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소리 DBS | 동아방송 18년史
 
 
스타앨범 / 나의 데뷰
유쾌한 응접실 / 정계야화
노변야화 / 주간 종합뉴스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DBS초대석
김수환 추기경 편 - 제23회 우리나라 정치관
김수환 추기경 편
제23회 우리나라 정치관
1980.04.23 방송
김수환 추기경은 1980년 당시 신군부에 뺏기기 전 동아방송(DBS) 간판 프로그램의 하나였던 `DBS 초대석`에 4월1일부터 23일간 출연했다. 동아일보 논설주간이었던 권오기 전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이 진행했던 이 대담 프로그램에서 김 추기경은 유학시절이야기, 종교·정치, 여러가지 사회문제에 관한 생각 등을 들려 주었다.
Q) 우리나라가 백성들이 정치에 참여한 게 불과 30년 남짓입니다. 그 시간 동안 여러 형태의 정부형태를 가져 봤는데, 잘 됐다고 하는 기억이 없습니다. 참 불행합니다. 해방 후도 그렇고 해방 전도 그렇고, 조선시대에 물론 좋았던 기억이 드문데요, 앞으로도 이상적인 정치가 나온다고 해도 개개인의 측면에서 보기 보다는 국민 전체의 정치의식이 높아지고 국민서로가 나만을 위하지 않고 너를 위하는 마음을 가져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A) 우선 조그만 일이라도 준법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제가 외국에서 살아봤는데 조그만 일이라도 (독일) 법질서를 지킨다던지 철저합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법에 의해 사회가 움직이지 않고 정에 의해 사회가 움직였습니다. 오늘 현대화 되는 사회 속에서 정만 갖고 통하지 않습니다. 특히 행정력을 가진 분들은 제정된 법을 지키고 살아야 합니다. 그것을 국민들이 실감할 수 있을 때 국민들의 가슴 안에 법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늘 법적인 제재에는 송사리들만 걸려들었습니다. 그렇게 다스려왔으니까요.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다보니 약한 사람만 법을 지키는 건가 하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Q) 정치에 있어서 개개인의 양심이랄까 윤리도 중요하지만 제도의 문제도 있습니다. 헌법개헌 논의도 많이 나노는데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대통령들이 강권정치를 해 왔습니다. 그래서 내각책임제를 해보자, 간선제를 해보자는 논의도 있었는데요.

A)제도의 문제는 깊이 연구해야겠죠. 그러나 목전의 개헌을 한다고 했을 때 연구를 해서 모두가 같은 의견에 도달하면 모르겠지만. 내각제, 대통령중심제, 절충제 등 혼란스럽겠죠. 그러다가는 개헌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지 말고 제 생각에는 우리가 해오던 것, 국민이 보통으로 익혀오던 제도, 즉 대통령 중심제를 계속 하자는 거죠.
다만 이상적이라서가 아니라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을 만들려면 하세월이고, 해오던 것을 하고 운영에 있어 잘못한 점을 시정하자는 것이죠. 대통령 중심제가 권력이 남용된다면 책임정치를 할 수 있게 헌법에 강조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보다 나은 민주주의로 나간다고 생각해야지 한꺼번에 이상적인 제도를 도입할 순 없습니다. 국민들도 모든 것을 한꺼번에 얻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민주주의 습성은 갖고 있지 못해요. 우리가 점진적으로 민주화 되어 나아가야 합니다. 한꺼번에 권리를 주장하기 보다는 전체의 국민의 자유나 국민의 생존을 생각해서 국민 전체가 일체감을 가지고 어느 것이 최선인가 살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서는 정치발전도 필요하고 경제 안보 모두 필요합니다.
모든 측면을 보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안보, 참으로 중요하죠. 안보 없이는 정치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정치발전을 무시한 경제도 안보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성급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고 오히려 깊이 생각하고 자제하고 이성적으로 순리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과거에 있어서 권력의 깊이 개입되어 있었고 능동적으로 참여했던 분들은 그분들이 개개인의 양심을 탓하는 건 아닙니다. 그분들 역시 양심적으로 (권력을 행사) 했겠죠. 그렇지만 국민들의 느낌은 다르니까, 자숙해 주시길 바랍니다,
반대로 그분들과 생각을 달리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마음의 관용을 베풀어서, 같은 동포다, 핏줄이다, 설령 잘못했다고 생각하더라도 인간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새 시대에는 힘을 합쳐야지, 누구를 규탄하고 몰아내고 내쫓는 것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가릴 것은 가리더라도 국민 전체의 화해가 이런 정신이 앞서야 합니다.
그 동안 변변치 못한 말, 동아방송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입력일 : 2009.02.18)
프로그램 리스트보기

(주)동아닷컴의 모든 콘텐츠를 커뮤니티, 카페, 블로그 등에서 무단사용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저촉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by donga.com.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