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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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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편 - 제22회 전반적인 시국
김수환 추기경 편
제22회 전반적인 시국
1980.04.22 방송
김수환 추기경은 1980년 당시 신군부에 뺏기기 전 동아방송(DBS) 간판 프로그램의 하나였던 `DBS 초대석`에 4월1일부터 23일간 출연했다. 동아일보 논설주간이었던 권오기 전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이 진행했던 이 대담 프로그램에서 김 추기경은 유학시절이야기, 종교·정치, 여러가지 사회문제에 관한 생각 등을 들려 주었다.
Q) 우리 대담이 한달이 됐습니다. 요즘 정치발전, 민주화해서 들뜨고 눌려 있으면서도 조금 터진다고 해야 할까요? 술렁이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과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아니다 겪어야할 진통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통 털어서 잘 되어 나갈 것 같습니까?

A) 통 털어서 볼 때 비관은 하지 않습니다. 물론 아직도 정국의 혼미나 불투명한 양상이 보이긴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렇게 우리나라 국민의 정신적 수준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까지 비이성적도 아니고 몰인정한 것도 아니고 이런 것들을 놓고 볼 때 지금 국민전체가 민주주의로 나가야 합니다. 필요성을 절실히 느낍니다.
쉽지 않다는 것도 인식하고 있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만 비관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문제되는 것은 불신의 장막을 헤쳐가야 한다는 것. 신뢰회복이 필요합니다.
단적으로 말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회복, 정부가 국민의 신임을 얻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국민의 신임을 잃고 있다고 단적으로 말하는 건 아닙니다. 오해를 살 수 있는 불투명한 정국을 만들 수 있는 것을 의도적으로 하진 않겠죠. 본래 말 한대로 민주정치로 나간다는 것, 약속대로 가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누구든지 이런 어려운 시기에 행정을 담당하는 정부를 이해하고 협조하고 있습니다. 정부도 그런 국민적 협조를 얻는다는 것을 알고, 우리의 임무는 과도적인 정부로서 중요한 것은 민주적 개헌을 해서 정권을 이양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정권에 욕심이 없다는 것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런 방향으로 국민에게 호소를 하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려운가 생각합니다. 그렇게 나가면, 정부와 국민과의 신뢰가 생기면서 각 분야에 걸쳐 일체감도 조성되고 큰 문제없이 어려운 고비 넘길 것으로 봅니다. 제가 너무 낙관적인가요?

Q) 아닙니다. 중요합니다. 서로 하는 말을 믿어야겠죠. 말을 극단적으로 쓴다거나, 입장이 달라지면 말이 달라지고, 이런 입장에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라고만 한다면 안됩니다. 정치하는데 믿음의 회복은 정부와 국민 간의, 같은 정당을 하는 사람끼리도 그럽디다. 서로 믿음이 없어요. 회복해야 합니다.

A) 근본적으로 사람의 마음에서 욕심을 없애야 합니다. 특히 지도층에서 권력이라던지, 정치권력 혹은 재력을 두고서 말입니다. 특별히 그런 의미의 지도층들이 소명의식을 가지신 것은 좋지만, 욕심은 없어야죠.
마음의 욕심을 빼고 서로 협력해야 합니다. 꼭 내가 대통령을 해야겠다, 그게 아니라 누가 되던지 이 나라가 잘되는데 도움을 주겠다고 봉사한다고 하면 그리 어려울까요? 지도층들은 욕심을 마음에서 빼야 합니다.
국민간의 신뢰회복을 위해 정직해야 합니다. 상품 하나라도 마음 놓고 살 수 있고, 그런 풍조가 될 수 있게. 그렇다면 서로간의 믿음이 회복될 것입니다.

Q) 정치가 참 어렵습니다. 정치에 있어서 세(勢)라는 게 있잖아요. 정치할 때는 힘 없이는 안 되잖아요. 그렇다고 힘만 있고 명분이 없으면 깡패 집단일텐데, 이 두 요소가 어떻게 적정하게 합하는가? 그 무렵에 야당도 이치는 맞는데 힘이 하나도 없고요. 정치에서 힘이란 자기가 가꾸어서 가져야 힘이지 남이 주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이런 측면을 요즘에도 많이 느낍니다.

A)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과거에 제가 비판적인 소리를 할 때 정권에 가까운 교회 분들이 오셔서 "정치를 잘 몰라서 하시는 말씀입니다"라고 하더군요. 정치는 흔히 썩었다고 말하기도 하잖아요. 지난번 개헌공청회에서 모 교수가, 정치의 윤리적인 결벽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너무 이상을 요구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그 말의 뜻은 이해합니다. 정치에는 지혜도 조직도 필요하고 돈도 필요하고, 현실적인 힘이 필요하죠. 그런데 정치가 윤리적인 측면을 떠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정치가 우리의 삶을 다스리는데, 정치가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망국(亡國)입니다. 정말 마지막인거죠. 정치현실은 이상과 멀다는 것은 압니다. 그러나 가까워지도록 해야 합니다. 정치는 전인적인 인간을 향상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정치하시는 분들이 윤리적으로 그 가치를 뚜렷하게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정치가 올바른 정치가 되고, 인간을 위한 정치가 됩니다. 밥을 먹이는 정치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문화를 고양시키는 정치가 되어야 합니다.

Q) 윤리적인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는 건 알지만 윤리만으로는 완전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것 없이는 안 되지만 윤리만으로 안 되는 측면이 있지 않나요?

A) 돈이 필요하다고 할 때, 돈을 합법적으로 합리적으로 충당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오늘 시간이 다 됐습니다.

(입력일 : 200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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