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극장 나 혼자 생각할꺼야
- 영아야 이제 그만 들어가자 - 종학오빠 먼저 들어가. 난 여기 좀 더 있다가 들어갈래. - 까불지 말고 들어가. 바람이 차졌어. 너 열병 앓다가 감기 먼저 들겠다. - 아이 놀리지 마. 응? - 왜? - 저 아래 누가 올라오잖어. - 등산객이겠지. - 가만있어봐. 우리집 있는데서 오잖어? - 글쎄. 우리집에 들러 오는 사람이 누구지? - 아니. - 아니.. 아는 사람이니? -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어쿠쿠. 아저씨.아저씨. - 영아야.
(뛰는 소리)
- 아저씨. - 영아야. - 아저씨 미워.미워. 아저씨 미워..흑흑. - 자식. - 아저씨 여기 어떻게 알고 왔어. 응? - 영아가 어딜가봐라. 아저씨가 못찾나. - 흑..아저씨 보고 싶었어. - 그래 아저씨도 영아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 아저씨 오늘 안갈꺼지? 가지마. 나 아저씨한테 할말 많단 말야. - 그래. 아저씨도 영아한테 하고 싶은 말이 많아. - 너 한 여름 방학을 여기서 다 보낼꺼니? - 응.. 응 뭐..응 밀린 공부도 하고 나 봐서 여기서 아주 살래. - 학교는 어떻하고. - 봐서 휴학해 버리지. 뭐. - 왜. - 사실 나 몸도 안좋단 말이에요. - 오 그래. 그래그래. 까짓거 한학기쯤 휴학 하는 거지 뭐 허. 우선 건강해야 할꺼 아니니. - 아저씨 내방으로 가요. 가서 할머니도 인사하고 - 벌써 인사했는걸? - 영아가 여기 있을 거라고 해서 찾아 나온 길이야. - 자. 내려가서 영아 방을 구경해야지. - 그래요. 가요. - 어? - 잘 있었어 영아학생. - 사모님.. - 집사람도 영아가 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왔어. - 안녕하셨어요. - 하하.. 더 예뻐졌네 영아. - 사모님도요. - 어머. 그래요? - 아저씬 좋으시겠어요. 맨날 젊고 예뻐지는 사모님하고 같이 있으니까요. - 하하.. 자. 영아방을 구경해야지. - 답답하게 무슨 방이에요. 모처럼 두분이 등산 오신거 같은데. 제가 안내할께요. - 가요. 저쪽 산봉오리까지 올라갔다가 와요. - 난 자신이 없는데 어떻게 하지? - 그럼 내 방에 가서 쉬고 계세요. 나 아저씨랑 갔다 올꺼니까요. - 당신 그렇게 하시겠어요? - 저 꼭대기 까지 갔다 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텐데. - 내가 지름길을 안단 말이에요. 한시간이면 되요. - 여보 다녀오세요. 저 기다리고 있을께요. 아~ 전 도저히 저기까지 올라갈 자신이 없어요. - 허어.. 그래 그럼. - 가요 아저씨. - 흠. - 여보. 내가 안 올껄 그랬나봐요. - 무슨 소릴. 기다리고 있어 내 곧 올테니까. - 뭐하고 계시는 거에요. - 어어.. 그래 갈께. 여보 미안해. - 어서 다녀오세요. - 빨랑 와요. - 어..흠..
- 허허.. 벌써부터 숨이 차오르는데. 자 가지. - 가긴 어딜가요? - 왜 안 올라가? - 미쳤어요? 저 꼭대기를 올라가게. - 아이 그럼 안 올라 갈꺼야? - 미워요 아저씨. 아저씨하고 둘이만 있고 싶었는데. 밉단 말이야 아저씨. - 다음엔 나 혼자 오면 돼. - 싫어요. 그래도. - 영아야. - 빨랑 돌아가요. 보기 싫단 말이에요. - 그래 돌아갈께. 아저씬 이제 안심하고 돌아갈 수가 있어. - 미워요. 아저씨 미워.
- 영알 만나보셨군요. - 만났지. - 전 그것도 모르고 선생님을 뵙자고 했군요. - 아녜요. 그렇지 않아도. 나도 학생을 한번 만나보고 싶었던 참이었으니까. - 절 왜요? - 경희학생. 영아를 잘 부탁해요. - 무슨 뜻으로 하시는 말씀 이에요? - 경희학생은 영아의 진정한 친구니까. - 앞으로는 영아를 안 만나실 거에요? - 만나야죠. - 헌데. 내가 좀 바쁘게 되서. 옛날 처럼 자주 못 만나게 될거야. 그 얘긴 영아한테도 내가 했어요. 영아는 당분간 거기 있을 모양이더구만. 시간나는데로 찾아가서 영아를 위로해 줘요. 자 그럼 나먼저 실례하겠어요.
- 이상하다. 영아를 위로해 주라니? 그럼 영아가 재수생이라는 걸 알고 있단 뜻인가? 그럴리는 없을텐데. - 뭘 그렇게 혼자 중얼대고 있니? - 어. 응~ 어서와. - 어.. 만났니? - 응. 방금 갔어. 영아를 만나봤대. - 그래? - 여기 영아 있는데 약도도 그려주고 가셨어. - 어떻게 영아 있는델 알고 찾아가셨지? - 그보다도 말이야. 난 내가 불러 놓고 정작 할 얘기는 한마디도 못하고, 얘기 듣기만 했어. - 아휴. 나 정말 맹한 애야. - 니가 무슨 얘길 할려 했는데. - 영아를 생각하시는 진짜 선생님의 마음은 어떤 색깔이에요? 하고 물으려고 했지. - 그랬더니. - 그랬더니. 자기가 먼저 나한테 영아를 잘 부탁한대. 그리고 위로해 주래. - 싫증났다 이거구나. - 싫증이나? - 젊잔게 물러나시겠다는 얘기 아냐. - 그런 뜻인가?
내가 사모님한테 너무 쌀쌀하게 굴었나? 왜 좀더 침착하지 못했지? 허지만 내 그런 상황에 어떻게 침착해. 난 뭐 쓸개도 없는 계집앤가? 아니야. 내가 좀 심했어. 아저씨를 위해서라도 내가 웃어줬어야 했을텐데 난 그렇지 못했잖아. 하아.. 왜 사모님을 데리고 왔지? 나 약올리려고 그랬나? 그랬는지도 몰라. 내가 아무소리 않고 떠난 걸 복수하려고 그랬을꺼야. 그렇다고 내가 거기 넘어갈꺼 같아서? 치. 난 안넘어가. 안넘어 가다니. 안넘어 갔담 내가 왜 사모님을 질투했지? 잊어잊어.
(종이 부스럭소리)
하아. 지금 내 머리속에 책이 들어간다고 책장을 넘겨? 어휴 두고봐. 내가 다신 연락하나 자기가 찾아 올때 까지 난 꼼짝도 안할거야.
(문소리)
- 응. 누구에요? - 나야 종학이. - 밤늦게 무슨일이에요? - 문열어봐. - 무슨 얘긴지 거기서 해요. - 글쎄 문좀 열라니까. - 얘기 하라니까요. - 그냥 좀 할얘기가 있어서 그래. - 그럼 낼 날 밝거든 해요. 나 잘꺼에요. - 어? 너 불껐어? - 내일 봐요. - 그렇다고 내가 못 들어갈 꺼 같아 그러니? - 치한될 생각 마세요. 여자 혼자 자는 방에 밤늦게 남자가 무슨 얘길 하겠다고 들어오겠다는 거에요? 그건 치한들이나 하는 짓이란 말이에요. - 얘 말하는 것좀 봐?
- 얘~ 종학아. 너 거기서 뭘 하고 서있냐? - 아. 아니에요 할머니. - 냉큼 네방으로 들어가지 못하겠어? - 네. 아 알았어요.
- 하핫. 하하하하. - 너 웃었어?
- 아 어서 들어가지 못해? - 네 알았어요.
- 하하하하하..
손정아 였어요. 그리고 조명남 이정은 오세홍 권희덕 유분옥 김환진 음악 이훈 효과 심재웅 장준구 기술 정천목 극본 유보상 연출 이규상 인생극장 나 혼자 생각할거야. 고려식품 삼정제약 공동 제공이었습니다.
(입력일 : 200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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