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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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인생극장 나혼자 생각할거야
제23화 - 집에선 내 대학생인줄 알아요
제23화
집에선 내 대학생인줄 알아요
1979.02.23 방송
인생극장 나혼자 생각할거야는 1979년 2월 1일부터 1979년 2월 28일까지 제28화에 걸쳐 방송되었다.
-인생극장 나 혼자 생각할꺼야 유보상 극본 이규상 연출 스물 세번째. 삼성제약 고려식품 공동제공입니다.

-여기에요

-음, 음음,

- 왜 놀라세요?

-아니, 당신이 여기를 어떻게

-알았냐, 그거죠

-안됐군요. 내가 모르고 있었으면 됐을텐데.

-당신, 그렇게 할일이 없어?

-당신이야 말로 하시는 일이 참 많군요. 철없는 계집애들이나 데리고 고고클럽에 다니시는 게 선도하시는 건가요

-갑시다.

-날 보고도 고고를 추자구요

-집으로 가자고

-이젠 밖에 나와서 까지 큰 소릴 치시나. 좋아요 가요 집에.

-도대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살인이라도 할 것 같네요

-내가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을 당신앞에 펼쳐보이겠소

-그만큼 했으면 됐지, 뭘 또 보여요

-당신 정말

-치고 싶음 쳐요. 나 이제 하나도 두려울 거 없어요

-여보

-제발 부탁이에요.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이래야 돼요. 우리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러진 않았잖아요

-그 때나 지금이나 난 조금도 다름이 없다니니까

-어떻게 그걸 믿어요

-믿어, 믿으라구. 무조건 믿는 수 밖에 없어. 당신은 내 아내야

-그래요, 난 반쪽밖에 구실을 못하는 아내에요.

-무슨 소리야, 또. 당신이 애를 못낳는다고 해서, 새삼스럽게 그런 얘길 꺼내는 당신이 정말 한심스러워.

-난 지금까지 죄의식 속에서 살아왔단 말예요. 당신은 당신만 알지 난 조금치도 모른단 말예요.

-그렇다면, 내가 또 당신한테 큰 죄를 졌군. 자, 이리와요.

-싫어요.

-싫어? 그럼, 내가 가지. 자..

-왜 이래요, 놔요. 갑갑해요.

-가만있어.

-안아달라고 했어요?

-내가 안아주지 않으면은 누가 당신을 안아주겠소. 당신 나 말고 누구좋아하는 사람 또 있어?

-내가 당신같은 줄 알아요?

-그래, 나만큼 ...라고, 낫지를 않으니까 당신이 쓸데없는데 신경을 쓰는 거라오. 난 당신의 하나밖에 없는 남편이야. 알겠소?

-몰라요.

-몰라? 그럼, 내 가르쳐주지

-몰라요..몰라요

-♬

-할머니

-왜애, 어디 나갈려구?

-시내 좀 나갔다 들어올려구요

-시내에는 왜?

-필요한 책이 있어서요.

-그래?

-거 무슨 책인지 우리 손주녀석 책을 빌려보지 그래

-얘, 종학아

-아니예요, 할머니

-가만있어 보라니까

-얘, 종학아, 뭐하니

-네

-좀 나와봐라.

-왜요, 할머니?

-아니예요, 할머니가 괜히 그러시는 거예요

-음, 아니긴. 책을 사러 시내에 나간단다

-아니, 무슨 책인데?

-아니예요, 제가 필요한 책은 거기 없을꺼에요. 문제집 몇 권 사러 나가는 길이에요

-그러고 보니 대학 예비고사도 몇 달 안남았구나. 가자 내가 시내버스 타는 데 까지 데려다 줄께.

-오빠 공부하는데 방해 안되요?

-핑계김에 나도 바람좀 쏘이자. 할머니, 나 요 아래까지 갔다올께요

-응, 그래. 그리구 사랑방 학생도 늦지 않게 일찍 돌아와야 해

-네 할머니

-가자

-우리 할머니 어떠니?

-좋아요, 밤 늦게도 가끔 내 방으론 오셔선 이것저것 먹을 걸 얼마나 많이 주신다구요

-너 정말 열심히더라

-오빤 나보다 더 열심히면서 뭘 그래요

-그런데도 난, 번번히 고시엔 떨어졌거든

-이번엔 될 거에요.

-될까? 모르겠어. 이번이 세번짼데 이번에 떨어지면은 할머니 모시고 내려가야겠어. 첫째 할머니 보기 미안해서 여기 더 있으래도 못있을거야. 할머니가 누구 땜에 이 산속에 와서 고생을 하시는데. 순전히 나 땜에야.

-그러니까 이번엔 꼭 되셔야죠 뭐.

-흠. 너두

-열심히 할 거에요.

-헌데, 넌 참 이상하더라.

-왜요?

-재수학원도 많은데 어째 이 외딴데 들어와서 혼자하니

-그럴일이 있어요.

-왜?

-암튼 여러가지예요. 난 요즘 때때로 그런걸 느껴요. 내가 날 위해서 공부를 하고 있는건지, 그걸 잘 모르겠거든요.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남 위해 하는 공부도 있니.

-어떻게 생각하면 그런 것도 같고, 잘 모르겠어요.

-그러고보니, 너 무슨 일이 있었구나.

-집에선 내 대학생인줄 알아요.

-뭐?

-하지만, 나 여기오면서 집에다 편지 했어요. 반년이 넘게 가짜 대학생 노릇하느라고 고민 많았다구요. 그렇지만, 아직 한사람한테만은 차마 그 말을 못하겠던걸요.

-그 사람이 누군데?

-내가 좋아하는 아저씨요. 사실, 나 그 아저씨 보기 고민스러워 여길 찾아왔는지 몰라요. 맨날 그짓말만 했거든요. 헌데 더는 그짓말을 할 수 없지 뭐에요. 나 참 이상한 애죠?

-그 아저씨가 너 여기있는 줄 아니?

-알릴라면 내가 왜 여기와있어요? 그 아저씨...나 이젠 다시 안 만나요. 내년에 내가 대학생이 됐을 때, 그 때 한번쯤 만날지도 모르죠. 그동안 나혼자서 그 아저씰 생각할 거에요. 그만 들어가봐요. 다 왔어요.

-그래, 일찍와

-오랜만에 시내 나가는데, 커피한잔쯤 마실 시간은 가져야 될 거 아니에요?


-어, 아이 오랜만에 오셨네요

-네,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에 오시는데 왜 혼자 오셨죠?

-혼자오다뇨?

-그전에 맨날 같이 오시던 아저씨 계시잖아요. 가신지 한시간 밖에 안됐어요.

-여길, 아저씨가 혼자서 다녀가셨다구요?

-네..한참 동안 바로 이자리 혼자 앉아서 무얼 생각하시드니, 그냥 가시던데

-아무말씀도 없으셨어요?

-내가 왜 혼자 오셨냐고 했드니, 그냥 웃기만 하시든걸요. 아니 그럼 오늘 여기는 서로 약속도 없이 오신거에요? 아유, 꼭 무슨 영화장면 같네요.

-커피주세요.

-네에

-내가 아저씨를 너무 괴롭혀드리고 있는 건가. 혼자와서 뭘 생각했지..바로 이자리에..우리가 즐겨앉던 이자리에서 무얼 생각했지. 내가 아저씨를 생각하듯이, 날 생각했을까. 많이 늙으셨을거야. 하루만 날 안봐도 주름살이 하나씩 생긴 다는 아저씨 였는데, 그동안 주름살이 얼마나 많이 생기셨을까. 오늘 한번만 만나볼까. 그럼 아마 활짝 젊어지실거야. 그래 나도 아저씨가 꼭 보고싶어. 꼭 한번만 만나보고 갈거야.

-여보세요. 여보세요. 여..여보세요?

-안돼, 만나면. 아저씨 음성이 너무 슬퍼. 우리 만나면 나 울어버릴지도 몰라. 아저씨 목소리만 듣고 나 그냥 가요.



-상무님, 편지에요.

-어 편지

-발신인 주소도 없고 이름도 없는데요

-어디봐

-여깄어요

-혹시, 영화학생 편지 아니예요?

-나가있어요

-왜 제가 있으면 안돼요?

-나가 있으라니까

-참 무섭다.

-손정아 였어요. 그리구 조명남, 권희덕, 유근옥,김환진, 장춘승, 전기병 음악 이훈 효과 심제훈 장준구 기술 정찬모 극본 유보상 연출 이규상 인생극장 나 혼자 생각할꺼야. 고려식품 삼성제약 공동제공이였습니다.

(입력일 : 200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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