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극장 나 혼자 생각할꺼야 유보상 극본 이규상 연출 스물 다섯번째. 삼성제약 고려식품 공동제공입니다.
- 많이 기다렸니? - 아니, 방금 왔어. 앉어. - 무슨일이야? - 의논할 일이 있어서 - 뭔데 - 영아 말이야 - 걔 증발했다며? - 어젯밤 연락이 왔어. - 어딨데? - 그건 저 밖에 모른데 - 안 가르쳐죠? - 응 - 음. 근데 뭘 의논하자는 거야? - 오늘이나 내일 나한테 다시 연락해주기로 했거든? - 그런데? - 그 동안 날 보고 자기 아저씨를 한 번 만나 달라는 거야. - 왜? - 그냥 만나서 아저씨 모습만 자기한테 말해달래. - 미쳤구나 - 불안해. 어떻게 했으면 좋지. - 뭘 어떻게 해? - 내가 걔 아저씨라는 사람을 만나야 되니? - 만날것 없어. - 전화오면 뭐하고 하니. - 죽었다고 해. - 누가 죽어? - 그 아저씨 말이야. 그럼 단걸음에 달려 올 것 아니야. 그 때 꽉 잡아 가지고 걔 마음을 달래 주라고. - 그건 너무 하잖아. 멀쩡한 사람을 어떻게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니? - 다른 방법이 없잖아. 우선 걔를 찾아 내는 방법은 그 수 밖에 없잖니? 내 말대로 해 봐. - 그럴까? 만일 그랬다가 걔가 또 크게 잘못되면 어떻게 하니 - 잘못 되다니. - 자기 속였다고 나하고 아주 틀어질까봐 말이야. - 그건 나한테 맡겨. - 너한테 맡겨 가지고 잘된일이 있어야 말이지. - 이번에 틀림없어. 이번에 나타나기만 하면 그 땐 말이야. 내 차례야. - 니 차례라니? - 이번엔 내가 뺨을 쳐주겠단 말이야. - 너 그래가지고 외교관 잘하겠다. 얘. - 어디가니? - 전화할려고. - 어디다가? - 아무래도 안되겠어. 일단은 걔 아저씨란 사람에게 전화연락을 해둬야 겠어. 영아한테 연락이라도 오면 죽은 척이라도 해달라고 말이야. 그래야 영아가 달려와도 올 거 아니니. - 하긴 그래 - 뭐가 하긴 그래?
(전화거는 소리) - 왠일이지?
- 응. 뭐래? - 없어. 전화를 안 받아. - 안 받아? 그럼 그 아저씨도 증발한거니? - 웃기는 소리 마. - 증발 안 했음 왜 전화를 안 받니? - 어디 갔지?
- 정학오빠? - 응? - 정학오빠 연애 해 봤어? - 왜? - 그냥. 해봤어? - 그럼. 이 나이가 되도록 연애 한 번 못해봤을 까봐? - 사랑을 하면 사람이 어떻게 되는거야? - 너 처럼 멍청해 지지 - 멍청해지면 사랑하는거야? - 왜 그런 노래도 있잖니? 사랑을 하면은 바보가 된다는 말야. - 그 따위 노래말 말고. 진짜루 얘기해 봐. - 결국 그런거 같더라. 내 경우 사랑이니 연애니 하는게 다 빈 껍데기 같애. 알맹이가 없는거 있지? 그게 사랑인거 같애. - 그게 무슨 소리야? - 왜 양파있지? 둥근 양파 말이야. 껎데기를 까도 까도 껍데기 뿐인 양파 같은거. 그거 같은거 아니겠니? 양파 껍질 그거 항 참 까봐라. 매워서 눈물이 난다. 마찬가지야. 남자 여자가 처음 만나서 서로 신비스럽게 바라보고. 그 신비스러움을 하나 하나 벗겨 나가다 보면은 결국은 동물적이라는 것 밖에 남는게 뭐 있니? 그 동안 남자 여자는 괴로워도 하고 누눌도 흘리고 멍청해지기도 하고 뭐 여러가지 형태로 사랑은 표현하겠지만은 결국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난 생각해. - 그런거 사람들은 왜 하지? - 삭막하니까 - 난 지금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 하하하. 니가 열나병을 몹시 치르고 있구나 - 그게 열병인가? - 너 홍역알지? 사람들은 일생을 통해 홍역을 한 번만 치르는 줄 알고 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닝. 대게 두번씩 치른다더라. 한 번은 어렸을 때 간난아기때 치루고, 또 한 번은 너만할때 치루는데 가장 위험한 건 너 만해서 치루는 홍역이야. 바로 사춘기 홍역. 잘못하면 너 죽는다. 그건 약도 없어. 어릴때 홍역은 요즘 좋은 약이 많이 거뜬히 치룰수 있지만은 너 같이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때는 죽음 같은건 사치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거든. 그러니까 사랑은 함부로 하는게 아니야. - 그러고 보니 난 뭔가 크게 잘 못 생각하고 있나봐. - 뭘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길래? - 결혼 같은 건 않고 사랑만 할 순 없을까. - 너. 아저씨란 그 남자를 사랑하고 있구나? - 좋은 아저씨란 말이에요. - 어디가 그렇게 좋았지? - 그냥 다요. - 그냥 다? - 네. 다 좋아요. - 하지만 좋은 것만 가지곤 안돼. - 그럼 뭐가 더 필요해요? - 몇살이지 너? - 스물이요. - 그 아저씨란 남자는? - 마흔 셋이요.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있어요? - 그래 상관 없다고 하자. 하지만 그 사람은 가정을 가지고 있어. - 그건 나도 알아요. 그러니까 결혼은 안 하고 사랑만 한다는거 아니에요? - 그게 니 마음대로 되는건줄 아니? - 안될것도 없잖아요. - 해봐 그럼. - 괴로우니까 그렇죠. - 왜 괴로워? - 내 맘대로 안 되니까 그렇죠. - 안될것도 없다고 했잖아. - 그건. 그건... - 너야 말로 갈팡질팡이구나. - 종학오빠도 몰라. 굉장히 많이 아는것 처럼 말했지만, 실상은 하나도 모른단 말이야. 사랑이 말처럼 되는 건 줄 알어?
- 어디까지 가는거에요?- - 조금만 가면 되요. - 나 힘들어서 못가겠어요. 어딘지 당신 혼자 다녀오세요. - 여보. 마지막으로 당신한테 보여줄 사람이 있다니까. - 마지막이라뇨? 내가 곧 죽어요? 마지막을 찾게. - 내. 이제 비로소 얘기하는 거지만은 우린 곧 한국을 떠나야돼. 나 홍콩 지사장으로 떠나게 됐어. - 뭐라구요? - 나 혼자 갈 순 없지? - 여보. 그게 정말이에요? - 아하하하. 우린 신혼여행을 다시 떠나는 거야. 홍콩서 한 2-3년 있다가. 우리 다시 오는거야. - 여보. 그게 정말이에요? - 당신 참 못된 버릇이 생겼군. 왜 내말을 그렇게 못 믿지? - 언제 떠나는데요? - 연말이나 내년초에는 떠나게 될꺼야. 그래야 뭐 몇개월 안 남았어. 이젠 믿을 수 있지? - 헌데 여보. 지금 누구 만나러 가는 거에요? - 영아. - 영아를요? - 당신이 영아를 처음 대할때 느낀 그 감정대로 오늘 영아를 만나줘요. - 나도 오늘 영아를 마지막으로 만나는 거니까. - 그 말씀 믿어도 돼요? - 만나고 싶어도 앞으론 만날 시간이 없어요. 홍콩 출장도 다녀와야 하고, 여기서 떠날 준비도 해야되고. 눈코 뜰새가 없을꺼야. - 알았어요. - 그 대신 영아한테는 우리가 떠난다는 걸 절대 눈치 못채게 해야 되요. 걘 내가 보기에 이제 비로소 마음을 잡고 있는것 같애. 여보.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자. 그럼 가 봅시다. - 네.
- 손정아 였어요. 그리구 조명남, 이정훈, 오세훈, 권희덕, 김환진 음악 이훈 효과 심제훈 장준구 기술
정찬모 극본 유보상 연출 이규상 인생극장 나 혼자 생각할꺼야. 고려식품 삼성제약 공동제공이였습니다.
(입력일 : 200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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