 구걸하고 싶지 않아.

그건 구걸해서는 안되는거야. 애걸은 물론이고.

허락받는거야. 구걸이고, 애걸하는게 아니라고.

자식에겐 허락받는 자세가 중요한거야.

허락하시려는 분에겐 그렇게 할 수 있어.

하지만, 어머니는 전혀 그런 의사가 없으셔. 안 그래?

흠...

지훈씨.

응?

나에 대한 얘기, 어머니께 하지 않았어?

했어.

다 알고 계시면서, 내게 물으셨던거야. 나의 초라함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서.

혜수야. 넌 그런 정도도 각오하지 않았니?

그런건 결코 각오하지 않아.

흠. 불을 켤께.

어유, 눈이 부셔.

얼굴이 창백하군.

흠. 참 추웠어.

잘 견뎠어. 미안했어 아깐.

흠. 부탁하나 들어줄테야?

뭔데?

소화제 두 알만 갔다 줘, 배가 아파.

많이 아파?

후훗. 소화제 두 알이면 돼.

응. 가져올께. 기다려.

(문소리)

지훈이 나가고 없는 빈 방. 난 창가로 다가갔다. 어두운 저 쪽에 또 하나의 혜수가

천천히 다가왔다. 혜수의 모습은 초라하고 추워보였다.

(음악)

(벨소리)

네. 누구십니까?

서현석씨 계십니까?

아직 안들어 오셨는데, 무슨일입니까?

서현석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누구신데요?

서영훈입니다.

서..영훈?

(음악)

김보연, 유민석, 박일, 권희덕, 안경진, 장춘순,

음악 이훈, 효과 심재훈, 장준구, 기술 이원석,

인생극장 거리마다 낯선얼굴

김경란 극본, 이규상 연출. 첫번째로 고려야구 제공 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8.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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