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나의 데뷰
여류시인 김남조 편 - 뒤를 떠밀어 줘서 책을 내…
여류시인 김남조 편
뒤를 떠밀어 줘서 책을 내…
1967.04.07 방송
‘나의 데뷰’는 가수, 영화배우, 스포츠 선수에서 시인, 화가에 이르기까지 각계 각층의 저명인사들을 초청해서 데뷰시절의 숨은 얘기를 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예로부터 이런 말이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만 누구나 화려하고 대성한 오늘이 있기 까지에는 가슴 설레며 등장한 첫 무대가 있습니다.
예술, 문화, 연예, 스포츠 등 각계각층의 저명인사들을 초빙해서 그분들의 데뷰시절의 얘기들의 국내외의 가요와 함께 들어보는 이시간, 오늘은 과연 어떤 분을 모셨을까요.

- 안녕하십니까. 나의 데뷰, 오늘 이시간에는 우리 문단의 대표적인 여류시인 한 분을 모셨습니다.

- 네. 김남조 입니다.

- 아마 우리 이 동아방송에 귀를 기울이시는 청취자 분이라면은 음성은 뭐 이미 아실거에요. 우리 `그래도 못다한 말` 그거 낭독하셨죠?

- 네.

- 언제 였죠. 그게?

- 한 일년쯤 됐을 거에요.

- 아침이면은 눈을 뜨면은 들리던 시각이었는데. 6시...

- 50분인가 그랬었죠.

- 네. 지금 흰 저고리에 요즘 봄날에 아주 푸른 하늘 푸른색 치마를 입고 나와 계신데 한복 좋아하시는거 같아요.

- 네. 한복 많이 입습니다.

- 네. 그전에 그러니까 지금 생각하시면 어렸을 때 문학소녀시절 그 때에도 오래전이니까 아마 한복을 대강 입을 때 아니에요?

- 네. 그 때는 입지 않았습니다. 일본서 중학교를 다녔구요. 교복을 입고 그랬습니다. 대학시절부터 한복을 입고 그랬던거 같아요.

- 네. 그러면은 그게 이제 몇년 전 쯤 언제쯤 부터 시를 이 글하고 가까워지셨는지 한번 오늘...

- 쓰기는 뭐 중학교 때부터 썼다고 할 수 있겠지만은 그게 시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첫 책이 돼서 나온 것은 16-7년 됩니다. 그 저 오일 뭡니까 6·25 때 마산으로 피난 갔을 때 오랜 친구 조동화씨가 그 내 시를 모아서 출판사에 교습을 해주고 자기가 초판에 표지 장정을 해주고요.

- 네.

- 그래서 그 때 전 아직 용기가 없었는데 뒤를 떠밀어 줘서 책을 냈습니다. 내고 보니까 남들이 글을 쓰는 여자애 하나로 이렇게 보아주고 그럭저럭 세월이 흘러온 것 같습니다.

- 네. 그 때에도 출판 기념회 같은거 하셨어요?

- 네. 그 때 했습니다. 부산서도 하고요. 마산서도 내가 재직하던 학교에서도 성대하게 열어주고요. 그랬었어요.

- 네. 말하자면 그것이 문단의 데뷰가 되겠죠.

- 네. 그렇습니다. 그게 51년 이니까 만16년이 됐습니다.

- 그럼 인제 남들이 정말 글을 쓰는 사람으로 보아주기 시작한건데요. 그 때부터.

- 네.

- 그럴 때 그 때 생각하시고, 지금은 이제 아주 몸에 배셨을것 같고 말이죠.

- 네.

- 그 때는 좀 다르셨을 것 같아요. 이제부터 내가 시인이다. 이런.

- 시인이다 이런 생각은 별로 없구요. 뭐 이제 생각을 하는데 자꾸 아직도 미숙하고 글이 향상도 안되고 무슨 겸손하다던지 이런투의 말이 아니고 아주 대단히 어설프고 그렇습니다. 서글프고.

- 어떻게 그럼 저 선생님 먼저 인제 그 글 나오신 얘기를 들었는데요. 음악을 오늘은 `애니 로리` 라는 스코틀랜드 민요를 첫 곡으로 골라봤습니다. 소프라노 이명숙씨의 노랩니다.

♬ 애니 로리 - 소프라노 이명숙

- 아까 그 조동화씨가 여러가지 시를 써놓은 걸 모아서 출판을 하셨다 이런 말씀을 하셨지만 틈틈히 아마 그냥 의식하지 않고 이렇게 떠오르면은 쓰시고 아마 그런 모양이죠?

- 네. 쓰기 시작한 습관은 거의 국민학교 때 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데 중학교 때 까지는 일본어로 일본 아이들 틈에서 쓰기도 하고 우리말로 쓰기도 했고 본격적으로 시를 썼다고 좀 할 수 있는건 역시 대학 땝니다. 그 때 건강이 좋지가 않았구요. 그 때 뭐 사랑이라 그럽니까. 그런거 제깐엔 아주 머리가 뜨겁고 고민도 하구요. 그런 어떤것에 형성이 정말 서투를 흙을 뭉쳐서 그것을 돌덩이로 만드는 이런 서투른 도자기 같은 솜씨로 몹시 그 숨결이 거칠은 이런 원고를 많이 갖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때 까지도 사실은 소설을 쓰고 싶다 이런 생각도 있었습니다. 소설의 습작이 좀 있긴 했는데 순서로 봐서 이제 시가 책이 되고 나서 시를 쓰는 쪽이 됐습니다만은 그 당시 그 여류시인이 그 모윤석 선생, 노천명 선생 두 분이 계신 이후에는 한동안 공백기였었어요. 그래서 상당히 귀여움을 받았다 그럴지 글이 좋았다기보다 시대적으로도 좀 행운이었다든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만 그런 느낌도 있고 그럭저럭 대단한 글도 아닌데 오늘까지 젊은이들이라던지 좀 아껴주는 조금 아낌을 받게 된것 같습니다.

- 그 맨처음에 나는 시를 써야겠다 보다도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까 시가 많아졌던 모양이죠?

- 무엇을 표현해야겠다. 이런거였겠죠. 뿜어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가득찼던 물이 터져 나오는 것처럼 무슨 불유해서 나온거죠. 솟구쳐 올라온거 이런게 종이에 잉크로 뭍어서 남아 진거구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건강이 약했습니다. 가슴이 약해서 입원도 여러번하고 그래서 그 침울한 병상 그리고 몹시 그 애장적인 감정에서 무슨 사랑이라던지 이런 고적감 처음엔 이런데서 시작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시라는것은 애상에서 이루어지는것도 아니고 무슨 단순한 자기 표백도 아니구요. 자기에게 주어진 좁은 이마 속에서 부스러기나마 할 수만 있다면 무슨 그 금강석 같은것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거라는것 같이 지금은 좀 생각이 됩니다. 그래서 정말 무서워졌어요.

- 근데 옛날에는 그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면은 연애와 이렇게 관련을 지어서 생각을 하는데 혹시 연애를 하고 또 이 병을 앓는 다던가 그럼으로써 아마 글이 나오는가보죠? 역으로.

- 네. 근데 연애에 한한 것도 아니겠지만요. 여류작가에 그런 사람이 많고 저도 또 그런 중의 하나 같습니다만 글을 쓸 때는 한 두 사람의 독자를 염두에 두는 수가 많이 있습니다. 누구에게 읽히고 싶다던지 누구에게 주고 싶다던지 이런 동기로 쓰는 경우가 남성 작가보다 여성 작가에게 그런 경향이 많아요. 저도 거의 근래 까지는 그런 심리가 많았던거 같은데 이제 이렇게 늙으니까 조금 그런게 달라지는거 같아요.

- 이번에는 `거제도 뱃노래` 라는 우리 DBS합창단의 합창을 준비했습니다.

- 네.

♬ 거제도 뱃노래 - DBS합창단

- 김선생님 시도 쓰셨고 이제 수필집도 내셨고 한데요. 이런 뒤에 자기 작품을 이렇게 돌아다 보시면 어떻게 생각을 하세요.

- 시집은 여섯권쯤 됩니다. 한 240편을 발표를 했구요. 수필집 한 서너 너덧권 지금 단행본 쓰고 있는것도 있습니다. 한 700매 쓰고 이제 한 300매 쓰면 책이 되겠는데요. 요새 그 수필집이 좀 팔린다 뭐 이런일이 있으면서 수필을 많이 쓰는 사람으로 취급되고 수필이 청탁도 시보다 많이 받는것 같습니다만 역시 제 생각에는 제가 가야 될 끝까지 가야 될 길은 시 이외에는 없다고 생각을 하고 수필은 시로써 못다 쓴 말을 또 시를 쓰기위한 하나의 연습 과정이라고 그럴까요? 또는 휴식 과정이라고 그럴까요? 이런것을 수필이라는 그 울타리 속에 쉬는 것이라고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근데 시는 정말 어렵고 어려운 극이 정말 야문 돌에다가 연한 것을 자꾸 내던져서 몇 번이라도 깨지는것 같은 이런 아픔이 있는데 그래도 역시 시에 대한 애착이 월등 크고 제 시집은 수필집에 비해서 몇 십분의 일 밖에 팔리지 않았습니다만은 역시 애착의 비중으로 말하면 비교할 수 없고 시에는 절대적인 제 나름의 그런 사랑을 갖고 있습니다.

- 결국 시로 시작을 하셨고, 돌아가실 곳도 시로 생각을 하시는 모양이죠?

- 네. 그렇게 생각합니다.

- 문학정신이라 그럴까 그런것에 돌아가야 할 곳, 연결돼야 할 곳, 종착지 그런걸 어떻게 말씀을 하시겠어요?

- 네. 문학정신도 그렇고 인간정신 자체가 그렇겠는데요. 제 자신 퍽 자격이 업는 얘기지만은 역시 신앙이 인간의 정신에 기본이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지난번에 유경수 여사 한테 편지를 쓰라고 여기서 동아방송에서 말씀을 하셔서 하나의 테마를 걸 때도 신앙에 대해서 좀 주제넘게 신앙을 가져주십사 이런 권유를 드렸는데요. 인간정신의 기본은 오늘과 같은 이런 과학시대에서는 좀 역류하는 느낌이 있지만은 그런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하나의 믿음 없이 믿음이라는 기둥없이 아무것도 어떤 노끈도 갖다가 걸수가 없는 것 같이 생각이 됩니다.

- 네. 이어지는 노래가 되겠습니다. `금발의 제니` 바리톤 양찬종씨의 노랩니다.

♬ 금발의 제니 - 바리톤 양찬종

- 선생님의 시를 좋아하는 사람중의 하나로 시도 좋아하고 또 말씀도 좋았구요. 음악도 참 좋죠?

- 네. 네.

-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코티벌꿀비누 분포 동산유지 제공 나의 데뷰.
오늘은 그 스물아홉번째시간 여류시인 김남조 여사를 모시고 얘기와 음악을 들어봤습니다.

(입력일 : 2007.06.13)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